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느리고 다르지만 더 사랑스러운 우리 아이

글 : 주안이 아빠 김건우

우리 주안이를 소개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만15개월, 교정 11개월 이른둥이 아빠입니다.
우리 주안이는 23년 2월 16일. 25주 0일 720g으로 태어나 왼쪽뇌실내출혈 4기로 인한 션트수술, 미숙아망막증으로 인한 레이저수술, 탈장으로 인한 탈장수술을 받고 신생아중환자실에서 126일간 입원 후 퇴원하였습니다. 이로 인해 교정 나이로도 11개월이지만 이제 배밀이를 시작하고 재활평가에서도 발달이 3~4개월 느리고 왼쪽 뇌손상 때문인지 오른손을 계속 주먹을 쥐고 사용도 많이 제한적입니다.
지금도 주6회 재활병원, 사설발달센터, 특수교육 순회교육을 주기적으로 받고 수술에 대한 팔로우업으로 인해 서울과 대구에도 병원을 다니고 있습니다.

아이에 대한 신뢰와 사랑이 중요해요

현재 우리 아이에 대한 상황과 배경을 설명 드린 이유는 이 시간 동안 우리도 엄청 힘들고 낯설고 어려웠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발달지연과 느림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점이 가끔 무섭기도 두렵기도 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러한 현실을 받아들이고 어떻게, 그리고 얼마나 강한 아이에 대한 신뢰와 사랑을 주냐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깨달았습니다.
보통 아이들과 비교하고 나만 왜 이럴까, 왜 이런일이 우리에게 일어났나 하는 후회와 자책은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제가 느껴보고 그러한 부정적인 생각을 해보니 그렇더라구요.
그런 생각을 하는 시간에 오히려 더욱 아이와 눈맞춤을 하고 안아주고 사랑한다고 말하고 나니 하루하루가 더 감사하고 행복해졌습니다..
그리고 아이는 우리가 걱정하는 것보다, 일반적인 상식과 병리학적인 지식으로도 설명할 수 없을 만큼 강하고 씩씩해요.

내 인생의 Hero

우리 주안이가 처음 태어났을 때 의사선생님이 저에게 처음 한 이야기가 25주 0일에 태어난 아이의 생존확률은 50%이고 그 말은 50% 죽을 수도 있다는 상황이고 일주일이 제일 고비라고 한 말이었습니다.
흘러내리는 눈물을 겨우 참고 병실에 누워있는 주안이 엄마, 혼자 사투를 벌이는 우리 주안이를 위해 저는 처음으로 저희 가족을 살려달라고 기도하였고 출생신고도 살꺼라는 믿음으로 신청하였습니다.
아이는 그렇게 126일간 3번의 수술과 여러 가지 약물투여, 호흡기 탈착 등을 혼자 견디며 이겨냈습니다. 그래서 저는 우리 아들을 제 인생의 Hero라고 불러요!

오늘도 이겨내고 성장하고

2023년이 제 인생의 가장 슬프고 힘든 시기였다면 2023년 6월부터 현재까지는 제 인생의 가장 행복하고 즐거운 시절이라 감히 단언 할 수 있습니다. 더 이상 걱정과 불안은 제 마음속에 거의 사라지고 하루하루 아이가 느리지만 커가는 모습을 보며 말로 형언 할 수 없는 사랑과 행복을 느끼고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아이의 성장과 발달은 다르고 미래를 예단하고 미리 발견할 수도 없습니다.
물론 아이가 오른손을 잘 사용하지 못하는 모습과 매번 병원에 가서 진료받고 검사하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아프고 목이 메어지는건 사실입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하나하나씩 진료과를 졸업하고 우리가 걱정했던 모습들을 이겨내는 아들의 모습을 보며 저 또한 성장하고 배우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오늘도 힘이되는 공감과 따뜻한 격려

이와 별개로, 우리 사회는 일반적으로 저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발달장애와 성장지연 아이들을 위한 체계와 지원이 잘 되어 있다는 사실에 또 한번 감사함을 느낍니다.
저희 아들도 지자체 발달바우처 및 특수교육 짱짱카드를 지원받아 재활병원 및 사설발달센터를 다니면서 사용하고 있고 외래비경감 5%로 인해 일반 외래 병원비 (검사비, 수술비는 제외)는 5%만 지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교정돌인 올해 6월이 되면 중증장애인 평가를 통해 장애인증명서도 발급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장애인이라는 사실이나 일반적인 사람들의 경시나 무시, 또는 부정적인 편견을 생각하기 보다는 아이를 태우기 편한 장애인 주차구역이나 아이가 앞으로 놀이공원이나 구경하고 싶은 관광장소에 할인도 받을 수 있겠다며 오히려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지원과 혜택들이 많기에 경제적인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고 아이의 재활과 치료에 전념할 수 있다는 점도 현실적으로 중요한 부분이었습니다.
또한, 우리나라에 유명한 포털사이트의 이른둥이카페와 발달장애카페를 가입하여 저와 유사한 상황에 놓여있는 부모님들과 정보공유도 하고 물품 나눔도 함으로 이웃의 따뜻한 정도 느끼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러한 감정들에 대해 가족구성원들보다 더 공감해주고 따뜻한 격려의 말을 들으면 힘이 나기도 합니다.
이처럼 저희 주위에는 걱정과 달리 많은 면에서 인적, 물적 지원과 나눔이 있기에 절대 외롭거나 혼자서 감내할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기억하세요! 확실한 정보, 출처가 분명한 치료법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인터넷검색이나 카페글들을 통해 확실하지 않은 정보나 출처가 불분명한 치료방법이나 판단은 절대 금물이니 담당 의사선생님과 재활병원 물리치료사분들과 상의하시길 권유 드립니다.
영아발달의 어려움을 겪는 부모님들과 가족분들의 상황과 처지는 모두 다르지만 제가 느끼는 긍정적이고 행복한 마음을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누군가 이 글을 읽고 조금이나마 공감되고 격려가 되고 아이와 함께 한걸음 한걸음 걸어가는데 지치지 않는 힘이 되었으면 합니다.
우리 모두 생각과 감정과 아이의 상태는 다르지만 아이를 얼마나 사랑하고 아끼고 지켜주고 싶은 마음은 같다고 확신합니다.
우리 모두 오늘 하루, 지금 당장 아이와 눈맞춤을 하고 꼬옥 안아주고, 사랑한다는 말을, 혹시나 사랑한다고 대답을 할 수 있는 아이라면, 더욱 더 서로 사랑하고 칭찬해주고 이 순간을 감사히 즐기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발달장애나 지체라는 말보다는 저는 그냥 느리고 조금 다르다는 말을 좋아하는데요, 우리 조금 느리고 다른 아이를 키우는 모든 부모님들과 가족분들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게 아이와 함께 성장하길 기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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