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아이들이 치료실이 아닌 일상 속에서 자라기를 바라며

글 : 이소영 (서초아이발달센터장, 특수교육학 박사)

조기개입 분야에서 '일과중심개입(Routine-Based Intervention)'이라는 개념은 이미 오래전부터 강조되어 왔습니다. 아이의 발달을 지원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아이가 실제로 살아가는 일상 속에서 자연스러운 개입을 하는 것임은 많은 연구를 통해서도 입증되었고요.

일상이 중요하다는 말은 우리 모두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자신의 삶을 의미 있게 살고 싶어 하고, 그 의미 있는 삶의 귀결점은 결국 나와 가족, 이웃으로 이어져요. 내 삶이 나아지려면 나 혼자 무언가를 이루어내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가족과 이웃과의 관계에서 오는 평안함과 만족감이 바탕이 되어야 해요. 삶의 모든 선택과 노력, 관계와 목표는 결국 하루하루의 일상으로 수렴됩니다. 발달에 어려움이 있는 아이와 그 가족도 다르지 않아요. 아이가 가족과 함께 웃고, 먹고, 놀고, 쉬는 그 일상이 곧 삶의 중심이고, 발달의 토대입니다.

전문가 먼저 일과의 가치를 충분히 이해해야 합니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요. 발달에 어려움이 있는 아이일수록, 일상은 오히려 점점 뒤로 밀려납니다. 치료 일정이 하루를 채우고, 병원과 센터가 생활의 기준이 돼요. 먹기, 놀기, 이동하기, 쉬기 같은 기본적인 활동들은 '개입의 대상'이 되거나, 때로는 효율을 위해 그냥 생략되기도 하죠. 그런데 이런 현실 앞에서 부모님을 탓하기는 어려워요. 일상보다 치료를 우선하게 되는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치료는 목표가 분명해 보이고, 전문가가 있고, 회기마다 무언가 이루어지는 것 같은 느낌을 줘요. 반면 일상은 너무 당연해서 가치 있게 느껴지지 않고, 변화도 느리게 나타나니 효과가 없는 것처럼 오해되기 쉽습니다. 그렇다면 일상의 중요성을 먼저 인식하고, 그것을 양육자에게 전달해야 할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요. 바로 전문가예요. 전문가가 먼저 일과의 가치를 충분히 이해하고, 그 의미를 양육자와 함께 나눌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부모님은 계속해서 치료실에서 답을 찾으려 할 수밖에 없어요.

전문가로서 스스로에게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전문가로서 스스로에게 물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나는 지금 이 아이에게 왜 이 치료를, 이 수업을, 이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는가? 이것이 이 아이와 가족의 일상을 더 풍요롭게 만드는가, 아니면 오히려 방해하고 있는가? 그 물음의 답은 발달이 어떻게 일어나는지를 이해하는 데서 출발합니다. 발달은 특별한 시간에만 일어나지 않아요. 아이는 하루 대부분을 일상 속에서 보냅니다. 깨어 있는 시간 동안 반복되는 경험들, 익숙한 사람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뇌는 조직되고, 몸은 조절을 배우며, 의미 있는 행동이 하나씩 쌓여요. 일상이란 발달이 일어나는 장소이면서 시간이기도 해요. 그렇기에 일상이 빠진 발달 지원은 지속되기 어렵습니다. 가정에서 반복되지 않는 기술은 유지되지 않고, 아이의 삶과 연결되지 않은 목표는 결국 의미를 잃어요. 반면 일상 속에서 일어나는 변화는 작더라도 오래갑니다. 특별하지 않아 보이지만, 그런 변화들이 쌓여 아이의 삶 전체를 바꿉니다.

가족과 함께 하는 일상을 지원해야 합니다.

이제는 아이를 치료실 밖으로 내보낼 때입니다. 가족과 함께 하는 일상을 소중히 여기고, 그 일상이 즐겁고 평안하게 이어질 수 있도록 어떻게 지원할 수 있을지 더 깊이 고민해야 합니다. 아이의 발달을 진정으로 지원한다는 것은, 얼마나 많은 시간을 치료했느냐가 아니라 아침에 눈을 떠서 잠들기까지의 하루 전체가 발달의 기회가 되도록 하는 겁니다. 일상을 이야기하는 것은 '덜 하자'는 말이 아니에요. 가장 많은 시간을 쓰는 바로 그곳에서 충분한 발달의 기회를 갖게 하자는 것입니다. 아이에게 아이다운 일상을 되돌려 주는 것, 그것이 가장 강력한 개입의 시작입니다.
아이의 발달은 ‘특별한 치료 시간’이 아니라 가족과 함께 보내는 매일의 일상에서
반복되는 경험과 상호작용을 통해 만들어집니다. 그래서 조기개입은
치료실 밖, 가정과 지역사회 속 일상을 지키고 풍요롭게 하는 방향으로 설계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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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학교에 다닌다면? 개별화교육회의 빠지지 마세요

글 : 김지영

장애의 종류가 같다고 해서 발달 수준과 특성까지 같지는 않죠. 그런 아이들을 한 교실에 모아 두고 모두에게 같은 것을 같은 방법으로 가르친다면 어떨까요? 새 학기를 맞아, 학교에서 아이의 1년을 어떻게 보낼지 결정하는 자리인 ‘개별화교육회의’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특수교육의 꽃을 ‘개별화교육계획(IEP, Individualized Education Program)’이라고 하더라고요. 이 계획을 수립하기에 앞서 진행하는 과정이 바로 ‘개별화교육회의’입니다.

개별화교육회의란?

개별화교육회의(IEP 회의라고도 합니다)는 서로 다른 장애 학생 개개인의 발달 수준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교육 목표와 지원 방안을 세워 1년간의 교육을 계획하는 자리입니다. 입학 후 14일 이내 진행되어야 하는 법적 필수 회의이지만, 부모가 회의의 중요성을 잘 모르거나 바쁘다는 이유로 서류에 서명하는 것으로 부모의 참여 없이 마무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부모가 이 회의에 직접 참석하느냐에 따라 아이의 학교생활은 꽤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얼마 전 제하가 특수학교 유치부에서 초등학교 1학년으로 진학하면서, 올해 첫 개별화교육회의에 참여했습니다. 회의 참석자는 특수교육 대상 학생의 보호자가 요청할 수 있습니다. 담임교사를 비롯해 교과교사, 보건교사, 영양사, 심지어 학교장까지도요. 지난해 처음 회의에 참석했을 때는 제하가 만나게 될 선생님들을 모두 모시도록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담임 선생님과 만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다른 선생님들께는 문서로 내용을 공유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보호자는 자녀의 특성과 필요 사항(강점, 약점, 필요한 지원)을 미리 정리해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는 제하의 의료 정보, 발달 수준, 건강 상태, 일상 등에 대해 자세히 기록한 문서(이 것에 대한 글은 기록의 쓸모라는 제목으로 지난 칼럼에서 확인 하실 수 있습니다.)를 회의 전에 미리 선생님께 메일로 보내 두고, 회의 때 강조해서 이야기할 내용은 따로 메모해서 가져갔습니다.

제하의 개별화교육회의 모습 함께 살펴볼까요?

회의는 개학 후 한 주 동안 제하가 학교에서 어떻게 지냈는지 담임교사가 설명하는 것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제하는 전반적으로 수업에 즐겁게 참여하고, 특히 자신의 이름이 불리는 것을 좋아하며 호명에도 잘 대답한다고 했습니다. 저는 놀라 다시 물었습니다. 정말 제하가 자기 이름을 확실히 아는 것 같냐고요. 지난해 회의에서 세웠던 목표 중 하나가 ‘호명에 대한 반응 향상’이었는데, 1학기까지만 해도 제하는 다른 친구 이름을 불러도 대답했기 때문입니다. 집에서도 일부러 형 이름을 불러 보면 제하가 대답하곤 했습니다.
보세요. 회의 첫 이야기부터 저는 제하에 대해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이를 새로 만난 사람이라도 시간이 조금 지나면, 결국 선생님들(교사, 치료사, 활동지원사 등)이 부모보다 아이를 더 잘 알게 되는 순간이 옵니다. 부모가 바빠 전화 상담으로 회의를 대신하기도 하지만, 비대면으로 주고받는 이야기와 직접 마주 앉아 나누는 대화는 깊이와 넓이가 꽤 다르다고 느낍니다. 선생님과 대면해 이야기할 기회가 생기면 놓치지 말아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어서 담임 교사는 제하가 3~4교시쯤 다리가 떨리고 피곤해하는 모습이 보인다고 했습니다. 발목 보조기 때문일 수 있어, 3교시 이후 특히 힘들어 보일 때는 보조기를 풀어 보기로 했습니다.
다음은 제 차례였습니다. 저는 1학기 목표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유치부 때와 완전히 다른 목표라기보다, 지난해 목표에서 이어지는 내용이었습니다. 먼저 구글문서로 만든 ‘의사소통사전’을 공유했습니다. 제하가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는 말을 정리한 자료로, 집·학교·치료실에서 일관되게 반응하기 위해서입니다. 다음은 선택의 기회를 늘리는 것이었습니다. “앉을까, 누울까?”, “이 책 읽을까, 저 책 읽을까?”처럼 활동을 직접 고르게 하면 일상이 즐거워지고 의사소통도 좋아질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또 CVI 특성을 고려해 빛을 활용한 놀이를 하고, 학습 자료는 시각적으로 단순화하되 촉각도 함께 활용하기로 했습니다. 간식 시간에는 씹는 연습을 하기로 했습니다. 발관을 위해 턱뼈 발달이 필요하지만 평일에는 집에서 시간이 부족해, 우유 급식 시간에 간식으로 연습하고 활동지원사가 우선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다음은 근골격계 문제였습니다. 수업 중 자세를 신경 써 달라고 부탁했고, 고관절 탈구 예방을 위해 기립기에 하루 2회 서는 과제를 주 2회 신체활동실 이용 시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수업 중 기립기 사용은 집중이 어려울 수 있어 한 달 정도 지켜본 뒤 다시 판단하기로 했고, 녹음형 버튼(AAC) 문구는 4월 이후 선생님 의견을 받기로 했습니다. 이렇듯 회의에서는 부모인 저보다 비슷한 학생들을 많이 지도해 온 선생님의 경험과 의견에 기대는 순간도 많았습니다.
부모는 집에서의 아이를 가장 잘 알고, 선생님은 학교에서의 아이를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봅니다. 두 이야기가 한 자리에서 만나야 비로소 아이에게 맞는 교육 계획이 만들어집니다. 회의에 참석하는 데 한 시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할 뿐이지만, 그 시간은 아이에게는 1년의 방향이 됩니다. 특수학교에 다니는 아이라면, 개별화교육회의만큼은 번거롭더라도 꼭 참여해 이야기를 나눠 보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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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아발달 평가와 IFSP가 그리는 조기개입의 로드맵

글 : 조성연 (청각장애인생애지원센터 대표, 언어재활사)

조기개입의 중요성을 절감하며 서초구립 한우리정보문화센터에서
가족중심 조기개입의 기본을 다졌던 2017년으로부터 9년이 흘렀습니다.
현장에서 수많은 난청 영유아 가정을 만나며 쌓아온 고민을 안고
다시 마주한 사단법인 한국영아발달조기개입협회의
영아발달 평가 및 IFSP 작성 심화 과정은
전문가의 관점을 치료에서 삶의 설계로 확장시키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아이의 오늘을 데이터로 읽다

심화 과정에서 가장 집중했던 부분은 아동의 현행 수준을 다각도에서 분석하는 역량이었습니다. 단순히 발달이 늦다는 추상적인 판단을 넘어 대근육, 소근육, 의사소통(수용·표현), 인지, 사회성, 자조기술을 영역별로 평가하는 과정입니다. 가정방문을 통해 아이가 가장 편안한 일상 환경에서 수행되는 이 평가는 아이의 생활연령, 교정연령, 듣기연령과 대비되는 영역별 발달연령을 명확히 도출해냅니다. 특히 의사소통 영역에서 수용언어와 표현언어를 세분화하여 분석하는 것은 난청 영아가 현재 어느 정도의 언어 자극을 소화하고 있는지 파악하는 핵심 지표가 됩니다. 이는 전문가의 주관적 견해가 아닌 객관적 데이터에 기반해 가족과 함께 다음 단계의 목표를 설정하는 근거가 됩니다.

재활 팀의 리더인 부모를 위한 전략적 로드맵

이번 과정의 핵심인 개별화가족서비스계획(IFSP)은 단순한 계획이 아닌 한 가족의 자원과 욕구를 결합한 성장 지도입니다. 저는 리더십을 조기 개입에 접목하여 주양육자를 서비스의 수혜자가 아닌 재활팀의 리더로 정의합니다. IFSP 작성의 고도화는 전문가가 세운 목표를 가족에게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리더인 부모가 아이의 현행 수준을 정확히 확인하고 팀원(가족 및 전문가)들과 공유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있습니다. 부모가 리더로서 팀을 진두지휘하며 일상의 모든 순간, 수유하거나 아이를 돌보는 짧은 시간을 전략적인 언어 자극의 기회로 전환할 때 진정한 의미의 가족 중심 조기 개입이 완성됩니다.

고위험군 사례를 위한 정교한 서비스 코디네이션

심화 과정을 통해 더욱 정교해진 IFSP 수립 역량은 저체중아 및 이른둥이의 경우 홈벤트와 콧줄을 사용하는 의학적 취약 아동들에게 더욱 빛을 발합니다. 이러한 고위험군 사례일수록 유전자 진단 데이터와 ‘1-2-3 골든타임’(1개월 내 진단-2개월 내 보청기 착용-3개월 내 조기개입) 원칙이 IFSP 내에 유기적으로 녹아들어야 합니다. 유전적 정보를 지도로 삼아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진행성 난청이나 인공와우 수술 적기를 예측하고 이를 바탕으로 초개인화된 목표를 설정하는 과정은 재활의 불확실성을 확신으로 바꿉니다.

주체적인 선택이 만드는 미래

영아발달 평가와 IFSP 작성은 결국 난청 영유아 가정이 전문가에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삶을 결정하고 이끌어갈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과정입니다.
영아발달 평가와 IFSP 작성은 단순히 난청 영유아 가정이 전문가에게 의존하도록 하는 과정이 아닙니다.
오히려 부모가 스스로 삶의 방향을 결정하고 아이의 성장을 이끌어 갈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과정입니다. 이번 심화 과정을 통해 익힌 평가 도구 활용과 전략적인 IFSP 수립 역량을 현장에 적극적으로 적용하고자 합니다. 책임감을 바탕으로 전문적인 해결책을 제안하며, 모든 난청 영유아가 자신의 가능성을 충분히 펼치고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가장 든든하고 전문적인 조력자가 되겠습니다.
부모가 아이의 삶을 설계하는 리더로 설 수 있도록, 우리는 오늘도 그 가정의 문을 두드립니다.

2026년 2월에 이루진 전문가 교육 심화과정의 참여 후 경험을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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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은 장난감 창고

글 : 이소영 (서초아이발달센터장, 특수교육학 박사)

아기가 성장해가면서 엄마아빠 마음이 참 바빠지죠? “옆집 아기는 전집을 들였다더라”, “이 교구가 발달에 좋다더라” 하는 소리가 들리면 우리 아이만 뒤처지는 것 같아 얼른 나도 구매해야 할 것 같고, 결제 버튼에 손이 가기도 해요. 그런데 사실, 아기들 눈에는 비싼 장난감보다 엄마 아빠가 매일 쓰는 물건들이 훨씬 흥미로운 ‘신상’이라는 거 알고 계셨나요?

옛날에도 ‘장난감’이라는 개념이 있었을까요? 예전에는 아기들은 뭘 하고 놀았을까요? 그냥 주변에 널린 나뭇잎, 돌멩이를 만지고, 나무 막대기로 흙을 파기도 하고, 집에 있는 바구니나 그릇을 가지고 놀지 않았을까요? 아주 아기 때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저의 어린 시절을 돌이켜 보면 집에 있는 더 이상 안쓰는 사기그릇이나 스테인리스 그릇, 공사장에서 주워온 벽돌을 부수고 풀잎을 뜯어서 소꼽놀이를 했던 기억이 나네요.

아기들은 모두 ‘탐험가’예요

사실 아기들에겐 놀이의 본능이 있어서, 굳이 의도적으로 만든 놀잇감이 없어도 어떻게든 놀 거리를 찾아내곤 하죠. 엄마랑 마주 보고 눈 맞추며 장난치거나, 옷자락의 보들보들한 감촉을 만지작거리는 것조차 아기들에겐 훌륭한 놀이랍니다. 그런데, 예전의 저처럼 아이가 집안을 뒤져서 이것저것 다 꺼내서 가지고 논다면 어떤 느낌이 들까요? 어쩌면 집안이 엉망이 되고 있는 것을 보며 한숨부터 나올 수도 있고요. 멀쩡한 티슈를 줄줄이 뽑아놓거나, 화장품 뚜껑을 열어서 비싼 크림을 이불에 다 발라놓고, 엄마 지갑 속 카드를 다 꺼내서 놀다가 어디다 끼워 놓았는지 찾을 수가 없게 만들고, 밥 먹다 말고 숟가락을 탁자에 탕탕 두드리는 것과 같은 행동들 말이에요. 그런데 이 골치 아픈 행동들이 사실은 발달 검사지에 나오는 ‘중요 문항’들이랑 딱 연결돼요.

“엄마, 나 지금 공부 중이에요!”

티슈 곽이라는 좁은 입구에 손을 넣어 물건을 끄집어내는 건 고도의 집중력과 소근육 조절 능력이 필요해요. 발달 검사에서는 상자 안에 든 물건을 스스로 꺼내거나, 의도적으로 목표 지점에 물건을 놓을 수 있는지를 확인한답니다. 화장품 뚜껑을 돌려서 여는 동작은 손가락 근육이 섬세하게 발달했다는 증거예요. 또 끈적한 크림을 이불이나 몸에 바르는 건 촉각을 통해 사물의 성질을 배우는 ‘감각 탐색’ 과정이죠. 검사지에서는 손가락을 정교하게 움직이는지, 다양한 질감에 반응하는지를 중요하게 봐요. 얇은 카드를 손끝으로 집어내는 건 엄지와 검지 손 끝으로 미세하게 잡기 능력이 완성되어야 가능해요. 게다가 카드를 틈새에 끼워 넣는 행동은 “이 얇은 게 여기에 들어갈까?”라는 호기심을 해결하려는 시도로, 인지 발달 단계 중 하나인 ‘문제 해결 능력’과 연결될 수 있어요. 밥 먹다 말고 숟가락으로 식탁을 탕탕 두드리는 건 단순히 휘두르는 게 아니라 숟가락이라는 도구를 이용해 소리를 내는 것은, “내가 두드리면(원인) 소리가 난다(결과)”라는 인과관계를 완벽히 이해했다는 뜻이에요. 그러니 아기가 ‘사고’를 치고 있을 때 경우에 따라서는 얼른 말려야 하겠지만, 그러면서도 ‘아, 우리 아기가 지금 발달 검사 항목 하나를 스스로 통과하고 있구나’라고 생각해보시면 어떨까요?

아기를 위한 ‘우리 집’을 장난감 창고로 활용하기 팁

비싼 장난감 대신, 지금 바로 눈앞에 보이는 물건으로 이렇게 한번 놀아보세요.
1. 스카프 박스 ● 방법: 다 쓴 티슈 곽에 가제 수건이나 알록달록한 손수건이나 스카프들을 줄줄이 묶어 넣어주세요. ● 효과: 아기가 이걸 끝없이 뽑아내면서 손과 팔의 협응력을 기를 수 있어요. 진짜 티슈를 뽑는 쾌감은 그대로 주면서 정리는 훨씬 편해질 거예요.
2. 주방의 오케스트라, 냄비와 숟가락 ● 방법: 아기 앞에 크기가 다른 냄비나 플라스틱 밀폐 용기를 뒤집어 놓아주세요. 그리고 나무 숟가락 하나를 쥐여줘 보세요. ● 효과: 탕탕 두드리며 재질마다 다른 소리를 탐색하는 건 아기의 청각 발달과 인지 발달에 정말 좋아요.
3. 기저귀 까꿍 놀이 ● 방법: 기저귀를 갈 때, 새 기저귀로 엄마 얼굴을 슬쩍 가렸다가 “까꿍!” 하며 나타나 보세요. 아기 얼굴에 기저귀를 살짝 올렸다가 아기가 스스로 치우게 기다려주는 것도 좋고요. ● 효과: ‘대상 영속성(눈앞에 안 보여도 물건이 사라진 게 아님을 아는 능력)’을 키우는 데 이만한 놀이가 없답니다.
4. 식사 시간의 ‘바사삭’ 탐색 ● 방법: 간식으로 주는 뻥튀기나 아기 과자를 그냥 주지 말고, 아기 앞에서 톡! 부러뜨려 소리를 들려줘 보세요. 아기가 직접 부러뜨려 보게 유도해도 좋고요. ● 효과: 손가락 끝 근육을 발달시키고, 바삭거리는 질감을 느끼며 다양한 사물의 특성을 파악해 가는 시간이 돼요.
엄마를 당황하게 했던 그 '사건'들이 사실은 우리 아기가 스스로 발달 목표를 하나씩 통과하고 있는 대견한 순간들이었다는 걸 생각하면, 거실에 흩어진 티슈나 카드들이 조금은 다르게 보이실 거예요. 사실 놀이는 특별한 장소에 가거나 비싼 장난감이 있어야 하는 거창한 게 아니거든요. 아기가 스스로 선택하고, 몰입하고, 또 하고 싶어서 자꾸만 손을 뻗는다면 그게 바로 세상에서 좋은 ‘최고의 놀이’이자 ‘최고의 공부’가 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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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난 아이』 — 존재하기와 살아가기

그동안 협회에서 주로 다뤄온 조기개입 전문서적과는 조금 다르게 그림책을 소개합니다. 어떤 날은 ‘힘내라’는 말보다, “지금 여기에서 살아내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문장이 필요합니다. 특히 장애를 가진 아이를 키우는 부모님의 시간에는요. 이 그림책은 거창한 위로 대신, ‘존재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살아가기로 선택하는 힘'이 어디에서 오는지 짧고 강렬하게 보여줍니다.

🌌 이야기 한가운데 ‘태어나지 않은 아이’에서 ‘태어난 아이’로

태어나고 싶지 않아서 태어나지 않은 아이가 있었습니다.우주 한가운데 별 사이를 걸어다니던 아이는 지구에 왔습니다.태양의 뜨거움도 아무 상관없었던 아이에게,지구의 사자도 모기도, 마을의 활기와 소란도 아무런 상관이 없었습니다.그랬던 아이는 마침내 태어났습니다.
아이가 한 첫마디는 무엇이었을까요?

 

“엄마!”

 

태어나지 않은 아이를 태어나게 한 힘은,어쩌면 바로 부드럽고 포근한 엄마 냄새였는지도 모릅니다.아이를 꼭 안아주고, 입 맞추는 엄마의 품…

🫶 이 책을 ‘부모님께’ 소개하고 싶은 이유

저는 이 책을 장애를 가진 아이를 키우는 어머니 모임에서 함께 읽고 나눈 적이 있습니다. 같은 책을 읽고도 느낌은 저마다 달랐지만,
이 책이 건네는 ‘존재의 의미’는 충분히 전달되었습니다. 그 날 이후로 저는 이 이야기를, “힘든 하루를 견디는 부모님께 조용히 손을 내미는 책”으로 기억하게 되었습니다.

🌱 조기개입의 언어로 다시 읽어보기

조기개입은 결국, 아이의 발달만이 아니라 아이를 돌보는 가족의 삶을 함께 지지하는 일이라고 믿습니다.
우리가 완벽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오늘도 아이 곁에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 가장 큰 힘이 될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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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너 그리고 우리』 — 가정과 어린이집에서 사회성 기르기

이 책은 영아심리학 전문가 안나 터르도시와 독일의 영유아 전문 물리치료사 아냐 베르너가 함께 쓴 『엠미 피클러 보육학』시리즈 세 번째 책이에요. 영아를 돌보는 어른이라면 꼭 읽어볼 만한, ‘관계의 방향’을 정돈해주는 책으로 추천합니다. 엠미 피클러(Emmi Pikler, 1902-1984)는 헝가리의 소아과 의사예요.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정말 주목할 만한 학자 랍니다! 그녀는 부다페스트에 국립보육원 '로치'를 설립했고, 이곳은 나중에 피클러 연구소가 되었습니다. 이미 1930년대에 아이들의 능동적인 활동과 자율적인 움직임 발달이 개별성 발달에 얼마나 중요한지, 아이들이 자유놀이를 통해 자기 신뢰와 재능, 능력, 인내력을 키워간다는 것을 강조했습니다.

몇 살부터? 어느 기간 동안? 영아전담 어린이집에 아기를 맡기면 아기가 아무런 부정적인 영향을 받지 않고 건강하게 성장해 갈 수 있을까요?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점차 가정 보육보다는 좀 더 어린 시절 기관 보육이 늘고 있습니다. 몇 살부터? 어느 기간 동안? 영아전담 어린이집에 아기를 맡기면 아기가 아무런 부정적인 영향을 받지 않고 건강하게 성장해 갈 수 있을까요? 영유아 교육 전문가는 물론이고 부모님들도 많이 궁금해하실텐데요. 이 책에서 그 답을 함께 찾아볼 수 있답니다. 영아의 발달에서 가장 중요한 건 긍정적인 자기 체험입니다. 이건 아기가 부모님의 사랑을 느끼고 따뜻한 마음과 친근함, 관심을 경험하면서 만들어집니다. 저자들은 그런 순간이 바로 일상의 협력적 돌봄 순간이라고 강조 합니다. 밥 먹이고 재울 때, 기저귀 갈 때… 아기를 안아주고 눕히고 옷 입히거나 벗길 때의 돌봄 손길, 따스한 눈빛, 아기에게 전해지는 부드러운 목소리와 표정을 말합니다. 기저귀를 갈거나 옷을 갈아입힐 때 부모가 아기에게 "자, 이제 기저귀 갈아줄게~" 하고 미리 알려주고 아기가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해준다면, 아기는 긍정적인 사회적 메시지를 받게 됩니다. 일상의 중요함을 간과하고 이러한 시간은 그저 빨리빨리 해치우는 일로 보내고 있지는 않나요? 물론 아기에게 끊임이 전력을 다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시간을 통해 아기가 부모에게서 배우는 것 뿐만 아니라 부모 또한 자녀를 통해서 배우는 것입니다. 힘겨운 길을 걸어가는 동안 부모도 깊은 경험을 통해 여러 차례 선물을 받게 됩니다. 이 책이 조기 개입에 주는 시사점은 우리의 일상이 선물이라는 점을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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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배워가는 시기, 적절한 관계의 선을 가르쳐 주세요

글 : 이소영 (서초아이발달센터장, 특수교육학 박사)

두 돌쯤 되는 아이를 양육하시는 부모님들께 아이의 행동 중 염려되는 부분이 있는지 여쭤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중 한 분이 아이가 아직 말로 자신의 생각을 충분히 표현하지 못하다 보니, 원하는 것이나 감정을 잘 전달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밖에 나가 또래를 만나면 다가가 껴안으며 “예쁘다”라고 말하고, 자신이 가지고 있던 간식이나 먹을 것을 건네며 반가운 마음을 표현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상대 아이가 이러한 행동에 당황하거나, 함께 놀기를 원하지 않고 외면하면 아이가 갑자기 크게 화를 내거나, 때리거나, 손에 잡힌 물건을 잡아 뜯는 행동을 보인다고 하셨습니다.

사실 이러한 고민은 이 한 분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이전에도 비슷한 내용을 상담하며 나눈 적이 있고, 두 명 이상이 함께 있는 집단 상황에서도 종종 관찰되는 모습입니다. 아이들의 연령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두 돌 전후의 시기였습니다. 아이는 아직 어리고, 말은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 또래 관계에서 예상하지 못한 행동이 나타나면 부모님들께서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혼란스러워지기 마련입니다.

두 돌 무렵, 아이가 타인과의 관계를 이해하는 방식

이 시기의 아이들은 아직 관계의 중심을 ‘자기 자신’으로 인식합니다. 내가 반갑고 좋으면 상대도 당연히 그럴 것이라고 기대하는 시기입니다. 아이에 따라서는 상대의 상태나 기분을 살피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이러한 사고 방식이 이제 막 발달해 가는 단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자신의 생각을 충분히 말로 표현할 만큼 언어가 발달하지 않은 시기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거절을 경험하거나 상황이 뜻대로 되지 않을 때, 말 대신 행동으로 감정이 크게 터져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반응 자체는 발달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아이의 행동을 이해하되, 허용해도 되는 행동인지는 한 번 더 생각해 보세요

다만, 발달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해서 모든 행동을 그대로 허용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처음 만난 아이나 낯선 사람에게 신체 접촉으로 애정을 표현하는 행동은 사회적으로 적절하지 않습니다. 아이에게는 반가움의 표현일 수 있지만, 상대에게는 부담스럽고 불편한 경험이 될 수 있습니다. 매우 친숙한 관계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접촉과, 상대의 의사를 확인하지 않은 접촉은 분명히 구분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경계는 아이가 어리더라도 분명하게 알려주시는 것이 필요합니다.

상황이 발생했을 때 부모님의 대응

이미 그런 상황이 발생했을 때는 즉각적이고 분명한 개입이 필요합니다. 이때의 훈육은 아이를 크게 혼내거나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부드럽게 설명하면 알아듣겠지’라고 기대하기에는 이 시기의 아이에게 아직 어려운 부분이 많습니다. 안 되는 행동은 그 자리에서 분명하게 멈추게 하고, 짧고 단순한 말로 기준을 알려주셔야 합니다. 이때 아이가 위축될까봐 염려하시는 부모님이 계시는데, 이제 세상을 알아가는 중에 있는 아이가 사회적 규칙을 배우면서 적절한 기준을 세울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시면 어떨까요.

평소에 미리 알려주셔야 하는 부분

이러한 기준은 문제 상황이 생겼을 때만 알려주어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또래 관계 안에서 갈등 상황은 언제, 어떤 방식으로 발생할지 예측하기 어렵고, 이미 발생한 갈등에 대처하는 것은 아이에게 더욱 어렵습니다. 그래서 평소 일상 속에서 친구를 만나면 어떻게 인사하는지, 어떻게 다가가야 하는지, 상대가 싫다고 표현했을 때 어떻게 멈춰야 하는지를 반복해서 경험할 수 있도록 도와주셔야 합니다. 그렇다고 긴 설명을 하거나, 매사에 아이의 행동을 통제하려고 한다면 아이는 부모의 이야기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때 활용하기 좋은 방법이 바로 책을 보는 것입니다. 책을 통해서 세상에서 일어날 수 있는 많은 상황을 간접으로 체험할 수 있고 학습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일상에서 예측되는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간단한 단서를 줘보세요. 부모님의 표정도 어떤 행동을 해도 되는지 하면 안 되는지에 대한 단서가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아이의 연령에 따라 이해할 수 있는 정도의 짧고 명료한 언어로 이야기해 주세요.

부모님의 역할은 적당한 기준을 알려주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발달해 가는 과정에서 또래 관계 안에서 다양한 시도를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다만 아이의 행동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그리고 어디까지 허용하고 어디서부터 개입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어른이 더 고민하고 책임 있게 판단해야 할 부분입니다. 이 시기의 아이는 점차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방법으로 자신의 행동을 조절해 가는 방법을 배우고, 사회적 관계 안에서 지켜야 할 적절한 선을 경험할 필요가 있습니다.

세상을 배워가는 시기, 적절한 관계의 선을 가르쳐 주세요 더 읽기"

집에서 클래식을 계속 틀어두면 아기에게 더 좋을까요?

글 : 이소영 (서초아이발달센터장, 특수교육학 박사)

가정방문을 하다 보면 집 안에 음악이 늘 켜져 있는 경우를 자주 만나게 됩니다. 대부분 클래식 음악이고, 음악을 틀어놓은 이유를 여쭤보면 아기에게 좋은 자극을 주고 싶어서라고 말씀하십니다. 아마도 조용하고 부드러운 음악이 아이의 정서나 두뇌 발달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아기의 발달 양상을 확인하기 위해 소리에 대한 반응을 살펴보면, 집 안에 항상 흐르는 음악이 반드시 긍정적인 영향만을 주는 것은 아님을 확인하게 됩니다. 오히려 아이의 반응을 알아차리기 어렵게 만들고, 아기가 어떤 소리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혼란스러워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소리에 대한 반응이 아직 분명하지 않은 영아나 발달이 느린 아이의 경우에는 이러한 모습이 더욱 두드러집니다.

청각 환경이 영아의 의사소통에 미치는 영향

실제로 영아의 가정 내 청각 환경을 장기간 분석한 연구에서도 이러한 경향이 확인됩니다.

Christakis 등(2009)의 연구에서는 TV가 켜져 있을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부모의 말수와 아이의 발성이 감소하고 차례 주고 받기를 통한 상호작용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Suarez-Rivera 등(2024)의 연구에서도 생후 6~18개월 영아 가정의 실제 소리 환경을 하루 단위로 녹음•분석한 결과, 음악이나 TV와 같은 배경음이 지속적으로 존재하는 시간 동안 부모의 말소리 양과 아이의 발성 빈도가 모두 유의미하게 감소하는 경향을 보고했습니다.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미국소아과학회와 CDC는 영아기에는 TV나 상시 배경음 노출을 최소화하고, 사람과의 상호작용 중심의 소리 환경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소리를 많이 듣는 것보다 중요한 것

영아에게 중요한 것은 소리를 많이 듣는 것이 아니라, 소리를 듣고 반응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되는 것입니다. 아이가 어떤 소리를 들었을 때 고개를 돌리는지, 눈으로 찾는지, 몸을 멈추거나 움직이는지와 같은 반응은 조용한 환경에서 더 잘 드러납니다. 집 안에 음악이 계속 깔려 있으면 부모의 목소리, 장난감 소리, 문을 여닫는 소리와 같은 일상의 소리들이 모두 섞여 버립니다. 그러면 아이의 입장에서는 반응해야 할 소리를 구분하기 어렵고, 양육자의 입장에서는 아이가 보내는 작은 신호를 알아차리기 어려워집니다.
그래서 “우리 아이는 소리에 반응이 없는 것 같아요.”라는 걱정을 하시는 경우도 많습니다. 물론 드물게 청력의 문제가 발견되는 경우도 있지만, 많은 경우에는 청력의 문제가 아니라 아기가 반응을 보일 수 있는 환경이 충분히 만들어지지 않은 경우입니다. 늘 소리가 들리는 환경에서는 아기가 특정 소리를 구분해서 반응해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기도 합니다.

그럼 어떤 소리를 들려줄까요

아기에게 가장 중요한 소리는 가족의 목소리와 가정에서 들리는 자연스러운 환경음입니다. 이름을 불러주는 소리, 아이가 하는 행동을 말로 설명해 주는 소리, 아이의 소리를 따라 해주는 말, 그리고 물건마다 서로 다르게 나는 소리들은 청각 발달과 의사소통 발달의 바탕이 됩니다. 여기에 더해, 일상에서 물건마다 다르게 나는 소리들은 아기가 소리를 자신의 경험과 연결하고 의미를 이해해 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Zero to Three에서는 “일상적인 환경음과 양육자의 말소리가 영아의 언어 이해와 주의 조절 발달의 핵심 자극이 된다” 고 설명합니다. 젖병에 물을 따르는 소리, 물을 틀었을 때 나는 소리, 비닐을 만질 때 나는 소리, 문을 열고 닫는 소리처럼 아이가 매일 접하는 소리들은 특별한 교구 없이도 충분히 좋은 청각 자극이 됩니다.

아기에게 소리 자극을 어떻게 주면 좋을까요

소리 자극을 줄 때에는 적당한 크기의 소리를 적당한 간격으로 들려주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장난감을 계속 흔들거나 소리를 반복해서 내는 것보다는 짧게 소리를 들려준 뒤 멈추고 아이의 반응을 기다리는 방식이 도움이 됩니다. 딸랑이를 잠깐 흔들고 멈춘 뒤 아이가 소리가 난 쪽을 찾는지 지켜보는 것입니다. 아기들은 저마다 반응의 속도와 방식이 조금씩 다릅니다. 따라서 아기가 바로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곧바로 다음 소리를 이어 주기보다는 잠시 기다려 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일상에서 들리는 다양한 소리들 역시 아기에게 좋은 자극이 될 수 있습니다. 젖병에 물을 따르는 소리, 젖병을 흔드는 소리, 물을 틀었을 때 나는 소리, 비닐을 만질 때 나는 소리, 문을 열고 닫는 소리처럼 아이가 매일 접하는 소리들은 아기의 경험과 연결되면서 소리의 의미를 이해해 가는 학습의 기회가 됩니다.

어릴수록 한 번에 하나씩의 소리를 들려주세요

아기가 아주 어리거나 소리에 대한 반응이 어떤지 살펴보고 싶다면 한 번에 여러 소리를 동시에 들려주지 말고 하나씩의 소리를 들려주세요. 음악이 나오고, TV가 켜져 있으며, 여기에 소리 나는 장난감까지 함께 사용되면 아이는 무엇에 반응해야 할지 혼란스러울 수 있습니다.
물론 일상생활에서 항상 한 번에 하나의 소리만을 유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고, 반드시 바람직한 것도 아닙니다. 가족의 대화 소리나 생활 소음이 함께 존재하는 환경 자체가 문제는 아닙니다. 다만 아이의 반응을 관찰하거나 상호작용을 시도하는 순간에는, 불필요한 배경음을 잠시 줄여 아이가 한 가지 소리에 집중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음악을 완전히 금지해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음악이 늘 켜져 있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아이의 반응이 궁금하다면 음악을 잠시 끄고 아이와 마주 앉아 목소리로 이야기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때 아이가 보내는 작은 신호들이 훨씬 또렷하게 보일 수 있습니다.
조용한 환경을 자극이 부족한 상태로 여기기보다는,
일상의 상황에 맞는 적절한 소리 자극을 제공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Positive Parenting Tips: Infants (0–1 years). https://www.cdc.gov/child-development/positive-parenting-tips/infants.html
Christakis, D. A., Gilkerson, J., Richards, J. A., et al. (2009). Audible television and decreased adult words, infant vocalizations, and conversational turns. Pediatrics, 123(2), 554–559.
Suarez-Rivera, C., Smith, L. B., & Yu, C. (2024). Infants’ home auditory environment: Background sounds shape language interactions. Developmental Psychology, 60(12), 2274-2289
Zero to Three. (2024). How do infants translate sounds to language? 영아는 소리를 어떻게 언어로 학습하는가. https://www.zerotothree.org/resource/how-do-infants-translate-sounds-to-language/2274–2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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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 자녀를 키우는 엄마의 인공지능 챗봇 활용법

글 : 김지영

장애가 있는 자녀를 키우는 부모의 하루는
행정, 의료, 교육, 감정 노동이 동시에 굴러가는 복합 시스템에 가깝습니다.
치료 일정 조율, 학교•기관과의 소통, 복지 정보 탐색,
그리고 아이의 작은 신호를 놓치지 않기 위한 긴장까지.
인공지능(AI) 시대에도, 부모는 여전히 이 모든 것을 혼자 감당해야 할까요?
장애 자녀를 둔 부모를 위해, 인공지능 챗봇을 비서처럼 활용하는 방법을 소개합니다.

아이의 패턴을 읽는 법, 챗봇이 도와줍니다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은 정보 정리입니다. 장애 아동 양육은 정보 격차가 곧 삶의 질 격차로 이어집니다. 산정특례, 복지서비스, 교육 지원 제도는 존재하지만 여기저기 흩어져 있습니다. 챗봇은 이 복잡한 정보를 부모의 상황에 맞게 재구성하는 데 유용합니다. 예를 들어 아이의 진단명과 연령, 거주 지역을 기준으로 ‘지금 신청 가능한 제도’를 정리할 수 있습니다. 부모가 모든 제도를 전문가처럼 꿰고 있지 않아도, 질문할 수 있는 창구가 늘어나는 셈입니다.
건강 기록과 관리에서도 유용합니다. 장애 아동의 건강과 발달은 ‘패턴’이 중요합니다. 하루 이틀의 변화보다 몇 주, 몇 달에 걸친 미묘한 차이가 의미를 갖습니다. 챗봇을 활용해 아이의 식사, 배변, 수면, 통증 반응, 경련 주기, 행동 변화를 간단히 기록하고, 이를 요약해 병원 진료나 상담 때 활용할 수 있습니다. 부모의 기억에만 의존하던 파편적 정보가 구조화된 데이터로 바뀌는 순간, 진료실에서의 대화 방식 자체가 달라집니다.

잊기 쉬운 행정 업무, AI에게 맡기세요

치료 일정, 병원 예약, 학교 행사, 제출 기한... 머릿속에 넣어두면 결국 한두 가지는 빠지기 마련이죠. 챗봇을 일정 관리 비서처럼 활용해 복잡한 일정을 한눈에 정리하고, 잊기 쉬운 행정 업무를 떠올리게 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새로운 일정이 생기면 챗봇에게 그때그때 입력해 두었다가, 필요할 때 “이번 달 아이 관련 일정 정리해 줘”라고 하면 한눈에 보이는 표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격식 갖춘 문장, 챗봇이 대신 정리해 드립니다

기관과 공식적으로 소통할 때도 쓸 수 있습니다. 장애 자녀를 키우다 보면 행정적•제도적 문제로 국민신문고나 구청 홈페이지 등에 민원을 접수해야 하는 상황이 생깁니다. 민원 글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려면 신경도 많이 쓰이고 시간도 꽤 걸려요. AI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꼭 들어가야 할 내용과 함께 어떤 성격의 글(메일, 민원 등)을 원하는지 알려줍니다. 그러면 엄마의 의도는 살아 있으면서, 격식을 갖춘 문장이 나옵니다. 이건 엄마의 에너지를 아끼는 기술이기도 해요.

AI는 만능이 아니지만, 함께 나눌 수는 있습니다

정서적 도움도 받을 수 있습니다. 장애 자녀를 키우는 부모는 쉽게 고립됩니다. 주변에 같은 상황의 사람을 찾기 어렵고, 감정을 털어놓는 것 자체가 부담되기도 하죠. 챗봇은 반복되는 이야기도 지치지 않고 들어줍니다. 물론 인간 관계를 대체할 수는 없어요. 저 역시 처음에는 인공지능에게 감정을 털어놓는 게 낯설었지만, 최소한 감정을 정리하고 말로 풀어내는 것 자체로 의미가 있었습니다. 혼자 삼키던 불안과 죄책감을 문장으로 꺼내는 것만으로도 생각의 밀도가 달라지니까요.
AI는 만능이 아닙니다. 기술은 돌봄의 무게를 완전히 대신할 수 없어요. 하지만 엄마가 혼자 짊어지던 생각과 기억, 정리를 조금 나눠 가질 수는 있습니다. 덜 외롭고, 덜 무너지면서 오래 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일상은 분명히 달라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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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둥이, 더 일찍 태어난 만큼 더 이른 관심이 필요합니다

글 : 최진희 (특수교육학 박사, 한국영아발달조기개입협회장)

2024년 우리나라에서 37주 미만 조산아 비중은 10.2%로, 10년 전 대비 1.5배 증가했습니 다. 2.5kg 미만 저체중아 비중은 7.8%로, 10년 전 대비 1.4배 증가했습니다.

<인구동향조사(통계청, 2025). 2024년 출생 통계>

왜 “생의 초기 경험”이 중요할까요?

이른둥이에게 출생 후 첫 2~3년은 ‘발달의 방향키’가 되는 시기입니다. 그 이유는 단순합니다.

“덜 자란 뇌로 세상에 먼저 나온다”
임신 후기(37주 이후)는 뇌의 용량·연결·수초화(배선의 절연)가 폭발적으로 진행되는 때입니다. 그래서 이른둥이는 아직 세상에 나올 준비가 덜 된 뇌가 ‘자궁 밖 환경’으로 일찍 나오면서, 발달 궤도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Ream & Lehwald, 2018).

“NICU 환경: 치료가 필요하지만, 스트레스도 크다”
이른둥이는 생존을 위해 신생아집중치료실(NICU)에서 검사·시술·소음·빛·수면 방해를 반복 경 험할 수 있습니다. 이런 초기 통증·스트레스 노출은 뇌 성숙과 이후 발달(인지·운동·행동)에 영 향을 줄 수 있다는 근거가 축적되어 왔습니다(Vinall et al., 2014).

“사회·정서·주의집중을 떠받치는 ‘뇌 연결망’이 취약해질 수 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조산은 뇌의 구조적·기능적 연결(네트워크)과 관련이 있으며, 이것이 주의집중, 자기조절, 사회·정서 기능과 연결될 수 있다는 연구들이 강조됩니다(Rogers et al., 2018).

이른둥이의 예후과 장기적인 발달은 어떨까요?

핵심은 “모든 이른둥이가 문제를 겪는 건 아니지만, 발달장애의 위험군이다” 입니다.
매우 이른 조산(예: 32주 미만)·극소저체중(VLBW/ELBW)에서는 뇌 손상(뇌실내출혈, 백질손상 등)과 연관된 운동·인지·학습·행동 위험이 커질 수 있습니다. 중등도·후기 조산(32–35주, 34–36주 등)도 “겉으로는 괜찮아 보이지만” 학령기에서 주의집중· 학습·집행기능 차이가 나타날 수 있다고 보고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도와야 할까요?

1) 퇴원 후 “병원 추적”만으로 끝내지 않기
발달은 병원 밖(가정·어린이집·놀이터)에서 더 많이 일어납니다. 그래서 의학적 추적 + 발달·양 육 코칭 + 일상기반 지원이 함께 갈수록 효과적입니다.

2) 부모가 치료사가 되는 게 아니라, 부모가 "아기의 신호를 읽는 전문가"가 되게
부모-아기 상호작용을 포함한 조기개입은 전반적으로 영유아 발달에 긍정적 효과가 보고됩니 다(최진희, 지은선, 2020; Spittle et al., 2015).

3) “가정 기반 개입”은 왜 중요한가?
가정 기반 개입는 가족의 실제 생활루틴(수유, 목욕, 놀이, 외출, 잠자리) 안에서 목표를 세우 고 반복할 수 있어 지속성과 일반화에 유리합니다. 이른둥이 대상 가정 기반 예방적 케어의 장기적 효과성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Spencer-Smith, et al., 2012).
Ream, M. A., & Lehwald, L. (2018). Neurologic Consequences of Preterm Birth. Current neurology and neuroscience reports, 18(8), 48. https://doi.org/10.1007/s11910-018-0862-2
Rogers, C. E., Lean, R. E., Wheelock, M. D., & Smyser, C. D. (2018). Aberrant structural and functional connectivity and neurodevelopmental impairment in preterm children. Journal of neurodevelopmental disorders, 10(1), 38. https://doi.org/10.1186/s11689-018-9253-x
Spencer-Smith, M. M., Spittle, A. J., Doyle, L. W., Lee, K. J., Lorefice, L., Suetin, A., Pascoe, L., & Anderson, P. J. (2012). Long-term benefits of home-based preventive care for preterm infants: a randomized trial. Pediatrics, 130(6), 1094–1101. https://doi.org/10.1542/peds.2012-0426
Spittle, A., Orton, J., Anderson, P. J., Boyd, R., & Doyle, L. W. (2015). Early developmental intervention programmes provided post hospital discharge to prevent motor and cognitive impairment in preterm infants. The Cochrane database of systematic reviews, 2015(11), CD005495. https://doi.org/10.1002/14651858.CD005495.pub4
Vinall, J., Grunau, R. Impact of repeated procedural pain-related stress in infants born very preterm. Pediatr Res 75, 584–587 (2014). https://doi.org/10.1038/pr.2014.16
지은선, 최진희 and 심가가. (2023). 조기개입과 자조모임을 적용한 추후관리 프로그램이 미숙아 어머니의 양육 스트레스, 우울 및 양육효능감에 미치는 영향. 한국모자보건학회지, 27(4), 256-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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