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발달을 위해 ‘시간을 들인다’는 것

글 : 이소영 (서초아이발달센터장, 특수교육학 박사)

"치료를 더 받아야 해요" "시간을 들이부어야 해요."
발달이 느린 아이를 둔 양육자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말입니다. 치료사나 어린이집 선생님에게서, 혹은 ‘전문가’라 불리는 누군가에게서 듣기도 하고, 발달이 느린 아이를 키우는 다른 양육자에게서 듣기도 합니다. "이 아이는 치료를 더 많이 받아야 하지 않나요?" "치료에 집중해야 하지 않나요?" 이런 말들은 분명 선의에서 나옵니다. 그런데 이 말을 들을 때마다 저는 한 가지 질문이 함께 떠오릅니다. 치료를 많이 받으면 아이는 정말 좋아지는 걸까요? 오랫동안 현장에서 아이들을 만나왔지만, 치료의 양이 늘어난 것이 아이에게 분명한 변화를 가져왔다고 확신할 수 있었던 경우는 잘 떠오르지 않습니다. 오히려 치료 일정에 쫓기는 아이들에게서 또래라면 누구나 누리는 일상의 경험이 조금씩 사라지는 모습을 더 자주 보아온 것 같습니다.

일상이 무너진 아이

두 아이의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습니다. 둘 다 24개월이었습니다. 첫 번째 아이는 여러 치료를 받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린이집 등원 일정이 매우 불규칙했습니다. 어떤 날은 오지 않았고, 어떤 날은 하루 종일 있었습니다. 9시에 등원해 30분 만에 나가는 날도 있었고, 10시에 와서 또 30분 만에 나가는 날도 있었습니다. 아이는 분리불안이 심해 등원할 때마다 울었고, 선생님들은 매번 아이를 달래야 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장면이 마음에 남았습니다. 시간이 지나 아이가 점차 울음을 거두고 막 놀기 시작할 무렵, 엄마가 어린이집 벨을 눌렀습니다. 아이는 다시 울었습니다. 엄마가 왔는데 왜 울까 싶었지만, 곧 이해가 되었습니다. 아이는 이제 막 놀이에 참여하려 했던 것입니다. 놀고도 싶고, 엄마도 보고 싶고. 그러니 울 수밖에 없었겠지요. 이 아이에게 어린이집은 끝내 ‘일상’을 영위하는 곳이 되지 못하고, 치료실과 집 사이를 오가는 잠깐의 경유지에 불과했던 것 같습니다.

너무 바쁜 일정이 목표 성취를 방해할 때

두 번째 아이도 비슷한 상황이었습니다. 이 아이 역시 많은 치료를 받고 있었고, 일주일에 1번 40분간의 가정방문 일정을 잡는 것조차 쉽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겨우 시간을 맞춰 방문해보면 아이는 이미 여러 곳을 다녀온 탓에 지쳐 잠들어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 아이에게는 구체적인 목표가 있었습니다. 혼자 핑거푸드를 잡아 먹기, 그리고 의자나 보행기를 잡고 밀면서 걷기. 모두 일상에서 반복적으로 연습해야 익힐 수 있는 것들입니다. 그런데 현실은 달랐습니다. 집에서 차분하게 밥을 먹을 시간이 없어 아이는 치료실을 오가는 차 안에서 엄마가 입에 넣어주는 주먹밥을 받아먹었습니다. 자신의 손으로 식사도구는커녕 밥이든 과자든 잡아볼 기회가 없었습니다. 일주일 만에 방문해 잡고 걷기 연습은 어땠냐고 여쭤보면, 돌아오는 대답은 늘 비슷했습니다. "집에서 시켜볼 시간이 없었어요. 지금 한번 해볼까요?" 치료를 받으러 다니는 것이 발달 목표를 이루는 데 오히려 걸림돌이 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요?

왜 치료를 받는가

이와 같은 경험은 단지 두 아이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닐 것입니다. 치료 중심의 일정을 소화하는 아이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어른과의 1:1 상호작용 속에서 보내게 됩니다. 그 안에서 아이들은 자신을 전적으로 돌봐주는 어른에게 익숙해지고, 또래 집단 안에서는 어른에게 의존하거나 관계 맺기를 어려워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합니다. 아이가 결국 살아가야 할 세계는 1:1 치료실이 아닌데도 말입니다. 여기서 한 번쯤 근본적인 질문을 떠올려볼 필요가 있습니다. 치료의 목적은 무엇인가요? 치료의 목적은 아이가 자신의 일상을 살아낼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밥을 먹고, 잠을 자고, 친구와 놀고, 어린이집에서 하루를 보내는 것. 그 일상이 치료 일정으로 인해 흔들린다면, 우리는 무엇을 위해 치료를 하고 있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진짜 시간을 들인다는 것

‘시간을 들인다’는 말이 반드시 치료실에서 보내는 시간을 늘리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가정에서 양육자와 아이가 함께하는 시간, 어린이집에서 또래와 놀이하는 시간, 일상의 루틴 안에서 스스로 무언가를 해보는 시간. 이런 시간들이야말로 아이의 발달을 위해 진짜로 필요한 시간이 아닐까요. 치료는 그 시간을 지원하는 수단이어야 합니다. 치료가 그 시간을 대신하거나 빼앗는 것이 되지 않도록, 우리 모두가 한 번쯤 함께 생각해보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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