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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을 겪었지만 풀리지 않는 뇌전증

글 : 윤승아

아이의 뇌전증에 대한 애기를 써보려 하니 벌써 먹먹합니다. 뇌전증아이를 13년을 키우며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결론은 아직도 잘 모르겠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저와 지민이가 열심히 버티고 견디며 지내온 이야기가 어떤 아이와 부모에게 있는 막연한 두려움보다는 하나의 예로 도움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글을 써보려 합니다.

이 글은 참고만 하시고, 반드시 주치의와 의논하세요.

저는 제가 납득이 되고 잘 알아야만 실행이 되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지민이의 소화계 문제와 뇌전증만큼은 명확한 것이 없어 어려웠습니다. 잘 모르는 상황에서도 아이를 위해 뭔가 결정을 해야 하니 그 과정이 너무나 힘겨웠습니다. 저희 아이보다 훨씬 더 조절 어려운 경련과 그로 인해 어려운 치료를 한 아이들이 많이 있습니다. 지민이의 경우를 얘기하는 것이 지민이 보다 어려운 상황이나 전혀 다른 상황을 굒고 있는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될 수도 있고 도움이 안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다 다르므로 쉽게 결론 내고 쉽게 적용해 보는 것은 위험한 일입니다. 반드시 주치의와 의논해서 아이에게 맞게 결정해야 합니다.

지민이의 뇌전증은…

NICU를 퇴원한 직후에 아이는 뇌파가 정상은 아니었지만 보이는 경련을 하지 않아서 먹는 약 없이 지켜보자고 했습니다. 그러다 생후 8~9개월(교정 6개월)무렵 이상행동이 있어 검사를 받았고 바로 영아연축으로 진단되었습니다. 다행히 사브릴로 비교적 빨리 조절되고 뇌파도 호전되어 8개월 정도 약물을 유지하다가 18개월 무렵 약을 완전 중단하고 1년 반정도 Seizure Free상태를 유지 했었습니다.
뇌전증이 완치되었다는 생각에 그동안 조심하느라 못했던 재활에 매진하며 피로해지고 만3세 무렵 각종 감염에 노출되며 고열이 동반된 열경련을 시작했습니다. 열경련이 두어번 반복되더니 열없는 경련으로 이어져 다시 약을 복용하기 시작한 것이 지금까지 먹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응급실에서 아티반으로 쉽게 멈추기도 했지만 몇 번 반복 후엔 쉽게 멈추지 못하는 간질중첩증이 되어 약을 쏟아 부어도 쉽게 멈추질 못했습니다. 1시간 이상 하는 경우가 대부분 이었습니다. 중환자실을 한달이 멀다하고 들락거리고 치료를 받다가, 혹은 할아버지댁에서, 혹은 외갓댁에서의 경련으로 본의 아니게 여러병원의 응급실과 중환자실을 투어를 하게 되었어요. 보라매서울대병원에 계셨던 담당의를 얼마 안되어 분당서울대에서 만나는 웃픈일도 있었습니다.
중환자실을 가게된 가장 큰 이유는 산소포화도는 유지되는데 내밷는 호흡이 잘 안되어 몸에 이산화탄소 축적이 높아 삽관하게 된 경우였습니다. 일단 삽관을 하면 중환자실에서 경과 관찰 해야 한답니다. 아이는 전조증상이 있었고 부분발작 그리고 대발작 순으로 진행되었는데 초기엔 제가 전조증상이 경련인줄 몰랐던거에요. 그렇게 시간을 많이 끌었고 더 쉽게 멈추지 못했던거라고 합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무서웠던 순간

첫번째는 열없는 경련 초기에 전조증상으로 경련이 시작된 걸 모르고 40여분 후 대발작을 시작해서야 응급실에 갔습니다. 서울대 본원이었는데 아이를 침대에 옮기고 경련약 투여 후 응급 피검사 결과가 나오자 마자 커텐을 치며 저와 남편을 밖으로 내보냈습니다. 코드00이라는 방송이 나오고 순식간에 여기저기서 의료인들이 달려 오더라구요.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위기는 넘겼다고, 몸에 쌓인 이산화탄소 수치가 너무 높았다고, 다행히 응급조치로 수치가 낮아져서 입원치료 후 퇴원했었습니다.
두번째는 응급실에서 약물 투약후 멈추었다 생각했는데 보이는 경련이 없어도 심박이 안정되고 깊은 잠이 들지 않으면 완전히 멈춘 것이 아니고 이 경우 2~30분 후 대발작으로 이어지고 그럼 약을 퍼부어도 쉽게 멈추지 못했어요.
당시 아이는 아티반 2회 투약 후 대발작은 멈추었지만 심박이 150으로 높았고 호흡소리도 짧았어요. 멈춘것 같다고 지켜보고 있었지만 40분 정도 후 대발작을 시작했고 응급 메뉴얼로 1~5단계의 경련약이 있는데 4단계까지 5분간격으로 약을 쏟아 부어도 멈추지 않았어요. 마지막 미다졸을 투여하면 자가 호흡이 어려워 반드시 삽관을 해야 하고 중환자실에 입원해야 한다면서 아이는 전신 대발작을 하고 있는데 가서 입원수속을 하고 오라고 하더라구요. 어떻게 수속했는지도 모르게 경황 없이 수속하고 오니 다행히 아이는 대발작은 멈춘 상태였고 중환자실로 옮긴 후 의식을 찾으며 라인을 스스로 하나씩 뽑고 퇴원을 했습니다.

1년이 넘어서야 경련 양상을 파악함

이렇게 아이의 경련을 1년이 넘도록 격어 가며 아이의 경련 양상을 파악 할 수 있었습니다. 전조증상이 있고 전조증상의 시작은 경련이 시작된 것을 의미하고 초기에 조절하지 못하면 쉽게 멈추지 못하고, 심박과 호흡이 안정되고 완전히 잠이 들어야 '멈추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후엔 이 정보를 응급실에 가면 의사와 공유해 매뉴얼 대로 안하고 아티반을 적극 대응하고 보이는 경련이 없어도 심박이 안정화 될때까지 약물을 적극 투여하는 것으로 대응 했습니다. 그리고 초기 조절이 중요하다는 주치의의 처방으로 응급약을 교육받아 경련 5분이내로 항문으로 투약했고 심폐소생술과정을 이수했습니다. 응급약 투약 후 응급실까지 가는 횟수도 좀 줄게되었습니다.

안해본 것이 없다고 생각될 만큼의 수많은 시도들

영아연축때 약물로 Seizure Free한 경험이 있었기에 약물로 빨리 찾으면 조절할 수 있다는 막연한 믿음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약물로 호전은 있었지만 약물로 완전히 조절하지 못했습니다. 물론 모든약을 시도해본것은 아닙니다. 어떤약은 부작용으로 지속시킬 수 없었고 경련 할때마다 약이 붙어서 4~5개의 약을 먹여보기도 했습니다(응급실 투여로 시작된약도 퇴원했다고 금방 종결 할 수 없었어요.). 일단 약을 시작하면 안듣는것 같아도 외래로 정리하는데는 몇달이 걸렸습니다. 지민이는 매일 하는 경련은 아니고 컨디션이 안좋을때 하는거라 약조절이 쉽지 않았습니다. 경련주기가 1달에서 2달이어서 약이 맞는지 확인이 어렵고 오래걸렸습니다. 그 사이 아이는 계속 경련을 했고 체력은 점점 떨어졌고 중요한 발달 시기에 치료에 집중할 수도 없었고 일상은 무너져갔고 그렇게 시간이 지나갔습니다.
약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은것은 아니였어요. 분명 영향은 있는 것 같은데 딱 멈추진 않더라구요. 점점 짧아지던 간격이 조금 벌어졌고 응급투약과 대처도 조금은 익숙해져서인지 나아졌습니다. 조금 더 맞는 약을 추가하면 멈출 수 있지 않을까 했지만 그걸 찾는 것이 오래 걸리고 잘 찾아지지 않았습니다. 하나씩 추가되면서 아이는 별다르게 호전되지 않고 그러면서 아이는 여러 약들로 힘들어졌습니다.
약으로 조절이 잘 안되니 한약도 1년여 먹여보고, 대체의학인 생의학 요법도 1년정도 해봤습니다. 수술이나 미주신경요법 등의 치료도 가능했으면 시도해 봤을 것 같습니다. 아이는 심각한 발달지연이 예상되는 상태여서 다양한 경험으로 뇌에 여러 자극을 주어야 하는 상태였고 뇌전증치료는 뇌가 자극에 둔감해지도록 눌러주는 것이므로 서로 상반된 입장입니다. 저는 맘이 급해졌습니다. 아이는 발달자극이 필요한 중요한 연령대였는데 뇌전증은 뇌전증대로 잡지도 못하고 치료에 변화도 없이 무심히 시간만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사진을 꺼내면서도 다시 마음이 아파오는 그 순간들

나는 이놈(뇌전증)과 평생을 같이 살아가야겠구나 생각한 대발작이 있던 그 날.

응급실에서 발작 후 잠든 아이를 보며, “아이의 뇌전증은 의학적인 치료(약물, 수술, 기타 의학적 치료)로 완치(Seizer Free)는 어려운 게 아닐까? 뇌에 손상이 백질 뿐 아니라 회백질까지 있는데 경련이 없는 게 오히려 더 어려운 거 아닐까? 나와 이 아이는 뇌전증은 평생을 같이 가야 하는 것 아닐까? 당뇨나 고혈압처럼. .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뇨나 고혈압도 약물과 생활습관 개선 등으로 관리하면서 평생을 지내지 않습니까? 나와 아이에겐 뇌전증이 당뇨나 고혈압 같은 거라 생각하니 혼란스럽고 불안했던 아이와 내 삶을 정리 할 수 있었습니다.
아이의 경련이 반복되면서 경련에 대한 대응에 자신감도 좀 생겨나고 있었고 주치의 말씀으론 아이가 대발작이라 심해보이지만 뇌기능이 퇴행되는 경련은 아니라고 했었기에 더이상 완치를 위한 약을 찾느라 삶을 허비하지 말고 이 상태를 유지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아이의 경련이 반복되면서 경련에 대한 대응에 자신감도 좀 생겨나고 있었고 주치의 말씀으론 아이가 대발작이라 심해보이지만 뇌기능이 퇴행되는 경련은 아니라고 했었기에 더이상 완치를 위한 약을 찾느라 삶을 허비하지 말고 이 상태를 유지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주치의와 상의해서 어느 정도의 약의 갯수를 최소로 하고 최소용량을 유지하면서 다른 경련유발요인을 최소화하고 경련주기를 아이가 다시 회복하고 성장할 수있도록 최대한 늘려보는것을 목표로 치료방향을 정했습니다. 빠른 약조절을 위해 입원을 해서 약을 한가지로 정리했습니다. 스케쥴을 조정하고 아이가 스트레스 받는 장소와 상황은 최소로 조정했습니다. 잠을 충분히 잘 수 있도록 하고 방에도 숙면을 위해 아무것도 못하고 돌처럼 지켰습니다. 지민이와 비슷한 경우 좀더 많은 약을 많은 용량을 먹고 지민이보다는 좀 덜 자주 경련하지만 지민이는 약을 좀 덜 먹고 일상과 치료와 컨디션 관리를 좀 더 적극적으로 하기로 했습니다.
경련 전 후의 상황을 기록하고 대비했지만 삶이란 게 잘 조절되지도 않았고 아이도 저도 피로감을 잘 알아차릴 수 없어서 쉽지 않았습니다. 아이는 2~3달에 한번씩 경련을 했고 스스로 멈추지 못하고 약물이나 응급조치가 필요한 위험한 경련을 하고 있기에 긴장하고 있어야 했습니다. 그런 경련이 발생하면 부모의 입장에서 지켜보는 것은 정말 쉽지 않지만 저는 그걸 그냥 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저와 아이는 뇌전증과 같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잘 관리해서 길게 11개월정도 대발작이 없었던 때도 있었습니다. 경련 양상도 익숙해지고 있었고 대응방법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예측이 되었기에 더이상 두렵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아이가 성장하면서 경련 양상도 변한다는걸 알게 되었습니다. 사춘기(초경)가 되면서 또 양상이 바뀌었고 경련주기가 다시 짧아졌습니다. 전조도 없이 바로 대발작을 합니다. 최근에는 경련 주기가 2달이 안되어 회복할 겨를 없이 다시 경련을 해서 약물을 좀 적극적으로 써보고 있습니다. 적어도 아이가 경련 후 체력을 회복 할 정도의 주기는 되어야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뇌전증만 바라보고 살 수 는 없었습니다. 장애만 바라보고 살 수는 없었습니다. 장애를 가졌어도 병이있어도 어려움이 있겠지만 우리아이들은 삶을 살아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뇌전증과 같이 지내기로 결심하고 관리하고 지낸 5~6년간은 가끔 행복하단 생각도 하며 살았습니다. 관리하는 기술이 늘어 주기도 조금 길어지고 전조 증상시 경련까지 이어지지 않는 경우 도 많았고 아이도 컨디션 조절로 모든 것을 경험할 수 없었지만 조금씩 시도하고 경험하며 성장했습니다. 지금 막 아이가 아픈걸, 혹은 어려움을 갖게 된걸 알게 된 부모는 10명이면 10명이 낫게 해주고 싶은 맘일 거예요. 그리고 아이가 낫지 않으면 삶도 없고 불행할 것이라 생각하실것 같아요. 저도 그랬으니까요.
뇌가 손상되어 퇴행이 생기거나 생명에 위험이 되는 경우는 적극적 치료를 할 수 밖에 없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한번 쯤 생각해보세요. 아이와 아이의 삶을, 그리고 그아이와 같이 살아갈 나와 다른 가족을. . . 물론, 가끔 한번씩 생각합니다. 어느날 갑자기 경련을 딱 멈추게 되지 않을까?하는 소망을 말입니다.
가정에서의 일상을 즐기는 지민이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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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란 무엇인가

왜 우리는 일과에 대해서 알아야 하는가

발달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동과 양육자들을 만났을 때 지금 직면한 발달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초점을 두는 경향이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아이들은 자라나면서 접하게 되는 많은 사회적 맥락 안에서 적응해서 살아갈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 해결에 초점을 두다 보면 아이가 무언가 못하고 있는 것을 강조하게 되고 맥락은 고려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는 왜 아이와 가족이 생활하는 '일과'에 대해 알아야 하는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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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 ‘일과’, ‘일과 기반 개입’, ‘일과 기반 면담’이 핵심 학습단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일과기반면담을 사용하는 이유에 대해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일과기반면담은 구체적으로 ‘요구’ 진단 과정입니다. 아이들이 받는 많은 진단과 평가들은 적격성을 확립하거나 아이가 다른 또래들과 비교했을 때 아이가 어떤 이유로 어떻게 수행하는지 알기 위한 것입니다. 그러나 많은 검사들은 아동의 기능적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특히 아동이 생활하고 있는 맥락에서 더욱 그렇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맥락들은 바로 우리가 ‘일과’라고 하는 것입니다. 일과라고 해서 모든 것이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수행되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우리는 그 용어를 삶이 일어나는 하루의 덩어리를 지칭해서 사용합니다.

어린 아동기에는 부모가 기상할 때부터 시작됩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그것을 아이의 일과로만 생각하지 않고 가족의 일과로도 생각하기 때문이지요. 부모와 아이가 기상하고, 아마도 아이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과 같은 일종의 그룹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도 있고, 낮시간에 일어나는 일상적인 일들이 있지요. 저녁식사 준비 시간, 저녁 목욕 시간 등이 일상 생활의 맥락입니다.

그래서 아이가 의미 있게 기능하는 데 필요한 것을 분류함으로써 일상 생활에서 너무 많은 요구를 놓치지 않고 발달 영역으로 나누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생활 방식을 통해 전인적인 아동과 가족을 바라볼 수 있는 구조화된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진행자 :때때로 사람들은 특정 가족은 일과가 없는 것 같다고 말합니다. 이런 말을 들어본 적이 있으신가요?

네. 그래서 사람들이 가족에게 일과가 없다고 말할 때 예측 가능한 일과가 없는 것을 일과가 없다고 생각하곤 합니다. 그들은 삶이 혼란스러운 가족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매일매일이 다른 거지요. 이러한 가족들도 물론 예측 가능한 일과를 가진 가족과 마찬가지입니다. 그 가족들도 우리가 정의하는 방식의 일과를 가지고 있습니다. 어느 순간 아이가 깨어나고, 음식이 아이의 입에 들어가게 되고, 또 어느 순간 화장실을 가고, 어떤 때는 놀고, 외출을 하지요. 특정 가족의 순서로 뒤섞여 있어도 그 모든 것들이 일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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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 기반 면담(Routine based Interview)이 왜 중요한가!

가정방문의 첫걸음 - 일과 기반 면담

가정으로 방문을 하는 목적은 전문가가 아동과 함께 놀이를 하거나 치료를 하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바로 가족과 아동이 많은 시간을 보내는 가정에서 아동의 발달기회를 찾고 아동과 많은 시간을 보내는 가족들이 아동의 발달을 지속적으로 촉진해줄 수 있기 때문에 가족들이 그것을 알 수 있도록 하고 실제적인 방법을 찾아내고 적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그 첫걸음은 영아와 가족의 일과를 파악하는 것입니다. 일과를 파악한다는 것은 단순히 일과를 아는 것이 아닙니다. 일과기반면담이 왜 중요한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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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로빈 맥윌리엄입니다. 저는 일과 기반 면담(Routine based Interview)를 개발했습니다. 저는 제가 일하고 있는 오클라호마에서 뿐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여러분들이 이것을 사용할 수 있도록 장려하기 위해 지금 여기에 있습니다.

RBI가 왜 그토록 중요한가?
첫째, RBI는 조기개입을 할 때 기능성에 초점을 둬서 계획 수립하는 데 초점을 둡니다. RBI는 가족들이 그들의 아이들과 자신들이 매일의 삶에서 정말로 필요한 것을 구별하게 해줍니다.

둘째, RBI는 부모 뿐만 아니라 다른 가족 구성원들이 하기를 바라는 것을 이룰 수 있도록 가족의 요구를 구별하게 해줍니다. RBI가 IDEA의 가족진단에 대한 최근 지침에 매우 부합하는 것은 바로 이때문입니다.

셋째, RBI를 수행하는 것은 진단과 개입의 맥락을 제공합니다. 일과 기반 면담의 정의에 의하면, 가족의 일과에 따라 구조화됩니다. 그래서 인류학자들은 가족 일과를 가족 안에서 무언가를 하는 곳이라고 부릅니다. 이곳은 아동의 기능을 수행하는 것을 비롯하여 가족들의 삶이 이루어지는 시간을 보내는 곳입니다. 가족들의 매일의 일과에 대해 면담을 함으로써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자세히 알아봄으로써 기능에 대한 좋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습니다. 다른 말로 진단(assessment)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가족이 변화를 필요로 하는 시간과 장소를 구별해 내는 데 도움이 됩니다.

RBI가 중요한 네 번째 이유는 RBI가 가정방문과 지역사회 중심 방문의 근간이 되는 계획을 수립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어떤 면에서 계획 자체가 중요하기보다는 그 계획이 실제로 아동과 가족들을 위해 작동하는지가 중요합니다. RBI를 수행하면서 다루어야 할 많은 목표들이 있는데, 가정방문이나 기타 개입 시간을 진행하는 방식들도 다양합니다. 이러한 목표들이 실제로 아동과 가족에게 기능적 요구들이라면 가정방문이 훨씬 더 풍요로워질 것입니다. 전문가가 방문해서 아이들과 전문적인 좋은 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가족들이 구별해낸 실제적인 요구를 목표로 하는 진정한 방문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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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의 쓸모 – 아이의 모든 것을 기억할 수 없다면

글 : 김지영

보톡스를 가장 최근에 맞은 게 언제죠? 어느 손을 더 잘 쓰나요? 아이가 새로운 재활 치료실에 가면 흔히 받는 질문이다. 학교나 복지관에서 만나는 특수교사, 사회복지사는 더 자세한 것을 묻는다. 중환자실에 있었던 기간은요? 어떤 진료를 보고 있나요? 쏟아지는 질문에 머릿속이 하얘진다. 제하가 잘 쓰던 손이 오른손이었나? 그 수술을 언제 받았더라..? 출산할 때 뇌를 같이 낳기라도 한 건지. 누가 갑자기 내 나이를 물으면 생각이 안 나서 계산기를 두드리는 일도 있는데 하물며 제하는 워낙에 이슈가 많아서 더 기억나질 않아 면담이 끝날 때마다 기분이 찜찜했다.

무엇을 기록하면 좋을까?

아이의 이력서, 자기소개서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누가 봐도 어떤 아이인지 알 수 있을 정도로, 가능한 아이와 관련된 모든 걸 기록해 두고 카테고리별로, 시간순으로 정리를 한다. 사실 나도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기록한 건 아니고 만 3세가 되어서야 필요성을 느끼고 제대로 쓰기 시작했는데 어릴 적 방학 일기처럼 지난 일이 생각도 잘 안 나고 쓰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였다. 가능하면 미루지 말고 일찌감치 기록하는 것을 권하고 싶다. 한 번에 다 쓴다고 생각하면 시작하는 것 자체가 어려우니 기록을 늦게 시작해서 밀린 내용이 많다면 틈틈이 조금씩 써보도록 한다. 완성 후에는 변동사항이 있을 때마다 업데이트한다.
경련을 많이 하거나 먹는 약이 많다면 간호일지를 써두는 것도 좋다. 기록을 하면 투약을 빠뜨리는 것을 방지할 수도 있고 돌봄 선생님 등 간병인이 여러 명일 때 인수인계하기도 수월하다. 경련, 발열 등 새로운 증상이 있을 때마다 기록하면 외래 진료나 응급실에 갔을 때 아이의 상태를 설명하기가 쉬워진다. 장 절제 수술을 받은 우리 아이처럼 먹는 양과 배설 횟수 등이 중요한 경우라면 병원에서 하는 것처럼 섭취량, 배설량 및 시간 등 모든 것을 기록한다.
재활 치료를 받는다면 치료사의 코멘트를 그때그때 써 둔다. 아이의 움직임에 대해서는 치료사가 부모보다 더 많은 것을 알 수도 있다. 아이를 유심히 관찰할 겨를이 없는 나는 아이가 왼쪽을 더 잘 본다, 오른손을 더 잘 쓴다는 것을 치료사를 통해 알게 되었다. 기록을 잘 해두면 원하는 치료 방향에 대해서도 그림이 잘 그려진다.
기록은 데스크탑, 태블릿, 휴대전화 중에서 본인이 활용하기 가장 간편한 매체를 활용한다. 다만 내용을 공유할 때는 파일보다는 종이에 출력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전체 내용은 프린트하기 편한 형태로 저장한다. 나의 경우 일지는 휴대전화에, 포트폴리오는 노트북으로 작업한다.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보육 기관, 교육 기관, 활동 기관, 거주 기관, 의료 기관 등 아이가 살아가는 동안 도움을 주는 기관과 사람은 그때그때 다를 수 있다. 공들인 기록은 병원을 옮길 때나 새로운 치료실에 갈 때 등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 아이의 소개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내 경우 다른 지역으로 이사할 때 이 기록물이 진가를 발휘했다. 치료실을 옮길 때, 특수학교에 입학할 때 첫 시간은 아이에 대해 면담을 했는데 이때 선생님께 미리 만들어 둔 기록을 토대로 이야기를 나누거나 프린트한 것을 전하니 내가 놓친 건 없나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기록물을 통째로 전달할 수도 있지만 대상에 따라 필요한 내용만 따로 빼서 줄 수도 있다. 상대가 필요하지 않은 내용까지 다 줘버리면 방대한 양에 압도되어 자료를 펼칠 엄두도 나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 다른 사람뿐 아니라 내가 확인해야 할 사항이 있을 때마다 아이에 관한 백과사전처럼 꺼내 쓰기도 한다.
아이에 대한 기록은 부모가 같은 말을 반복해야 하는 면담의 보조자료로, 아이의 특성이 반영된 이력서로, 평생교육을 위한 객관적 근거로, 일관성 있는 지원을 위한 삶의 자료가 될 것이다. 지금 당장 할 일을 하면서도 머릿속에는 그다음에 해야 할 일들로 가득 차 있는 우리의 머릿속을 조금이나마 가볍게 해주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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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놀이하는 것이 좋을까요? – 구조화 vs. 비구조화 놀이

구조화된 놀이와 비구조화된 놀이의 차이점을 알고 계신가요?

구조화된 놀이란 어른의 지시나 규칙을 따라 놀이하는 것으로, 퍼즐이나 게임 등이 있습니다.
비구조화된 놀이란 어른의 지시가 없이 아동이 관심을 갖는 놀이를 하는 것입니다. 놀이터에서 놀고, 옷을 골라서 입고, 야외 활동하기 등이 있습니다.
놀잇감을 가지고 놀이하는 것도 놀이하는 방법에 따라서 구조화되었는지 비구조화되었는지로 나누어볼 수 있는데요.

발달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영유아들을 위해 흔히 환경의 구조화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영유아들의 일상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놀이의 구조화도 강조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영유아들의 발달을 위해서는 이 두 가지가 모두 중요하고, 두 가지 유형 간에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영유아는 최소한 하루에 1시간 이상을 비구조화된 자유로운 놀이를 해야 하고, 어른이 주도하는 놀이를 30분 정도 하면서 더 많은 학습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것은 발달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영유아들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아이가 오늘 하루 충분한 놀이 시간을 가졌는지
그 놀이는 아이가 원하는 것을 선택하여 자유롭게 놀이하였는지
어른은 아이가 자유롭게 놀이할 수 있는 기회를 주면서도 필요한 경우에는 과하지 않은 정도로 개입하면서 발달을 촉진하였는지 확인해 보세요.

Pathways의 유튜브 영상을 통해 더 자세히 알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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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중심 실제와 부모 웰빙

연구의 배경 : 북미에서의 가족중심 실제와 부모의 자기효능감, 양육 자신감 및 능력, 부모의 심리적 웰방 간의 관계에 대한 연구 기반의 증거들이 있으며, 본 연구는 스페인에서도 동일한 결과를 보이는지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연구 1 : 북미의 연구 결과가 스페인에서 지현될 수 있는가 / 연구2 : 연구1의 결과가 스페인의 두번째 가족 표본에 재현될 수 있는가

방법 및 절차 : 변인간의 관계를 평가하는 데 필요한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 측정과 설문조사를 하였다. 연구1의 참가자는 105명의 가족이고, 연구2의 참가자는 310명의 가족으로, 이들은 9곳의 조기개입 프로그램을 통해 모집되었다. 부모 웰빙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치는 변인을 테스트하기 위해 구조방정식 모델을 사용하였다. 

결과 : 가족중심실제는 자기효능감과 양육 효능감 모두에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고, 부모의 심리적 웰빙과 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론 및 시사점 : 결과는 가족중심실제에 대한 선행 연구에서 보고된 것과 유사하였다. 이는 가족 중심 실제가 다양한 유형의 효능감과 관련이 되어 있으며, 부모의 웰빙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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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겪었던 소화기 문제들

글 : 윤승아

아이는 뇌병변의 후유증으로 뇌병변장애와 지적장애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장애보다 더 힘들었던 것은 아이가 아픈 걸 지켜보는 일인 것 같습니다. 지민이의 경우는 소화의 문제와 뇌전증이었어요. 일반적인 경우와 달리 뇌병변이 기저 원인이기 때문에 대처하기 어렵고 도와줄 방법이 많지 않아서 더욱더 힘들었습니다. 오늘은 이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먹고 소화시키는 것의 어려움

이른둥이였던 지민이는 젖병 빠는 힘이 약하고 양이 작아 먹이는 것 자체가 큰 일이었습니다. 목표 용량을 먹이려면 40분 이상을 먹여야 했고 그나마도 잘 먹지 못해서 자주 먹이고 싶었지만, 자는 시간과 치료 시간을 고려해 자주 먹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이유식은 많이 늦게 시작하지 않았지만 36개월 전후로 많은 병치례를 하면서 쉽게 밥을 먹는 단계로 넘어가지는 못했어요. 꽤 오래 후기 이유식 형태로 먹였습니다. 치료를 위해 차를 타고 이동하는 시간이 길어서 간단하게 먹어야 하기도 했고, 소화기관에 탈이 나는 경우가 많아 소화가 잘되는 재료를 선택하고 고기나 덩어리는 거의 다지거나 갈아서 만들어 주었죠. 밥은 후기 이유식 형태였고 단백질은 주로 흰살 생선을 먹였습니다. 소화가 어려운 기름지거나 밀가루 음식은 못먹였어요. 우유도 자주 탈이 나서 일반 우유는 안먹였습니다. 빵을 먹여 본 것은 5~6살이 넘어서였습니다. 결론적으로 얘기하면 큰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소화가 잘되는 음식을 먹였습니다. 아이를 위한 것이기도 했지만 제게도 당장은 이런 방법이 편했습니다
고열을 동반한 감기나 감염병에 걸렸을 때 열이 내리고 난 직후 꼬박 하루를 내리 울었습니다. 아이가 먹지도 않고 소변과 배변도 잘 안되고 하루종일 울어대는데, 이유도 모르겠고 미칠것 같았어요. 영아기의 어린 아기가 열이 날 때는 울기보다는 오히려 쳐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가 운다는 것은 통증을 동반한다는 것이고, 외과적으로 다친게 아니면 배앓이가 가능성이 높아 보였습니다. 그래서 응급실에 데려갔지만 의사는 “막연한 추측으로 아이를 치료할 순 없고 정밀 검사를 해야하는데 협조도 안되고 많이 힘들거다. 그 정도 병치례 후엔 속병이 나는 것은 오히려 당연하다. 조금 쉬면 회복될거다”라고 하였고 관장을 좀 해주거나 위장관운동을 도와주는 약을 주는 것이 다였고 선생님 말처럼 만 하루를 쉬면 회복하기는 했습니다.
열이 난 후 회복기의 증상 이외에도 유아기엔 수면중이나 기상 후 1시간 내외로 식은땀을 흘리고 손발이 차갑게 되고 침을 힘겹게 삼키며 안절부절 못하는(뭔가 갑작스런 통증을 참는 듯한)증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났습니다. 주로 10분 이내로 금세 언제 그랬냐는듯 잘 놀았습니다. 트림이나 방귀를 뀌면서 증상이 없어지기도 하였지만, 증상이 수차례 반복되는 경우엔 경련으로 이어졌습니다.

저체중과 영양 부족

저는 여기저기에서 만나는 모든 전문가와 부모들에게 이 문제를 공유했지만 답을 들을 수 없었습니다. 아이들이 성장하며 장도 길어지고 그래서 소화력이 약한 아이들은 점점더 힘들어지고 문제가 생길 확률도 높다고 하더군요. 더군다나 지민이는 저긴장아이라 어쩌면 이런 문제가 당연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한약도 먹여보고 대체의학에서 하는 보충제도 먹여봤지만 큰 도움은 안되었던것 같아요. 자연히 체중도 쉽게 늘지 않았습니다. 9kg을 넘기는것이 아주 오래걸렸고 만 24개월이 한참 지나서야 10kg대에 진입했어요. 경련안하게 소화장애 안상기게 조심하다보니 아이가 말라가는걸 미처 못느낀것이죠.
그러다 4세 무렵, 그날도 원인 모를 복통에 안되겠다 싶어 대학 병원에 진료를 보러갔다가 초저체중의 영양실조 상태라고 당장 입원하라고 해서 당일 바로 입원해서 검사를 진행 했습니다. 저는 아이를 매일매일 보니까 아이가 그렇게까지 말라있는지 깨닿지 못했어요. 재활치료와 병치례에 정신이 없었고 당시 부모님들도 많이 편찮으셨고 저 역시 수술을 해야 했어서 경황이 없었나봐요. 우연히 찍은 아이 사진을 보니 TV에 나오는 아프리카 기아난민같이 말라 있었어요. 사진으로 보니 더 명확하게 보였습니다. (너무 마음이 아파 이때 사진은 다 없앴습니다.TT)
협조가 안되어 검사를 하기가 쉽지 않았고 겨우 내시경과 삼키는 기능과 관련된 검사만 할 수 있었어요. 꼭 닫혀 있어야 하는 식도 입구가 거의 열려 있다고 해요. 그때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습니다. 아이의 근육 긴장도가 저긴장으로 정상이 아닌데 내장기관도 정상이 아닐 거란 생각은 왜 못했을까…
의사는 “식도역류로 추정진단하고 치료를 해보자. 호전되면 유지하고 호전이 안되면 다른방법을 찾자"고 해서 1년간 치료를 했습니다. 유아의 식도역류증상은 몸이 활처럼 휘는데, 그 모습이 꼭 경련 같아서 경련으로 오인되기도 한다는 것도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이후로도 소화기치료는 빈도가 좀 줄었지만 계속되었습니다.

계속되는 악순환의 고리 끊어내기

악순환이 계속되며 아이는 말라갔습니다.
깡말랐던 4세 무렵
그러다가 아이가 만 5~6세 정도 되었을때 우연히 만난 특수교사가 수업전 평가, 상담시간에 지민이의 전반적인 일상생활을 물어보시며 지민이의 섭식방식에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이 나이에 섭식에 특별한 어려움이 있는 것이 아닌데 계속 후기 이유식 형태의 음식을 먹는 것에 놀라셨고 계속 유동식만 먹고 씹지 않으면 점점 더 씹는 기능과 소화기관의 소화력도 약해져 소화가 안되고, 장기적으로 봤을 때 경련에도 안좋은 영향을 준다. 그 문제로 생명이 위험해 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아이가 소화력에 문제가 생기면 경련을 한다고 얘기했지만 선생님은 당장은 경련을 하더라도 소화력을 키워 줘야 한다는 겁니다. 제가 납득을 하지 못하자 본인의 동생 얘기를 해주었습니다. 교통사고로 사지마비의 뇌병변장애를 가지게 되었고 뇌전증도 있고 호흡, 소화 전반에 문제가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성인기에도 이러한 문제가 해소되지 않았고 결국 그 문제로 20대에 떠나보내게 되었다고요. 생각지도 못한 결말에 당황스럽고 혼란스러웠습니다.
며칠을 고민하던 저는 경련을 할 각오로 시도해 보기로 했습니다. 두려움과 걱정으로 시도해봤다가 후회했다가를 반복하면서 악순환이 계속 되었지만 여기에 시간이 더해지며 아이는 조금씩 식사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체중도 물론 5%ile 이내이지만 그래프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그러다 초등 2학년때 경련 주기가 짧아지고 많이 아프면서 또 체중이 그래프 밖으로 나갔습니다. 그래서 '살찌우기 프로젝트'로 영양사처럼 식단스케줄을 치료스케줄과 같이 짰습니다. 자기 전엔 2시간엔 공복을 유지하고 식사나 간식 직후 40분 이내엔 이동과 운동을 금하니 식사 3번, 간식 2번을 먹일 수 있었습니다. 열심히 먹였습니다. 대학병원 영양사였던 유치원 친구 어머니의 도움으로 고열량이면서 소화가 잘되는 음식을 추천받아 모든 치료에 우선해서 규칙적으로 먹였습니다. 그러자 몸무게가 조금씩 늘고 운동기능이 조금씩 올라가며 가속도가 붙었습니다.

소화제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님을 깨닫다

비슷한 시기에 수소문하여 소아 소화기 전문의를 찾아가 상담을 했습니다. 의사선생님이 그렇게 말씀하신 것은 아니지만 그때 상담후 제가 느낀 결론은 “모른다”였습니다. 적어도 저는 그렇게 들렸습니다. 그분이 무능력하다는 것은 아닙니다. 저명한 분이시고 지민이같은 뇌병변아이들의 성장을 많이 지켜봐온 분이셨습니다. 선생님은 “뇌손상을 받은 아이들의 섭식과 소화기의 문제는 예상하기 힘들다. 내장과 뇌가 연결되어 있다. 크면서 좋아지는 경우도 있고 크면서 나빠지는 경우도 있다"고 하면서 당시 식도역류로 소화기 약 3가지를 1년 넘게 먹이고 있었는데 당장 먹이지 말라고 했습니다. “아이가 스스로의 능력을 키울 수 없다. 소화기약 자체가 오래된 1세대 약이 많고 아이에게 장기 복용하면 아이 기능이 오히려 약해질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때 깨달았습니다. 지민이가 힘들어하는 부분은 어쩌면 특정 질병이 아닐 수도 있겠구나. 소화제 같은 약으로는 고칠 수 있는 것이 아니구나. 몸 전체를 관장하는 뇌를 편안하게 해주어야 하겠구나.

우리 아이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보기

신경과 주치의와 의논해서 뇌가 쉴수있는 방법이 무엇일까를 고민하다 '수면'이 아닐까 여겨져서 현재는 밤에 숙면을 도와주고 있습니다. 다행히 조금은 호전이 되었습니다.
아이가 커갈수록 생각보다 훨씬 많은 양의 음식을 먹여야 하는데, 섭식이 잘 안되면 유동식만으로는 일반 식사의 영양과 열량을 공급해주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아이가 섭식에 문제가 있다면 섭식의 문제를 먼저 해결하고 영양을 충분히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봐야 할 것 같아요. 아이의 운동기능과 활동 양도 고려해야 하고요.
우리 몸은 사용하지 않으면 발달을 하지 않습니다. 걷지 않거나 손의 기능이 떨어진 상태로 자란 아이들은 성장해서도 손과 발이 어린 아이처럼 작습니다. 운동 뿐만 아니라 몸의 여러 기능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씹지 않으면 관련된 관절과 근육이 약화됩니다. 단단한 것을 씹지 못하고 힘들어 한다고 부드러운 것만 먹이면 점점 더 씹지 못하게 됩니다.
물론 모든 아이들이 저희아이와 같진 않습니다. 무조건 아이 상황과 맞지 않는 무리한 시도를 하시면 안됩니다. 하지만 비슷한 악순환을 하나씩은 가지고 있지 않을까 합니다. 반드시 전문가의 조언을 받으며 조금씩이라도 변화를 시도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가 못할 것이라고 지레 생각했던 것들 중 의외로 많은 부분에서 아이들은 조금씩 해내곤 합니다.
아이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부모가 기회를 주지 않아서 또는 그 기회를 너무 일찍 주어서 또는 몇 번 시도하고 부모가 포기해서 일수도 있습니다.
학교에서 스스로 다양한 음식을 먹는 최근 지민이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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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개입 서비스 참여 적격성 결정시 참평가(Authentic Assessment)의 중요성

영아의 발달을 정확하게 진단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조기개입 서비스에 참가할 수 있는 수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어떤 아동들이 참가할 적격성을 지니고 있는가를 판단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단지 표준화된 검사를 통해 얻어진 점수와 구분선에 의해 흑백을 나누듯이 결정하는 것이 적절할까요? 

2017년도에 간행된 논문을 소개합니다. 아직까지도 이러한 논의가 의미가 있는 것은 보다 발전된 체계를 가지고 있는 서구 선진국에서조차도 개선방향을 찾고자 노력하고 있음은 물론이고 우리 나라에서는 실제적인 기준 마련에 대한 인식조차도 미비하기 때문입니다.  

논문의 요약 : 조기개입 서비스 제공에는 인구 변화, 입법 변화, 시간과 비용 제약, 의사 및 가족의 인식 등 다양한 요인들이 영향을 미친다. 본 파일럿 프로젝트는 출생에서 3세까지의 인구에 현재 적용되고 있는 평가의 실제를 조사하였다.  아동과 양육자 및 다학제간 실무자들을 임의 표집하여 적격성을 결정하는 과정에서의 규준참조 도구와 참평가 도구의 역할을 조사하였다.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대다수의 아동들은 규준참조 평가와 참평가를 받았다. 아동들의 절반 이상이 가정에서 사용하는 언어 차이로 인해 표준화된 절차를 따를 수 없었기 때문에 규준참조 점수의 해석에 의문이 제기되었다. 실무자들은 평가 대상 아동의  80% 정도의 발달적 요구(needs)를 도출하기 위해 규준참조 데이터가 아닌 참평가 정보를 사용한다고 보고하였다. 본 파일럿 프로젝트의 결과는 영아(infants and toddler)를 위하여 규준참조평가 및 참평가  도구 사용을 위한 증거기반 실제에 대한 추후 연구를 위한 토대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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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개입 서비스 제공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탐색

본 연구는 발달지체 및 장애 영아에게 조기개입 서비스를 제공한 경험이 있는 교사 및 조기개입 서비스 전문가 60명을 대상으로 조기개입 서비스 제공에 대한 다양한 인식을 파악하고자 온라인 설문조사와 반구조화된 면담을 진행하는 혼합연구 방법을 적용하여 이루어졌다. 

온라인 설문조사는 참여자의 특성, 조기개입 서비스 현황, 서비스 저해 요인에 대한 인식, 서비스 촉진 요인에 대한 인식으로 구분하여 총 30문항으로 구성되었다. 온라인 설문조사 문항 결과를 토대로 인식의 다양성이 반영될 수 있도록 의도적으로 6명의 참여자를 무작위 선별하여 추가적인 반구조화 면담을 진행하였다. 

본 혼합연구에서 도출된 연구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조기개입 서비스 제공 현황 및 조기개입 서비스에 대한 교사 및 전문가의 인식이 다양한 것으로 나타났다. 둘째, 개별 교사 및 조기개입 서비스 전문가들이 담당한 아동의 수에 따라서 조기개입 서비스 제공을 저해시키는 요인에 대한 인식이 달라질 수 있다. 셋째, 조기개입 서비스 제공을 촉진시키는 요 인은 어떠한 변인에 의해서도 달라지지 않았다. 이러한 연구 결과를 토대로 국내 조기개입 서비스 제공을 활성화하는데 필요한 기초자료를 제공하고자 하며, 이와 관련된 논의 및 시사점을 제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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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D 영아를 위한 부모 실행 중재 동향 분석: 국외 연구 중심

자연적인 일과 및 환경에서의 부모 실행 중재(parent-implemented intervention: PII)는 자폐범주성 장애 영유아를 위한 증거 기반의 실제로 이후의 긍정적인 성과에 영향을 미친다. 

본 연구는 국외의 자폐 범주성 장애 및 장애 위험 영아를 위한 부모 실행 중재 무작위 대조군 연구(randomized controlled trial: RCT) 17편을 선정하여 전반적인 동향, 중재 프로그램의 특성, 성과 영역 및 측정 방법, 연구의 엄격성을 위한 노력에 대해 분석하였다. 

연구 결과, 자폐 범주성 장애 및 장애 위험 영아를 위한 부모 실행 중재는 자연적 환경에서의 발달적 행동 중재 전략(naturalistic developmental behavioral intervention: NDBI)을 기반으로 하였으며, 부모의 양육효능감이나 부모의 전략사용에는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왔으나 영아의 사회 의사소통, 자폐 증상 심각도 등에서 낮은 수준의 효과를 보였다. 연구의 질적 수준은 평균 90.2%로 높은 편이었다. 분석 결과를 근거로 국내 자폐 범주성 장애 영아를 위한 부모 실행 중재의 향후 과제 및 우리나라 교육현장에의 시사점을 제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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