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가족이 이야기하는 가족중심 통합적 지원의 필요성

글 : 김지영

이제하(만 3세, 뇌병변 중증장애)의 엄마
32주 5일 이른둥이 / 체중 800g / 쌍생아

1. 들어가는 말

장애 당사자는 기본적인 일상생활에도 현저한 제약을 받으며, 전 생애에 걸쳐 재활과 치료, 전문적인 돌 봄이 필요하다. 장애인의 가족 또한 거기에 매달리느라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국가적 지원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2. 장애 진단 후 가족의 모습

우리가 부딪히는 실질적인 문제를 이야기하기에 앞서, 주양육자인 엄마의 심리 문제를 언급해야할 것 같다.
본인은 출산 직전까지 일을 했던 평범한 직장인이었으나 어느날 아픈 아이를 낳고 완전히 다른 삶을 살게 되었다. 아이가 장애 진단을 받은 후 보통 장애 부모의 심리적 반응은 [충격과 현실 부정 ▶ 의료진, 아이에 대한 분노와 죄책감 ▶ 타협 ▶ 무기력 ▶ 수용]의 다섯 단계를 거친다. (본인은 이 싸이클을 2년에 걸쳐 두 번 반복했다.) 수용의 단계에 이른 후에도 일상생활의 기쁨 상실, 미래에 대한 좌절감, 무력감과 우울감, 사회적 거부 등을 만성적으로 느끼기도 한다. 부모는 출산 초기에 과다한 책임과 의무, 경제적 부담, 특히 해결되지 않는 심리적 문제로 아동을 바르게 이해하지 못해 조기에 적절한 조처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나의 경우 반년 이상은 아이가 먹고 자고 싸는 것과 관련한 기본적인 케어만 가능했고 재활은 생각조차 못했다.)
아이의 건강, 발달 상태와 현실적인 상황에 따라 새로운 문제는 계속해서 생기며 장애 아동에 대한 적응 과정은 부모의 전 생애를 통해 계속된다. 이는 가족 붕괴로 이어지기도 한다.

3. 장애 가족이 부딪히는 실질적인 문제

장애 등록만 하면 모든 것이 자동으로 신청되는 줄 알았으나, 놀랍게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1) 정보 부족

모든 것을(가장 기본적인 혜택이라 생각되는 공공요금 할인조차) 다 알아서 신청해야 한다. '장애 지원'이라는 이름이 붙은 기관의 수는 많으나 장애의 종류에 상관없이 실질적으로 통합 케어 되는 기관이 없으며, 기관에서도 모르는 정보가 많아 부모가 발로 뛰어야 한다. 그러다보면 혜택이 있어도 시기를 놓쳐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치매국가책임제와 비교한다면? 치매국가책임제 도입 후 [1단계 지역 치매안심센터에서 선별검사 >> 2단계 같은 센터에서 진단검사 >> 3단계 센터와 연계된 병원에서 감별검사 >> 4단계 다시 지역 치매안심센터 및 지역 치매센터와 연 계]되어 알츠하이머, 혈관성 등 종류에 상관없이 치매 환자 당사자는 물론 보호자 케어까지 한번에 처리 되고 있다. 별도 신청 없이 주기적으로 상담사가 전화로 보호자의 심리 상태를 확인하기도 한다. 치매 노모를 모시고 있는 상황이라 극명하게 비교할 수 있었던 부분.
단적으로 말하면 치매는 점점 나빠 지는 질병, 장애는 케어가 뒷받침되면 나아질 수 있는데도 국가적 케어가 오히려 치매보다 못한 듯하다.

2) 경제적 지원 부족

주변인들은 장애인과 그 가족이 나라로부터 굉장한 지원을 받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재활치료비 지원은 교육청 바우처(월 16만 원, 자부담 있음, 어린이집 입소 시 사용 불가), 발달재활바우처(월 14만 원, 자부 담 있음, 제하는 관내에 사용 가능한 치료기관이 없어 전혀 이용하지 못함) 두 가지 뿐이다. 재활이 필요한 아이들은 보통 물리, 작업 등 매일 2회 이상의 치료를 받으며 비용은 회당 2만~10만 원 선이다. 장애 아동은 재활 외에도 매년 5,000~1억 원이 넘는 의료비(대학병원 외래, 수술입원비, 의료소 모품 등)가 발생한다. 까다로운 조건으로 태아보험을 들지 못해 의료보험 없는 경우가 많아 막대한 의료 비를 오롯이 부담해야 한다. 그러나 부모는 장애아 양육으로 경제활동에 제한이 있다. 현재 제하는 장애 가 아닌 조산아 의료비 혜택이 훨씬 크다. (만 5세까지 의료비 본인 부담 5%)

4) 가족 지원 부족

장애인 부모 무료 심리상담은 발달장애인 부모 상담 지원사업이 유일하다. 또한 부모는 일을 할 수 있어도 돌봄 인력이 부족하거나 소득에 따른 이용 제한이 있어 이용하지 못한 다. (장애아동돌봄의 경우 연 840시간, 평일에 한해 매일 이용할 경우 하루 약 3시간 이용 가능) 장애 아동은 병원 입퇴원을 반복하는 경우가 많다. 다자녀의 경우 비장애 형제는 방치된다. 거꾸로 부모 는 비장애 형제 때문에 장애 아이의 입원 재활 포기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4. 맺는 말

장애 유형과 관계없이 장애 당사자와 가족을 위한 정보를 통합 제공할 단일화된 창구, 치매국가책임제나 해외의 사례와 같이 관에서 주도하는 통합 서비스가 우리 나라에도 도입되어야 한다. 아이의 발달뿐 아니라 가족 역량도 강화할 수 있는 가족 중심 조기개입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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