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장애인 가족을 더 힘들게 하는 편견에 대해

글 : 김지영

아픈 아이를 키우다 보니 편견의 시선을 많이 느낀다. 아이에게 장애가 있는 것 빼고는 어찌 보면 우리 가족은 남들보다 작은 일에 더 크게 웃을 수 있는 사랑스러운 가족인데. 처음엔 그런 시선에 위축되었지만 웃어넘길 수 있는 여유가 조금씩 생기고 있다. 그러던 차에 우리 가족이 살고있는 자치구의 도서관에서 편견을 주제로 시민 작가를 공모해서 참여하게 되었다. 나는 전시에 '장애인 가족에 대한 불편한 시선(편견)'을 주제로 사진과 글을 출품했다.

나는 대단한 사람이 아닙니다

K-장녀라 그런가, 나는 어릴 때부터 누가 내 걱정을 하는 게 그렇게 싫었다. 웬만한 건 알아서 조용히 처리하고 가족들에게는 아예 얘길 하지 않거나 상황이 종료되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정도만 알렸다. 성인이 되어 회사를 그만두거나 이직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같은 이유로 지인에게 아이의 장애를 밝히기가 ㅋ꺼려졌다. 걱정의 눈빛을 보낼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물론 자주 만나거나 친한 친구들에게는 숨길 수가 없어서 일찌감치 얘기를 했지만 가끔 보거나 별로 친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선뜻 말을 꺼내기가 어렵기도 했고 굳이 그럴 필요도 없었다.
아이에게 장애가 있다고 하면 돌아오는 대답은 절반 이상이 '대단하다'이다. "어떻게 그렇게 밝아?", "긍정적이네!", "난 그렇게 못 살 것 같아.", "그런데 그렇게 하고 싶은 걸 다 하고 산다고?" 장애인 가족은 으레 어둡고, 부정적이고, 간병과 육아와 살림과 일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하고 싶은 걸 포기하고 살아야 하는 것일까? 모두가 나와 같은 상황에 처했더라도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나에게 이런 삶이 찾아왔기 때문에 거기에 맞춰 사는 것뿐. 내가 대단해서, 타고나서 이렇게 사는 것이 아니다. '대단하다'는 말을 들으면 악의가 없는 걸 알면서도 내 삶이 어둠인 것 같다고 굳이 알려주는 것 같아서, 나름대로 잘 지낸다고 믿고 살고 있던 나로서는 순간 힘이 빠진다. 내 삶은 내가 대단해야 겨우 살아낼 수 있는 거구나, 하고 말이다.
남들은 출산하면 축복 속에서 육아를 하는데 우리는 축하는 커녕 측은함과 우려 섞인 시선을 받으며 꾸역꾸역 아이를 키웠다. 양가 식구들도 우리 가족을 안쓰럽게만 바라보았다. 물론 출산 후 약 2년 동안은 좋은 일이 있어도 오롯이 행복감을 느낄 줄을 몰랐다. 그러나 출산한지 5년이 되어가는 지금은 힘든 순간도 있지만 아주 작은 것에도 기뻐하고 감사할 줄 알며, 삶을 즐기면서 살아가고 있다. 어떻게든 시간을 내어 출산 전보다 새로운 것에 더 많이 도전하고 공부하고, 재미있는 일을 찾아다니는 것 같다. 이만하면 잘 사는 거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을 정도다.

집 나가면 쯧쯧

아들 둘과 집에만 있는 것이 오히려 힘들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아이들을 데리고 밖으로 나간다. 어릴 땐 쌍둥이 유모차에, 요즘은 장애인 유모차와 킥보드에 하나씩 태워서. 가까이는 동네 산책부터 멀리는 놀이공원까지 가기도 한다. 아이들 핑계로 나왔지만 나도 콧바람을 쐴 수 있어 외출은 무척 즐거운 일이다. 그런데 우리를 보는 사람들은 불편한가 보다. 흘끔흘끔 혹은 대놓고 빤히 보는 사람들. "쯧쯧" 어르신들은 하나같이 혀를 찬다. "아이고 엄마 혼자 애 둘 데리고 고생하네, 쯧쯧...", "쯧쯧, 어쩌다 이렇게 됐니. 엄마 고생시키지 말아라." 안쓰러운 마음으로 하는 말인 건 알지만 우린 신나는 나들이 중인데 혀 차는 소리를 들으면 흥이 깨진다. 내가 어떻게 지내는지도 모르는 사람이 '아이고~ 너 왜 그렇게 사니, 쯧쯧' 하면 기분이 어떨까?
명품 초콜릿 브랜드 '고디바(GODIVA)'의 유래가 된 고디바 부인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11세기 영국에서 한 영주의 아내였던 고디바는 과도한 세금으로 힘들어하는 백성을 구하고자 남편을 설득하기 위해 벌거벗은 채 말을 타고 마을을 거닐었다. 사람들은 고디바 부인의 용기와 희생에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문과 창을 닫고 그녀의 모습을 보지 않았다. 장애인을 길에서 스치는 상황이 생긴다면 그 사람의 삶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궁금하거나 안쓰러워도 불편한 눈빛과 말은 거둬줬으면 좋겠다. 걱정되면 도와주기만 해도 된다. 길을 비켜주거나 문을 열어주는 정도면 충분하다.

우리 가족, 좋~을 때다!

장애인 가족을 바라보는 불편하거나 측은한 시선을 주제로 사진을 찍으려고 일부러 사람이 많은 산책길 한가운데서 포즈를 취하고 셔터를 눌러댔다. 그때 한 어르신이 발걸음을 멈추고 우리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예상되는 말이 흘러나올 것 같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의외의 감탄사가 들려왔다. "아이고~ 제일 좋~을 때다!" 우리는 우리 가족을 편견 없이 행복하게 바라봐 주는 사람을 만났을 때 가장 마음이 편하고 힘이 난다.
말에는 힘이 실려있다. 누가 안쓰럽다고 하면 정말 스스로가 불쌍하게 느껴지고, 행복해 보인다고 하면 행복감은 배가 된다. 퇴사해야 하는 사정을 이야기했을 때 아이의 장애를 얼굴에 점 하나 있다는 것 정도로 반응해 준 회사 후배(절대 친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제하와 형을 번갈아 보며 쌍둥이냐며, 둘 다 너무 잘생겼다고 장애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고 호들갑 떨며 말해준 식당 종업원. 장애가 있어도 괜찮다, 그렇게 큰일 난 게 아니다. 그런 시선들이 장애인 가족 스스로에게 예기치 못하고 맞닥드리게 된 자신의 삶을 덤덤하게 받아들이고 잘 살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다.
[위 글과 사진은 노원휴먼라이브러리 주관으로 지난 10월 25일 경춘선숲길갤러리에서 개막한 '뜻밖의 OOO 전시회'에 참여한 작품을 바탕으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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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우울 해방일지 – 심리상담부터 정신과 약 복용까지

글 : 김지영

아이에게 문제가 생겼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된 순간 눈앞이 캄캄했다. 아이는, 우리 가족은, 나는 어떻게 살지? 질문에 답을 내리거나 뭔가 대책을 세우기도 전에 전쟁 같은 일상이 펼쳐졌다. 몸으로는 지금 할 일을 하면서 머리로는 그다음에 해야 할 일만을 생각했기에 다른 것이 비집고 들어올 여유가 없었다. 이런 날이 어쩌다 하루 이틀 있는 게 아니라 매일 계속되는데 정신적으로 아무 문제없이 살 수 있을 리가 없다. 심리상담과 정신과 약물의 도움을 적극적으로 받으면서 조금씩 나아진 내 정신적 여정을 풀어보려 한다.

정신 줄이 끊어지니 화살이 가족에게 날아갔다

'쌍둥이', ‘이른둥이’, ‘초저체중아’라는 타이틀로 신생아중환자실에 입원 중이던 제하가 갑작스러운 괴사성장염으로 첫 수술을 받을 때 남편과 나는 두 손을 꼭 잡고 어떻게든 잘 키워보자고 마음을 다잡았다. 그런데 다음날, 주치의는 아이가 수술받을 때 혈압이 떨어져 뇌 손상을 입은 것이 확인됐다고 했다. 의사가 보여준 화면 속 제하의 뇌는 녹아내린 듯 대부분 검게 보였다. 말을 못할 수도, 걷지 못할 수도 있다고 했다. 잘 키워보자는 다짐은커녕 머릿속에서 뭔가 툭 하고 끊겼다.
제하가 퇴원해 집으로 온 뒤부터는 하루하루가 전쟁이었다. 가장 힘든 것은 두 아이가 동시에 울 때였다. 나중에는 혼자서도 둘을 달랠 수 있었지만, 요령이 생기기 전까지는 매 순간 갈등이 일었다. 누구를 먼저 안아줘야 하나?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에 나오는 질문들처럼, 어느 쪽을 선택해도 마음이 아픈 문제였다. 그리고 제하에게는 미안하지만 늘 첫째를 먼저 안고 방으로 들어갔다. 제하의 울음소리는 애써 안 들리는 척해봤지만 온몸으로 죄책감을 느꼈다. 첫째를 재빨리 재우고 거실로 나오면 제하는 울다 지쳐 훌쩍이고 있거나 혼자 잠들어 있었다. 제하가 아주 작은 소리에도 잠에서 깨는 탓에 숨소리를 숨기는 것이 버릇이 되어 늘 숨이 찼다. 퇴근 시간이 가까워지면 거의 5분 단위로 시계를 쳐다봤고 남편이 퇴근하면 그제야 긴장이 풀렸다.
말 그대로 손발을 총동원해서 두 아이를 달래던 시절
웬만하면 힘들다는 소리를 안 하는 성격이기도 했고 그래도 이 정도면 나름 씩씩하게 잘하고 있다고 스스로를 칭찬했는데, 양육 스트레스 검사나 각종 심리검사 결과는 ‘고위험군’이었다. 너무 바빠서 내 감정을 제대로 느낄 겨를조차 없었던 것이었다. 힘들어도 견딜만하다고 착각하는 동안 내 스트레스는 가족에게 고스란히 전해지고 있었다. 습관적으로 남편을 비난하고, 아이가 말귀를 알아들을 때쯤부터는 아이에게도 상처 주는 말을 쏟아냈다.

진입 장벽이 낮은 심리상담으로 시작해 보자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 때쯤 복지관에서 장애인 부모를 대상으로 하는 심리상담을 받기 시작했다. 무료에다 제하가 치료받는 동안 상담을 받을 수 있어서 따로 시간을 내지 않아도 되는 것이 장점이었다. 첫 상담에서 선생님은 나에게 서약서를 내밀었다. 상담 기간에는 자살하지 않겠다는 내용이 있었다. 자살을 생각할 정도는 아닌데, 여기서 상담받는 나는 그렇게 심각한 상태구나 다시 한번 느낀 순간이었다.
본격적인 상담을 시작하기 전에 우리 가족의 기질, 성격유형 검사를 먼저 받았다. 일단 나와 배우자가 어떤 기질이고 어떤 성격인지 아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너그러워지고 많은 것이 이해가 되었다. 우리 부부에게 공통점도 있지만 애초에 많은 부분에서 서로 다른 사람이구나. 다정한 우리 남편이 왜 아이의 치료에는 관심이 없는지, 아이 체중 늘리는 것을 나만큼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지, 이런 나를 부정적이라 여기는 남편을 보며 나만 큰일 났고 나만 발을 동동 구르는 것 같아 외로울 정도였는데 그동안의 갈등이 헛웃음이 날 정도로 부질없게 느껴졌다.
기질, 성격 유형 검사지
상담사의 스타일이 나와 맞지 않으면 상담이 도움은커녕 상처가 될 수도 있다는데 나는 다행히 좋은 선생님을 만났다.
반대로 상담을 받는 사람도 마음을 충분히 열어야 한다. 어떻게 나오나 보자는 식으로 상담사를 대하거나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는 데에 거부감이 있다면 상담이 좋은 방향으로 진행되기 어렵다.
장애인 부모 상담이니까 아이 때문에 느끼는 감정에 관해서만 이야기할 줄 알았는데 선생님은 나의 어린 시절부터 부모, 배우자 등 모든 이야기를 끄집어내도록 했다. 일단은 이야기를 하는 것만으로 마음속 응어리가 상당히 풀렸다. 선생님은 이야기를 진득이 듣고 공감하는 한편 현실적인 대안도 제시해 주었다. 귀가하면 남편과 상담 내용을 가지고 대화도 하고, 선생님의 조언대로 일주일에 한 번은 혼자 밖에 나가 외식을 하기도 했다. 상담은 일주일에 한 번 1시간, 30회기로 진행되었고 부족하면 추가로 받을 수 있었는데 나는 마음에 안정을 찾은 상태로 딱 30회 되던 날 상담을 종료했다.

상담으로 해결할 수 없는 영역은 약의 도움을 받아보자

그렇게 괜찮아졌나 싶었는데 상담으로 커버할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 ‘욱’하고 순간적으로 올라오는 감정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마침 미운 네 살에 접어든, 말은 하지만 말을 듣지는 않는 첫째에게 가장 심하게 나타났다. ‘이건 고작 네 살짜리에게 가혹한 거 아닌가’ 생각하면서도, 말을 하는 와중에도 후회가 일었지만 멈출 수가 없었다.
다시 상담을 받는다고 달라질까? 발작적으로 일어나는 화는 상담만으로 다스리기 어려울 것 같았다. 병원에 갈 용기가 나지 않아 고민하던 차에 생각보다 주변에 정신과 약을 먹는 사람이 많다는 걸 알게 됐다. 희로애락의 감정이 아예 없어지는 건 아닌지, 잠에 취하거나 축축 처지는 건 아닌지, 살이 찌는 건 아닌지 등 부작용이 가장 걱정이었는데 약을 먹어본 경력자(?)들은 요즘은 약이 좋아서 그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더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처음으로 찾아간 정신건강의학과에서는 의사를 만나기 전에 먼저 우울증과 불안의 정도를 체크하는 자가 보고식 설문지를 작성하고 스트레스 검사를 받았다. 손목과 발목에 센서를 붙이고 5분 정도 앉아 있었는데 이걸로 정말 스트레스 검사가 되는 건지 처음에는 의심이 되었다. 이 검사의 원래 명칭은 '자율신경계 검사(HRV, Heart rate variability)’로,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의 균형을 파악해 스트레스 정도를 평가하는 것이다. 스트레스가 정신 질환의 원인이 되기도 하고, 현재 몸이 스트레스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등을 파악할 수 있어서 진단의 보조 자료가 된다고 한다.
설문 결과도, HRV 검사 결과도 좋지 않았다. 의사는 검사 결과를 확인하고 내 이야기를 듣더니 충분히 약을 먹을 만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약 복용에 대해 이렇게 덧붙였다. ‘마음이 그릇이라고 치면, 그릇에 가득 찬 물은 스트레스다. 햇볕을 쫴서 물을 증발시키거나 그릇을 기울여서 물을 좀 흘려보내야 하는데 나의 문제는 물이 줄어들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제하의 장애) 물을 쏟아내기도 어려워서(스트레스 해소) 그릇 자체의 크기를 키워야 한다. 약이 그 역할을 해줄 것이다.’ 나는 의사에게 의존도가 적은 약을 처방해 달라고 부탁해 최소 용량으로 복용을 시작했다. 이후 2주에 한 번 병원에 방문하면서 약효가 있는지, 부작용은 없는지 등 경과를 살폈다.
비상용으로 남겨둔 약
약을 먹으면서 확실히 화가 덜 났다. 거의 안 났다. 아이가 미운 행동을 해도 ‘아이니까’ 하고, 화내기 전에 객관적으로 상황 판단을 먼저 할 수 있었다. 노오력이 부족하다고 스스로를 벼랑 끝까지 몰아세우는 생각도, 모든 게 나때문이라는 죄책감도 느끼지 않게 되었다. 이만하면 충분히 할 만큼 하고 있다는 만족감마저 들었다. 그렇게 3개월 동안 약을 먹고 의사와 상의 후 2주 치 비상약만 남긴 채 복용을 중단했다. 고민만 하지 말고 좀 더 일찍 먹었다면 아이와 남편에게 험한 꼴 덜 보였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남았다.
'네가 상담을 왜 받아?’, ‘정신과는 정신병 걸린 사람이나 가는 곳 아니야?’ 옛날 같으면 이런 시선이 있었겠지만 다행이라 해야 할지, 요즘은 흔한 일이 된 것 같다. 아이가 사춘기에 비뚤어지는 것처럼, 어른이 갱년기 때 감정이 널뛰는 것처럼 감정에는 호르몬도 관여하기 때문에 내가 노력으로 조절할 수 없는 영역이 분명히 있다. 몸이 아플 때 진료를 받고 약을 먹는 것처럼, 마음이 아플 때도 상담을 받고 필요하다면 약을 먹는 것도 고려해 보자. 조금만 용기 내면 내 그릇이 스트레스로 넘치기 전에 도움을 받을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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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것 같은데 보지 못하고, 보지 못하는 것 같은데 보는 아이

글 : 윤승아

집안을 잘 돌아다니지만 가슴높이의 책상을 보지 못하고 정면으로 들이받고, 엄마가 평소 잘 앉지 않는 거실 쇼파에 있으면 엄마를 찾아 거실을 왔다갔다 하면서도 엄마를 찾지 못합니다. 계단의 깊이와 높이를 구별하지 못하며, 감각으로 올라가도 계단의 시작부분과 끝 부분을 인식하지 못하고 발을 헛딛으며, 엄마를 알아보지 못하고 목소리와 느낌으로 구별합니다.
바로 뇌손상으로 인해 시지각의 어려움을 가진 “피질 시각장애(Cortical Visual Impairment), 최근에는 뇌성시각장애(Cerebral Visual Impairment)”라고 불리는 아이들입니다.
하지만 이와같은 시지각의 어려움은 대부분 전문가들도 잘 알지 못하며 피질시각장애에 대해 알고 있어도 단편적으로 알고 있고 상세하게 알고 있는 전문가가 드물며 개선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몰라 적극적인 진단이나 중재가 되지 않고 있습니다. 또한 다른 장애의 시지각 문제와 같이 지적 영역으로 취급되고 시각장애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눈에 문제가 없어도 못 보던 아이

지민이는 소리가 나지 않는 장난감을 쳐다보거나 손을 뻗어 잡지 않고 눈맞춤도 안되고 깜짝반사도 전혀 되지 않아 걱정이 많이 되었습니다. 아직은 어려서 알 수 없다고 하고 누구도 명확하게 설명해주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아이는 이미 뇌손상으로 인해 뇌성마비, 지적장애, 영아연축등 엄청난 일을 격고 있는 중이라 불명확한 상태로 만1세가 되었습니다.
만1세무렵 "미숙아 망막증 Follow-up진료에서 망막의 시신경은 잘 자랐지만 시각을 사용하는 반응이 거의 없다. 깜짝반사가 안나오며 이시기는 고개를 많이 들고 있어야 하는데 시각에 문제가 있는 아이들처럼 대부분의 시간을 고개를 숙이고 있어 시각적 예후가 매우 안좋을 것 같다"는 소견을 들었습니다.
이후 시유발검사, 다른 소아 안과를 찾아다녀 봤지만 “안구의 문제가 아니다 뇌의 문제이므로 뇌가 좋아지면 좋좋아질거다.특별히 할 수 있는 것은 없으며 뇌가 좋아져야 좋아지는 것이기 때문에 지금 하고 있는 재활치료 열심히 받아라. 자라면서 좋아질 수도 있고 안좋아질 수도 있다.”라는 말이었습니다.

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저는 만나는 전문가마다 아이 상황을 알렸고 그 중 한 치료사가 시각문제에 관심이 있는 작업치료사를 소개해주셨고 그분이 Dr. Roman-Lanzzy의 책을 공부하며 여러 시각적 중재를 해주었습니다. 그러다 만 3세를 며칠 앞두고 아이가 햇빛에 비치는 환타병을 잡으러 가는 것을 보는 순간 피질시각장애란 것이 어떤것인지 몰랐던 저는 “아 이제 보는구나"라고 생각했고 시각적 작극을 주시던 치료사도 거의 회복되었다는 의견에 다른 재활과 뇌전증 치료에 몰두했습니다.
햇빛에 반짝이는 환타병을 보고 잡으러 가던 날
하지만 아이는 보는 아이다 싶으면 확연하게 보이는 큰 사물도 보지 못하고 안보는건가 싶으면 작은거도 손으로 집었습니다. 굉장히 여유있는 폭의 복도를 마치 비좁은 길을 가는것처럼 지나가지 못하며 쩔쩔매기도 하고 블럭이나 장난감을 선반위에 아슬아슬하게 정리해 놓기도 했습니다. 계단을 혼자 못올라갈 이유가 없는 신체상태가 되었어도 계단이나 장애물을 잘 인식하지 못했고 신체적으로는 문제가 없는데 보행시 흔들림이 많았고 이는 야외에선 더 심했습니다. 이러한 불안감으로 무릎을 구부려 안정성을 얻는 방식으로 걸었습니다.

진단과 조기개입이 안되어 허비한 시간. 10년!

초등학교 2학년 최진희 박사님의 피질시각에 대한 강의를 들으며 CVI아동의 행동적 시기능적 특징을 듣는데 그냥 딱, 모든 것이 지민이였습니다. 그동안 이해가 안되던 부분이 모두 설명이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아이의 상황을 모르고 했던 거의 학대에 가까웠던 시행착오가 주마등처럼 머리속을 스쳐갔고 가슴이 미어져, 강의를 듣는 내내 울음을 삼키며 들어야 했습니다.
이후 6개월에 한 번씩 평가 받고 모르는 것이 생길 때마다 들고 쫓아가 여쭤보며 아이가 좀 더 잘 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아이의 CVI특성에 맞는 중재를 시작하자 아이는 눈을 더 의미있게 사용하기 시작했고 그러면서 하지 못하던 것을 하게 되고 운동이나 인지적인 측면에서도 변화가 생겼습니다. 또한 저는 그동안 아이의 특성을 몰라 아이를 힘들게 하고 피곤하게 하는 것들을 조절할 수 있게 되었고 그로인해 뇌전증도 좀더 조절되고 의미있는 시간들을 아이에게 줄 수 있었습니다.
지민이는 지적장애와 뇌병변장애가 있고 그로인해 많은 것이 부족하지만 피질피질시각장애를 고려한 시각적중재활동이 지민이의 재활 프로그램에서 최우선과제가 되었습니다.

전문가의 부재 - CVI 시각 전문 특수교사가 없다.

하지만 구체적인 방법에선 전문가와 현 치료사들의 인식 및 교육 부족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지민이의 시각적인 어려움(피질시각장애)을 이해시키기 어려웠고 시각적중재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함께 해주시려했던 전문가분들도 기존 다른아이들의 치료와 본인 업무시간 등으로 공부하고 적용할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어려웠고, 그나마 있는 자료도 아직 번역되지 않은 외국 자료들 뿐이라 접근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비로소 아이의 특성을 이해하게 되었지만 적절한 개입과 중재를 하기가 어려웠습니다.
학령기가 되어 특수교육지원대상자가 되었지만 시각적 어려움은 시각장애로 등록이 되었거나 특수교육법상 시각장애로 진단배치가 되어야 지원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따라서 담당 특수반 교사와 같이 공부하며 개별화계획 수립에 포함시켜 시도들을 해보는 방법 밖에 없었고. 업무가 과중함에도 여러 시도를 해주셨던 특수교사 선생님과 시설물 설치와 지원 인력을 허락해주셨던 교장선생님과 교직원분들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를 드립니다.
초등학교 2학년때 CVI를 알고 처음 학교 사물함 환경 중재를 한 것

보지 못하지만 시각장애로 등록할 수 없는 현실

시각장애로의 등록은 우리아이들의 시각장애를 지적영역으로 평가하고 이중평가를 하지 않는다는 원칙으로 거부당해야 했습니다. 특수교육법상 시각장애로 배치되기 위해서는 시력이나 시야의 검사가 해당되지 않거나 검사가 불가능한 대부분의 경우에는 진단할 전문가가 없고 어렵다는 이유로 거부되어 부모가 증명해야하는 상황입니다. 시각 특수교육이 필요하고 이를 통해 시기능과 일상생활 및 학습에서 개선이 될 수 있음에도 전문가와 정부기관의 무지로 발달에 중요한 시기에 필요한 교육과 복지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장애를 모르는 것, 외면하는 것

장애아를 키우며 받은 불평등과 불합리는 인식의 부재가 컸습니다. 잘 모르기 때문에 어떻게 대해야할지 당황하고 불편해합니다. 저역시 지민이를 키우기 전엔 그랬구요. 이해시키고 설명하고 같이 생활하며 경험하면 훨씬 더 다른 태도(불편해하거나 어려워하지 않는)가 됩니다. 때문에 장애인식교육을 하고 통합교육을 하며 다름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을 겪는 것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알고도 외면한다면 우리아이들의 인권과 교육권에 대한 부당한 불평등이며 이는 반드시 개선되어야 합니다. 지금이 바로 개선되어야 할 때인것 같습니다.
보행연습 중인 최근 지민이

보는 것 같은데 보지 못하고, 보지 못하는 것 같은데 보는 아이 Read More »

뇌성마비 아동에게 생길 수 있는 근골격계 문제

글 : 김지영

뇌성마비 자녀가 성인이 된 후에 엄마가 가장 후회하게 되는 것은 무엇일까? 재활치료를 좀 더 열심히 받지 않았던 것? 사랑을 더 많이 주지 못했던 것? 뇌병변 장애 자녀가 이제 20대가 된 선배 엄마에게 동료 상담을 받은 적이 있는데 그녀는 의외로 아이의 자세를 바르게 잡아주지 않은 것이 가장 후회된다고 말했다. 가장 후회될 정도라면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이 아닌가! 나를 비롯한 대부분의 부모가 아이의 운동 발달만 생각하다 골격이 틀어진 뒤에서야 뒤늦게 자세 유지에 신경 쓰게 된다. 그런데 생각보다 이에 대한 의료적 지원이 부족한 것 같아 어떤 문제가 생길 수 있는지와 평소에 집에서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대비책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우리 아이의 뼈에 무슨 일이?

뇌 손상이 있는 아이들은 좌우 근육과 뼈를 균형 있게 사용하지 못한다. 동시에 아이가 사용하지 않는 뼈와 근육은 퇴화하고 굳는다. 뼈는 서고 걷고 뛰는 등의 활동을 하는 동안 체중에 저항하면서 발달하는데 뇌성마비 아동은 이러한 활동이 어렵다. 자세가 틀어지고 몸이 뻣뻣해지면 그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걷는 데 지장을 주고 통증, 합병증 등 추가로 따라오는 여러 가지 문제가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때문에 뇌성마비 아이들은 재활 치료뿐 아니라 근골격 상태를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문제가 생기기 전에 적극적으로 선제 대응을 해야 한다.

(1) 고관절 탈구

고관절 탈구는 쉽게 말하면 허벅지 뼈가 골반에서 탈출하는 것이다. 발생 시기는 천차만별인데 빠르면 3세 이전에도 겪을 수 있다. 경직이 심할수록, 누워있는 시간이 많을수록, 서거나 걷지 못하는 아이일수록 고관절 탈구가 일어나기 쉽다. 딱 우리 아이와 같은 상황이다. 제하는 경직성 뇌성마비에 누워있는 시간이 많고 아직 서지도 못한다. 다리에 경직이 심한 제하는 재활의학과에서 주기적인 엑스레이 촬영으로 고관절 상태를 점검하고 있는데 아탈구(부분 탈구) 조짐이 보인다고 한다. 병원에서는 경우에 따라 허벅지 안쪽 근육에 보톡스를 맞추거나 향경직제을 처방해 근육에 힘이 덜 들어가도록 하고 있다.
제하의 고관절 사진. 왼쪽 고관절이 조금 더 빠져 있다.

(2) 척추측만

제하는 누워도, 앉아도, 서도 고개가 왼쪽으로 꺾인다. 처음에는 허리에 힘이 없어서 한쪽으로 쓰러지는 줄 알고 앉아있을 때만 쿠션을 받쳐주었다. 그런데 등밀이도 못하는 제하가 눕혀두면 늘 시계방향으로 조금씩 회전하는 것이었다. 자세를 잘 살펴봤더니 좌측 골반을 머리 쪽으로 꺾으며 힘을 주고, 그에 대한 보상으로 상체가 시계방향으로 새우처럼 휘면서 고개도 왼쪽으로 꺾이는 모양새였다. 앉아있을 때뿐만 아니라 누워있을 때도 바른 자세를 위한 지지가 필요했던 것이다. 제하처럼 스스로 몸통을 바르게 유지하기 어려운 뇌성마비 아동은 자세를 바르게 잡아주지 않으면 척추 변형이 누적되면서 척추측만증이 올 수 있다.

(3) 골감소증

재활 치료를 받던 아이의 뼈가 부러졌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아이가 통증을 표현하지 못해 다리가 부어오르는 것을 보고서야 병원에 갔다는 사람도 있었다. 치료 강도만 탓할 것이 아닌 것이, 뇌성마비 아이들은 골밀도가 비교적 낮다. 다리뼈에 체중 부하가 되지 않으면 골밀도도 점점 떨어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바깥 활동량도 적어서 칼슘 흡수를 돕는 비타민D의 합성이 부족하며, 뇌전증으로 항경련제를 복용하는 경우에도 골밀도 소실에 영향을 준다. 골감소증이 심해지면 골다공증으로 진행되어 작은 충격에도 쉽게 뼈가 부러지게 된다.

집에서 도와줄 수 있는 방법

첫 번째는 아이가 서는 것이다.
첫 번째는 아이가 서는 것이다. 앞서 말했지만 뼈는 서고 걷고 뛰면서 뼈에 실리는 체중에 저항하며 발달한다. 스스로 서 있기 어려운 경우에는 기립기를 사용하면 하루 종일 누워있는 아이에게 잠깐이라도 서 있는 경험을 줄 수 있다. 제하는 한 번에 삼십 분, 하루 두 번 이상 기립기에 세워두는데 아이가 힘들어하지 않으면 좀 더 오래, 더 자주 해줘도 좋다. 집에 기립기가 없다면 이용하고 있는 재활치료실에 요청할 수 있다. (간혹 기립기가 없는 치료실도 있다) 기립기 훈련은 다리의 골밀도를 높이고 고관절 안정성에도 도움이 된다.
기립기 훈련 중인 제하. 바른 자세 유지를 위해 발목 보조기를 착용하고 있다.
두 번째는 아이의 자세를 바르게 잡아주는 것이다.
누워있을 때도, 유모차나 카시트, 피더시트에 앉힐 때도 아이의 골반이 정면을 향하고 있는지, 머리나 허리가 한쪽으로 기울지 않았는지 체크하고 쿠션 등을 받쳐서 바르게 해준다. 제하는 하지 경직이 심해서 다리를 가위 모양으로 교차시키며 힘을 주거나 무릎을 안쪽으로 모으면서 동시에 양발은 바깥쪽으로 뻗으며 힘을 주는 등 고관절이 빠지는 자세를 적극적으로 취한다. 고관절이 안정적으로 관절 안에 유지되기 위해서는 다리를 바깥으로 벌린 자세가 좋은데, 자세를 잡아놔도 아이가 힘을 주게 되면 흐트러지기 때문에 쿠션이나 자세 보조도구를 활용한다.
(좌) 아무런 지지 없이 누워있을 때 나쁜 자세 (우) 자세 보조도구로 보조했을 때 바른 자세
그런데 집에 있는 수건이나 쿠션으로는 한계가 있어서 어떤 것을 쓰면 좋을지 병원에 문의해도 아이에게 딱 맞는 자세 보조 용구를 추천받기가 어려웠다. 보조기기 센터는 생각보다 성인 중심인 데다 소아에 대한 전문성이 비교적 떨어지고 갖추고 있는 소아 용품도 부족했다. 결국 직접 제하에게 맞는 자세 보조 용구를 찾아본 뒤 보조기기 센터에 있는 것은 대여하고, 없는 것은 장애인 보조기기 렌탈 바우처를 이용해 구매했다. 요즘 제하가 쓰고있는 보조기기는 헤드마스터칼라, 삼각형외전베개, 자세변환용구 LBP-02, 자세지지시스템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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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는 골밀도를 높이는 것이다.
골밀도를 높이기 위해 칼슘을 잘 먹이고 칼슘의 흡수를 돕기 위해 비타민 D도 챙겨줘야 한다. 영양제보다도 음식으로 먹는 것이 좋고 하루 2시간 이상 햇볕을 쬐는 것이 좋다. 이외에도 근골격 문제 예방을 위한 규칙적인 스트레칭, 보조기 착용 등이 있으나 그런 것들은 병원이나 치료실에서 비교적 잘 알려주기 때문에 생략한다.
새로운 재활치료실에 가면 선생님이 아이의 치료 목표와 방향을 묻는다. 처음엔 목을 가누고 서고, 걷는 것만 생각하면서 욕심을 부렸는데 지금 제하의 목표는 최소한 고관절이 빠지지 않고 자세가 틀어지지 않는 것이다. 재활치료도 중요하지만, 일상생활에서 아이 신체의 기본 틀을 잡아 주는 것 또한 중요하다는 것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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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자세를 도와주는 힙 헬퍼 (Hip helpers)를 소개합니다

글 : 귀요미 엄마

힙헬퍼가 무엇인가요?

안녕하세요? 저는 29개월 다운증후군 남아의 엄마에요. ‘힙 헬퍼(Hip helpers)’를 소개하고 싶어 글을 쓰게 되었어요. 아이가 36주 미숙아로 태어나, 거주 지역(서초구)의 ‘이른둥이 서비스’로 물리치료사 선생님께서 매주 방문해 주셨어요. 선생님께서 아이가 10개월쯤 되어 네발기기를 시도하려 할 때, 힙 헬퍼를 소개하시며 선물로 주고 가셨어요. 쫄바지처럼 생겨 어린 아기에게 불편할 것 같았는데, 착용 시간을 점점 늘려서 가능한 많은 시간을 입혀보자 하셨어요. 이게 뭔지 궁금해서 구글링해보았고, 근 긴장도가 떨어져 다리를 과도하게 벌리고 있거나, 엉덩이 주위의 근육이 약한 아이들에게 도움을 주는 아이디어 제품이었어요.

좋은 자세를 잡도록 도와주는 보조도구

저긴장 근육의 아이들에게 입혀서 체간 등의 힘을 써서 올바른 자세를 유도하여 기어다니게 도와주고, 나아가 보행 시에도 팔자걸음 등이 아닌 예쁜 걸음걸이가 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보조도구였어요. 그리고 미국 본사 홈페이지인 www.hiphelpers.com 에 보면 다양한 후기 및 착용 전, 후의 아이들 영상이 있는데 그 영상을 보면 구입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하루 1~2시간 정도로 시작하여 매주 시간을 조금씩 늘려갔고 다행히 아이가 거부반응 없이 마치 일상복을 입듯 잘 적응해 주었어요. 아이가 워낙 어렸을 때라 싫고 좋고가 없었던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해보면 좋은 시점에 소개받은 것에 감사해요.
늘 도움을 받기만 하는, 같은 해에 태어난 다운증후군 친구들 60명의 엄마들이 있는 커뮤니티가 있어 바로 소개하였고 그 중 힙 헬퍼를 아는 분이 한 분도 없었던 것 같아요. (심지어 물리치료사나 의사선생님들께 구입 여부를 의논드려도 모르시는 경우가 많았다고 해요, 해외에서는 이미 많이 보급되어있는 것 같아요.) 다들 영상을 보시더니 많은 인원이 원해, 미국 본사에 단체로 직구를 하게 되었어요.

골반(힙)부터 모아줘요

다운증후군 아이들이 종종 보여주는, 두 다리를 양쪽으로 180도 쫙 벌려서 넘기는 동작을 저희 아이도 간간히 했는데 힙 헬퍼를 착용하면, 그 동작을 할 수 없으니 횟수가 현저히 줄어들게 되었고 언제부터인지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그 행동은 전혀 보여주지 않아 그것만으로도 대만족이에요. 언제나 개구리 다리처럼 다리 벌리고 자던 아이였는데, 요즘은 다리 붙이고 자는 것 보면 이것도 힙 헬퍼 덕분인 것 같아요.

꾸준한 착용이 중요해요

아이 24개월 즈음부터는 비교적 예쁘고 안정적인 보행이 가능하여, 힙 헬퍼를 소개해 주신 선생님께서 더 이상 착용 안 해도 되겠다고 하시며 힙 헬퍼 관련 글을 부탁하셨어요. 그래서 함께 직구했던 엄마들에게도 착용 후기를 물어보았어요. 그런데 안타깝게도, 아이가 힘들어하여 적응을 못한 경우, 치료사들의 다양한 의견, 네발기기 시작 후 착용하였더니 네발기기를 멈추거나 더디어져서 부모가 마음이 불안해 포기하게 되는 등 다양한 이유로 저희처럼 지속적으로 착용한 아이가 거의 없었는데, 저와 치료실에서 가끔 만나던 한 명의 엄마만 열심히 입히고 있었고, 그 결과는 저희와 거의 비슷했어요. 그 친구도 보여주던 다리 찢어 벌리기 동작은 완전히 잊어버린 것 같고, 자세도 예쁘게 자리잡혀 앞으로도 쭉 착용할 계획이라고 하셨어요.
이즈음 제가 느낀 바는 힙 헬퍼를 지속적으로 꾸준히 착용하는 게 가장 중요한데, 우리 엄마들이 아이들 케어로 워낙 바쁘다 보니 지속이 힘든 것 같았어요. 다행히도 저희는 힙 헬퍼를 소개하신 선생님께서 매주 오셔서 점검해 주셨고, 성장에 따라 제품 업그레이드도 해주시니, 귀찮고 힘들 때도 있었지만, 덕분에 함께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만약 선생님이 안 계시고 저 혼자 제품만 받았더라면 저도 중도 하차하였을 것 같아요.
소개해 주시고 계속적으로 점검해 주신, 서초아이발달센터 최진희 센터장님과 김아람 선생님께 큰 감사의 인사를 드리며 글을 맺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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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뻗기와 가리키기의 차이 – 손뻗기를 잘 하면 포인팅도 잘 하게 될까요?

글 : 김장곤 (유원대학교 물리치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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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발기기를 하지 않는 아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글 : 김장곤 (유원대학교 물리치료학과 교수)

많은 육아정보 서적에서 연령대별로 해야하는 동작에 대해 설명해 놓은 것을 보셨을 것입니다. 과거에는 이런 발달과정을 기준으로 생각했었습니다. 즉 반드시 나타나야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했었죠. 그러나 최근의 여러 연구 결과는 이것이 반드시 순서대로 나타나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밝혔습니다. 9개월에 네발기기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나중에 12개월이 지나고 혼자 걷기가 가능해져도 네발기기를 못하지는 않겠죠? 즉 발달 이정표는 기준이 아니라 범위로 보는 것이 맞다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순서는 바뀔 수 있고, 나타나는 시기는 바뀔 수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발달지표의 적신호를 많이 확인합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특정 동작이 나타나는 시기가 되었을 때 그 동작이 나타나지 않으면 발달지연을 의심해 봐야합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한가지 동작만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큰 문제가 아닐 가능성이 큽니다. 두 개 이상의 동작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이 경우에는 발달지연과 관련된 병리적인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Hadders-Algra 2018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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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성/피질시각장애(CVI: Cerebral/Cortical Visual Impairment) 진단 질병코드 및 참고 자료

작성자: 최진희 (한국영아발달조기개입협회 회장)

피질(대뇌의 외부층)의 문제로 시각장애가 발생한다고 피질시각장애라는 용어를 사용하였으나, 피질을 포함한 뇌 손상에 의한 시각장애로 보고 뇌성시각장애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현재 추세이며, 두 용어 모두 같은 의미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CVI란 무엇인가? 뇌성시각장애(CVI)는 시각을 처리하는 뇌 부분에 손상이 생겨 발생하는 질환입니다. 주로 아기와 어린 아이들에게 많이 발생하지만, 성인기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CVI를 가진 아이는 눈 문제로 설명할 수 없는 시각 문제를 가지게 됩니다. 보통 눈은 전기적 신호를 뇌에 보내고, 뇌는 그 신호를 우리가 보는 이미지로 바꿉니다. 만약 CVI가 있다면, 뇌가 이런 신호를 처리하고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있습니다. CVI는 미국에서 아이들 사이에서 시력 손실의 주요 원인 중 하나입니다. CVI를 가진 어떤 아이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시력이 좀 개선되지만, 모든 사람이 다릅니다. 만약 당신의 아이가 CVI를 가지고 있다면, 초기 개입과 치료, 교육 지원, 그리고 다른 특별한 서비스를 통해 그들이 발달하고 배울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뇌성 시각 장애(CVI)는 뇌의 시각 부분에 영향을 미치는 신경학적 문제로 인해 시각 반응이 감소하는 상태입니다. CVI를 가진 아이는 정상적인 눈 검사 결과를 보이지만, 이는 비정상적인 시각 행동을 설명하지 못합니다. CVI를 가진 아이들은 특징적인 행동을 보입니다. 이는 선진국의 아이들 사이에서 시력 장애의 가장 흔한 원인 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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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 기반 조기개입(Routine-Based Early Intervention)이 낯선 용어인가요?

글 : 최진희 (한국영아발달조기개입협회 회장)

일과 기반 개입은 아이의 일상 과제(루틴)와 활동에 개입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별도의 치료 세션을 제공하는 대신, 아이와 가족의 자연스러운 환경과 일상 활동을 중심으로 발달을 촉진하는 대 초점을 둡니다.
일과 기반 개입은 발달지연∙장애가 있는 영유아뿐만 아니라 모든 영유아에게도 가장 적절한 발달지원 방법입니다. 물론 가족의 양육 역량도 높여 주는 최적의 방법입니다.
우선, 일과 중 활동(예, 기상하기, 식사, 가족과 놀기, 잠자기, 외출하기, 어린이집 일상 활동, 가게 가기, 옷 갈아 입기, 목욕하기, 이 닦기, 등)을 수행하는 아이의 능력(의사소통, 인지, 사회/정서, 소근육, 대근육, 등의 기술)을 평가합니다, 그 결과에 따라 아이의 일과 활동을 할 때 필요하고 적절한 도움을 주어 점차적으로 아이의 능력을 발달시킵니다.
일과 기반의 개입은 영유아 발달지원의 가장 핵심적 접근방법입니다. 반복되는 일과 경험을 통해 아이 두뇌는 뇌신경 연결통로를 많이 만들게 되어, 효율적인 두뇌 발달을 하게 됩니다.
일과 기반 개입의 중요성은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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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가족이 이사하기 전 알아두면 좋을 것들

글 : 김지영

아이를 키우다 보면 적어도 한 번은 이사할 일이 생긴다. 우리에게는 제하가 특수학교에 입학할 때 그 시기가 찾아왔다. 특수학교 입학 심사에는 아이의 장애 유형과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지만, 지원자 대부분이 중증 장애인이기 때문에 거주지가 학교와 가까운 사람을 우선으로 배치하게 된다. 당시 살던 곳 부근에는 특수학교가 없었기에 이사가 불가피해서 원서를 내기 전에 이사할 곳을 먼저 알아봤다. 그런데 우리 가족에게 이사는 단순히 집과 살림살이를 옮기는 것 이상이었다. 매일 다니는 치료실, 연계된 기관과도 멀어지기 때문이다.

어디로 이사해야 할까?

일반적인 가정에서 고려하는 집값, 주변 환경 외에 우리가 살펴본 기준은 아래와 같다.
- 아이가 다닐 특수학교와 가까운가?
- 주변에 재활치료, 장애인 복지 시설이 있는가?
- 아이가 주로 이용하는 의료 기관과 너무 멀지 않은가? (주로 이용하는 병원)
- 다른 가족 구성원이 살기에도 적합한가? (형제자매의 학교, 부모 직장과의 거리)
지원한 특수학교와의 거리가 1순위이긴 했지만, 제하는 요금이 저렴한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할 수 있으니 쌍둥이 형제가 유치원까지 걸어서 갈 수 있는지도 중요했다. 그렇게 특수학교까지 차로 10분, 유치원까지 걸어서 10분 거리인 곳으로 정했다. 어쩌다 보니 우리가 이사를 계획한 곳은 서울시 25개 자치구에서 장애인 인구가 2순위로 많은 곳이었다. 자연스레 복지관 등 장애인 복지 시설뿐 아니라 재활치료 받을 곳도 많았다. 제하의 출생병원이자 주 이용 병원인 대학병원까지는 차로 30분 거리였다. 남편은 어차피 6개월에서 1년에 한 번 근무지가 바뀌기 때문에 직장과의 거리는 크게 상관없었다.
이 외에 부수적으로 고려했던 것은 엘리베이터가 있는지, 짐을 충분히 넣을 공간이 있는지, 빛이 잘 들어오는지 등이었다. 원래 살던 곳은 엘리베이터가 없는 빌라의 2층이었는데 제하를 안거나 유모차를 들고 오르내리기에는 힘들고 위험했다. 성격이 급한 나는 한 번에 하나씩 옮기는 시간이 아까워서 한 손에 제하, 다른 한 손에는 유모차를 들고 다녔는데 집주인은 그런 나를 마주할 때마다 안쓰러운 눈빛을 보내며 혀를 끌끌 찼다. 그러는 동안 나의 손목은 탈탈 털렸고 승모근은 점점 발달했다. 제하의 키가 클수록 자세도 틀어지고 일반 유모차로는 커버하기가 어려울 지경에 이르렀지만 크고 무거운 장애인 유모차 구입을 이사 후로 미룰 수밖에 없었다.
머무르는 곳의 환경이 심리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아픈 아이와 사는 경우 집에 있는 시간이 더 많기에 그만큼 중요한 것 같다. 제하의 짐은 형의 두 배 이상이었는데 특수 분유, 피딩 용품 등 온갖 의료용품 박스에 둘러싸여 살다 보니 정리를 거의 포기하다시피 했다. 창밖에는 맞은편 집이 가까이 붙어있으니 빛도 잘 들어오지 않았다. 정돈되지 않고 어두운 집에 있으면 기분도 우중충했다. 이사 후 수납공간이 넉넉해지니 용품과 기기를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보관할 수 있게 되었고 창밖으로 탁 트인 풍경이 시원하게 들어왔다. 이제 집에만 있는 날에도 울적하지 않았고, 마음도 차분해졌다.
이사 후 장애인 유모차에 탑승한 제하

이사 전후로 준비해야 할 것은?

- 재활치료 대기

제하의 일과 중 많은 시간을 차지하는 재활 치료. 며칠만 빠져도 몸이 뻣뻣해지는데 집에서 착실하게 해줄 자신이 없어서 남편이 집을 알아보는 동안 나는 대학병원, 재활의학과 의원, 복지관 등 이사할 곳과 가까운 치료기관을 먼저 알아봤다. 대기 기간을 감안해서 가능한 일찍 진료받는 것이 좋은데, 우리는 지원할 학교와 이사 날만 먼저 정한 상태라 집을 정하고 나서 진료를 보면 너무 늦을 것 같았다. 대략 어느 동네로 가겠거니, 생각하고 그곳에서 차로 20분 이내의 시설을 추려 명단을 만들고 거리가 가까운 순서로 전화를 돌려 진료와 상담 예약을 잡았다. 그때가 이사 3개월 전이었다.
대학병원은 진료 예약 시 구비서류를 안내해 주는데 보통 기존 병원에서 진료의뢰서를 받아서 가야 한다. 소견서나 발달평가지 등을 같이 가져가면 더 좋긴 하지만 대기를 위한 진료라 기존에 어떤 치료를 받았는지 정도만 말해줘도 충분하다. 복지관은 사회복지사와 초기 상담을 먼저 한 후 어떤 치료가 필요할지 치료사의 평가를 받고 대기하기 때문에 최소 2번 이상의 방문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간혹 전화로 상담하고 이메일로 자료를 전송하는 등 비대면으로 치료 대기를 할 수 있는 복지관도 있었다. 그렇게 대기를 걸어두면 기관마다 최소 6개월에서 1년은 기다려야 한다는 말을 들어서 막막했는데, 이사하자마자 일주일 재활 스케줄이 꽉 찼다. 제하가 다른 대기자에 비해 어리고 중증인 편이라 순번이 당겨졌다는 곳도 있었고, 오전이 오후에 비해 대기가 짧은 덕분이기도 했다.

- 지원 기관 연결해 두기

장애인가족지원센터, 장애인종합복지관, 종합사회복지관, 가족센터, 아동복지관, 육아종합지원센터, 발달지원센터, 문화복지센터... 지역마다 있는 장애인 가족 지원 기관 및 복지 시설이다. 이들 대부분이 SNS나 카카오톡 등으로 행사 등을 공지하기 때문에 지원이 필요하다면 친구 추가를 해두는 것이 좋다. 복지관에 사례관리 신청을 해서 사회복지사와 관계를 맺어두는 것도 도움이 된다. 장애인 가족과 같이 경제, 심리 문제 등 복합적인 어려움으로 복지서비스가 필요한 가족을 면밀히 살피고 직접적으로 지원해 주거나 외부 자원을 연계해 준다. 사회복지관과 장애인복지관이 지원할 수 있는 영역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나는 두 곳 모두 신청해 두었다.
재활치료나 복지 시설을 찾을 때 참고한 것이 성동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만든 ‘WheelRing(휠링)' 앱인데 재활치료, 장애인복지관, 교육, 보조기기 관련 시설 등이 권역별로 정리되어 있어 편리했다.

- 돌봄 대기

나는 장애, 비장애 쌍둥이 형제를 양육하고 있어 장애아동돌봄(장애아가족양육지원사업)과 아이돌봄서비스를 모두 이용했다. 두 서비스 모두 원한다고 바로 이용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순번이 되어야 하기때문에 이 또한 미리 대기를 해둬야 한다. 아이돌봄서비스는 이사 후 전입신고를 해야 해당 지역 서비스 제공 기관(자치구 가족센터 등)에 신청할 수 있는 반면, 장애아동돌봄은 이사 전이라도 주소가 결정되었다면 미리 대기를 할 수 있다.

- 이사 당일 아이 맡기기

내가 결혼하고 우리 가족의 첫 이사이자 아이와, 장애 자녀와 처음으로 함께했던 이사. 유비무환이라고 하지만 아무리 준비를 철저히 해도 빠뜨리는 것이 생기고 어려운 것이 이사인 것 같다. 새로운 보금자리로 옮긴 지 이제 다섯 달이 지난 지금. 돌이켜 보면 무슨 정신으로 저걸 다 했나 싶고 생각만 해도 피곤하지만, 이렇게 기록해 두니 다음에는 좀 덜 겁내고 좀 더 수월하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사를 준비하는, 언젠가 이사를 해야 할 가족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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