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VI아동에게 상황을 설명해주기

글 : 윤승아

시각에 어려움이 있는 사람은 시각으로 상황을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자신이 잘 모르는 새로운 환경이나 소음이 많고 사람들의 움직임과 이동이 많은 시끄러운 장소에 아무 상황설명 없이 있게 되면 두렵고 불안도가 심해집니다.
상상해 보십시오. 익숙한 집에서 익숙한 사람들과 편안하게 있다가 제 눈을 가리고 갑자기 낮선 장소에서 낮선사람들에게 둘러쌓이게 된다면, 심지어 그사람들이 나를 막 만지고 어떨땐 아프게도 하고 뭔가를 하라고 시킵니다. 또 아무도 이 상황을 설명해 주지 않고 언제 끝날지 모른다면 얼마나 불안할까요?
저는 제가 사랑하는 아이를 매번 이런 상황에 던져 놓았습니다.
대기하는 시간을 최소한으로 짜서 도착하면 바로 아이를 치료실로 보내고 끝나면 바로 다른 치료를 갑니다. 전문가에게 많이 받아야 좋아진다고 생각했고 그럴수록 더 무리를 하게 되었습니다. 상황을 설명하고 아이가 준비되도록 기다릴 시간따위는 없었어요.
병원 진료나 검사할때도 간단한 진찰에도 저항하면 기다리는 다른 환자들과 보호자, 의료진의 시선이 내아이보다 더 신경이 쓰였습니다. 마냥 기다릴 수 도 없기때문에 아이가 두려워서 저항하기 전에 빨리 끝내는게 모두에게 좋다고 생각되어 아이를 제압하여 빨리 끝내는 쪽을 택했어요.
살면서 단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내 아이가 장애인으로 사는 이 상황에서 저는 혹시나 하는 희망으로 누구보다 열심히 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면 아이는 두려움이 공포로 강화되고 트라우마로 남게 되는것 같습니다.
머리가 자라도 핀도 꽂을 수 없어 바가지 머리로 살아야했고 헤어커트용 가운이나 요리실습용 앞치마, 치료를 위한 수트의 착용도 어려웠습니다. 반면에 옷(가디건이나 외투)은 입힐때 그러지는 않았습니다.
그때는 그 차이에 대한 이유를 몰랐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아이 입장에서 갑작스럽게 시도한다던지 자신에게 뭔가를 하려는 의도가 강하게 느껴진다던지 하면 두려움과 공포가 몰려왔던것 같습니다. 그럴때는 정말 누군가 자기를 끌고가 죽이려는 상황처럼 저항을 합니다.
지민이가 유아기가 되자 심해졌고 오히려 부메랑처럼 치료에 방해가 되는 순간이 왔습니다.
더 사소하고 작은 터치에도 과한 저항을 했습니다. 물리치료시 자세를 잡아주려 하거나 치료를 보조해주는 바디슈트의 착용이나 보행훈련시 벨트를 착용하는 것을 거부했습니다. 보조기 신기는 것도 배로 시간이 들었고 걷는 순간에도 그걸 벗겨달라고 저항하는라 치료시간을 허비해게 되었습니다. 승마치료는 시도조차 못해봤습니다.
일상에서는 병원에가는 것은 물론이고 졸업가운을 입는다던가 머리를 묶는다던지 머리를 자른다던지 놀이기구를 타가위해 안전벨트를 착용하는것이 어려웠습니다. 회전목마를 한번 태우려다 돌아가는 회전목마를 결국 세운적도 있지요.TT
그때는 아이가 유난스럽고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막연하게 발달장애의 문제라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저의 조급함으로 아이에게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배려와 시간을 주지 않아서였다는걸 10년이 지난 후에 깨닫게 되었어요.
더군다나 시각에 어려움이 있다면 더더욱 많은 설명을 해줘야 한다는것을 작년에 시각특수학교에 와서 시각장애부모님들로 부터 알게 되었어요.
사전에 상황을 설명하고 준비할 시간을 주고 이 활동이 너를 해치는것이 아니라 도와주는 거고 대수롭지 않은 거라는걸 알려주는 노력을 한 후로는 조금씩 못하던 것들을 할 수 있게 되었어요.
지금도 충분하지 않고(이건 제 급한 성격의 문제. . ) 어떤 상황에선(병원검사) 다시 강압적인 방법을 쓰기도 하지만 설명하는 것은 계속 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조금씩 안되던 것들이 가능하게 되었어요.
아이가 어린 부모일 수록 챙길것이 많아 시간적으로도 촉박하고 아이를 호전시키겠다는 마음으로 더욱 심리적으로 조급해지며 아이와 나를 바라보는 타인의 시선에 많이 불편한 상황이기 때문에 의식하고 하려고 해도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잠깐이라도 조용한 장소에서 아이가 이해하지 못할거라 생각 하지 말고 아이에게 설명하고 준비할 수 있는 시간과 사인을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특히 아이가 시각장애(안구, CVI)가 있다면 더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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