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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기: 우리 아이의 발달을 위한 시간

글 : 이소영(한국영아발달조기개입협회)

먹는 시간은 단순한 생존을 위한 활동을 넘어서, 영아에게는 양육자와의 상호작용, 애착 형성, 그리고 새로운 기술을 익히는 중요한 시간입니다. 특히 발달이 늦거나 장애가 있는 영아에게는 ‘먹는 순간’ 하나하나가 학습의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이 칼럼에서는 0~36개월을 다섯 시기로 나누어, 각각의 시기에서 무엇을, 어떻게, 얼마나 먹이는 것이 좋은지, 그리고 그 시간이 아이의 발달에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안내합니다.

아기에게 먹는 시간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시간이 아닙니다. 하루에 최소 세 번, 그보다 더 자주 반복되는 이 시간은 아기의 발달을 도울 수 있는 가장 자연스럽고 강력한 순간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발달이 느린 아기들에게는 ‘먹는 순간’ 하나하나가 학습의 기회가 됩니다.

그런데 많은 양육자들은 이 시간을 ‘그저 반복되는 일상’으로 여깁니다. 아이가 배불리 먹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기 쉽지요. 그래서일까요? 발달이 늦은 아기들 중에는 스스로 먹으려는 시도를 거의 하지 못하고, 양육자가 주는 음식을 그대로 받아먹기만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치 먹는 시간의 주체가 아니라 관객처럼 말이에요.

예전에 만났던 12개월 된 다운증후군 아기의 어머니가 떠오릅니다. 아이가 젖병을 혼자 잡지 못해 매번 손으로 잡아줘야 한다고 하소연하셨죠. 혹시 젖병을 잡아주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지 여쭤보니, “그렇게 해본 적이 없어요”라고 하셨어요. 그다음 주, 어머니의 얼굴에는 놀라움과 기쁨이 가득했습니다. “이제 아이가 스스로 젖병을 잡고 먹어요. 그냥 안 잡아줬더니 자기가 잡더라고요.”

또 어떤 18개월 아기는 전반적인 발달이 많이 느렸지만 먹는 걸 무척 좋아했습니다. 다양한 간식통 뚜껑을 붙잡고 열어보려는 모습은 놀라울 만큼 집중력이 있었죠. 결국 스스로 뚜껑을 열고 간식을 꺼내 먹는 데 성공했어요. 그 아이에게는 ‘간식 먹기’가 단순한 간식 시간이 아니라 손 쓰는 방법을 익히고, 문제를 해결하고, 성취감을 맛보는 훈련의 장이었던 셈입니다.

물론 모든 아기가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것은 아닙니다. 먹는 것에 대한 흥미도, 환경도 모두 다르니까요. 하지만 분명한 건, 먹는 시간은 어떤 아기에게나 발달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스스로 젖병을 잡아보는 것, 숟가락을 쥐어보는 것, 간식 통을 열어보는 것—이 모든 시도는 아기에게 새로운 기술을 익히고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순간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런 순간들이 아기와 양육자 모두에게 즐겁고 의미 있는 시간이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아이가 한 입 먹을 때마다 보여주는 표정, 자신이 해냈을 때의 반짝이는 눈빛은 양육자에게도 큰 기쁨과 보람이 됩니다.

아이가 지금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만 초점을 맞추기보다, 먹는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아기의 가능성은 얼마든지 넓어질 수 있습니다. 다음 식사 시간에는 아이에게 조금 더 주도권을 줘보세요. 새로운 성장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0~6개월: 수유를 통해 세상과 만나는 시기

출생 직후 신생아기에는 2~3시간마다 한 번씩 수유를 하게 되어 하루 8~12회에 이를 수 있습니다.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아기의 위 용량이 늘어나고, 수유 리듬이 자리 잡으며 간격이 점차 길어지게 됩니다. 생후 6개월 무렵에는 하루 5~6회 정도로 수유 횟수가 감소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이 시기에 많은 양육자들이 아기가 반드시 일정량을 먹어야 하며, 그보다 적게 먹으면 발달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염려하곤 합니다. 하지만 사실 아기마다 먹는 양은 다르고, 배고픔과 포만의 표현도 다르기 때문에 아기가 먹기를 멈출 때까지 충분히 먹게 하고, 너무 적게 먹는다고 느껴진다면 수유 간격을 줄여보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분유 수유는 계량이 가능하여 먹는 양을 쉽게 확인할 수 있지만, 모유 수유의 경우에는 ‘내가 충분히 먹이고 있는가’에 대한 걱정을 자주 하게 됩니다. 이때는 아래와 같은 기준을 참고하면 됩니다:
-아기가 젖을 잘 빨고, 먹은 뒤 편안히 잠들며 -하루에 5~6회 이상 충분히 젖은 기저귀를 갈아줄 만큼 소변을 보고 -체중이 꾸준히 증가한다면 잘 먹고 있는 것입니다.

*참고: 미국소아과학회(AAP), WHO, UNICEF 등에서는 생후 6주까지는 하루 6회 이상 젖은 기저귀, 그 이후는 5회 이상을 정상 범위로 안내하고 있습니다.

발달 포인트

✅아기는 수유 전에 양육자의 행동(젖병 들기, 가슴 노출 등)을 관찰하며 ‘이제 먹는 시간’이라는 예측 능력을 키웁니다.
✅수유 중에 양육자의 눈을 바라보며 정서적 교류를 하고, 신체적 접촉을 통한 애착을 형성합니다.
✅젖병을 향해 손을 뻗고 양 손으로 젖병을 잡아봄으로써 감각적 탐색을 하고 손을 사용합니다.
✅먹는 행위는 단순히 영양 섭취를 넘어서, 자기조절의 기초를 형성하는 첫걸음입니다.

주의사항

✅억지로 먹이기보다 아기가 보내는 배부르다는 신호(고개 돌리기, 입 닫기 등)를 존중해야 합니다
수유 중 아기가 자주 보채거나 삼킴에 어려움을 보인다면 자세나 환경 조절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트림이나 역류가 심한 경우, 수유 후 상체를 세우고 안아주는 자세 유지가 도움이 됩니다.

6~12개월: 이유식 시작, 세상을 입으로 탐색하는 시기

생후 6개월 무렵부터 아기는 모유 또는 분유 외의 음식을 경험할 준비가 되며, 이를 ‘이유식 시작기’라고 부릅니다. 초기에는 하루 한 끼 정도로 시작하여 서서히 두 끼, 세 끼로 늘려가게 됩니다.

음식의 형태는 부드러운 미음이나 퓨레부터 시작하고, 점차 덩어리가 있는 고형식으로 넘어갑니다. 이 과정에서 아기는 혀로 밀어내던 반사가 사라지고, 삼키기, 턱 움직이기, 손으로 집어먹기 같은 섭식 기술을 새롭게 익혀 갑니다.

이 시기의 식사 시간은 영양 섭취뿐 아니라 감각 자극, 운동 연습, 애착 형성 등 다양한 의미를 가집니다. 아기가 먹으면서 음식의 색, 냄새, 질감 등을 탐색하고, 숟가락을 잡거나 손가락으로 만지는 경험이 모두 발달로 이어지게 됩니다.

발달 포인트

✅음식을 먹기 전 양육자의 동작을 보고 입을 벌리거나 손을 뻗는 등 기대 행동이 나타납니다. 아기가 이런 행동을 보이는지를 살펴보고 이런 행동을 보일 때까지 잠시 기다려 보세요.
감각 탐색과 자기 조절의 시작으로, 손으로 만지고 얼굴에 묻히며 먹는 과정 자체가 학습입니다. 어지르며 먹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행동이니 제한하지 마시고 자유로운 탐색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주세요.
숟가락을 잡고 입으로 가져가려는 시도, 컵에 입 대보기 등의 초기 자율성도 중요한 신호입니다. 매번 떠먹여주기보다 아기도 숟가락을 잡고 먹기를 시도해볼 기회를 주세요.

주의사항

✅먹는 양보다는 경험과 노출이 중요합니다.
새로운 음식은 한꺼번에 주지 말고, 알레르기 반응 여부를 살피며 도입하세요. 하루에 하나의 새로운 식품을 주되, 최소 2~3일 간격을 두어 아기의 반응을 관찰해 보세요. 6~8개월에는 3일 정도의 간격으로 새로운 음식을 주고, 9~11개월 정도에는 이미 경험한 식품이 많아지면서 간격을 좁힐 수 있어요.
억지로 먹이거나 입에 밀어 넣는 것은 먹기에 대한 부정적 경험을 남길 수 있으니 피해야 합니다.
이 시기에는 여전히 수유가 주된 영양 공급원이며, 이유식은 보조적임을 기억하세요.

12~18개월: '내가 할래!' 자율성 폭발 시기

돌이 지나면 아기는 본격적으로 하루 세 끼 식사와 1~2회의 간식으로 하루 식사 리듬이 자리를 잡기 시작합니다. 양육자와 같은 음식을 먹기 시작하면서 식탁에 함께 앉고, 식사 분위기를 경험하는 것이 가능해집니다.

아기는 이 시기부터 스스로 먹고자 하는 의지가 강해집니다. 숟가락을 들고 입에 가져가려 하며, 손으로 음식을 집어먹기도 합니다. 흘리거나 바닥에 떨어뜨리는 일도 많지만, 그것은 모두 자율성과 조작 능력의 발달 과정입니다.

또한 “더”, “싫어” 같은 간단한 말을 통해 요구와 거절을 말로 표현하며, 간식을 담은 상자를 열거나 원하는 음식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등의 자기표현 행동도 나타납니다.

발달 포인트

숟가락, 포크를 스스로 사용하려는 시도가 나타나며, 눈과 손의 협응력이 발달합니다.
식사를 통해 선호 표현, 감정 조절, 사회적 규칙(기다리기, 함께 앉기) 등을 자연스럽게 배웁니다.
“내가 할래!”라는 태도는 독립적인 자아가 자라는 긍정적인 신호입니다.

주의사항

깔끔함보다 시도 자체를 격려하세요. 아직은 눈손 협응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흘리면서 먹을 수도 있어요. 흘린다고 해서 떠먹여준다면 스스로 식사도구를 사용할 수 있는 기회와 독립적 자아의 성장을 방해할 수 있어요.
편식이 나타나기 시작할 수 있으나, 반복 노출과 다양한 조리 방식으로 흥미를 유도하세요.
간식은 건강한 식사 리듬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제공해야 합니다.

18~24개월: 식사습관이 자리잡히는 시기

이 시기의 아기는 대부분 하루 세 번의 식사와 1~2회의 간식을 먹으며, 성인과 비슷한 식사 패턴에 적응합니다.

스스로 음식을 골라 집어 먹고, 숟가락과 포크를 능숙하게 사용하려는 시도가 더욱 활발해집니다. 컵을 사용하여 물이나 음료를 마시는 기술도 점점 안정화되며, 좌석에 앉아 있는 시간도 늘어나게 됩니다.

음식 이름을 말하거나, 좋아하는 것을 먼저 선택하려고 하며, 좋고 싫음을 분명히 표현하게 됩니다. 동시에, 자율성이 강해지는 만큼 식사 거부나 편식, 주의 산만 등의 어려움이 늘어날 수 있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발달 포인트

✅식사도구를 보다 능숙하게 사용하게 되면서 식사 시간에 거의 도움을 주지 않아도 스스로 먹을 수 있게 됩니다.
음식의 맛, 질감, 온도에 대한 개인 취향이 나타납니다.
간단한 식사 규칙(식탁에 앉기, 기다리기 등)을 자연스럽게 익히는 시기입니다.

주의사항

✅강요보다 선택권 부여가 효과적입니다. “당근 먹을래? 오이나 먹을래?”
식사 시간 중 TV, 스마트폰 사용은 주의 집중에 방해가 될 뿐만 아니라, 식사 시간을 통해 가질 수 있는 다양한 발달의 기회를 제한하게 됩니다.
먹는 속도, 양, 집중 시간은 개인차가 크므로 아이의 리듬을 존중하세요.

24~36개월: 독립성과 사회성이 함께 자라는 식사 시간

이 시기의 아이는 혼자서 먹는 능력이 상당히 발달하며, 식사를 둘러싼 사회적 상황에도 더욱 민감해집니다. 가족과 함께 식탁에 앉고, 식사 전 손 씻기, 음식 나누기, 인사하기 등의 식사 규칙을 자연스럽게 배워갑니다.

음식 선택과 준비에 관심을 가지기도 하며, 요리에 참여하거나 장보기 놀이 등을 통해 자기 결정권을 경험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편식, 기호 식품 고집, 간식 선호 등으로 인해 갈등이 생기기도 합니다.

발달 포인트

✅혼자 먹는 기술이 완성 단계에 접어들며, 숟가락과 포크 사용이 능숙해지고 컵도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좋고 싫은 음식에 대한 취향 표현이 또렷해지고, 식사 선택 과정에 참여하려는 욕구가 강해집니다.
식탁에 앉고, 먹기 전 손을 씻는 등의 식사 전후 규칙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식사 준비(수저 놓기, 음식 나르기)나 정리(휴지 버리기, 식탁 닦기)에 참여하면서 가족의 구성원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인식하고, 자아 개념이 더 넓어지는 시기입니다.
이러한 활동은 자율성, 책임감, 소속감을 기르는 중요한 발달 경험이 됩니다.

주의사항

✅부모의 식사 태도는 곧 아이의 거울입니다. 함께 식사하며 긍정적인 본보기를 보여주세요.
지나친 간식 섭취는 식사량을 줄이므로, 규칙적인 시간과 양 조절이 필요합니다.
편식은 자연스러운 발달 과정이지만, 강요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편식이 있다면

✅충분한 영양을 섭취하고 있는지 먼저 살펴보세요
→ 편식이 있어도 성장 곡선이 잘 유지되고, 에너지가 넘치고, 배변 활동이 원활하다면 큰 문제는 아닐 수 있어요.
같은 영양소를 가진 대체 식품을 활용해보세요
→ 예: 당근을 싫어한다면 고구마, 단호박, 감 등을 통해 비타민 A를 보충할 수 있어요.
→ 브로콜리를 싫어해도 시금치, 청경채 같은 유사 채소를 시도해 볼 수 있어요.
조리 방법을 다양하게 바꿔보세요
→ 익힌 채소 대신 생채소, 찜 대신 구이나 볶음, 국에 넣기 등 → 모양을 바꾸거나 음식 안에 섞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에요. (예: 채소전, 김밥, 주먹밥)
아이의 참여를 유도하세요
→ 장보기, 재료 고르기, 간단한 요리 참여(채소 넣기, 비비기 등)는 음식에 대한 흥미를 높여줘요.
반복 노출을 시도하세요
→ 처음엔 거부하더라도, 자주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익숙해지고 점차 관심을 가질 수 있어요. 억지로 먹이기보다는 옆에 놓아두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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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가르칠지보다, 왜 가르치는지를 먼저 생각해요

글 : 이소영(한국영아발달조기개입협회)

발달이 늦는 아이들을 키우는 양육자들은 아이의 발달을 도와주기 위해 치료나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곤 합니다. 못 걷는 아이가 걷게 되길 바라고, 말을 하지 않는 아이가 말을 하게 되길 바라며, 또래보다 언어 표현이 느린 아이가 좀 더 말을 잘 하게 되길 바라죠. 인지 발달이 늦다고 느껴지면 인지를 '끌어올릴' 수 있는 프로그램을 찾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모든 행동들—걷는 것, 말하는 것, 학습하는 것—은 왜 해야 하는 걸까요? 우리가 정말 그 목적을 충분히 고민해보았는지 되묻게 됩니다.

‘기술’이 아니라 ‘삶’이 목적이어야 합니다

많은 경우 치료나 교육의 목표가 “걷게 하기”, “말하게 하기” 등 특정 행동의 ‘성취’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걷게 되면 그 다음은 무엇일까요? 아이가 말을 하게 되면 그 말로 무엇을 해야 할까요?

사실 걷는 것도, 말하는 것도, 인지 능력을 키우는 것도 모두 ‘일상을 살아가기 위해’, ‘사람들과 관계 맺기 위해’, ‘자신의 욕구를 표현하고 사회 안에서 소통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입니다. 단순한 기술 자체가 목표가 되어선 안 됩니다.

말을 배우는 이유는 ‘소통’하기 위해서

예를 들어, 어떤 아이가 말을 하지 못한다고 했을 때, 그 아이가 보호자에게 “우유”라는 말을 하는 것이 목표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근본적인 목표는 **‘내가 원하는 것이 있을 때, 그것을 표현할 수 있는 힘을 갖게 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그 방법은 꼭 말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손짓일 수도 있고, 사진을 가리키는 것일 수도 있죠.

걷는다는 것은, 목적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는 뜻

또 다른 예를 들어볼까요? 아이가 아직 걷지 못한다고 가정해보죠. 그래서 열심히 물리치료를 받고, 근육을 자극하고, 자세를 교정하면서 걷는 연습을 합니다. 하지만 아이가 걷는 이유는 단지 ‘걷는 행동’을 해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가고 싶은 곳에 가기 위해서, 갖고 싶은 장난감을 가지기 위해서, 엄마에게 달려가기 위해서인 것이죠.

만약 걷는 것이 너무 어렵다면, 그 목적을 이룰 수 있는 다른 방법은 없는지 고민해보는 게 더 먼저입니다. 기거나, 휠체어를 타거나, 도움을 요청하는 것 역시 모두 중요한 이동 방식입니다.

반복 훈련보다 중요한 것

많은 치료나 교육에서 이런 ‘의미 있는 목적’은 뒷전이 되고, 맥락에 관계 없는 특정 행동 자체만을 반복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 입장에서 보면 이건 굉장히 지루하고, 때로는 억지스러운 경험이 될 수 있습니다. 창의적인 놀이의 기회도, 스스로 발견하고 시도해보는 기회도 줄어들죠.

‘왜’라는 질문을 해봐요

치료든 교육이든, 그 출발점은 반드시 “왜 이 행동을 하게 하고 싶은가?”에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할 수 없다면 우리는 아이의 삶에서 의미 있는 행동만을 반복하게 만들고 있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아이를 도우려 시작했지만 오히려 아이를 힘들게 하는 것이 될 수도 있습니다. 아이의 삶을 더 풍부하게 만들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되는 거죠.

때로는 아이가 해내는 것보다, 아이가 하고 싶어 하는 것을 발견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그리고 그 목적을 이룰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바로 양육자와 조기개입 전문가의 역할이 아닐까요?

아이가 ‘무엇을 할 수 있느냐’보다 더 중요한 건,
아이가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느냐’입니다.
그 마음을 발견하고, 함께 그 길을 찾아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아이를 위해 내딛는 진짜 첫걸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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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보다 더 중요한 것, ‘일상 속 목표’입니다

글 : 이소영(한국영아발달조기개입협회)

우리 아이를 위해 적절한 '일상의 목표'를 갖는 것은 매우 중요하며 치료나 훈련에 앞서는 출발점일 수 있습니다. 반복적인 기회를 통해 아이가 실제로 그 목표에 가까워질 수 있도록 돕는 도구가 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막상 일상의 목표를 세우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일상의 목표는 어떻게 세워야 할까요?

막연한 바람을 구체적인 계획으로

먼저, 6개월 후 우리 아이가 어떤 모습으로 자라 있기를 바라는지를 구체적으로 생각해보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많은 양육자들이 다음과 같은 기대를 갖곤 합니다. 우리 아이가 말을 했으면 좋겠다. 부모와 상호작용 했으면 좋겠다. 하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했으면 좋겠다. 행복했으면 좋겠다.
하지만 기대만으로는 아이의 변화가 이루어지지는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아이의 일상 속에서 구체적이고 반복 가능한 목표를 세우고, 그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구체적인 목표는 우리 가족 모두가 그 방향을 알고 함께 노력할 수 있습니다. 만약 목표가 추상적이라면, 좀 더 구체적으로 바꿔보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우리 아이가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목표는 너무 막연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아이가 언제 행복해하는지를 관찰해보세요. 산책하면서 주변을 둘러보고 미소 짓는 모습, 친척들과 함께 있을 때 즐거워하는 모습 등에서 아이의 행복을 구체적으로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아이의 목표가 아니라 가족이 실천할 수 있는 목표로 삼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매일 짧은 산책 시간을 갖는다', '한 달에 한 번 친척 집을 방문한다'와 같이요.

현실적인 목표가 아이의 자신감을 키워요

부모는 종종 아이가 빨리 따라잡기를 바라며 “걸었으면 좋겠다”와 같은 목표를 세웁니다. 이러한 바람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고, 구체적인 표현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목표는 아이의 현재 발달 수준을 바탕으로 세워야 실제로 도달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6개월 후 우리 아이가 혼자 걷기를 바란다”는 말은 얼핏 구체적인 목표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아이가 12개월이고 겨우 앉을 수 있는 정도라면, 이는 아이에게 무리한 목표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벽을 잡고 걷는 18개월 아기라면 6개월 안에 혼자 걷기를 기대해볼 수 있는 충분한 가능성이 있습니다.

아이의 지금을 정확히 바라보고, 지금 할 수 있는 것에서 조금만 더 도전할 수 있는 수준으로 목표를 조정해보세요. 그래야 아이도, 양육자도 지치지 않고 즐겁게 도전할 수 있습니다.

구체적인 목표라도 일상 속 의미와 함께

예를 들어, 18개월 아기에게 혼자 걷기를 목표로 두고 단순히 반복 연습만 한다면 아이는 지루해할 수 있습니다. 걸을 이유를 이해하지 못한 채 억지로 연습만 시키는 것이죠.

아이들은 왜 걷기 시작할까요? 엄마에게 가기 위해, 원하는 물건을 가지기 위해, 재미있는 장소를 탐색하기 위해.

이처럼 아이의 동기와 목적이 있을 때, 걷기는 더 자연스럽고 즐거운 활동이 됩니다. 그래서 목표를 이렇게 바꿔볼 수 있습니다:
엄마가 부르면 걸어서 다가간다, 놀이터에서 좋아하는 놀이기구로 걸어간다, 아빠가 부르면 소리를 따라 걷는다.

이렇게 구체적인 상황을 포함하면, 걷기는 단순한 연습이 아니라 의미 있는 경험이 됩니다.

일상의 목표를 위한 자연스러운 기회 만들기

‘일상의 목표’란, 아이가 일상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작고 구체적인 행동 목표입니다.
치료는 일주일에 몇 시간뿐이지만, 일상은 매일 반복됩니다. 치료실에서의 1시간보다, 가정에서의 하루 24시간이 더 많은 기회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일상의 목표는 아이의 성장을 이끄는 핵심 열쇠가 됩니다.
그러니 목표도 일상 속에서 실현 가능한 것이어야 합니다.아기에게 목표를 성취할 기회를 주려면, 일과 속에서 자연스럽게 활동을 연결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어른은 목표 달성을 위해 지루함을 참을 수 있지만, 아기에게는 재미와 목적이 함께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벽에 휴지심을 붙이고 작은 공을 넣게 하여 걷기 유도
-공이 굴러가면 기어가거나 걸어서 가져오기
-소파에 기대 서 있다가 옆 장난감을 가지기 위해 옆으로 걷기
-엄마와 아빠가 서로 떨어져 서 있고 아이가 양쪽으로 걸어가기
-소파에 서 있다가 앞에 서 있는 어른을 향해 걸어가기
-큰 상자나 의자를 밀며 걷기

이처럼 일상 속 놀이와 연결된 목표 활동은 아이의 흥미를 끌고, 반복적인 연습도 즐겁게 만듭니다.

온 가족이 함께 하는 일상 속 실천

마지막으로, 세운 목표를 가족 모두가 공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냉장고에 아이의 목표를 적어 붙여두면, 엄마가 없을 때 다른 가족이 아이에게 필요한 기회를 줄 수 있습니다.
“오늘도 우리 아이가 목표에 한 걸음 가까워졌구나.”
이렇게 온 가족이 함께 아이의 성장을 도울 수 있을 때, 그 목표는 아이에게도 가족에게도 더욱 의미 있는 시간이 됩니다.

작고 구체적인 목표는 아이의 가능성을 현실로 바꾸는 힘이 됩니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기회를 만들고, 가족 모두가 함께 그 길을 걸어간다면 그 어떤 치료보다 큰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우리 아이의 성장을 믿고, 오늘도 작은 목표 하나를 실천해보세요.

치료보다 더 중요한 것, ‘일상 속 목표’입니다 더 읽기"

Early intervention service coordination models and service coordinator practices

조기개입(Part C) 체계에서 서비스 코디네이터(SC)의 역할이 단순한 행정적 지원을 넘어, 서비스의 질과 가족 중심 실천의 실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핵심 요소이다.

조기개입은 다양한 분야(교육, 의료, 복지 등)의 전문가와 서비스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복합적인 시스템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각 분야 간의 단절, 정보의 누락, 중복 서비스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복잡성과 단절의 문제를 해소하고, 가족 중심의 통합된 개입을 가능하게 하는 인물이 바로 서비스 코디네이터이다.

따라서 SC의 역할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정의되고 실행되는지를 이해하는 것은 조기개입의 질을 높이고, 가족과 아동에게 더 효과적인 지원을 제공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출발점이다.

서비스 코디네이터의 핵심 역할

1. 정보 제공 및 가족 교육

아동과 가족이 받을 수 있는 조기개입 서비스와 지역사회 자원에 대해 정보를 제공함.

2. 서비스 연계 및 조정

다양한 서비스 제공자 간의 일정을 조율하고, 중복이나 누락 없이 통합적인 서비스가 제공되도록 함.

3. 평가 및 IFSP 개발 참여

아동의 평가 과정에 참여하고, 가족과 함께 개별화 가족서비스계획(IFSP) 수립에 관여함.

4. 가족 중심 접근 실현

가족의 우선순위, 가치, 문화적 배경을 존중하며, 가족이 의사결정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함.

5. 지속적 모니터링 및 서비스 조정

아동의 발달과 가족의 요구 변화에 따라 계획을 조정하고, 필요한 경우 서비스 내용을 수정함.

6. 전이(Transition) 지원

조기개입 종료 시, 다음 교육 단계(예: 유아특수교육)로의 원활한 전이가 이루어지도록 준비하고 조정함.

Dunst와 Bruder의 연구는 서비스 코디네이터가 단순한 행정 조율자가 아니라, 가족 중심 실천과 조기개입의 통합성을 실현하는 데 핵심적인 전문 인력임을 분명히 보여준다. SC의 역할을 명확히 이해하고, 이를 지원할 수 있는 모델과 환경을 갖추는 것은 조기개입 서비스 전반의 질을 높이는 데 필수적인 전제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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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proposed framework for enhancing collaboration in early intervention/early childhood special education

영유아 조기개입(EI) 및 유아특수교육(ECSE) 분야에서 협력은 단순한 가치가 아닌, 효과적 개입을 위한 ‘수단’이며, 법적으로도 요구되는 핵심 요소입니다. 개별 전문가의 역량만으로는 장애를 지닌 영유아와 가족이 직면한 복합적인 요구를 충족시킬 수 없기에,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양육자가 협력하는 팀 접근이 필수적입니다. 특히 유전적, 신체적, 학습적 또는 환경적 도전에 직면한 아동일수록 이 같은 협력적 접근이 더 절실합니다.

하지만 협력은 단순히 ‘좋은 의도’만으로는 성립되지 않습니다. 실제로 협력은 복잡한 원칙과 실행 전략, 조직 구조의 조율이 함께 이루어져야 지속가능하고 효과적인 변화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Bricker 등은 조기개입 현장에서 협력의 실행력을 높이고 지속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는 체계적인 틀을 제시합니다.

협력적 팀 접근이 잘 작동하기 위해 필요한 요소들

1. 협력을 가능하게 하는 ‘인프라(infrastructure)’ 구축

정책(policy): 기관과 시스템 운영을 이끄는 규칙과 지침이 협력을 장려하고 뒷받침할 수 있어야 한다. 교육, 보건, 복지 시스템 간 정책 불일치가 협력을 방해하는 경우가 많다.

전문 표준(professional standards): 각 직종의 전문성과 윤리를 기반으로 공동의 목표를 위해 협력할 수 있는 기준이 필요하다.

행정 리더십(administrative leadership): 협력을 장려하는 비전과 자원을 확보하고, 협력적 문화 형성을 지원하는 리더십이 중요하다.

교육과 훈련(training): 대부분의 전문가 양성 과정은 단일 전공 중심으로 이루어지며, 실제 협업 능력은 훈련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협력을 위한 사전·현직 교육이 필수적이다.

자원(resources) 및 공동 평가 시스템(assessment/evaluation): 반복적이거나 중복된 평가를 줄이고, 정보와 자원을 효율적으로 공유하기 위한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2. 협력적 실천(coraborative practices)의 내면화

① 의사소통(communicating)② 공유(sharing) ③ 공동 계획(joint planning)
④ 기여(contributing) ⑤ 타협(compromising) ⑥ 모델링(modeling)
⑦ 인정(acknowledging)

3. 다층적 실행 수준(action levels)의 고려

-팀 수준: 전문가와 보호자 간의 협력
-프로그램 수준: 다양한 서비스 기관 간 협력
-주(State) 수준: 주 차원의 제도적 지원 및 조정
-연방(Federal) 수준: 법과 자금, 국가 정책을 통한 협력 촉진

지속 가능한 협력을 위한 실행 전략

탐색 단계: 조직의 문화, 정책, 인프라를 점검하고 협력적 틀과의 적합성을 탐색
설치 단계: 필요한 구조적 변화(예: 정책 조정, 교육 프로그램 개발 등) 실행
초기 실행 단계: 현장 적용 및 시행착오를 통한 조정
완전 실행 단계: 정착 후, 효과성과 충실도 평가
지속 가능 단계: 예산·정책·인력 변화에도 지속 가능한 구조 유지

Bricker 등은 이 논문을 통해 조기개입과 유아특수교육에서 협력은 단순한 이상이 아닌, 구조적으로 준비하고 실천해야 하는 ‘체계적 실행 과제’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협력은 모든 인간 서비스의 근간이며, 팀 구성원 간의 전문성뿐 아니라 인간적 신뢰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는 각 구성 요소를 세심하게 구축하고, 실행하고, 평가하며, 지속 가능한 시스템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 프레임워크는 그러한 여정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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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지연 아동을 위한 어린이집 선택

글 : 김선희
아이를 키우면서 늘 마음 한편에 불안이 있었습니다.
남들보다 느린 걸음, 느린 말투를 보며 스스로를 다독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어떤 길을 선택해야 할지 막막했습니다.
처음에는 '조금만 기다리면 괜찮아질 거야'라는 기대도 있었고, '남들과 똑같이 해보자'는 마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자라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깨달았습니다.
남들과 같아지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내 아이에게 맞는 환경을 찾아주는 것'이 더 소중하다는 것을요. 이 글은 같은 고민을 하고 있을 많은 부모님들께 작은 참고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썼습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발달이 늦다고 느꼈을 때, 저도 한때 아이를 ‘일반 어린이집에 보내면 일반 아동의 자극을 받는 게 좋지 않을까?’, ‘아이들끼리 서로 통하는 무언가가 있을 테니 더 잘 적응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어린이집 대기를 걸기도 했습니다.

장애 진단을 받지 않았던 상황이라, 그 사실을 말하지 않고 그냥 입소를 확정 지은 뒤 배짱을 부려볼까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느껴져 마음을 바꿨습니다.

아이의 나이가 28개월이 되어 가고, 아직 제대로 걷지 못하는 만 2세였기 때문에, 그렇게 무리하는 건 양심상 옳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아이의 발달 지연에 대해 사전에 고지하고, 여러 어린이집에 상담을 요청했습니다. 그런데 대부분 입소가 어렵다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장애어린이집을 고려해 보아야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장애어린이집과 장애아 통합 어린이집의 차이점에 대해서도 알아보게 되었습니다. 장애 관련 어린이집은 학교 유예 후 최대 만 12세까지 다닐 수 있습니다.

또한 장애어린이집에서는 특수교육 관련 서비스 영역의 치료사를 채용하거나, 어린이집을 순회하면서 치료 지원을 제공합니다. 주변 어린이집들을 알아보고 비교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발달지연 아동을 위한 어린이집 종류

장애아 전문 어린이집

- 법적 근거 : 『장애아동복지지원법』 제32조
- 지정 요건 : 상시 12명 이상의 장애아동(단, 미취학 장애아 9명 이상 포함) 보육 / 지방자치단체 지정 시설
- 운영 특징 : 장애아동 중심 보육 / 장애 유형과 발달 수준에 따라 세분화된 반 편성 및 전문 인력 배치

장애아 통합 어린이집

- 법적 근거 :『영유아보육법』 제30조 및 『영유아보육법 시행규칙』 제25조
- 지정 기준 : 정원의 20% 이내에서 장애아 종일반을 편성·운영하거나 / 미취학 장애아 3명 이상을 일반 영유아와 함께 통합 보육 / 시·군·구 지정 시설
- 운영 특징 : 장애아와 비장애아가 함께 어울리며 성장할 수 있는 통합 보육 환경 제공

일반 어린이집

- 이용 가능 대상 : 발달지연 아동도 이용 가능 / 보호자 요청에 따라 하위 연령 반 배치 - 운영 특징 : 일반 영유아와 함께 생활하며 또래 상호작용 경험

반 편성 및 교사 배치 기준

장애아 전문 어린이집 / 장애아 통합 어린이집

  • 반편성 : 장애영유아의 연령, 장애 유형 정도를 함께 고려해서 반 편성이 됩니다.
  • 교사비율 : 장애아 3인당 1인, 3인 초과할 때마다 1인씩 증원됩니다.
  • 교사는 영유아보육법에 따라 교사 3인 중 1명은 특수교사 자격 소지자로 배치가 됩니다.
  • 장애아동 복지지원법에 따라 취학하지 아니한 3세 이상 장애아반의 특수교사 및 장애영유아를 위한 보육교사 2명당 1명 이상은 유치원 과정 특수교사로 배치됩니다. 하지만 장애영유아의 수가 2명 이하인 경우 장애영유아를 위한 보육교사나 특수교사를 배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장애아반 담당 특수학교(유치원)정교사 자격 소지자는 3세 이상 장애아반에 우선 배치됩니다.
  • 장애아 기본반 : 일반장애아반(0-2세 장애영아, 6-12세 취학유예 장애아동) + 누리장애아반(3-5세 장애유아)

일반 어린이집

  • 반편성 및 교사 비율 : 일반아동의 경우 0세-3명, 1세-5명, 2세-7명, 3세-15명, 4세반 이상-20명, 장애아반 3명이 한반으로 각 담임교사 1명 입니다.
  • 장애아가 있는 경우에는 장애아만으로 구성된 반을 운영할 수 있습니다.
  • 또한 발달차이를 고려하여 보호자의 신청으로 하위반 배치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저는 보육교사, 그리고 어린이집 간호조무사로 약 4년 정도 근무한 경험이 있습니다. 발달이 늦는 아이들이 생각보다 일반 어린이집에서도 종종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부모님이 아이의 다름을 받아들이지 못해 일반 어린이집에 다니는 경우도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특히 손이 많이 필요한 영아기 시기에는 교사 대 아동 비율이 높아, 일반 어린이집의 일반반에 있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였습니다. 장애 관련 어린이집이라면 개별화 교육이 이루어지고, 아이에게 조금 더 맞는 교육이 제공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들었습니다.

부모로서 어린이집을 선택할 때, 각 어린이집 유형의 차이를 알고 선택한다면 조금이라도 아이에게 더 좋은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 아이의 발달 정도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계획을 세워 나아간다면 분명 좋은 선택을 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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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뇌발달의 골든 타임, 언제까지일까요?

글 : 이소영(한국영아발달조기개입협회)

“선생님, 우리 아이는 지금 5살인데요. 두뇌 발달의 골든타임이 3세라고 하던데… 그럼 우리 아이는 이미 늦은 건가요? 이제 더는 발달하지 않는 건가요?”

한 어머니의 이 질문은 영유아의 발달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볼 계기가 되었습니다.
물론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세상을 알아가는 갓난아기와 이미 자신만의 생활 패턴이 생긴 다섯 살 유아는 발달의 모습이 다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세 돌이 지나면 두뇌 발달이 멈춘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아이의 뇌는 계속해서 환경과 경험에 따라 계속해서 변화하고 성장할 수 있습니다.
그 이야기를, 지금 이 글을 통해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두뇌 발달의 골든타임은 0~3세?

“0~3세는 두뇌 발달의 골든타임입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이렇게 말합니다. 실제로 이 시기는 신경 연결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감각과 운동, 언어와 사회성의 기초가 빠르게 다져지는 시기이기에 ‘결정적 시기(critical period)’라고 불리기도 하지요. 그래서 부모들은 이 시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입니다.

하지만 혹시 아이가 3세가 넘어서 발달의 어려움을 발견하게 된 경우라면 어떨까요? 3세가 넘어 진단을 받았거나, 그 이전까지 아이의 발달에 충분히 신경 쓰지 못했던 상황이라면 부모는 자책하게 됩니다. ‘우리 아이는 이제 골든타임을 놓쳐버린 걸까?’라는 절망감이 밀려오기도 하지요.

하지만 여기서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아이의 발달은 멈추지 않습니다. 0~3세가 분명 빠른 변화의 시기인 것은 맞지만, 그것이 기회의 끝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3세 이후에도 뇌는 계속 변화하고 성장하며, 환경에 따라 놀랍도록 적응합니다.

경험에 따라 계속 뇌의 변화가 일어납니다

이러한 주장의 근거는 바로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이라는 과학적 개념입니다. 이는 뇌가 경험과 환경에 반응해 스스로 구조를 바꾸고 기능을 조정하는 능력을 말합니다.

과거에는 결정적 시기 이후에는 변화가 어렵다고 여겨졌지만, 현대 뇌과학은 이러한 생각을 바꾸고 있습니다. 뇌 영상 연구(MRI) 결과, 청소년기까지 시냅스의 제거와 재구성이 계속 일어나며, 이러한 뇌의 변화는 새로운 경험, 훈련, 상호작용에 의해 촉진된다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Tymofiyeva와 Gaschler(2021)는 아동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71개의 연구를 분석하여, 특정 훈련이나 개입이 뇌의 구조와 기능을 변화시킨다는 사실을 입증했습니다.
또한 Hyde et al.(2009)의 연구에서는 6세 아동에게 15개월간 음악 훈련을 제공한 결과, 운동 및 청각 관련 뇌 영역에서 구조적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이처럼 3세 이후에도 아이의 뇌는 새로운 자극과 경험에 반응하며 유의미한 발달을 이끌 수 있습니다.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은 '풍부한 경험'

뇌는 단순한 자극보다도, 아이가 즐겁게 몰입하고, 감정을 담아 반복하며, 의미 있는 상호작용을 경험할 때 더욱 활발하게 변화합니다. Kolb와 Gibb(2011)의 연구에서도, 반복된 감각-운동 경험이나 부모와의 감정적 교류, 일상에서의 도전적 활동들이 시냅스 연결을 새롭게 만들고 뇌 영역 간 연결성을 향상시킨다고 보고하고 있습니다. 이는 곧 아이가 지금 무엇을 즐기고, 어떤 활동에 참여하려는지를 잘 살피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두뇌 발달 자극’이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단순히 치료실에서 무언가를 ‘시키는 것’보다도, 아이가 주도적으로 움직이고, 반응하고, 반복하고,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이 뇌 발달에 더욱 효과적입니다.

하버드대 발달과학센터의 관점

하버드대학교 발달과학센터(Center on the Developing Child at Harvard University) 역시 이와 같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센터는 “뇌의 기본 구조는 유전적 설계도와 경험의 상호작용을 통해 형성되며, 이러한 과정은 생후 초기뿐만 아니라 그 이후에도 계속된다”고 설명합니다. 또한 “뇌는 특정 시기 이후에도 환경적 요인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적절한 개입과 경험이 신경 발달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뇌는 초기 몇 년 동안 매우 빠르게 변화하지만, 그 이후에도 발달이 멈추는 것은 아닙니다. 뇌의 유연성은 3세 이후에도 유지되며, 환경의 영향에 따라 지속적으로 조절되고 성장할 수 있습니다.

지금도 늦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때로 발달의 지연, 차이, 어려움에만 초점을 맞추곤 합니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아이의 현재입니다. 아이가 지금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무엇을 좋아하고 즐기는지를 바라봐 주세요. 이미 할 수 있는 것을 충분히 반복하며 자신감을 얻도록 도와주세요. 그리고 아주 조금만 도전적인 상황을 함께 나누며 아이의 세계를 넓혀 주세요. 치료나 교육이 단지 ‘두뇌에 자극을 주기 위한 수단’이 되기보다는, 아이가 즐겁게 참여하고 몰입할 수 있는 일상적 경험으로 녹아들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해 주세요. 뇌는 그 안에서 자라고, 아이는 그 안에서 자랍니다.

결국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지금 이 순간 아이와 함께 호흡하며 만들어가는 '지속적인 성장의 환경'입니다. 기회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아니, 지금 이 순간에도 기회는 자라고 있습니다. 지금부터 우리 아이에게 좋은 환경을 제공하기 시작해도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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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표 몬테소리 홈스쿨

장애아동의 부모인 김선희님이 추천해 주신 『엄마표 몬테소리 홈스쿨』을 소개합니다.

아이와 함께 보내는 하루하루, 어떻게 하면 더 의미 있고 즐거운 시간을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해본 적 있으신가요? 이 책은 그런 고민을 가진 부모님들께 소개하고 싶은 책입니다.

이 책의 저자인 마자 피타믹(Maja Pitamic)은 미술사와 몬테소리 교육을 전공하고, 15년 이상 다양한 배경과 연령의 아이들을 가르쳐 온 유아교육 전문가입니다. 특히 특수교육이 필요한 아이들에게도 춤, 동작, 놀이, 체조 등 신체활동을 통해 다양한 기술을 발달시키는 교육을 실천해왔죠. 교육 현장에서 학부모들과 나눈 수많은 대화 끝에, 부모와 아이가 함께할 수 있는 실제적인 놀이학습 안내서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이 책을 집필하게 되었다고 해요.

『엄마표 몬테소리 홈스쿨』은 총 2권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중 이번에 소개할 2권은 만 1세부터 3세 사이의 아이들을 위한 활동을 담고 있습니다. 이 시기 아이들은 오감을 통해 세상을 배우고, 손으로 만지고 몸으로 부딪히며 경험을 쌓아가죠. 책은 바로 이런 ‘경험을 통한 학습’이라는 몬테소리 교육의 원리를 바탕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집 안에 몬테소리 교실을 따로 만들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오히려 이 책은, 부모님이 집 안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들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놀이를 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유아교육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없어도 괜찮아요. 이미 많은 부모님들이 아이와 놀아주며 훌륭한 경험을 쌓고 있고, 이 책은 그런 일상 속 놀이에 조금 더 다양한 아이디어와 영감을 보태줄 수 있는 도구가 되어줍니다.

아쉽게도 현재 이 책은 한국판이 절판되어 일반 서점에서는 만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중고 서점이나 온라인 마켓에서는 아직도 구할 수 있으니, 관심 있는 분들은 한 번 찾아보셔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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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마다 다른 발달 속도와 여정

글 : 이소영(한국영아발달조기개입협회)

아이들의 발달은 마치 각기 다른 꽃이 피는 시간과 모양이 다른 것처럼, 속도도 다르고 방향도 다양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흔히 ‘전형적인 발달’이라는 기준을 가지고 아이들을 바라보곤 합니다. 말이 빠른 아이를 보면 “우리 아이는 왜 아직 말을 못하지?” 하고 걱정하고, 친구 아이가 숫자를 세면 “이제 우리 아이도 숫자 공부를 시켜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요.

그러나 정말로 모든 아이가 같은 나이에, 같은 방식으로, 같은 단계를 거쳐야만 ‘정상’인 걸까요?

‘전형적’이라는 기준이 주는 무거운 마음

‘전형적’이라는 말은 자연스럽게 ‘비전형적’이라는 말과 연결됩니다. 아이가 남들과 조금 다르다는 이유로 걱정이 시작되고, 부모는 아이가 기준에 맞도록 따라가게 하려 애쓰게 됩니다. 하지만 이런 기준은 때로는 아이의 발달을 돕기보다 아이를 스트레스 속에 놓이게 하기도 합니다. 어린 아이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 즐거운 일상을 영위하고 특히 놀이를 할 시간에 억지로 학습을 시키거나, 아이의 속도를 무시한 채 조급해하는 어른의 마음은 결국 아이에게도 그대로 전달되기 마련이지요.

발달의 양상이 다르다는 것

어떤 아이는 말보다 몸으로 표현하는 게 익숙하고, 어떤 아이는 걷기보단 기어 다니는 게 더 편할 수 있어요. 또래보다 조금 늦는 것처럼 보여도, 그 속에는 그 아이만의 리듬과 방식이 있는 거예요. 그리고 아무리 노력해도 걷기 어렵고 말하기 어렵고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불안함을 느끼는 아이도 있어요. 하지만 발달의 양상이 다름을 이해한다는 것은 ‘지금 늦지만 언젠가는 따라가겠지’ 하며 무작정 기다리는 것도 아니고, ‘어차피 따라가지 못하니까 그냥 두어야지’ 하며 방치하는 것도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왜 발달이 필요한가, 무엇을 위해 발달을 돕고 싶은가를 생각해 보는 것입니다.

발달의 목적은 ‘함께 살아가기 위한 준비’

아이들이 발달하는 이유는 어른들이 바라는 모습에 가까워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가정과 어린이집, 지역사회에서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준비를 하기 위함입니다. 발달이 느릴 수도 있고, 다른 방향으로 자라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생활 속에서 자신의 잠재력을 펼치고, 다양한 상황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야말로 진짜 의미 있는 개입이라고 할 수 있어요.

오늘의 일상과 즐거운 놀이를 통해 발달을 이끌어 보세요

영유아기에는 대부분의 발달이 ‘놀이’를 통해 이루어집니다. 그리고 이 ‘놀이’는 따로 시간을 내거나 특별한 공간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일상 자체가 바로 놀이의 시간입니다. 아이에게는 식사 중 숟가락을 잡아보는 것도, 세탁기 돌아가는 소리를 관찰하는 것도, 바닥에 떨어진 물건을 주워보는 것도 모두 놀이예요. 놀이와 일상이 분리되어 있지 않고, 오히려 일상 속의 자연스러운 경험들이 가장 깊고 지속적인 발달을 이끌어냅니다. 아이와 눈을 맞추고, 같이 웃고, 아이가 관심 보이는 것에 함께 호기심을 가지는 시간들—그것이 곧 ‘발달을 돕는 시간’입니다. 거창한 교구나 특별한 교육보다도, 부모가 일상에서 아이와 함께 머물며 놀아주는 순간들이 아이의 발달에 더 깊은 의미를 만들어줍니다.

우리 아이가 남들과 다르다고 해서, 걱정으로 가득한 하루를 보내기보다는 다름을 인정하고, 아이의 속도에 맞춰 천천히 함께 걸어가보세요. 발달은 비교와 경쟁을 통해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아이와 함께 눈을 맞추고, 손을 잡고, 즐겁게 놀아주세요. 그것이 바로 아이의 발달을 돕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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