가족의 이야기

치료와 교육을 많이 받으면 아이가 좋아질까요?

글 : 윤승아

저는 곧 13세가 되는 뇌병변 장애, 지적장애, 피질시각장애(CVI), 뇌전증을 가지고 있는 밝고 귀여운 여자아이의 엄마입니다. 지금은 여느 아이를 키우는 엄마처럼 아이때문에 울고 웃고 하며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예전의 저는, 꿈에서도 생각못했던 일이 나의 아이에게 생겼을 때, 그 암담함과 막막함, 두려움, 원망. . . 예측할 수 없는 아이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미칠 것 같았고 오늘의 이런 시간들은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어린 아기를 안고 막막하고 두려웠던 그 때

퇴원 후 일분일초가 아까웠던 저는 바로 재활 치료를 시작했고 무조건 빨리, 무조건 많이, 경험이 많은 전문가가 해주면 좋아질거라 생각했어요. 다행히도 저는 전적으로 지원해주실 친정부모님이 계셨고 재정적으로도 여유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조금씩 정보를 듣게 되면서 더 많은 치료를 더 멀리 다녔어요.
대부분의 치료는 대기가 있고 며칠이 아닌 몇달 혹은 몇년을 기다려야 하기에 대기를 먼저 걸었고 원하는 치료를 원하는 때에 받지 못하는 구조 때문에, 치료실에서 불러주면 무리가 되어도 시간을 내서 시작했습니다. 누가 조금이라도 좋아졌다는 소리를 들으면 아이에게 맞을 지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무조건 해봐야 했습니다. 시도해본 치료만해도 대충 꼽아봐도 30여가지가 넘습니다. 시간과 거리와 비용을 따지지 않고 그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고 원하는 치료를 받게되면 나는 아이에게 최선을 다해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었던것 같아요. 아이를 위해 아이를 치료하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아이가 어떤지 살필 여력도 없이 아이에게 부모로서의 도리를 한듯 위안 받으며 다녔던것 같아요.

아이가 좋아지기는 했지만

아이는 조금씩 좋아졌습니다. 물론 기적을 바랬던 제 기대치와는 달랐지만요. 치료들이 도움이 되었지만 그렇게 많이 그렇게 멀리 무리하게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경험이 많고 유명한 분의 치료가 늘 아이에게 도움이 되지도 않았습니다. 치료를 중단하면 큰일이 날것 같았지만 메르스사태와 코로나시기에 치료를 받기 어려운 상태가 되어 강제로 치료를 많이 줄여야 했지만 우려하던 큰일은 생기지 않았습니다. 아이는 편안한 환경에서 가족과 지내는 시간과 혼자 노는 시간이 생기면서 스스로 시도해볼 시간과 치료실과는 또 다른 경험들도 하게 되면서 커 갔습니다. 저 역시 아이를 지켜볼 시간이 많아져서 아이에게 필요한 것 부족한것을 파악 할 수 있었어요. 주변의 다른 아이들 중 어쩔 수 없이 아이와 집에서 보내면서 아이에게 스스로 해낼 기회들이 생기니까 더 좋아지는 경우도 봤습니다. 아이의 능력을 발현시키고 좋게 하는 것은 치료실에서만이 아니란걸 지금은 알게 되었습니다.

얼마나 치료해야 할까?

저역시 아직도 고민되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이부분은 각자의 가정 안에서 결정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가족들이 희생한다고 비싼 치료를 많이 한다고 우리아이들이 다치지 않은 상태로 돌이킬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그러면 그럴수록 가족은 와해되고 재정적 자원과 심리적 에너지는 점점 고갈됩니다. 저도 이러한 위기가 있었습니다. 결국 우리 아이는 낫지도 못하고 가족과 자원 모두를 잃게 되고 우리아이들은 불행해 질겁니다.

다시 그 때로 돌아간다면

아이를 낫게 할 방법이 아닌 아이와 함께 살아갈 삶을 고민 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그리고 아이의 치료와 교육 만이 아니라 먼저 나 스스로를 살피며 돌보는 시간을 갖고 배우자를 위한 시간과 배려도 하면서 비장애 형제가 있다면 그 아이들을 위한 시간과 자원도 함께 고려해야 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멀리 보고 그 안에서 우리 아이의 일상을 생각해보고 얼마나 어떻게 할 지를 고민하면 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적어도 치료를 위한 일상을 사는 것은 막을 수 있지 않을까요?

                                 2021년 여름. 지민이가 태어난지 10년이 넘어서야 첫 여름 바다를 보러 간 여행

아이와 나의 일상을 찾고 싶다

저는 아이의 영유아 시기에 아이에게 일상을 주지 못했습니다. 많이 아프기도 했지만 아이의 치료가 목표가 되었고 치료를 무리하게 짜서 시간이 없었고 지쳐버린 저는 아이와 일상을 보내지 못했습니다. 아이와의 삶을 위해 치료를 하려고 했던것인데 말이죠. 지금에 와서 그것이 가장 후회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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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장애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글 : 김지영

엄마가 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준비가 필요하다. 열 달의 임신기간 동안 아이에게 필요한 물건을 사두고 육아서를 읽으며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한 마음의 준비도 한다. 하지만 태어난 아이에게 장애가 생긴다면, 그 장애가 선천적이든 후천적이든 이야기가 달라진다. 누구도 장애아이의 엄마가 될 준비를 하진 않으니까. 아이에게 장애가 생겼고, 나는 모든 면에서 아무 준비도 없이 벌거벗은 상태로 엄마가 되었다.

아이의 생존에만 매달리는 삶

뇌병변 장애인인 나의 아이는 재태주수 32주 5일 870g의 초극소 저체중으로 태어났다. 생후 1개월 무렵 괴사성장염으로 소장 일부와 대장의 대부분을 절제하는 큰 수술을 받았는데 이때 혈압이 많이 떨어져 저산소성 뇌 손상을 입었다. 머리든 몸이든 둘 중 하나라도 성하면 좋으련만, 장이 짧으니 소화 흡수가 어려워 밤낮으로 먹여야 했고 묽은 변을 수시로 지려서 엉덩이가 성할 날이 없었다.
어쩌다 콧줄이 빠지면 자지러지게 우는 아이를 달래가며 콧구멍을 통해 위까지 비위관을 집어넣었고 외출 중에 배변 봉투가 터지면 변이 흐를세라 땀을 뻘뻘 흘리며 교체했다. 일이 터질 때마다 병원에 갈 수는 없으니 퇴원할 때 교육을 받았지만, 일종의 의료 행위이므로 익숙해질 때까지는 나의 실수로 애가 잘못될까 봐 불안에 떨어야 했다. 그러한 생활에 적응할 만해지면 아이의 컨디션에 문제가 생기거나 추가적인 수술을 받거나 경련 때문에 수시로 병원에 입원했다.
외과, 신경과, 이비인후과 등 대학병원에서 열 군데가 넘는 과목의 외래 진료를 주기적으로 다녔는데 이 와중에 재활치료도 받아야 했다. 뇌 손상의 범위와 정도가 심각해서 재활이 시급했으나 적극적으로 치료를 알아보고 다닐 여력도 없었고 기관마다 대기가 있어서 바로 치료가 가능한 것도 아니었다. 경제적 부담 때문에 기관의 지원을 받으려 하면 준비해야 하는 서류도 많고 절차도 복잡했다. 장애가 있는 아이의 생존을 위한 기본적인 케어만 해도 벅찬 상태에서 비장애인인 쌍둥이 형제의 돌봄 문제까지 겹쳤다. 아무도 어떻게 하면 되는지 알려주지 않았다. 한 사람이 짊어지기에는 너무나 과다한 책임과 의무. 나에게 심리적인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

피할 수 없는 마음의 병

아이에게 장애가 생기면 삶에 가장 큰 변화를 겪는 건 엄마다. 가정적인 나의 남편은 집안일을 많이 도와주었지만 변함없이 회사를 다닌 반면 나는 직장을 그만두고 하루 종일 아이에게 매달렸다. 나는 일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출산 직전까지 회사에 다녔고 취미생활도 일만큼이나 열정적으로 했다. 그런 내가 예전의 나로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생각을 할 때마다 살아온 30여 년의 삶을 뿌리째 부정당하는 느낌이 들었다. 미래나 꿈같은 걸 상상하는 건 사치였다. 오로지 하루하루를 별 탈 없이 살아내는 것만이 목표였다.
그렇게 살면서도 한편으로는 현실에 대해서 실감이 안 났다. 내 아이가 장애인이라고? 아이가 2살이 될 때까지는 밤마다 가슴을 치다가 쥐어뜯다가 했다. 억울해. 저렇게까지 될 아이는 아니었는데. 의료진을 한없이 원망하다가 내가 임신 기간 동안 뭔가 잘못했나 기억을 되짚으며 죄책감에 시달리기도 했다. 극단적인 생각이 불쑥 찾아올 때도 있었다.
아이가 장애 진단을 받은 후 부모의 심리적 반응은 보통 5단계로 그려진다고 한다. 충격과 현실 부정, 의료진이나 아이에 대한 분노와 죄책감, 타협, 무기력, 그리고 수용. 나의 경우 이 과정이 2년에 걸쳐 두 번 반복되었다. 현실을 받아들인 후에도 일상에서 기쁨을 잃거나 무력감과 우울감을 만성적으로 느낄 수 있다. 글을 통해 장애 부모의 심리 변화를 알고 나서는 나 자신을 객관화하고 심리적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다. 아, 이런 시기가 오겠구나. 내가 지금 그 긴 터널을 지나고 있구나. 출산 후 3년이 되어서야 나는 심리 상담을 받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하게 살아보자

장애아이를 둔 엄마라면 심리 상담을 적극 권하고 싶다. 상담을 받으며 나의 마음은 예전보다 건강해졌다. 가장 좋은 점은 잃어버렸던 나를 조금씩 찾아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아이만 보며 달려왔던 이전에 비해 좀 더 넓게 보며 상황을 판단을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아이에게 모든 것을 걸면 삶이 힘들어진다. 그렇게 우리 부부는 ‘아이'보다 ‘우리 가족'이 행복할 수 있는 삶을 살기로 했다.
어떤 엄마가 보기에 나는 불량 엄마다. 만 4살이 된 지금까지 목도 못 가누는 아이에게 걷거나 말하는 것을 기대하지 않는다. 아이의 재활치료에 나의 시간을 모두 할애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여전히 병원 일정도 많고 기저귀 교체, 피딩과 석션 등으로 통잠을 자지 못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일도 조금씩 하고 운동도 꾸준히 다닌다.
아이에게 장애가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하게 사는 법을 터득하는 데 4년이 걸렸다. 그것은 아주 작은 실천과 큰 용기가 필요했다. 물론 가족과 주변의 도움도 필요하다. 엄마, 아빠의 인생을 지키려면 장애 자녀 부모 심리지원, 장애 아이 돌봄 등 국가에서 제공하는 복지 제도나 기관의 지원을 잘 알아보고 적극 활용해야 한다. 환경을 바꿀 수 없다면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수밖에 없다는 건 누구에게나 똑같이 적용된다. 경중의 차이는 있겠지만 아무 사정 없이 사는 가족은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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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 가족이 이야기하는 가족중심 통합적 지원의 필요성

글 : 김지영

이제하(만 3세, 뇌병변 중증장애)의 엄마
32주 5일 이른둥이 / 체중 800g / 쌍생아

1. 들어가는 말

장애 당사자는 기본적인 일상생활에도 현저한 제약을 받으며, 전 생애에 걸쳐 재활과 치료, 전문적인 돌 봄이 필요하다. 장애인의 가족 또한 거기에 매달리느라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국가적 지원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2. 장애 진단 후 가족의 모습

우리가 부딪히는 실질적인 문제를 이야기하기에 앞서, 주양육자인 엄마의 심리 문제를 언급해야할 것 같다.
본인은 출산 직전까지 일을 했던 평범한 직장인이었으나 어느날 아픈 아이를 낳고 완전히 다른 삶을 살게 되었다. 아이가 장애 진단을 받은 후 보통 장애 부모의 심리적 반응은 [충격과 현실 부정 ▶ 의료진, 아이에 대한 분노와 죄책감 ▶ 타협 ▶ 무기력 ▶ 수용]의 다섯 단계를 거친다. (본인은 이 싸이클을 2년에 걸쳐 두 번 반복했다.) 수용의 단계에 이른 후에도 일상생활의 기쁨 상실, 미래에 대한 좌절감, 무력감과 우울감, 사회적 거부 등을 만성적으로 느끼기도 한다. 부모는 출산 초기에 과다한 책임과 의무, 경제적 부담, 특히 해결되지 않는 심리적 문제로 아동을 바르게 이해하지 못해 조기에 적절한 조처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나의 경우 반년 이상은 아이가 먹고 자고 싸는 것과 관련한 기본적인 케어만 가능했고 재활은 생각조차 못했다.)
아이의 건강, 발달 상태와 현실적인 상황에 따라 새로운 문제는 계속해서 생기며 장애 아동에 대한 적응 과정은 부모의 전 생애를 통해 계속된다. 이는 가족 붕괴로 이어지기도 한다.

3. 장애 가족이 부딪히는 실질적인 문제

장애 등록만 하면 모든 것이 자동으로 신청되는 줄 알았으나, 놀랍게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1) 정보 부족

모든 것을(가장 기본적인 혜택이라 생각되는 공공요금 할인조차) 다 알아서 신청해야 한다. '장애 지원'이라는 이름이 붙은 기관의 수는 많으나 장애의 종류에 상관없이 실질적으로 통합 케어 되는 기관이 없으며, 기관에서도 모르는 정보가 많아 부모가 발로 뛰어야 한다. 그러다보면 혜택이 있어도 시기를 놓쳐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치매국가책임제와 비교한다면? 치매국가책임제 도입 후 [1단계 지역 치매안심센터에서 선별검사 >> 2단계 같은 센터에서 진단검사 >> 3단계 센터와 연계된 병원에서 감별검사 >> 4단계 다시 지역 치매안심센터 및 지역 치매센터와 연 계]되어 알츠하이머, 혈관성 등 종류에 상관없이 치매 환자 당사자는 물론 보호자 케어까지 한번에 처리 되고 있다. 별도 신청 없이 주기적으로 상담사가 전화로 보호자의 심리 상태를 확인하기도 한다. 치매 노모를 모시고 있는 상황이라 극명하게 비교할 수 있었던 부분.
단적으로 말하면 치매는 점점 나빠 지는 질병, 장애는 케어가 뒷받침되면 나아질 수 있는데도 국가적 케어가 오히려 치매보다 못한 듯하다.

2) 경제적 지원 부족

주변인들은 장애인과 그 가족이 나라로부터 굉장한 지원을 받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재활치료비 지원은 교육청 바우처(월 16만 원, 자부담 있음, 어린이집 입소 시 사용 불가), 발달재활바우처(월 14만 원, 자부 담 있음, 제하는 관내에 사용 가능한 치료기관이 없어 전혀 이용하지 못함) 두 가지 뿐이다. 재활이 필요한 아이들은 보통 물리, 작업 등 매일 2회 이상의 치료를 받으며 비용은 회당 2만~10만 원 선이다. 장애 아동은 재활 외에도 매년 5,000~1억 원이 넘는 의료비(대학병원 외래, 수술입원비, 의료소 모품 등)가 발생한다. 까다로운 조건으로 태아보험을 들지 못해 의료보험 없는 경우가 많아 막대한 의료 비를 오롯이 부담해야 한다. 그러나 부모는 장애아 양육으로 경제활동에 제한이 있다. 현재 제하는 장애 가 아닌 조산아 의료비 혜택이 훨씬 크다. (만 5세까지 의료비 본인 부담 5%)

4) 가족 지원 부족

장애인 부모 무료 심리상담은 발달장애인 부모 상담 지원사업이 유일하다. 또한 부모는 일을 할 수 있어도 돌봄 인력이 부족하거나 소득에 따른 이용 제한이 있어 이용하지 못한 다. (장애아동돌봄의 경우 연 840시간, 평일에 한해 매일 이용할 경우 하루 약 3시간 이용 가능) 장애 아동은 병원 입퇴원을 반복하는 경우가 많다. 다자녀의 경우 비장애 형제는 방치된다. 거꾸로 부모 는 비장애 형제 때문에 장애 아이의 입원 재활 포기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4. 맺는 말

장애 유형과 관계없이 장애 당사자와 가족을 위한 정보를 통합 제공할 단일화된 창구, 치매국가책임제나 해외의 사례와 같이 관에서 주도하는 통합 서비스가 우리 나라에도 도입되어야 한다. 아이의 발달뿐 아니라 가족 역량도 강화할 수 있는 가족 중심 조기개입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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