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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를 웃게 하면 더 많은 것을 가르칠 수 있다

최진희 (한국영아발달조기개입협회 회장)

웃음이 보약이라고 한다. 신체적 건강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영아의 두뇌발달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부모가 웃기는 표정, 소리, 행동을 했을 때, 영아들이 소리 내어 웃고 다시 하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엄마가 “까꿍”하고 문 뒤에서 얼굴을 내밀거나, 아빠가 강아지 흉내를 내면서 아이한테 다가갈 때 아이가 큰 소리를 내어 깔깔대고 웃는다. 이때 아이 두뇌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올해 6월에 발표된 18개월 된 영아를 대상으로 한 연구는 이에 대한 한 가지 답을 제시하였다. 아이가 웃을 때에 집중하고 새로운 과제를 배운다는 것이다. 부모 무릎에 앉아 있는 영아 앞 테이블에 손이 닿지 않는 거리에 장난감과 바로 앞에는 종이 갈퀴가 놓여졌다. 굳은 얼굴을 한 낯선 어른과 유머 있는 행동을 하여 아이를 웃게 한 어른이 갈퀴를 사용하여 장난감을 끌어 오는 것을 시범 보였다. 어른의 유머 있는 행동에 웃는 반응을 한 대부분의 영아가 집중하여 종이 갈퀴를 사용하여 장난감을 가지올 수 있었다. 다른 영아들은 도구를 사용하여 문제해결을 하는 이 과제에서 성공한 확률이 낮았다.
웃음 같은 긍정적인 감정은 두뇌에 도파민과 엔돌핀을 나오게 만들고, 이는 기쁨을 느끼고 성취감을 느끼게 한다. 도파민은 기억을 돕고 미래에 이런 행동이 다시 일어나게 한다. 유모는 스트레스 호르몬을 줄이고 두뇌의 해마영역의 기억 신경세포 연결을 쉽게 한다. 간단하다. 덜 스트레스 받고 많이 즐거워하면, 더 기억을 많이 하게 된다.
부모, 교사, 치료사는 발달지체 영아의 발달을 촉진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보낸다. 영아가 무엇을 재미있어 하는지, 언제 웃는지, 어디에 관심 있는 지를 안다면 더 효과적인 학습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영아는 같이 있어 즐겁고 웃게 만드는 어른에게서 더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영아가 성인처럼 앞으로의 발달과 보상을 생각하면서 어려움을 견디고 스트레스를 참아가면서 학습하지는 않는다. 즐거움 속에서 새로운 것을 배우면 두뇌의 긍정적인 신경연결을 많이 만들게 된다. 성취감와 자아감이 발달한다. 이는 향후 좀 어려워도 참고 더 큰 보상을 이해하면서 자기조절을 하는 능력의 기초가 된다. 어른이 아이를 위해서 자주 크라운이 되어도 좋다. 충분한 이유가 있다.

참고자료

Esseily, R., Rat-Fischer, L., Somogyi, E., O'Reagan, K. J. & Fagard, J. (2016). Humour production may enhance observational learning of a new tool-use action in 18-month-old infants. Cognition and Emotion, 30(4), 817-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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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다른 아이를 키우는 분들께 드리는 선물

조금 특별한 아이들을 키우고 계시는 부모님들이
우리 아이들과 가족들의 현재를 살아가고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현실적으로 어떠한 점들을 염두에 두어야 하는가
그러면서도 조금은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우리의 일상을 영위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달받을 수 있습니다.

유아부터 고등부에 이르기까지 특수교육 현장에서 오랜 경험을 갖고 계시는 선생님들과 장애를 가진 자녀를 양육함과 동시에 활동가인 네 분의 이야기를 담은 책입니다.

1장. 무대에는 거울이 없다

꿈고래어린이집 원장인 박현주 선생님은 부모님들과 함께 꿈고래놀이터부모협동조합을 만들어 상담 및 자문, 부모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마을에서 평범하고 행복한 삶을 살기를 바라는 마음을 느껴보세요.

2장. 초등학교, 설렘과 걱정 사이

부경희 선생님은 초등학교 특수학급과 특수교육지원센터에서 20여년째 일하고 있습니다. 아이와 부모님들이 지니고 있는 고민이나 질문들, 특히 초등시기에 생각했으면 하는 점들을 나누고 있습니다.

3장. 함께 할 수 있는 것들은 많다

한재희 선생님은 중고등학교 특수학급에서 장애 학생만을 위한 특수교육이 아닌 '모든 아이들을 위한 교육'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중고교 시기 뿐 아니라 먼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 어린 아동들의 부모님들도 꼭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4장. 오늘도 나뭇가지마다 리본을 묶는다

스물여섯 살 자폐성 장애 청년의 엄마인 김석주 선생님은 음악치료사이며 활동가입니다. 나의 길이 다른 사람에게도 최적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앞서간 길에 이정표가 남겨져 있다면 뒤따라 가는 길은 좀 더 수월하겠지요.

꿈고래어린이집 원장님의 유튜브 영상에서 1장의 내용을 짧게 엿볼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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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놀이를 함께 하기

남보람 (이화여자대학교 특수교육과 박사과정)

교사 : 별이랑 평소처럼 10분 동안 자유롭게 놀아보세요.
양육자 : 별이야~ 우리 같이 놀아볼까?

장면 1.
“별이야, 이거 가지고 놀까? 이거봐라~ 슝!”
아이는 눈길을 주지 않고 다른 곳으로 향합니다.

장면 2.
“우리 같이 책 볼까? 곰돌이 어디있나?” 아이의 손길이 움직이고, 엄마는 다시 한 번 이야기 합니다. “이번엔 토끼 찾아볼까? 토끼 어디 있나? 토끼가 몇 마리 있을까요?”

장면 3. 블록통에 가지런히 담긴 블록을 쌓습니다.
“1층. 2층. 3층…… 빨강, 노랑, 파랑…”

양육자 : 선생님! 아직 10분 안되었나요? 아이고. 너무 힘드네요.

영아기 의사소통과 사회성 발달을 위해서는 잘 놀아야 한다고 합니다. 치료/교육 기관에서 만나는 선생님들도 이 시기에는 놀이를 통해서 영아의 발달을 촉진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집에서 책읽기 놀이도 해보고, 블록 쌓기 놀이, 그림 그리기 놀이도 합니다. 그런데 우리 아이는 좋아하는 놀이도 별로 없고, 해줘도 잠깐 해보고 도망가기 일쑤입니다. 정말 이렇게 놀면 의사소통을 잘하게 되는 걸까요? 이상하게 선생님이랑 놀면 이것도 하고 저것도 했다고 하고, 말도 따라했다고 하는데 왜. 집에서는 안되는 걸까요? 아무래도 전문가의 손길이 필요한 걸까요?

아이와 놀이하는 것이 어려운가요?

놀이는 무엇일까요? 놀이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렇다할 합의된 정의가 없습니다. 마치 행복이란 무엇인가, 처럼 늘 우리 곁에 있지만 사람마다 다르게 느끼고 경험하기 때문에 하나로 정의내리지 못하고 학자마다 매우 다양한 의견을 냅니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여 정리해 보면, 놀이는 ‘내가 하고싶은 것을 내 마음대로 해보면서 세상을 탐구하는 것'이랍니다.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즐거움을 추구하는 동시에 자신의 가능성을 스스로 시험하고 탐색하며 학습함으로써 신체·언어·인지·사회 정서적 측면의 발달을 해나갑니다.
물론 영아에게 발달지체 또는 장애가 있는 경우 낮은 수준의 놀이에 계속 머물거나 한 가지 놀이에만 집중하는 등 어려움으로 인해 특별한 도움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특별한 도움에 앞서, 가정에서 어떻게 지원해주면 우리 아이가 진짜 잘 놀 수 있을까요?

눈빛이 반짝이는 순간!!

먼저, 우리는 ‘놀이’에 대한 정의를 새롭게 해야 합니다. 어린시절 나의 동반자였던 놀이는 부모가 된 후 아주 멀고도 낯선 존재가 되었습니다. 놀 생각만 하면 ‘오늘은 또 뭘하고 놀아줘야 하나’ 한숨부터 나옵니다. 왜냐하면 아이와 놀이하는 것은 재미없고 힘든 일이니까요. 게다가 놀이를 하면서 뭔가를 가르쳐야겠다! 는 생각까지 하고 나니 놀이를 시작할 엄두조차 안납니다. 하지만 놀이는 정말 아무것도 아니랍니다. ‘무엇’을 ‘어떻게’하는게 중요한게 아닙니다. 놀이는 그저 ‘눈빛이 반짝이는 순간’일 뿐입니다.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우리 아이도 놀이를 하나요? 네 그럼요, 물론입니다. 손목에 감아둔 딸랑이를 엉겁결에 한 번 휘두르다가 딸랑! 소리를 듣고 눈빛이 반짝! 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으신가요? 한 번이 두 번 되고, 두 번이 세 번 되고, 어느순간 엄마가 딸랑이를 감아주려고 하기만해도 눈빛이 반짝입니다. 그 반짝이는 눈빛은 “엇 저거 전에 해봤던건데! 저거 엄청재밌어! 흔들면 막 소리나!”라는 뜻이겠죠? 이게 바로 놀이입니다. 모든 아이는 자신의 수준에서 최선을 다해 세상을 탐구하고 알아갑니다. 아무것도 없이 기어가라, 하면 기어가나요? 저기 재미있는 딸랑이를 향해 기어가는 것, 그 또한 놀이입니다. 저 아이는 놀잇감을 줄세워놓기만 하고 놀지는 않네. 아니요, 놀잇감을 배열하는 놀이를 하는 중입니다. 하루종일 “이(거) 뭐야?”만 외치는 우리 아이, 놀이입니다. 얼마나 재밌어요. 이거 뭐야만 외치면 새로운 이름들이 쏟아지는데요. 누워서 눈앞에 대고 손장난만 하는 우리 아이, 놀이입니다. 내 손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느끼고, 내 손이 움직일 때마다 들어오는 빛이 시시때때로 변하는것을 보면 짜릿하거든요. 이렇게 생각하고 보면 우리 아이도 하루 종일 놀이를 하고 있는 것 맞죠? 아이들에게 놀이는 삶 그 자체이고. 숨쉬듯 하는게 놀이랍니다. ‘눈빛이 반짝이는 순간’을 발견할 때마다 아, 네가 정말 잘 자라고 있구나. 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아이는 자기만의 속도대로 놀이 속에서 자라갑니다.

함께 즐겁게 놀기

‘눈빛이 반짝이는 순간’말고 놀이에는 한 가지 중요한 요소가 더 있습니다. 바로 ‘함께’하는 것입니다. 소꿉놀이로 맛있는 음식을 만들었다면 맛있게 먹어줄 사람이 필요합니다. 공이 떼굴떼굴 굴러가면 받아서 다시 돌려줄 사람이 필요합니다. 블록으로 높이 성을 쌓았을 때 자랑할 사람이 필요합니다. 아이와 함께 놀이하는 양육자의 마음가짐은 ‘심심한데 정말 잘됐다! 나랑 놀아줘!” 하는 것입니다. ‘지겨워죽겠지만 내가 놀아주겠다’는 태도는 아이가 당연히 눈치챕니다. ‘같이 놀고싶다’는 진심이 통해야 함께 놀이할 수 있습니다. 내가 너무 심심해서 놀이친구를 찾은거라면 당연히 아이가 하는대로, 하자는대로 따라갈 수 있습니다. 놀이 방법을 알려주실 필요는 없습니다. 아이가 어떤 놀이를 하든 아이의 놀이를 따라하고, 우리 아이가 아주 말을 잘했다면 했을 법한 말을 해주는 것만으로 충분합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기차를 줄지어 세워두면 양육자도 그 옆에 똑같이 기차를 줄지어 세우면서 “칙칙폭폭 기차가 출발합니다” 라고 하시면 됩니다. 아이가 다른 놀이로 옮겨가면 또 따라 갑니다. 내가 무엇을 해줄까 고민하지 말고 아이가 어디에 관심이 있는지, 무엇을 좋아하는지에 집중해보세요. 그리고 아이가 세상을 배워갈 때마다 옆에서 함께 즐거워하면 됩니다.

눈빛이 반짝이는 순간을 함께 하기

정리하자면, 우리가 해야 할 진짜 놀이는 “눈빛이 반짝이는 순간을 함께하는 것”입니다. 하루종일 아무것도 하지말고 아이만 따라가라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 아이가 다른 사람과 함께 지내는 기쁨 속에서 성장하기 바란다면 하루에 최소 15분은 아이와 진짜 놀이를 함께해야 합니다. 아이는 진짜 놀이 속에서 세상의 이치를 탐구하고, 나와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파악하고,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방법을 배워갑니다.
하루 15분 놀이는 아주 짧지만 결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하루 15분 놀이의 힘은 매우 강력합니다. 거창한 놀잇감이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정말정말 같이 놀고싶은’ 마음으로, 오늘부터 시작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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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발달은 민감기(sensitive periods) 동안의 경험의 폭과 질에 달렸다 – 영유아 조기발달을 돕는 방법

이찬승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대표)

하버드대학 아동발달센터는 영유아의 조기 발달을 도와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한 3가지 원리를 제시한다. 이는 현장 실천가나 정책결정자들이 조기 발달 프로그램을 디자인할 때 활용할 수 있는 원리이기도 하다.
이상의 3가지 원리는 아동의 발달을 돕고 기대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현장 실천가 및 정책결정자 모두에게 필요한 기본 원리다.

요구에 신속히 반응하고 지지한다.

아동 보육을 담당하는 어른이 아동의 요구에 신속히 반응하고 지지할 때 이것은 아동의 건강한 뇌 발달을 도울 뿐만 아니라 심한 스트레스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아동의 요구를 주의 깊게 관찰하고 이에 신속히 반응하는 반응적 관계(responsive relationships)의 형성은 집을 건축할 때 집터를 튼튼히 하는 것과 같다. 또한 이런 관계는 아동의 회복 탄력성을 높이는 데도 매우 중요하다. 이를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방법으로는 앞에서 소개한 ‘서브와 리턴(serve and return)’이 있다. 이를 잘 실천할 수 있기 위해서는 아동 보호자에게 서브와 리턴에 대한 교육과 코칭이 필요하다.

핵심 스킬(skills)을 연마한다.

여기서의 핵심 스킬은 생활하고, 일하며, 관계를 맺는 기술 등을 다 포괄한다. 집중해서 주의를 기울일 일과 기울이지 않을 일을 구분하고 계획을 세워 목표를 달성하는 것, 변화하는 상황에 적응하기, 충동적 행동을 자제하기도 포함된다. 이러한 삶의 기술은 하루아침에 갖춰지지 않는다. 꾸준한 연습과 피드백이 필요하다. 또한 이러한 기술을 갖추는 데에는 집행기능(executive function) 및 자기조절 능력(self-regulation skills)의 향상이 꼭 필요하다.

(1) 집행기능의 향상

뇌의 집행기능은 수많은 항공기의 이착륙을 통제하는 공항의 관제탑과 같은 기능이다. 집행기능을 구성하는 요소와 이를 향상시키는 방법에 대해서는 지난 칼럼 ‘<원리 25> 학습은 항상 의식적인 처리와 무의식적인 처리, 둘 다를 수반한다.’를 참고하시기 바란다. 또한 하버드대학 아동발달센터에서 제공하고 있는 ‘유아~청소년기 아동을 위한 집행기능의 강화와 연습(Enhancing and Practicing Executive Function Skills with Children from Infancy to Adolescence)’이라는 제목의 사이트 내용17을 참고하면 연령별로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다양한 활동을 볼 수 있다.

(2) 자기조절 능력의 향상

뇌의 집행기능은 수많은 항공기의 이착륙을 통제하는 공항의 관제탑과 같은 기능이다. 집행기능을 구성하는 요소와 이를 향상시키는 방법에 대해서는 지난 칼럼 ‘<원리 25> 학습은 항상 의식적인 처리와 무의식적인 처리, 둘 다를 수반한다.’를 참고하시기 바란다. 또한 하버드대학 아동발달센터에서 제공하고 있는 ‘유아~청소년기 아동을 위한 집행기능의 강화와 연습(Enhancing and Practicing Executive Function Skills with Children from Infancy to Adolescence)’이라는 제목의 사이트 내용17을 참고하면 연령별로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다양한 활동을 볼 수 있다.
이렇게 중요한 아동의 감정조절 능력의 발달은 언제까지 가능한가? 태생적으로 이를 잘 배우는 아동이 있고 그렇지 않은 아동이 있기는 하지만, 이 감정조절 능력의 민감기는 2세 정도로 매우 빠르다. 하지만 이 시기를 지난다고 해서 감정 조절 능력을 배우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민감기 때보다 학습이 어렵고 느릴 뿐이다.
아동의 발달에는 유전적 요인도 강하게 작용하지만 동시에 환경적 요인도 강하게 작용한다. 감정조절 능력의 발달은 흔히 집짓기에 비유된다. 집의 향(向)과 기본 형태를 결정하는 설계도(청사진)는 아동의 성장에서 유전적 요인에 비유할 수 있고, 집의 분위기와 특성을 결정짓는 건축 자재와 실내 장식은 환경적 요인에 비유할 수 있다. 그런데 감정조절 능력의 발달과 집짓기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집짓기의 경우 리모델링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할 수 있지만 감정조절 능력은 2세를 전후한 민감기 동안 발달시켜 주지 않으면 그 이후에는 개선이 느리고 힘들다는 점에서 그렇다. 따라서 집 건축의 초기 즉 민감기가 지나기 전에 감정조절을 잘 할 수 있도록 다양한 경험을 풍부하게 제공하면서 어른들이 발달을 도와야 한다. 물론 그 시기를 놓쳤다 하더라도 좌절할 필요는 없다. 민감기가 지난 후에도 20대 중반 기회의 창이 거의 다 닫히기 전까지는 감정조절 능력의 향상은 느리지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아동의 감정조절을 부모나 교사는 어떻게 도와줄 수 있는가? 아동의 감정조절 능력을 키워주려고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나 교사가 모델이 되어 직접 보여주는 일이다. 많은 어른들은 흔히 자신들은 그렇게 하지 못하면서 아동들에게 가르치려 든다. 학교에서 인성교육 혹은 사회성·감성 교육 시간에 아동의 변화를 목표로 감정 조절 활동을 하는데 이것도 도움은 되지만 한계가 있다. 이는 좋은 어른 모델이 없는 아동을 대상으로 보완적이고 마지막 수단으로 사용되어야 한다는 전문가의 조언도 귀담아 들을 만하다. 아동에게 감정조절 능력을 가르치는 최선의 방법은 부모나 교사가 좋은 모델이 되어 주는 일이다. 아동의 감정조절은 어른(부모와 교사)의 감정조절로부터 배운다. 부모가 무엇이 잘못되었을 때 고함을 치고 자기감정에 브레이크를 밟지 못하면 아동도 그대로 따라 한다. 긴급 상황에서 부모가 차분히 문제를 해결하면 자녀도 그렇게 하는 것을 배운다. 부모나 교사가 자신의 감정을 잘 조절하지 못하면 아동들도 조절장애(dysregulation)를 겪을 수 있다.
아동이 감정조절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것이 필요하다.
• 스스로 더 나은 감정조절 전략을 배워 구사하도록 노력한다.
• 긍정적 감정과 상황에 맞게 감정을 조절하는 것의 모델이 된다.
• 아동을 긍정적 환경에 노출시키고 자기조절을 잘 하는 사람들로부터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부모는 아동의 요구에 신속히 반응하고 수용적인 양육을 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아동과 자신의 감정 하나하나에 세심한 관심을 기울일 수 있어야 한다. 부모가 감정적 표현(emotional expressions) 중 특히 부정적인 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면 아동은 감정 조절을 제대로 배울 수 없다. 부정적 감정이라고 해서 억누르게만 해서는 안 된다. 이에 이름을 붙여 표현하게 하고 공감을 해주면서 감정을 가라앉히게 도와주어야 한다. 아동이 감정조절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에 대해 부정적으로 반응하거나 벌을 주면 아동은 더 화나고 짜증을 내게 된다. 이때 감정을 담당하는 하위뇌(downstairs brain)가 대들어 싸우거나 회피하는(fight or flight) 반응을 하게 만든다. 징벌하거나 제재 일변도의 양육은 아동이 감정조절을 배우는데 역효과를 가져온다. 또 아동의 부정적 감정 표출을 못 본 채 하면 저절로 하지 않게 될 것이라는 생각은 위험하다. 감정은 그렇게 작동하지 않는다. 부모가 그런 감정 표출을 무시하거나 이의 해결을 돕기 위해 반응하지 않으면 아동은 그런 감정의 조절 방법을 배우지 못하게 된다.
아동의 감정조절 능력을 효과적으로 가르치기 위해서 부모는 다음과 같은 접근을 할 필요가 있다.
• 아동의 정서적 필요(emotional needs)를 읽고 이를 따뜻하게 수용적으로 신속히 반응해준다.
• 감정에 대해 말한다(예: 네가 슬프구나, 화가 났구나!).
• 아동의 부정적 감정(negative feelings)을 존중하고 공감하여 따뜻하게 수용하고 신속히 반응해준다.
• 인내심을 발휘한다.
• 아동의 부정적 감정에 대해 부정적으로 반응하지 않으며 이를 무시하거나 징벌하지 않는다.
아동의 감정조절 능력을 효과적으로 가르치기 위해서 부모는 다음과 같은 접근을 할 필요가 있다.
한편 감정조절과 관련해서 가정의 분위기(climate)가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도 유념할 필요가 있다. 가정에서 부모 사이, 형제자매 사이 정서적 분위기가 긍정적이고 수용적이면 아동도 수용적이고 안정감을 가질 수 있다. 반대로 가정의 정서적 분위기가 부정적이거나 강압적이면 아동 역시 함부로 반응하거나 불안감에 빠질 수 있다.
가정의 긍정적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서 부모는 다음과 같은 접근을 할 필요가 있다.
• 긍정적 감정을 꾸밈없이 진실되게 표현한다.
• 부부간의 갈등이나 가족 내 부정적인 성격 등이 심한 경우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해결한다.
• 부모와 자녀 간의 관계와 형제자매 간의 관계 향상에 힘쓴다.
한편 학령기 아동·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자기조절능력 향상을 위한 도구로는 사회적·정서적 학습(Social and Emotional Learning: SEL) 프로그램이 세계적 표준으로 통용될 만큼 그 내용이 우수하다. 초등학생을 위한 사회성·감성 프로그램 「마음트리」(성진아 지음)를 추천드린다. 저자의 강의 요청도 가능하다.

스트레스의 원인을 줄인다.

지나친 스트레스가 오래 지속되면 아동의 뇌 발달에 심각한 저해를 초래한다. 아동의 스트레스 조절과 극복을 지도하기 위해서는 교사가 먼저 뇌가 언제 어떻게 스트레스에 반응하는지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에 대해서는 지난 칼럼 ‘<원리 20> 학습은 도전(challenge)과 기대에 의해 강화되고 위협(threat), 학습된 무력감, 스트레스에 의해 억제된다.’를 참고하시기 바란다.
한편 극심한 빈곤, 방치, 학대, 엄마의 우울증 등과 같은 만성적이고 극히 유해한 스트레스에 대해서는 부모가 예방과 치료법을 먼저 익히고 이를 생활 속에서 실천할 필요가 필요하다.
이상의 내용은 영유아의 발달을 돕기 위한 내용이지만 실은 아동청소년들의 발달을 돕기 위한 방법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들의 경우 민감기는 지났지만 뇌는 평생 동안 변할 수 있는 능력인 신경 가소성(neural plasticity)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뇌의 변화는 언제든지 가능하다. 다만 기회의 창이 열렸을 때에 비해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 뿐이다. 그러나 경험이 극적인 것일수록 짧은 시간에도 변화 가능성은 열려 있다. 이와 함께 아동청소년기에는 자기를 스스로 돌볼 수 있는 능력(self-care)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달리기, 수영, 에어로빅과 같은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고, 요가나 명상과 같은 마음챙김(mindfulness), 그리고 충분한 수면, 음악 감상 등과 같은 것도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총 6회에 걸쳐 실린 전체 내용이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칼럼 제목을 클릭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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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발달은 민감기(sensitive periods) 동안의 경험의 폭과 질에 달렸다 – 영유아 발달에 대한 개념 이해

이찬승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대표)

앞에서 살펴본 바에 따르면 아동의 발달을 돕기 위해서는 기회의 창이 활짝 열려 있을 때 즉 뇌가 민감하게 변할 수 있을 때를 놓치지 말고 최적의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 교사들과 부모들이 영유아 발달에 있어 꼭 알아야 할 개념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는 세계적 전문성을 갖춘 하버드 대학교 아동발달센터에서 연구한 영유아 발달에 관한 3가지 개념이다.

경험이 뇌의 구조를 변화시킨다.

뇌의 기본 구조(architecture)는 생에 초기에 시작되어 성인이 되어서도 계속 구축된다. 뇌의 간단한 회로(simpler circuits)가 먼저 만들어지고 나면 이를 바탕으로 나중에 더 복잡한 회로(complex circuits)가 구축된다. 유전자는 기본적인 청사진을 제공하지만, 경험은 유전자가 표현되는 방식과 유전자 발현(gene expression) 여부에 영향을 미친다. 이와 함께 경험은 뇌 구조의 질을 형성하고 그 질에 따라 후일의 모든 학습, 건강, 품행(behavior)의 기초가 견고할 수도 있고 취약할 수도 있다. 가소성(plasticity), 즉 뇌가 재구조화되고 적응하는 능력은 생후 첫 해에 가장 크고 나이가 들수록 감소한다.
아동 발달의 민감기 동안 어떤 자극과 경험을 제공하느냐에 따라 아동의 미래가 결정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제 어떻게 최적의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가가 관건이 된다.

‘서브와 리턴(serve and return)’ 방식의 상호작용이 뇌 회로를 형성한다.

하버드대학 아동발달센터는 뇌의 회로를 구성하는 상호작용 방식으로 아동과 성인 간의 ‘서브와 리턴(serve and return)’ 방식을 제안한다. 이는 영유아는 수다스런 재잘거림, 얼굴 표정, 몸짓 등을 통해 상호작용을 요청해올 때 어른이 반응적이고(responsive) 경청하는(attentive) 태도로 아동과 빈번히 상호작용을 하는 것을 말하는데 이는 아동의 두뇌 발달과 미래 학습을 위한 튼튼한 기반 구축에 필수적인 과정이다. 테니스, 배구, 탁구 등의 서브와 리턴에서 가져온 말이다. 보통 서브와 리턴은 다음과 같이 5가지 단계로 진행된다.
① 아동의 서브에 주목하고 아동이 주의를 집중하는 곳에 함께 집중한다.
② 지원과 격려를 통해 서브를 리턴한다(return the serve). 안아주는 것, 부드러운 말, 미소로 답하기, 고개 끄덕여 주기 등도 모두 서브의 리턴에 해당된다.
③ 아동이 주목하고 있는 것에 이름을 붙여준다. 아동이 보고 있는 것, 행하고 있는 것, 느끼고 있는 것을 쉬운 말로 표현해주는 리턴을 말한다. 예로 “맞아, 그건 네 발이야!”처럼. 이런 상호작용을 통해 아동은 언어와 감정을 이해하고 배울 수 있게 된다.
④ 서로 돌아가면서 서브와 리턴을 하고, 아동이 리턴할 때까지 기다려 준다. 아동의 서브를 어른이 리턴했을 때 아동이 이에 반응할 시간을 주어야 한다. 이렇게 기다려줄 때 서브와 리턴이 오가는 것이 순조롭게 진행된다.
⑤ 서브와 리턴의 시작과 끝을 연습한다. 아동이 가령 가지고 놀던 장난감을 손에서 놓고 새로운 것을 손으로 집으려고 할 때 “아, 이제 이건 다 놀았구나!”라고 말하며 아동의 초점 이동을 어른도 따라간다.

과도하고 만성적인 스트레스는 건강한 발달을 저해한다.

영유아기에 경험하는 역경으로부터 오는 심한 스트레스 요인(예: 극심한 빈곤, 방치, 학대, 엄마의 우울증 등)은 몸의 스트레스 관리 시스템을 약화시켜 장기적으로 학습, 품행, 건강한 사회적 관계, 신체적·정서적 건강을 위협하는 요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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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발달은 민감기(sensitive periods) 동안의 경험의 폭과 질에 달렸다 – 몬테소리 교육 영유아 발달의 민감기

이찬승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대표)

아동 발달의 민감기에 대한 연구와 임상의 역사가 깊은 몬테소리 교육은 아동 발달에 대해 위 <도표 2>와는 좀 다른, 12가지 기능에 따른 기능별 민감기를 제시하고 있다. 이는 흥미롭고 참고할 만한 내용이기에 여기에 소개한다.
위 <도표 3>은 총 12가지의 기능에 대한 민감기를 소개하고 있다.

음악(3-6세)

리듬, 소리의 고저, 멜로디 등을 감지할 수 있도록 아동 발달에 맞는 다양한 음에 노출시켜줄 필요가 있다. 음악을 다루는 일은 다른 인지 발달을 가속한다는 연구도 있다.

감각의 세련(2.5-6.5세)

5감을 이용하며 주변 환경을 탐구하게 함으로써 여러 감각을 세련시킬 수 있다.

읽기 흥미(4.5-6세)

영유아는 생후 6개월부터 쓰기에 관심을 보이고 동시에 읽기에도 관심을 갖게 된다고 한다. 읽기를 위해서는 음운 인식(phonemic awareness)14이 선행되어야 하므로 소리를 통한 게임도 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알파벳 이름을 노래로 암기하기보다는 각 철자의 소리에 익숙해지는 파닉스를 중요시한다.

쓰기 흥미(3.5-5세)

몬테소리에서는 쓰기를 읽기보다 먼저 발달시키는 것이 특이하다. 쓰기를 근육을 사용하는 활동이고 읽기는 더 고차적인 발달을 요구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쓰기를 통해 손과 손목 근육을 발달시키는 것도 성과로 본다. 사포(sandpaper)15 위에 그리거나 쓰게 하고, 또 움직일 수 있는 한글 자모음을 활용하여 쓰기에 흥미를 갖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언어(출생-6세)

언어 발달은 후일 인지발달에 직결되므로 더욱 중요하다. 아기의 언어 습득은 엄마의 뱃속에 있을 때부터 시작된다. 생후 첫 몇 개월부터는 소리 나는 곳으로 고개를 돌리기 시작한다. 6개월이 되면 옹알이를 시작하기도 한다. 2세가 되면 언어를 문법에 맞게 구사하기 시작한다. 3세와 6세 사이에는 어휘와 의미에 큰 관심을 보인다. 언어 발달을 돕기 위해서는 발달 단계에 맞는 언어 자극을 제공해야 한다. 3세까지는 제2 외국어에 노출되기에 적기다. 사회적으로는 계층 간의 언어 노출 빈도차이가 큰 것에 대한 대응책이 필요하다.

예의범절(2-6세)

몸 움직임을 과격하게 하지 않기, 타인에게 예의바르고 친절하기 등은 일찍이 몸에 익힐 필요가 있다. 이는 타인과의 사회적 관계를 맺을 때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작은 물건에 끌림(1-3.5세)

한 살이 되면 아기는 작은 물건이나 미세한 것에 이끌리고 주목하며 무엇이든 가까이 가져와 파악하려고 한다. 이를 통해 소근육과 집중력을 발달시킨다. 이 시기에는 이런 목적에 맞는 물건들이 풍부한 환경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질서(0.5-3.5세)

영유아기 때이지만 아기는 예측 가능한 일상의 과정(routine)과 안정을 원한다. 심리적으로 안정되어 있어야 주변 환경을 탐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외적 질서는 내적 질서에도 도움을 준다. 따라서 질서 민감기에는 특히 더 주위 환경을 깨끗이 치우고 정돈해 둘 필요가 있다.

변기 사용(1-2.5세)

아기가 한 살쯤 되었을 때부터 자신의 신체 기능을 인지할 수 있도록 도와줄 필요가 있다. 이는 이른 나이에 강제적으로 변기에 앉히라는 의미가 아니다. 장난감 변기를 이용해도 좋다. 변기 사용의 민감기에 변기 사용에 대해 익숙해지면 나중에 실제 변기에 앉아 용변을 보는 나이가 앞당겨진다.

패턴(출생-6세)

인간의 뇌는 생존을 위해 주변 자극(물건, 소리, 동물 등)의 패턴을 읽는 능력이 탁월하다. 간단한 패턴부터 차츰 복잡한 것까지 패턴을 간파할 수 있는 감각을 길러 줄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사물을 색상, 모양, 크기 등으로 분류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나아가 패턴 만들기의 시범을 보여주고 어린이 스스로 패턴을 만들어보도록 권장할 필요도 있다.

수 패턴 & 수학(출생-6세)

아기들은 수학적 마인드를 가지고 태어난다. 수 패턴을 관찰하고 관계를 관찰하려는 성향이 있다. 3.5세가 되면 비교하고 분류하는 감각이 발달된다. 아주 낮은 수준이지만 추상화된 개념을 수학에 적용하기 시작한다. 수 패턴과 감각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손으로 만질 수 있고 익숙한 구체물로 각 숫자를 나타내는 기회를 마련해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동작(출생-6세)

아동이 하는 동작은 큰 동작(large movement)과 미세하고 정밀한 동작(refined movement)으로 나눌 수 있다. 고개를 들고, 뒤집고, 앉고, 기고, 일어서고, 걷기와 같은 큰 동작의 민감기는 출생-2.5세의 기간이다. 한편 옮기고, 닫거나 열고, 잡고 놔주는 등의 정밀한 동작의 민감기는 2.5-6세의 기간이다. 큰 동작의 발달을 위해서는 야외 활동 등이 좋고, 미세하고 정밀한 동작의 발달을 위해서는 생활 속에서 이런 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정리하면, 기회의 창과 민감기가 시사하는 바는 아동 뇌의 발달은 어릴 때일수록 뛰어나고 청소년기를 지나면 변화는 가능하나 여기에는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민감기와 관련해서 다음과 같은 질문에 대한 답이 궁금한 독자도 있을 것이다. “모국어가 충분히 발달되기 전에 외국어를 동시에 배워도 괜찮은가?”, “아이가 흥미를 보일 경우 일찍부터 학령에 맞지 않는 수준의 수학을 배우게 해도 좋은가?” 등의 질문을 떠올릴 수 있다. 매우 흥미로운 질문이다. 첫 번째 질문은 만 세 살이 넘으면 외국어를 동시에 배워도 괜찮다가 답이다. 이는 한국적 통념과 다르다. 한국에서는 모국어가 완전히 습득되기 전의 외국어 학습은 모국어 습득에도 방해가 되고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해 오히려 아동 발달을 저해한다고 많이들 생각한다. 신경과학적 연구 결과에 따르면 피아제나 에릭슨이 주장하는 인지발달 단계가 있지만 이는 평균이 그렇다는 것이고 개인마다 발달의 속도와 정도가 다 다르다. 그리고 모든 학습은 이전 학습(previous learning) 위에서 이를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나이와 학년을 기준으로 무엇을 배우거나 배우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매우 비과학적이다. 실제의 수행(performance)이 기준이 되어야 한다. 어떤 초등학생이 대학 수준의 수학을 공부할 만큼 이전 학습이 충분히 되어 있다면 대학 수준의 수학을 학습하는 것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오히려 기존의 나이별 학습 편성은 매우 비과학적이고 비효율적인 방식이다. 학습에는 개인의 성숙도(maturation)와 발달(development) 정도를 고려하는 것이 효과적이다(Willingham, 2008).

참고문헌

Willingham, D. T. (2008). Critical thinking:Why is it so hard to teach?. Arts Education Plicy Review, 109(4),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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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발달은 민감기(sensitive periods) 동안의 경험의 폭과 질에 달렸다 – 아동 발달에 있어서의 민감기

이찬승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대표)

시냅스 생성과 제거가 활발히 일어난다는 것은 뇌가 새로운 경험이나 자극에 의해 민감하게 잘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시냅스 가소성(synaptic plasticity)이라고 하는데 시냅스 가소성이 특별히 높은 영유아기를 아동 발달에 있어서 민감기(sensitive periods) 혹은 결정적 시기(critical periods)라고 부른다. 이는 새로운 경험에 따른 영향을 민감하게 잘 받아들이고 신경세포의 연결과 강화가 매우 용이한 시기를 말한다. 민감기는 2세에 시작되어 대략 만 6-7세경에 끝난다. 시각 기능 같은 것은 이 시기를 놓치면 영원히 발달시킬 수 없다. 학자에 따라 결정적 시기를 민감기의 특수한 예로 보기도 하고, 또 어떤 학자들은 민감기를 ‘약한 결정적 시기(weak critical period)’라고 부르기도 한다. 또한 이런 시기를 기회의 창(window of opportunities)이라고 하기도 하는데 이 시기에 적절한 경험이 제공되면 이로 인한 변화의 기회가 활짝 열려 있기 때문이다.
결정적 시기 가설(critical period hypothesis)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한 예로, 결정적 시기가 끝나면 제2언어(외국어)를 원어민만큼 유창하게 습득할 수 없다는 점을 든다. 하지만 이에 대한 비판적 견해도 있는데, 이들은 결정적 시기를 놓친 사람이라도 외국어를 배워서 능숙하게 구사하는 사례는 얼마든지 있으며 외국어 학습에서 중요한 요인은 나이보다는 학습 동기와 주변 환경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따라서 외국어 습득에 있어서 결정적 시기는 없지만 민감기(sensitive periods)가 존재한다는 주장이 더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 사춘기를 지나서 배우려면 더 어렵고 시간이 더 오래 걸릴 뿐이다. 그리고 사춘기를 지나서 배운 외국어의 경우 발음과 문법이 교육 받은 원어민만큼 정확하기는 어렵다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시각(vision) 같은 것은 특정 시기에 발달시키지 않으면 평생 정상인의 시력(visual acuity)을 가질 수 없기 때문에 특정 기능의 발달에 있어서는 결정적 시기가 실제로 존재한다.
아동 발달에 있어서 취학 전 시기는 향후 학습과 미래 성공을 위한 기본 바탕(foundation)을 마련하는 시기라 할 수 있다. 이때 바탕이 튼튼하게 마련되면 학령기의 학습, 건강 등에 문제가 없지만 이때 열악한 환경에서 뇌의 발달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경우에는 학교생활에서도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취학 전 프로그램에 더 많은 투자와 함께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 학습과학 ‘<원리 26> 아동 발달은 민감기(sensitive periods) 동안의 경험의 폭과 질에 달렸다.’가 밝히고 있듯이 영유아 시기에는 깊이(depth) 있는 경험보다는 폭(breadth)이 넓고 질이 높은 경험의 제공이 중요하다.
아래 <도표 2>는 사람의 주요 기능 발달에 있어서 뇌의 민감도가 연령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를 보여준다.
위 도표를 보면 어떤 기능에 관한 것이든 아동 발달의 민감도는 취학 전 4세가 되기 이전에 정점을 찍은 후 각 기능에 따라 서로 다른 속도로 민감도가 감소하기 시작한다. 아동에게 출생 후 최초 1,000일은 기회의 창이 활짝 열려 있는 시기며, 이 시기는 집짓기로 말하면 집터를 다지는 기초 공사를 하는 시기다. 감정조절, 청각, 시각 등은 3세를 기점으로 민감도가 급격히 감소하는 것에 비해 수(numbers)에 관한 감각, 사회적 기술(peer social skills), 언어(language) 등과 같은 높은 수준의 인지기능(higher cognitive functions)에 속하는 기능들은 취학 후에도 민감도가 일정 수준 유지되면서 완만히 감소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기회의 창이 특별히 빨리 닫히는 즉 민감기가 빨리 끝나는 감정조절, 청각, 시각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살펴보기로 한다.

감정조절(emotional regulation)

감정조절은 자신의 감정을 모니터하고 조절하는 능력을 말한다. 이는 아동 발달에서 매우 중요하다. 이것이 사회적 관계의 형성, 학업 성취도, 정신 건강과 장기적 웰빙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루마니아의 한 고아원 아동들에 대한 연구(McLaughlin, Sheridan, Tibu, Fox, Zeanah, & Nelson, 2015)에 따르면 2세 전에 입양이 되어 수양가족과 정상적인 돌봄을 받으며 자란 아동의 경우는 감정과 정서의 조절 능력이 고아원 시설 생활을 하지 않은 아동들과 비슷했다. 그러나 고아원에서 부모의 돌봄도 받지 못하고 건강한 사회적 관계도 제대로 맺지 못한 아동의 경우는 나중에 자라서 사회생활을 할 때 정서조절에 어려움을 보였다. 이를 통해 감정조절의 민감기는 출생부터 2세까지로 추정된다. 이 기간에 감정조절 스킬을 배우지 못하면 그 이후 감정 조절이 쉽지 않다는 것은 가히 충격적이다. 감정조절의 중요성을 고려하면 아동청소년기의 사회적·정의적 학습(social and emotional learning: SEL)을 통해 정서지능(emotional intelligence)을 높일 필요성은 그 어떤 교육보다도 크다고 하겠다.(

절대음감(absolute pitch)

절대음감(absolute pitch in music listening)은 어떤 음을 들었을 때 음의 높낮이를 구분하여 인지하고 소리 낼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관련 연구(Gervain et. al., 2013)에 따르면 4-6세 사이에 음악 훈련을 시작한 아동은 절대음감을 갖출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그런 훈련이 9세 이후에 이루어진 경우에는 절대음감에 도달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또 청각의 처리에 관한 한 연구(Kral & Sharma, 2012)에 따르면 태어날 때부터 청각장애인 아동의 경우 그대로 두면 외부로부터 청각 자극의 입력이 없어서 나중에 말할 수 있는 능력에 심각한 영향을 받게 된다. 하지만 3.5세 전에 인공와우이식 수술(cochlear implantation)을 통해 청각 정보를 지각할 수 있고 풍부한 청각 정보에 노출된 경우에는 나중에 커서 말을 할 수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시각 시스템(vision system)

시각 시스템에는 대상의 세부를 명료하게 볼 수 있는 시력(visual acuity), 또 입체시(stereopsis)10나 약시(amblyopia)11와 같은 시기능 장애는 각 장애별로 결정적 시기가 다르다. 시력은 출생부터 5세 사이에 발달하여 3-5세 사이에 가장 많이 발달한다. 한편 입체시는 결정적 시기가 2세에 끝난다. 즉 개선될 수 있는 가능성인 기회의 창이 2세에 닫힌다. 한편 약시는 생후 몇 개월부터 7-8세 사이가 민감기이며 그 이후에는 완치가 어렵다. 만 4세에 발견한 약시의 완치율은 95%에 이르지만 만 8세에 발견하여 치료할 경우 완치율이 23%로 급감한다고 한다. 이렇게 시력의 발달은 10세 이전에 완성되며, 그 이후에는 치료를 해도 시력 발달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또 다른 예로, 관련 연구(Hensch, 2005)에 따르면 출생 직후 영아의 한쪽 눈을 일정 기간만 가려도 시력을 완전히 상실하게 된다고 한다. 결정적 시기 동안 외부 자극의 부재로 인해 시신경 회로가 제대로 형성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참고문헌

Gervain, J., Vines, B. W. Chen, L.M., Seo, R. J., Hensch, T. K., Werker, J. F., & Young, A. H. (2013). Valproate reopens critical-period learning of absolute pitch. Frontiers in Systems Neuroscience. 7(102). 1-11.
Hensch, T. K. (2005). Critical period plasticity in local cortical circuits. Neruroscience. 6. 877-888.
Kral, A. & Sharma, A.(2012). Developmental neuroplasticity after cochlear implantation. Trends in Neurosciences. 35(2). 111--122.
McLaughlin, K. A., Sheridan, M. A., Tibu, F., Fox, N. A., Zeanah, C. H., & Nelson, C. A. (2015). Causal effects of the early caregiving environment of development of stress response systems in children. Phychological and Cognitive Sciences. 112(8). 5637-5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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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발달은 민감기(sensitive periods) 동안의 경험의 폭과 질에 달렸다 – 아동의 뇌발달과 가지치기

이찬승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대표)

사람의 뇌에는 약 1,000억 개의 신경세포가 있고, 하나의 신경세포가 약 10,000여 개 이상의 다른 신경세포와 연결을 맺을 수 있기 때문에 인간의 뇌는 총 1,000조 개 이상의 신경연결이 가능할 정도이기에 학습의 가능성은 무한하다.
신경과학의 연구에 따르면 아동의 뇌는 그 발달의 90%가 5세 전에 이루어지고, 아동의 뇌는 이 시기에 외부 환경의 영향을 가장 민감하게 받는다고 한다. 출생 이후 3세까지는 매초 백만 개의 새로운 신경세포 연결이 일어날 정도로 연결이 활발하다(Center on the Developing Child, Harvard University). 신경세포 간의 연결부위를 시냅스(synapse)라고 하는데 이 연결부위로 전기화학적 신호가 오가고 이런 시냅스 형성을 통해 학습이 일어난다. 시냅스 형성은 신경세포의 성숙과 함께 더 활발해지는데 출생 시기에는 신경세포 하나가 약 2,500개의 시냅스를 형성하지만 2-3세가 되면 하나의 신경세포가 만드는 시냅스 수는 15,000개까지 증가한다(Judith Graham, 2011).
그런데 시냅스 수가 많다고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적정한 수를 초과하는 신경 연결은 뇌의 에너지만 많이 소비하게 하고 장기기억에서 원하는 정보를 찾는데 시간만 오래 걸리게 한다. 그래서 아동 뇌의 급속한 발달에는 가지치기(pruning)라는 과정이 뒤따른다. 가지치기는 과잉생산된 신경회로나 사용되지 않는 신경회로를 나뭇가지를 전지하듯이 잘라 없애는 것을 말한다. 이런 가지치기는 상시적으로 일어나지만 대규모의 집중적인 가지치기는 아래 <도표 1>에서 보듯이 2세를 전후한 1차 가지치기와 청소년기(adolescence: 10-19세)의 2차 가지치기처럼 두 번이 있다(Sriram, 2020).
신경세포의 연결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직후에(혹은 동시에) 가지치기가 뒤따르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영유아 뇌의 급속한 성장은 빠르고 확장된 학습을 위해 필요하지만 학습한 것(늘어난 신경연결)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가지치기가 필요한 것이다. 이는 짧은 시간에 산만하고 복잡하게 학습한 것을 나중에 읽을 때 알기 쉽고 찾기 쉽게 간명하게 정리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영유아기의 가지치기는 주로 유전적 영향에 의해 일어나고 그 이후의 가지치기는 경험의 부재로(신경회로망을 사용하지 않음으로) 인해 일어난다. 즉 새로운 학습이나 경험에 의해 자주 사용되는 회로는 유지되지만 사용되지 않는 회로는 가지치기를 통해 소멸된다. 이는 집에서 사용하지 않는 전기 플러그를 뽑아 두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래서 “사용하지 않으면 소멸된다(Use it or Lose it)”는 격언은 신경과학의 주요 원리의 하나다. 영유아기에 긍정적인 경험을 많이 하면(자극을 받으면) 그만큼 신경연결이 증가하고 반대로 충분한 자극을 받지 못하면 신경연결은 그만큼 적게 이루어진다.
시냅스 가지치기는 뇌의 영역에 따라 그 시기가 다르다. 어떤 시냅스 가지치기는 발달의 초기단계에 일어나지만 빠른 속도의 대규모 가지치기(rapid pruning)는 대부분 2-16세 사이에 일어난다. 시각을 담당하는 뇌의 시각피질(visual cortex)에서의 시냅스 생성(synapse production)은 생후 8개월 시기에 최고조에 이르고, 행위, 사고, 계획, 성격 등을 담당하는 전두피질(prefrontal cortex)에서의 시냅스 생성은 생후 1년 동안에 정점을 이룬다. 하지만 2세 이후에는 뇌의 시냅스 숫자가 급격히 감소한다. 시냅스 가지치기가 2-10세 사이에 매우 빠르게 진행되기 때문이다. 이 시기에는 초과 생산된 시냅스의 약 50%가 가지치기에 의해 소멸된다. 한편 청소년기가 되면 가지치기의 속도가 줄어들면서 그 숫자도 안정화된다. 종전의 연구로는 청소년기 전반까지만 대규모 가지치기가 일어난다고 알려졌었는데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이것이 20대 후반에 이르러서야 중단된다는 것으로 밝혀졌다(www.healthline.com).
흥미로운 사실은 영유아기의 1차 가지치기는 주로 시각, 청각, 촉각과 같은 감각과 관련된 뇌의 영역에서 일어나는 반면에, 청소년기에는 주로 의사결정을 담당하고 성격의 발달, 비판적 사고 등을 관장하는 전전두 피질(prefrontal cortex)에서 일어난다는 점이다. 이는 뇌의 일차적 기능이 발달한 후 이를 바탕으로 2차적으로 고등사고 기능이 발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참고문헌

Sriram, R. (2020). Why Ages 2-7 Matter So Much for Brain Develop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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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발달은 민감기(sensitive periods) 동안의 경험의 폭과 질에 달렸다.

이찬승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대표)

‘학습과학의 이해와 적용’에 관한 칼럼은 ‘뇌에서 학습이 어떻게 일어나는가?’와 ‘뇌에 대한 이해를 통해 학습을 어떻게 최적화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과학적 이해를 돕기 위한 것들이다. 이러한 원리의 이해와 적용은 모든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지만 관련 연구에 따르면 특히 기초학력이 부족한 학생들에게 적용할 때 그 효과가 더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칼럼에서는 ‘<원리 26> 아동 발달은 민감기(sensitive periods) 동안의 경험의 폭과 질에 달렸다.’를 소개하고 이 원리를 수업에 활용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알아보기로 한다.
아인슈타인이 어렸을 때 그가 유명한 과학자가 되리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고 한다. 언어 발달이 너무 느려 앞으로 학교에서 공부를 제대로 하지 못할 것을 우려하며 의사의 진단을 받기까지 했던 아인슈타인은 어떻게 세계적인 과학자가 될 수 있었을까? 이에 대한 설명으로 그가 받은 두 가지 선물이 언급되곤 한다. 하나는 다섯 살 때 아파서 침상에 하루 종일 누워 있어야만 했던 그에게 아버지가 준 나침반(compass)이고, 다른 하나는 재능 있는 피아니스트였던 그의 어머니가 그가 바이올린 교습을 받도록 등록해 준 것이다. 나침반 선물은 호기심을 촉발하였고 바이올린 연주는 언어 발달을 도왔다. 관련 연구에 따르면 악기의 연주는 집중력을 높이고 언어와 추론을 담당하는 좌뇌 발달을 돕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아인슈타인의 아버지는 아들을 큰 관심을 가졌던 물리학을 배우게 하지 않고 자신이 하는 일의 엔지니어로 일하도록 끌어들였다고 한다. 이것이 특정 부문의 발달이 아닌 전체적(holistic) 발달을 이끌었고, 이것이 후일 세계적인 과학자를 탄생시킨 주요 요인의 하나일 것으로 보고 있다(Rishi Sriram, 2020). 아인슈타인의 부모는 아들의 기회의 창이 활짝 열렸을 때 양질의 다양한 경험을 제공했던 것이다. 아마 아인슈타인의 경우 그 두 가지 선물이 그의 두뇌 발달에 중요한 기폭제가 되었을 것이다.
이번 칼럼에서는 아동의 뇌 발달이 어떻게 일어나고 취학 전 영유아기가 왜 중요한지에 대해 살펴본 후 아동의 발달을 돕기 위해 교사와 부모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알아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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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들은 어떻게 배우고 발달할까? 2

이소영 (한국영아발달조기개입협회, 특수교육학 박사)

일상생활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기

무언가에 참여했을 때 필요한 기술을 배울 수 있어요.

일과 활동(routine activities)에서 다양한 학습 기회를 갖게 되었을 때 그 활동에 참여함으로써 기술을 배울 수 있습니다. 참여는 그저 무언가를 지켜보는 것이 아닙니다. 사물과 다른 사람과 상호작용이 이루어졌을 때 비로소 참여한다고 할 수 있지요. 아기들이 일과 활동 중에 참여하는 것이 발달에 결정적인데도, 어른들은 이를 간과하곤 하지요. 예를 들어 엄마와 함께 쇼핑을 하면서 여러 가지 물건들을 보고 만져볼 수 있습니다. 엄마가 아기가 관심을 갖는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에 대해 묘사해 주는 것만으로도 발달을 증진시킬 수 있어요. 엄마가 과일을 골라 담을 수 있도록 봉지를 벌리고 있거나, 여러 개의 과일 중 큰 과일만 골라서 봉지에 담을 수도 있구요. 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엄마가 좋아하는 것을 고를 수도 있지요. 기저귀를 갈 때도 무엇을 하고 있는지 이야기하고, 엄마가 요구하는 대로 다리를 움직이게 하고 기저귀를 잡고 있게 할 수 있어요. 기저귀를 가져오거나 쓰레기통에 버리기를 하면서 아이가 참여할 수 있답니다.

아기 스스로 시도해볼 수 있는 기회를 주세요.

아기가 하나의 기술을 완전히 배우게 되면 보다 어려운 새로운 것을 학습할 기회를 가질 필요가 있어요. 하지만, 발달이 늦는 아기들은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보다는 이미 할 수 있는 것에 머무는 경우가 많이 있지요. 이미 할 수 있는 것만 계속 경험하게 하는 것은 아이에게는 더 이상 흥미롭지 않고 지루할 수도 있어요. 지금 할 수 있는 것보다는 조금 더 흥미롭고 성취를 느낄 수 있는 것이 필요해요. 아이에게 새로운 도구나 물건을 주고 그것을 탐색하고 다뤄보고 학습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 이미 갖고 있는 도구나 물건들을 새로운 방법으로 탐색하고 사용하는 것도 보여주세요. 물건을 다루는 것 뿐 아니라, 주변의 어른이나 아이들과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게도 해주세요.

아기들은 흥미로운 것을 통해 배워요.

매우 당연한 말이지만, 아기들은 관심을 잡아끄는 흥미로운 것을 통해 배웁니다. 아이가 무엇에 흥미를 보이고 있는지를 알아보세요. 주변의 사람, 특정 사물, 음식, 음악, 장소, 움직임 등 매우 다양한 것들을 생각해볼 수 있어요. 아이가 흥미를 보이는 것이 있다면 그것을 앞으로 배워야 할 것과 함께 제공해 주세요. 아이가 현재 할 수 있는 것은 다음 단계의 것을 배우기 위한 발판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그 자체가 아이의 강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아기들은 어떻게 배우고 발달할까? 2 Read Mor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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