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놀아주기? 가르쳐주기?

글 : 윤승아

놀 시간이 부족해요

요즘 아이들은 하는 게 너무 많아서 놀 시간이 정말 부족하죠?
중도중복 장애를 가지고 있는 아이들은 해야 할 것을 정리하다 보면 그걸 다 정리하기가 버거울 정도로 해야 할 것이 많고, 그러다보니 놀 시간은 엄두도 내지 못합니다.
아기때부터 오랜 시간 치료를 데리고 다니다 보면 치료를 해주는 전문가로 부터 많은 재활 정보와 아이에 대해 알게됩니다.
느린 제 아이를 바라볼때 저는 항상 주로 부족한 점이 보였고 재활 치료와 아픈 아이를 캐어하는라 아이와 온전히 노는 시간을 갖기가 물리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쉽지 않았어요.

놀이가 아닌 놀이

아이가 어릴 때 잠시 시간이 생겨서 놀아주게 되어도 조바심 난 저는 부족한 점이 보이고 어설픈 지식으로 아이를 치료(?)하기 시작합니다. 아이의 부족한 부분을 가르쳐 준다는 명분으로 지적하게 되고 격려한다는 명분으로 강요했어요. 대부분 즐겁게 시작한 놀이가 놀이가 아니게 되었어요.
아기 때는 따라오는 것처럼 보이지만 유아기에 들어서며 '자기 주장'이 생기고 나서는 점점 저항하기 시작했어요. 아이는 제가 사소한 제안을 하더라도 거부하고 저항하기 시작했어요. 혼자 하고 싶어하고 잘 하고 싶어하는 마음이 커질수록 작은 실패에도 지나치게 좌절하고 분노했어요.
어떤 때는 바지를 갈아 입히려고 바지를 내려주려 해도 폭발하고, 뭔가 새로운 시도는 한 번 하고 “한 번 더 해볼까"라는 말에 폭발했어요.
치료나 수업에도 영향을 주어 작은 실패나 지적에도 폭발해서 진정하는 데 시간을 많이 걸렸어요. 그때는 아이의 시각적 어려움을 몰랐고, 부모와 치료사의 생각에는 적절한 과제가 아이에게는 수행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더 많은 실패를 경험하게 되었을 것 같아요.

진짜 놀이가 필요해

그리고 두 번째는 이전 글에서도 썼지만 시각적 어려움이 있는 아이는 상황을 설명해주고 어떤 도움을 줄 지를 알려준 후, 아이가 상황을 인식한 후에 신체적 지원을 해야 하는데 이 과정 없이 신체적 촉진을 하다보니 놀라고 불안함이 반복되었던 이유도 있습니다.
하지만 항상 부족하다고 계속 말이나 몸짓으로 표현하는 것을 아이가 계속 받고 자랐다면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 수도 있는데 그땐 제가 몰랐습니다.
어떤 특수교사가 얘기해 주셨는데 아이들은 놀면서 스스로 아는 것을 활용하고 자기 것으로 만들어간다고 해요. 그래서 반드시 목적 없이 노는 시간이 필요하다구요.
또 항상 정상발달을 의식해서 그 부족을 채우고 따라가기 바쁜 저에게 “제 아이는 다른 아이들과는 너무도 다른 제 아이만의 발달과정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어느 특수교육 박사님의 말씀도 지금에야 조금씩 알것 같습니다.

못하는 것보다 이미 할 수 있는 잘 하는 것을 바라보기

유치원 무렵 치료전 상담을 하면서 아이가 잘 하는게 뭐냐는 질문에 충격 받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아이의 부족한 점은 10개고 20개고 말할 수 있는데 잘하는 건 그 순간 한 개도 바로 떠오르지가 않았습니다.
어려움이 많은 아이라고 해서 어떻게 잘 하는게 없겠습니까? 제가 아이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알게 되었고 그런 취급을 받은 아이가 안쓰럽고 미안했습니다.
지금도 안그래야지 하면서 팔꿈치를 붙이고 숟가락질을 하는 아이를 보면 저도 모르게 팔꿈치를 손으로 살짝 들어줍니다. 자꾸 하지 말아야 할 것, 해야 할 것에 대한 잔소리를 하게 되구요.
아이는 똑같은 지시나 지적도 다른사람이 하면 수용하면서 제가 하면 더 짜증내고 화를 냅니다.
아마 어릴 때 가르치려고 하기보다는 충분히 놀아주고 진심 어린 칭찬과 격려의 시간을 가졌다면 지금 제가 손으로 도와주는 행동에 대해 거부감이 이렇게 크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잘 하고계신 부모님들도 계시지만 저처럼 성격급하고 맘이 급한 어머님들은 잠시 숨 한번 고르고 아이를 다른 눈으로 바라봐 보세요. 너무도 잘 하고 빛나는 아이가 있습니다.
뭔가 하나 더 가르치기보다 아이와 놀면서 즐거움으로 쌓은 신뢰감에 대한 정서가 이후 성장 하면서 힘든 과제나 더 어려운 것들도 할 수 있는 큰 힘이 된다는 것을 그때는 몰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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