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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아발달 평가와 IFSP가 그리는 조기개입의 로드맵

글 : 조성연 (청각장애인생애지원센터 대표, 언어재활사)

조기개입의 중요성을 절감하며 서초구립 한우리정보문화센터에서
가족중심 조기개입의 기본을 다졌던 2017년으로부터 9년이 흘렀습니다.
현장에서 수많은 난청 영유아 가정을 만나며 쌓아온 고민을 안고
다시 마주한 사단법인 한국영아발달조기개입협회의
영아발달 평가 및 IFSP 작성 심화 과정은
전문가의 관점을 치료에서 삶의 설계로 확장시키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아이의 오늘을 데이터로 읽다

심화 과정에서 가장 집중했던 부분은 아동의 현행 수준을 다각도에서 분석하는 역량이었습니다. 단순히 발달이 늦다는 추상적인 판단을 넘어 대근육, 소근육, 의사소통(수용·표현), 인지, 사회성, 자조기술을 영역별로 평가하는 과정입니다. 가정방문을 통해 아이가 가장 편안한 일상 환경에서 수행되는 이 평가는 아이의 생활연령, 교정연령, 듣기연령과 대비되는 영역별 발달연령을 명확히 도출해냅니다. 특히 의사소통 영역에서 수용언어와 표현언어를 세분화하여 분석하는 것은 난청 영아가 현재 어느 정도의 언어 자극을 소화하고 있는지 파악하는 핵심 지표가 됩니다. 이는 전문가의 주관적 견해가 아닌 객관적 데이터에 기반해 가족과 함께 다음 단계의 목표를 설정하는 근거가 됩니다.

재활 팀의 리더인 부모를 위한 전략적 로드맵

이번 과정의 핵심인 개별화가족서비스계획(IFSP)은 단순한 계획이 아닌 한 가족의 자원과 욕구를 결합한 성장 지도입니다. 저는 리더십을 조기 개입에 접목하여 주양육자를 서비스의 수혜자가 아닌 재활팀의 리더로 정의합니다. IFSP 작성의 고도화는 전문가가 세운 목표를 가족에게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리더인 부모가 아이의 현행 수준을 정확히 확인하고 팀원(가족 및 전문가)들과 공유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있습니다. 부모가 리더로서 팀을 진두지휘하며 일상의 모든 순간, 수유하거나 아이를 돌보는 짧은 시간을 전략적인 언어 자극의 기회로 전환할 때 진정한 의미의 가족 중심 조기 개입이 완성됩니다.

고위험군 사례를 위한 정교한 서비스 코디네이션

심화 과정을 통해 더욱 정교해진 IFSP 수립 역량은 저체중아 및 이른둥이의 경우 홈벤트와 콧줄을 사용하는 의학적 취약 아동들에게 더욱 빛을 발합니다. 이러한 고위험군 사례일수록 유전자 진단 데이터와 ‘1-2-3 골든타임’(1개월 내 진단-2개월 내 보청기 착용-3개월 내 조기개입) 원칙이 IFSP 내에 유기적으로 녹아들어야 합니다. 유전적 정보를 지도로 삼아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진행성 난청이나 인공와우 수술 적기를 예측하고 이를 바탕으로 초개인화된 목표를 설정하는 과정은 재활의 불확실성을 확신으로 바꿉니다.

주체적인 선택이 만드는 미래

영아발달 평가와 IFSP 작성은 결국 난청 영유아 가정이 전문가에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삶을 결정하고 이끌어갈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과정입니다.
영아발달 평가와 IFSP 작성은 단순히 난청 영유아 가정이 전문가에게 의존하도록 하는 과정이 아닙니다.
오히려 부모가 스스로 삶의 방향을 결정하고 아이의 성장을 이끌어 갈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과정입니다. 이번 심화 과정을 통해 익힌 평가 도구 활용과 전략적인 IFSP 수립 역량을 현장에 적극적으로 적용하고자 합니다. 책임감을 바탕으로 전문적인 해결책을 제안하며, 모든 난청 영유아가 자신의 가능성을 충분히 펼치고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가장 든든하고 전문적인 조력자가 되겠습니다.
부모가 아이의 삶을 설계하는 리더로 설 수 있도록, 우리는 오늘도 그 가정의 문을 두드립니다.

2026년 2월에 이루진 전문가 교육 심화과정의 참여 후 경험을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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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은 장난감 창고

글 : 이소영 (서초아이발달센터장, 특수교육학 박사)

아기가 성장해가면서 엄마아빠 마음이 참 바빠지죠? “옆집 아기는 전집을 들였다더라”, “이 교구가 발달에 좋다더라” 하는 소리가 들리면 우리 아이만 뒤처지는 것 같아 얼른 나도 구매해야 할 것 같고, 결제 버튼에 손이 가기도 해요. 그런데 사실, 아기들 눈에는 비싼 장난감보다 엄마 아빠가 매일 쓰는 물건들이 훨씬 흥미로운 ‘신상’이라는 거 알고 계셨나요?

옛날에도 ‘장난감’이라는 개념이 있었을까요? 예전에는 아기들은 뭘 하고 놀았을까요? 그냥 주변에 널린 나뭇잎, 돌멩이를 만지고, 나무 막대기로 흙을 파기도 하고, 집에 있는 바구니나 그릇을 가지고 놀지 않았을까요? 아주 아기 때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저의 어린 시절을 돌이켜 보면 집에 있는 더 이상 안쓰는 사기그릇이나 스테인리스 그릇, 공사장에서 주워온 벽돌을 부수고 풀잎을 뜯어서 소꼽놀이를 했던 기억이 나네요.

아기들은 모두 ‘탐험가’예요

사실 아기들에겐 놀이의 본능이 있어서, 굳이 의도적으로 만든 놀잇감이 없어도 어떻게든 놀 거리를 찾아내곤 하죠. 엄마랑 마주 보고 눈 맞추며 장난치거나, 옷자락의 보들보들한 감촉을 만지작거리는 것조차 아기들에겐 훌륭한 놀이랍니다. 그런데, 예전의 저처럼 아이가 집안을 뒤져서 이것저것 다 꺼내서 가지고 논다면 어떤 느낌이 들까요? 어쩌면 집안이 엉망이 되고 있는 것을 보며 한숨부터 나올 수도 있고요. 멀쩡한 티슈를 줄줄이 뽑아놓거나, 화장품 뚜껑을 열어서 비싼 크림을 이불에 다 발라놓고, 엄마 지갑 속 카드를 다 꺼내서 놀다가 어디다 끼워 놓았는지 찾을 수가 없게 만들고, 밥 먹다 말고 숟가락을 탁자에 탕탕 두드리는 것과 같은 행동들 말이에요. 그런데 이 골치 아픈 행동들이 사실은 발달 검사지에 나오는 ‘중요 문항’들이랑 딱 연결돼요.

“엄마, 나 지금 공부 중이에요!”

티슈 곽이라는 좁은 입구에 손을 넣어 물건을 끄집어내는 건 고도의 집중력과 소근육 조절 능력이 필요해요. 발달 검사에서는 상자 안에 든 물건을 스스로 꺼내거나, 의도적으로 목표 지점에 물건을 놓을 수 있는지를 확인한답니다. 화장품 뚜껑을 돌려서 여는 동작은 손가락 근육이 섬세하게 발달했다는 증거예요. 또 끈적한 크림을 이불이나 몸에 바르는 건 촉각을 통해 사물의 성질을 배우는 ‘감각 탐색’ 과정이죠. 검사지에서는 손가락을 정교하게 움직이는지, 다양한 질감에 반응하는지를 중요하게 봐요. 얇은 카드를 손끝으로 집어내는 건 엄지와 검지 손 끝으로 미세하게 잡기 능력이 완성되어야 가능해요. 게다가 카드를 틈새에 끼워 넣는 행동은 “이 얇은 게 여기에 들어갈까?”라는 호기심을 해결하려는 시도로, 인지 발달 단계 중 하나인 ‘문제 해결 능력’과 연결될 수 있어요. 밥 먹다 말고 숟가락으로 식탁을 탕탕 두드리는 건 단순히 휘두르는 게 아니라 숟가락이라는 도구를 이용해 소리를 내는 것은, “내가 두드리면(원인) 소리가 난다(결과)”라는 인과관계를 완벽히 이해했다는 뜻이에요. 그러니 아기가 ‘사고’를 치고 있을 때 경우에 따라서는 얼른 말려야 하겠지만, 그러면서도 ‘아, 우리 아기가 지금 발달 검사 항목 하나를 스스로 통과하고 있구나’라고 생각해보시면 어떨까요?

아기를 위한 ‘우리 집’을 장난감 창고로 활용하기 팁

비싼 장난감 대신, 지금 바로 눈앞에 보이는 물건으로 이렇게 한번 놀아보세요.
1. 스카프 박스 ● 방법: 다 쓴 티슈 곽에 가제 수건이나 알록달록한 손수건이나 스카프들을 줄줄이 묶어 넣어주세요. ● 효과: 아기가 이걸 끝없이 뽑아내면서 손과 팔의 협응력을 기를 수 있어요. 진짜 티슈를 뽑는 쾌감은 그대로 주면서 정리는 훨씬 편해질 거예요.
2. 주방의 오케스트라, 냄비와 숟가락 ● 방법: 아기 앞에 크기가 다른 냄비나 플라스틱 밀폐 용기를 뒤집어 놓아주세요. 그리고 나무 숟가락 하나를 쥐여줘 보세요. ● 효과: 탕탕 두드리며 재질마다 다른 소리를 탐색하는 건 아기의 청각 발달과 인지 발달에 정말 좋아요.
3. 기저귀 까꿍 놀이 ● 방법: 기저귀를 갈 때, 새 기저귀로 엄마 얼굴을 슬쩍 가렸다가 “까꿍!” 하며 나타나 보세요. 아기 얼굴에 기저귀를 살짝 올렸다가 아기가 스스로 치우게 기다려주는 것도 좋고요. ● 효과: ‘대상 영속성(눈앞에 안 보여도 물건이 사라진 게 아님을 아는 능력)’을 키우는 데 이만한 놀이가 없답니다.
4. 식사 시간의 ‘바사삭’ 탐색 ● 방법: 간식으로 주는 뻥튀기나 아기 과자를 그냥 주지 말고, 아기 앞에서 톡! 부러뜨려 소리를 들려줘 보세요. 아기가 직접 부러뜨려 보게 유도해도 좋고요. ● 효과: 손가락 끝 근육을 발달시키고, 바삭거리는 질감을 느끼며 다양한 사물의 특성을 파악해 가는 시간이 돼요.
엄마를 당황하게 했던 그 '사건'들이 사실은 우리 아기가 스스로 발달 목표를 하나씩 통과하고 있는 대견한 순간들이었다는 걸 생각하면, 거실에 흩어진 티슈나 카드들이 조금은 다르게 보이실 거예요. 사실 놀이는 특별한 장소에 가거나 비싼 장난감이 있어야 하는 거창한 게 아니거든요. 아기가 스스로 선택하고, 몰입하고, 또 하고 싶어서 자꾸만 손을 뻗는다면 그게 바로 세상에서 좋은 ‘최고의 놀이’이자 ‘최고의 공부’가 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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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난 아이』 — 존재하기와 살아가기

그동안 협회에서 주로 다뤄온 조기개입 전문서적과는 조금 다르게 그림책을 소개합니다. 어떤 날은 ‘힘내라’는 말보다, “지금 여기에서 살아내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문장이 필요합니다. 특히 장애를 가진 아이를 키우는 부모님의 시간에는요. 이 그림책은 거창한 위로 대신, ‘존재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살아가기로 선택하는 힘'이 어디에서 오는지 짧고 강렬하게 보여줍니다.

🌌 이야기 한가운데 ‘태어나지 않은 아이’에서 ‘태어난 아이’로

태어나고 싶지 않아서 태어나지 않은 아이가 있었습니다.우주 한가운데 별 사이를 걸어다니던 아이는 지구에 왔습니다.태양의 뜨거움도 아무 상관없었던 아이에게,지구의 사자도 모기도, 마을의 활기와 소란도 아무런 상관이 없었습니다.그랬던 아이는 마침내 태어났습니다.
아이가 한 첫마디는 무엇이었을까요?

 

“엄마!”

 

태어나지 않은 아이를 태어나게 한 힘은,어쩌면 바로 부드럽고 포근한 엄마 냄새였는지도 모릅니다.아이를 꼭 안아주고, 입 맞추는 엄마의 품…

🫶 이 책을 ‘부모님께’ 소개하고 싶은 이유

저는 이 책을 장애를 가진 아이를 키우는 어머니 모임에서 함께 읽고 나눈 적이 있습니다. 같은 책을 읽고도 느낌은 저마다 달랐지만,
이 책이 건네는 ‘존재의 의미’는 충분히 전달되었습니다. 그 날 이후로 저는 이 이야기를, “힘든 하루를 견디는 부모님께 조용히 손을 내미는 책”으로 기억하게 되었습니다.

🌱 조기개입의 언어로 다시 읽어보기

조기개입은 결국, 아이의 발달만이 아니라 아이를 돌보는 가족의 삶을 함께 지지하는 일이라고 믿습니다.
우리가 완벽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오늘도 아이 곁에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 가장 큰 힘이 될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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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너 그리고 우리』 — 가정과 어린이집에서 사회성 기르기

이 책은 영아심리학 전문가 안나 터르도시와 독일의 영유아 전문 물리치료사 아냐 베르너가 함께 쓴 『엠미 피클러 보육학』시리즈 세 번째 책이에요. 영아를 돌보는 어른이라면 꼭 읽어볼 만한, ‘관계의 방향’을 정돈해주는 책으로 추천합니다. 엠미 피클러(Emmi Pikler, 1902-1984)는 헝가리의 소아과 의사예요.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정말 주목할 만한 학자 랍니다! 그녀는 부다페스트에 국립보육원 '로치'를 설립했고, 이곳은 나중에 피클러 연구소가 되었습니다. 이미 1930년대에 아이들의 능동적인 활동과 자율적인 움직임 발달이 개별성 발달에 얼마나 중요한지, 아이들이 자유놀이를 통해 자기 신뢰와 재능, 능력, 인내력을 키워간다는 것을 강조했습니다.

몇 살부터? 어느 기간 동안? 영아전담 어린이집에 아기를 맡기면 아기가 아무런 부정적인 영향을 받지 않고 건강하게 성장해 갈 수 있을까요?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점차 가정 보육보다는 좀 더 어린 시절 기관 보육이 늘고 있습니다. 몇 살부터? 어느 기간 동안? 영아전담 어린이집에 아기를 맡기면 아기가 아무런 부정적인 영향을 받지 않고 건강하게 성장해 갈 수 있을까요? 영유아 교육 전문가는 물론이고 부모님들도 많이 궁금해하실텐데요. 이 책에서 그 답을 함께 찾아볼 수 있답니다. 영아의 발달에서 가장 중요한 건 긍정적인 자기 체험입니다. 이건 아기가 부모님의 사랑을 느끼고 따뜻한 마음과 친근함, 관심을 경험하면서 만들어집니다. 저자들은 그런 순간이 바로 일상의 협력적 돌봄 순간이라고 강조 합니다. 밥 먹이고 재울 때, 기저귀 갈 때… 아기를 안아주고 눕히고 옷 입히거나 벗길 때의 돌봄 손길, 따스한 눈빛, 아기에게 전해지는 부드러운 목소리와 표정을 말합니다. 기저귀를 갈거나 옷을 갈아입힐 때 부모가 아기에게 "자, 이제 기저귀 갈아줄게~" 하고 미리 알려주고 아기가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해준다면, 아기는 긍정적인 사회적 메시지를 받게 됩니다. 일상의 중요함을 간과하고 이러한 시간은 그저 빨리빨리 해치우는 일로 보내고 있지는 않나요? 물론 아기에게 끊임이 전력을 다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시간을 통해 아기가 부모에게서 배우는 것 뿐만 아니라 부모 또한 자녀를 통해서 배우는 것입니다. 힘겨운 길을 걸어가는 동안 부모도 깊은 경험을 통해 여러 차례 선물을 받게 됩니다. 이 책이 조기 개입에 주는 시사점은 우리의 일상이 선물이라는 점을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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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배워가는 시기, 적절한 관계의 선을 가르쳐 주세요

글 : 이소영 (서초아이발달센터장, 특수교육학 박사)

두 돌쯤 되는 아이를 양육하시는 부모님들께 아이의 행동 중 염려되는 부분이 있는지 여쭤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중 한 분이 아이가 아직 말로 자신의 생각을 충분히 표현하지 못하다 보니, 원하는 것이나 감정을 잘 전달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밖에 나가 또래를 만나면 다가가 껴안으며 “예쁘다”라고 말하고, 자신이 가지고 있던 간식이나 먹을 것을 건네며 반가운 마음을 표현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상대 아이가 이러한 행동에 당황하거나, 함께 놀기를 원하지 않고 외면하면 아이가 갑자기 크게 화를 내거나, 때리거나, 손에 잡힌 물건을 잡아 뜯는 행동을 보인다고 하셨습니다.

사실 이러한 고민은 이 한 분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이전에도 비슷한 내용을 상담하며 나눈 적이 있고, 두 명 이상이 함께 있는 집단 상황에서도 종종 관찰되는 모습입니다. 아이들의 연령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두 돌 전후의 시기였습니다. 아이는 아직 어리고, 말은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 또래 관계에서 예상하지 못한 행동이 나타나면 부모님들께서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혼란스러워지기 마련입니다.

두 돌 무렵, 아이가 타인과의 관계를 이해하는 방식

이 시기의 아이들은 아직 관계의 중심을 ‘자기 자신’으로 인식합니다. 내가 반갑고 좋으면 상대도 당연히 그럴 것이라고 기대하는 시기입니다. 아이에 따라서는 상대의 상태나 기분을 살피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이러한 사고 방식이 이제 막 발달해 가는 단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자신의 생각을 충분히 말로 표현할 만큼 언어가 발달하지 않은 시기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거절을 경험하거나 상황이 뜻대로 되지 않을 때, 말 대신 행동으로 감정이 크게 터져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반응 자체는 발달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아이의 행동을 이해하되, 허용해도 되는 행동인지는 한 번 더 생각해 보세요

다만, 발달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해서 모든 행동을 그대로 허용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처음 만난 아이나 낯선 사람에게 신체 접촉으로 애정을 표현하는 행동은 사회적으로 적절하지 않습니다. 아이에게는 반가움의 표현일 수 있지만, 상대에게는 부담스럽고 불편한 경험이 될 수 있습니다. 매우 친숙한 관계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접촉과, 상대의 의사를 확인하지 않은 접촉은 분명히 구분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경계는 아이가 어리더라도 분명하게 알려주시는 것이 필요합니다.

상황이 발생했을 때 부모님의 대응

이미 그런 상황이 발생했을 때는 즉각적이고 분명한 개입이 필요합니다. 이때의 훈육은 아이를 크게 혼내거나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부드럽게 설명하면 알아듣겠지’라고 기대하기에는 이 시기의 아이에게 아직 어려운 부분이 많습니다. 안 되는 행동은 그 자리에서 분명하게 멈추게 하고, 짧고 단순한 말로 기준을 알려주셔야 합니다. 이때 아이가 위축될까봐 염려하시는 부모님이 계시는데, 이제 세상을 알아가는 중에 있는 아이가 사회적 규칙을 배우면서 적절한 기준을 세울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시면 어떨까요.

평소에 미리 알려주셔야 하는 부분

이러한 기준은 문제 상황이 생겼을 때만 알려주어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또래 관계 안에서 갈등 상황은 언제, 어떤 방식으로 발생할지 예측하기 어렵고, 이미 발생한 갈등에 대처하는 것은 아이에게 더욱 어렵습니다. 그래서 평소 일상 속에서 친구를 만나면 어떻게 인사하는지, 어떻게 다가가야 하는지, 상대가 싫다고 표현했을 때 어떻게 멈춰야 하는지를 반복해서 경험할 수 있도록 도와주셔야 합니다. 그렇다고 긴 설명을 하거나, 매사에 아이의 행동을 통제하려고 한다면 아이는 부모의 이야기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때 활용하기 좋은 방법이 바로 책을 보는 것입니다. 책을 통해서 세상에서 일어날 수 있는 많은 상황을 간접으로 체험할 수 있고 학습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일상에서 예측되는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간단한 단서를 줘보세요. 부모님의 표정도 어떤 행동을 해도 되는지 하면 안 되는지에 대한 단서가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아이의 연령에 따라 이해할 수 있는 정도의 짧고 명료한 언어로 이야기해 주세요.

부모님의 역할은 적당한 기준을 알려주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발달해 가는 과정에서 또래 관계 안에서 다양한 시도를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다만 아이의 행동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그리고 어디까지 허용하고 어디서부터 개입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어른이 더 고민하고 책임 있게 판단해야 할 부분입니다. 이 시기의 아이는 점차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방법으로 자신의 행동을 조절해 가는 방법을 배우고, 사회적 관계 안에서 지켜야 할 적절한 선을 경험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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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거 기반 조기 중재를 받았음에도 말 언어를 습득하지 못한 자폐 아동의 비율과 특성

조기개입을 받아도 왜 일부 자폐 영유아는 말을 하지 못할까요?

이 연구는 2025년 Journal of Clinical Child and Adolescent Psychology에 발표된 최신 대규모 연구로, 근거 기반 조기개입을 받은 자폐 영유아 707명의 언어 발달 결과를 분석했습니다. 연구에 참여한 모든 아이들은 조기개입을 시작할 당시 말이 거의 없거나 전혀 없는 상태였으며, 연구진은 이후 아이들의 언어 발달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추적했습니다. 이 연구는 조기개입 이후의 실제 언어 발달 결과를 체계적으로 분석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습니다.

연구결과

연구 결과, 약 66%의 아동은 시간이 지나며 단어나 말이 나오기 시작했지만, 약 34%의 아동은 조기개입을 받았음에도 말 발달에 어려움을 보였습니다. 이는 조기개입이 언어 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모든 아동이 동일한 발달 경로를 따르지는 않는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아동마다 발달의 속도와 방향이 다르며, 언어 발달에도 개인차가 존재함을 확인한 결과입니다.

연구진은 이러한 차이가 왜 발생하는지를 분석한 결과, 주당 치료 시간이나 특정 치료 방법의 종류는 언어 발달 결과와 큰 관련이 없었다고 보고했습니다. 대신, 개입이 얼마나 오래 지속되었는지(지속 기간)와 아이의 초기 발달 특성이 더 중요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특히 말이 나오지 않았던 아이들은 운동 모방 능력(몸으로 따라 하기), 인지 능력, 사회적 상호작용 능력이 전반적으로 낮은 경향을 보였습니다. 이는 말을 가르치기 전에, 다른 사람의 행동을 보고 따라 하고 함께 반응을 주고받는 경험이 충분히 쌓여야 함을 시사합니다.

조기개입에 대한 시사점

이 연구는 조기개입의 방향에 대해 중요한 메시지를 전합니다. 언어 발달은 치료실 안에서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발달 특성에 맞춘 장기적인 개입과 일상 속 상호작용을 통해 자라난다는 점입니다. 조기개입은 단기간의 고강도 치료보다, 부모와 양육자가 아이와 함께하는 일상 속 경험을 어떻게 만들어 가는지가 핵심임을 이 연구는 강조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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