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소식

“어디야?” “응 나 치활 왔어”

글 : 컬러풀브레인친구 대표 차예진

우리는 전화 통화를 하면 대부분 “어디야?”를 묻고 그에 대한 답을 한다. 오후 시간대에 영유아, 학령기 자녀가 있는 양육자가 듣고, 말했던 몇 가지 답변을 모아보자면,
① 어디야? 응 나 문센 (문화센터) ② 어디야? 응 나 애프터 (영어유치원의 방과후를 뜻한다) 끝나서 데리러 왔어~ ③ 어디야? 응 나 학원 (피아노, 미술, 줄넘기 등등) ④ 어디야? 응 나 센터 (여러 가지 치료를 한 곳에서 받을 수 있는 발달센터를 뜻한다.) ⑤ 어디야? 응 나 언치(언어치료), 놀치(놀이치료), 감통(감각통합치료) 왔어.
어느 날 나는 ⑤번 행선지를 말했을 뿐인데 해리포터에 나오는 온갖 맛이 나는 젤리를 먹은 듯 생경하고 이질적이고 느낌이 입 속에 남아 쉽사리 지울 수가 없었다. 자폐를 비롯한 발달 장애는 치료한다고 ‘낫는’ 병이 아닌데 모두 다 ‘치료’라고 하니 나도 덩달아 ‘치료’라고 지칭하게 된 것이다.

‘치료’라는 말이 주는 희망 고문

한번은 언어치료실에서 아이의 보호자로 뵈었던 할머니께서 분통을 터트리며 치료사 선생님께 말씀하시는 것을 본 적이 있다. 6개월 동안 치료를 했는데 왜 애가 말을 못 하냐고 선생님께 속상한 마음을 토로하고 계셨는데 당황한 치료사 선생님도 마음이 쓰이고 할머니의 답답한 마음도 이해가 되었다.
나는 ‘치료’라는 말에 어폐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서 ‘치료(治療)’의 의미는 병을 낫게 하는, 병이 없어지게 하는 완치의 의미에서의 행위를 뜻한다. 외국에서의 발달 장애 아이들을 위한 치료는 ‘Cure’의 병이 낫게 하는 치료가 아닌 오늘보다 나은 내일, 조금씩 나아지게 하는 완화와 재활의 의미를 담은 ‘Therapy’의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치료사 선생님들의 직함도 ‘Curer’가 아닌 ‘Therapist’이다. 발달 장애는 사람의 생애 전반에 걸쳐 나타나는 어려움이 계속해서 나타나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실제로 언어가 사고를 지배하는 부분이 크기 때문에 우리가 사용하는 ‘치료’의 뉘앙스가 완치, 즉 정상을 지향하고 있다는 것, ‘치료’해서 ‘낫게’ 하여 장애를 없앤다는 의미가 발달 장애 가족, 사회구성원의 무의식에 자리 잡고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티즘은 4D(Difference, Disability, Disorder, Disease)

『패턴시커(Pattern Seeker)』 의 저자인 사이먼 배런코언은 ‘자폐’는 4D에 모두 해당한다고 보았다. 자폐는 즉, 다름(Difference)이자 장애(Disability)이며, 이상(Disorder)이자 질병(Disease)이라고 설명한다. 책을 이 부분을 읽으며 아이를 양육하며 발달 장애를 바라보는 시선과 관점에서 간지럽던 등을 효자손으로 긁는 듯한 시원한 느낌이 들었다. 다음은 4D에 관해 설명한 부분을 발췌하였다. (p. 280-281, 『패턴시커』, 사이먼배런코언, 강병철옮김, 디플롯)
■ 다름(Difference) - 어느 쪽이 정상이고 어느 쪽이 비정상이라 할 수 없다. ex) 덴마크의 한 자폐인은 민물고기, 바닷고기를 예로 들었다.
■ 장애(Disability) – 특정한 능력이 평균 이하이거나, 일상 생활 능력에 영향을 미치는 조건이 있어서 지원이 필요한 경우를 말한다.
■ 이상(Disorder) –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다름으로 인해 한 가지 이상의 측면에서 고통을 받는다는 뜻이다.
■ 질병(Disease) – 증상이 고통을 일으키며 원인이 분명히 밝혀진 경우이다.

'이상'과 '질병', '다름'과 '장애'

‘이상’과 ‘질병’은 치료해서 고통을 없애는 것이지만 ‘다름’과 ‘장애’는 치료해서 부정적인 면을 없앨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다름’을 인정하고 ‘장애’는 지원해야 하는 것이다. 4가지의 특성을 모두 가지는 오티즘의 지원 방법에 대해 좀 더 포괄적인 용어가 있다면 이상적일 것으로 생각한다. 자폐 및 발달장애를 바라보는 관점이 시대를 걸쳐 진화하였듯이 신경 다양성의 특징과 함께 매일을 살아가는 구성원들이 사용할 수 있는 일상적인 단어가 언젠가 등장하리라 믿는다.
컬러풀브레인친구는 신경 다양성의 개념을 이야기를 통해 전하고 있다. 뇌 신경의 연결이 다양하게 이루어짐으로써 나타나는 신경 다양성을 남녀노소 누구나 알기 쉽게 뇌의 다채로움이라는 의미인 ‘컬러풀브레인친구’라고 명명하였다. 우리 아이들의 지원을 Cure의 치료가 아닌 새로운 용어로 표현하는 하나의 제안을 해보려고 한다. 치료(治療)의 한자어는 다스릴 ‘치’에 고칠 ‘료’이다. 발달 장애는 일상적인 ‘활동(活動)’을 보조하고 지원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필요하다. 이에 다스릴 ‘치’와 살 ‘활’을 조합한, 사는 것을 다스리는 ‘치활’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어디야?” “응! 나 치활 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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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 영유아 양육 길라잡이

장애자녀를 양육할 때 가족의 역할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것이 양육 초기 단계라면 더욱 그러합니다. 부모의 올바른 양육 정보가 초기 장애를 개선하 는데 매우 큰 효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장애자녀뿐만 아니라 가족 전체 의 삶에도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양육 초기단계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양육’에 초점을 둔 자료는 그동안 개발되지 못했습니다. 이 시기의 부모들은 장애를 처음으로 인식하게 되어 혼란을 겪는 시기임에도 이를 지원하는 방안과 자료들은 부족한 것이 사실 이었습니다.
이에 국립특수교육원은 ‘양육’과 ‘부모’, ‘양육 초기단계’에 초점을 두고 본 가이드북을 개발하였습니다.

물론 이 사업의 가장 강력한 동력은 부모님들의 뜨거운 열망이었습니다. 장애자녀 양육에 가장 중요한 시기인 ‘영유아’ 단계에 집중하여 ‘부모님을 위한’ 자료를 만들고자 노력하였습니다. 그렇기에 쉽고 이해하기 쉬우며 휴대하기 편한 모양으로 제작하였습니다.
완성된 가이드북은 총 6권으로, 제1권 발달장애-양육지식·정보, 제2권은 발달장애-양육기술, 제3권 시각장애, 제4권 청각장애, 제5권 지체장애, 제6권 공통-가족지원입니다. 각 권은 자녀의 발달단계와 장애영역에 따라 양육정보 및 기술, 교육·심리, 의료·복지서비스, 학부모 네트워크 정보 등의 폭넓은 내용을 담았습니다.
1. 장애, 내 자녀의 장애 바라보기
2. 발달장애 및 발달지체
3. 영유아 발달의 원리와 특성
4. 장애 진단과 장애인 등록
5. 장애인을 위한 교육∙복지 제도
6. 의료기관에서 받을 수 있는 도움
7. 재활치료
8. 차별에 대응하기
*국립특수교육원에서 2016년에 발행한 장애영유아 양육 길라잡이의 서문에서 발췌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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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늦은 아이를 위한 부모 가이드 – It Takes Two to Talk

이 책의 저자인 일레인 와이츠먼은 아이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인 양육자 훈련시켰고, 이 방법은 초기의 언어발달을 촉진하면서도 가족 전체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도 효과적입니다. 가정 안에서 가족과 함께 쉽고 재미있게 말을 배우는 방법을 알아볼까요?

아이의 언어발달에 있어 0세부터 5세는 매우 중요한 시기입니다. 말하고 싶은 것이 있어도 또래만큼 잘 표현하지 못하고 힘들어 하는 아이들이 있는 아이들의 의사소통을 도와주기 위해 아이의 부모가 할 수 있는 것은 아주 많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그 어느 전문가보다도 양육자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따로 시간을 내서 집중적으로 언어치료를 하는 것이 아니라, 집에서 밥 먹고, 옷 입고, 잠자고, 놀이하고, 책을 읽는 등 매일의 일상생활을 활용해 효과적이며 지속적으로 언어를 발달시키는 방법들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천천히 책을 읽으면서 아이디어와 전략들을 배워 보세요. 그 다음으로는 아이와 새로운 방식으로 상호작용하고, 아이의 몸짓과 얼굴 표정을 주의 깊게 관찰하며 마음을 열고 아이의 관심사를 따라가보세요. 적용하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게 될 수도 있습니다.
이 책은 다음과 같은 원칙들을 기반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배움은 자연스럽게 일어난다. 아이는 아이에게 가장 중요한 사람, 즉 부모와 매일 소통할 때 말을 가장 잘 배운다.
엄마 아빠는 아이의 가장 중요한 언어 선생님이다.
아이의 언어 능력은 필요한 도움을 빨리 받을수록 더욱 빠르게 향상된다.
올바른 기술과 전략을 사용하면, 아이 삶의 모든 순간을 언어능력을 증진하는 재미있고, 자연스러우며, 강력한 배움의 기회로 바꿀 수 있다.


*이 책의 소개글과 서문에서 발췌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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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하고 싶어서 자꾸만 애썼던 너에게 – 나를 지키는 최소한의 심리학

잘하고 싶고, 잘 살고 싶은데 내 발걸음은 엉망진창이라고 느낄 때
나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다양한 음식을 골고루 먹어야 건강해지는 것처럼 마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동안 더 잘 하라며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상처 입히던 나 자신에게 친절한 응원을 건네보세요.

남에게 잘 보이려는 삶이 아니라
나를 위해 잘 사는 삶으로 이끄는
마음 밥상을

심리학자가 차려드립니다.

“잘하고 싶고, 잘 살고 싶은데 내 발걸음은 왜 이렇게 엉망진창일까?” 누구나 한번쯤 떠올렸을 생각이다. 사랑받고 싶고 존중받고 싶고 인정받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은데 무엇 하나 신통치 않고, 나만 빼고 모두들 저만치 앞서가는 것 같아 무기력해진다. ‘나는 안되는 사람인가?’ 불안은 우울로, 상처로, 단념으로 이어진다. 인생은 마음으로 걷는 여정이다. 마음을 어떻게 이해하고 다루느냐에 따라 옳은 길을 가기도 하고 그른 길을 가기도 한다. 우리 삶에 심리학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심리학은 위대한 인생의 선배들이 잘 정리해 둔 마음 설명서와 같다. 처음 살아보는 인생을 좀 더 수월하게 걸어갈 수 있도록 돕기 때문이다. 『잘하고 싶어서 자꾸만 애썼던 너에게』는 일상에서 마주치는 수많은 문제를 심리학의 관점에서 세심하고 유쾌하게 풀어내 젊은 독자들에게 폭발적인 사랑을 받아온 신고은 작가의 신작으로 인간관계, 일, 성공, 사랑 등 무엇 하나 제대로 안되는 것 같은 이들에게 다정한 심리학자가 권하는 푸짐한 밥상 같은 책이다. 다양한 음식을 골고루 먹어야 건강해지는 것처럼 우리의 마음을 튼튼하게 만드는 이야기가 페이지마다 가득하다. 스스로의 마음을 읽을 줄 아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분명히 다르다. 당장 완벽하진 않더라도 3년 후의 나, 5년 후의 나는 지금과는 전혀 다른 모습일 것이다. 이제 심리학자가 차려낸 따뜻한 마음 밥상 앞에 앉아 천천히 한 술 떠보자. 문득 어제보다 나은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될 테니.
*출판사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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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rly Interventionists’ Perspectives About Chanes in Caregiver Coaching During COVID-19: A Mixed Methods Study

조기개입의 목표는 아동의 발달을 촉진하고 자녀를 지원할 수 있는 가족의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다. 양육자 코칭은 가족의 참여를 촉진하기 위한 접근법 중 하나로 조기개입에서 권장되는 실제이지만, 조기개입가(조기개입전문가)가 이를 실행하지 못하게 하는 많은 장벽들이 존재한다. 장벽으로는 양육자의 연령, 지식, 정신 건강, 신체 건강, 문화적 차이, 경제적 상황, 가족 구조, 서비스에 대한 기대치, 동기부여와 같은 양육자 요소들과 아동의 특성, 시간 제한성, 코칭 전략 등이 있다. 몇몇 연구에서는 조기개입가가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코칭 전략을 적게 사용했고, 놀이 이외의 루틴에는 그다지 관심을 갖지 않는 점들을 제시하였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조기개입 프로그램에서 대면서비스 대신 원격 서비스를 실시했으며, 팬데믹 이후에도 바이러스 확산 방지와 더불어 원격서비스 기간 행해졌던 코칭의 장점을 인식하여 양육자 코칭이 보다 자리잡는 계기가 되었다.

이 연구는 일리노이주의 코로나19 팬데믹 자택 대기(stay-at-home) 명령 이후 양육자 코칭에 대한 조기개입가들의 인식이 변화했는지 파악하기 위해 설계되었다.
1단계의 설문조사에는 2년~40년의 경력을 지닌 91명의 조기개입가가 참여하였으며, 2단계의 인터뷰에는 2~34년 경력의 조기개입가 13명이 참여하였다. 설문조사 데이터와 인터뷰 데이터를 함께 분석하여 참가자들이 보고한 변화를 조사하였다. 이처럼 정량적 데이터와 정성적 데이터를 통합함으로써 보다 강력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참가자들은 자택 대기 명령 이후 조기개입을 위해 코칭 실제를 사용하고 일상에서 코칭을 더 자주 사용했으며 더 많은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고 하였다. 또한 양육자 코칭의 변화가 양육자의 참여 증가, 아동의 진보 등에 영향을 미쳤고 더 의미 있는 개입을 이끌어 냈다고 하였다. 이와 같은 조사결과는 자택 대기 명령이 양육자 코칭에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여겨졌던 변화를 불러일으켰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러한 결과는 다음과 같은 점을 시사한다.
조기개입가는 조기개입 사전 코칭 지표에 초점을 맞추고 다양한 자원을 활용하여 가족에게 코칭에 대해 설명할 필요가 있다.
자녀의 개입에 가족의 참여를 촉진하기 위해 가족의 상황, 요구, 선호도를 이해하고 접근 방식을 개별화해야 한다.
조기개입가가 양육자 코칭을 사용하는 데 기여하는 요인과 모델링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에 대한 추후연구가 필요하다.

Williams, C. S., & Ostrosky M. M. Y.
Early interventionists' perspectives about changes in caregiver coaching during COVID-19: A mixed methods study.
Topics in Early Childhood Secial Education, 43(3), 227-240.
*전체 원문은 본 저널을 구독하는 도서관 등을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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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련 후, 다시 일상으로

글 : 김지영

제하의 경련으로 새벽에 일어나서인지 점심시간 전인데도 하루가 다 간 것처럼 길게 느껴졌다. 늦었지만 이제 첫째를 유치원에 보내야 했다. 응급실에 동행한 탓에 피곤해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 같아서는 집에서 쉬게 하고 싶었지만 해야 할 일이 있어 어쩔 수 없었다. 세수를 시키는데 아빠랑 씻던 게 생각났는지 눈물을 뚝뚝 흘렸다. 옷을 입다가도 울었다. 아이는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내 손에 이끌려 꾸역꾸역 걸었다. “집에 가면 아빠랑 제하 없으니까 신나지 않아.” 아이가 울먹이면서 말했다.
유치원이 가까워질수록 왁자지껄한 소리가 점점 크게 들려왔다. 마침 바깥놀이 시간인지 같은 반 친구들이 유치원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아이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친구들도 우리를 발견하고 큰소리로 이름을 부르며 우르르 달려와 아이를 에워쌌다. 한 친구가 우리 아이를 꼭 안아주었다. 너무나 해맑은 표정으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무리 속에 섞여 놀이터로 향하는 첫째. “엄마한테 인사해야지~” 선생님의 말씀에 그제야 하는 둥 마는 둥 “엄마 안녕!”하고 인사한다. 너는 너의 세상에서 나름대로 잘 지내고 있구나, 마음이 놓였다.

퇴원시켜 주세요

다시 집으로 가면서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보니 제하는 그 사이 응급실에서 나와 일반 병동으로 이동한 상황이었다. 서둘러 입원 짐을 싸서 병원으로 갔다. 도착해서 보니 제하의 의식이 완벽하진 않지만 아까보다는 돌아와 있었다. 웃기면 살짝 웃어주는 정도. 이름만 불러도 활짝활짝 잘 웃는 아이라 우리 부부는 웃음의 유무나 크기로 제하의 컨디션을 파악한다. 어딘가 아프거나 기분이 좋지 않으면 웃지 않거나 대충 웃어서 알아차리기가 쉽다.
남편을 회사로 보내고 내가 보호자로 들어갔다. 전공의 파업의 영향인지 병실은 제하를 포함해 단 두 명뿐이었다. 같은 병동 내 다른 병실도 비슷했다. 병실이 꽉 찼을 때도 답답했지만 텅 빈 병실은 또 이것대로 숨이 막혔다. 이틀이든 석 달이든 입원은 정말 힘들다. 커튼으로 사방이 둘러싸인 작은 공간에 몇 시간 있다 보면 없던 폐소공포증까지 생길 것 같다. 한밤중에 석션이나 네블라이저를 하게 되면 사람들의 눈치가 보이고, 반대로 자야 할 시간에 누군가 큰 소리로 동영상을 보거나 대화를 하면 신경이 곤두선다.
제하의 의식이 완전히 돌아올 때까지는 시간이 조금 걸렸다. 하루를 꼬박 굶기고 컨디션을 확인하며 조금씩 먹이기 시작했다. 일단 먹이기 시작하니 토하지 않고 소화도 잘 해서 굳이 병원에 더 있을 필요가 없을 것 같았다. 예전 같으면 의사의 퇴원 지시를 마냥 기다렸겠지만, 그런 식으로 병실에서 무의미한 시간을 보냈던 숱한 과거의 경험들이 떠올랐다. 제하의 상태를 간호사실에 먼저 이야기하고 퇴원하고 싶다고 했고 잠시 후 퇴원 오더가 떨어졌다. 남편이 데리러 올 때까지는 너무 오래 기다려야 할 것 같고 짐도 그리 많지 않아서 그냥 장애인콜택시를 불러 퇴원했다. 예전엔 입원과 퇴원 자체가 아주아주 큰일처럼 느껴져서 남편 연차 쓰게 하고 난리법석을 떨었는데 몇 번 겪고 나니 혼자서도 할 수 있게 되었다.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

일찍 귀가한 남편에게 제하를 맡기고 유치원에 있는 첫째를 데리러 갔다. 평소 첫째가 하원하면 집에 가기에 바빴지만, 오늘만큼은 바로 귀가하지 않고 놀이터에서 한참을 놀게 해줬다. 마트 구경 갔다가 호기롭게 외식도 하고 아이가 졸라야만 사주었던 아이스크림도 선뜻 사주었다. 하원길이 이렇게 여유로운 것이었구나. 돌봄 선생님 퇴근 시간이 다가오는 걸 보고 종종걸음치며 아이를 채근하지 않아도 되고, 아이가 밖에서 더 놀다 가고 싶다고 떼쓰면 10분쯤은 더 기다려줄 수 있구나. 일반적인 가정의 아이들은 이렇게 지내겠구나. 이런 생각하는 나를 보며 제하에겐 죄책감을, 일상을 맘껏 누리지 못하는 제하 형에게는 안쓰러움을 느꼈다.
“어제 놀라기도 하고 마음이 힘들었지? 그래도 좋은 일도 많이 있었잖아.” 여기까지 말했을 뿐인데 아이가 줄줄 읊기 시작했다. “응! 구급차도 타보고, 초코빵도 먹고 소시지도 두 개나 사고~ 놀이터도 가고 회전초밥도 먹고 아이스크림도 먹고. 와~ 좋은 일도 많았다!”, “그치~ 제욱이 유치원에서 인기도 많더라? 살다 보면 좋은 일도, 안 좋은 일도 생겨. 안 좋은 일이 있을 땐 오늘처럼 좋은 일을 많이 집어넣으면 돼. 그럼 기분이 좋아져.” 나에게 하는 말인지, 아이에게 하는 말인지 모를 그런 말을 했다.
“구급대원 어땠어? 멋있었지? 엄마가 정신없어서 구급차에서 내릴 때 인사도 못했네.” 소방서가 집 바로 옆이니 내일은 구급대원 아저씨들한테 인사하러 가자고 아이와 약속했다. 특별히 좋은 일이 없어도 괜찮다. 우린 그저 아무 일 없는 일상의 소중함을 온몸으로, 알알이 느끼면서 그렇게 살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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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아이의 함께놀이 – 발달지연 영유아가족을 위한 발달촉진 놀이 가이드북

발달지연 영유아가족을 위한 발달촉진 놀이 가이드북 “엄마와 아이의 함 께놀이”는 발달지연 자녀를 양육하는 부모님이 제안한 아이디어가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자녀와 가족이 함께 시간을 보내며 자연스러운 상호작용을 할 수 있도록 안내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소중한 제안을 토대로 여러 전문가들의 논의와 집필과정을 거쳐 가이드북을 만들었습니다.

자녀가 어릴 때 발달지연이 감지되면 부모님들은 병원이나 치료실로 달려가게 됩니다. 치료를 받게 되면 집중적인 치료와 함께 그 효과를 더하기 위해 집에서도 할 수 있는‘과제’가 부여되기도 하는데, 이 때 부모님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걱정 앞에 서곤 합니다.
이 시기를 지나온 많은 부모님들은 자녀가 어릴 때 부모와의 충분한 교감, 정서적 애착관계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하십니다. “엄마와 아이의 함께놀이”에는 자녀와의 정서적 유대 및 애착관계가 발달촉진의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고려하여 전문가들이 선정한 10가지 놀이를 담았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잠자리에 들기까지 일상에서 자녀와 함께 해볼 수 있는 즐거운 기본놀이와 이를 응용한 확장놀이의 안내, 각 놀이를 통한 발달촉진 효과, 준비물, 놀이방법, TIP 등 쉽게 놀이가 진행될 수 있도록 최대한 많은 내용을 포함하여 가정에서 쉽게 시도해 보실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서울장애인가족지원센터에서 2017년 발간한
<발달지연 영유아가족을 위한 발달촉진 놀이 가이드북> 발간사에서 발췌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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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발달속도에 맞춘 러닝메이트 – 발달에 어려움이 있는 영유아의 부모를 위한 안내자료

육아정책연구소는 2023년 '어린이집과 유치원 장애위험영유아 조기발견 및 발달지원 종합 대책 방안(Ⅱ): 부모용 도구 개발 및 가족 지원 방안' 연구를 통해 장애위험영유아 부모를 위한 「아이의 발달속도에 맞춘 러닝메이트: 발달에 어려움이 있는 영유아의 부모를 위한 안내자료」를 개발하였습니다. 러닝메이트」는 자녀의 발달 속도에 맞추어 부모-자녀가 함께 배우고(learning) 달리는(running) 짝(mate)이 되자는 의미를 담은, 육아정책연구소의 발달 위험 영유아 지원 자료집입니다.

이번 「아이의 발달속도에 맞춘 러닝메이트: 발달에 어려움이 있는 영유아의 부모를 위한 안내자료」는 장애위험영유아 부모들이 자녀의 발달 특성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또한 부모의 심리적, 정서적 지원 제공 및 가정에서의 놀이와 생활에서의 양육기술을 제공하여 건강한 부모역할 수행에 대한 효능감을 함양함으로써 부모역량을 강화하고자 하였습니다.
PART I. 자녀의 발달 이해 및 지원하기
1. 영유아 발달 이해 및 지원
2. 위험군 영유아의 이해

PART II. 부모 효능감 키우기
1. 부모의 자기 이해
2. 부모 역할

PART III. 전문가 Q&A 보기
1. 발달 상담
2. 기관 상담
3. 부모 역할 상담

PART IV. 기관정보 제대로 알기
1. 발달검사와 교육
2. 지원·정책 서비스
3. 지역사회 협력기관
*본 책자는 육아정책연구소 「어린이집과 유치원 장애위험영유아 조기발견 및 발달지원 종합대책 방안(Ⅱ): 부모용 도구개발 및 가족 지원 방안」 연구의 별책 자료집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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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무엇으로 놀이를 할까

수많은 장난감들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아이가 심심해 하는 것 같아 또 새로운 장난감들을 찾아보곤 하지 않으신가요? 혹은 아이의 발달에 좀 더 도움이 되는 장난감을 사줘야 할 것 같으신가요?
어쩌다가 장난감이 없는 상황에 맞닥뜨려본 적이 있으신가요? 막상 장난감이 없으니 아이들은 새로운 놀이를 찾습니다. 어른이 장난감이라고 생각하지 않은 무언가를 가지고 장난감 삼아 놀기도 하고요. 아니면 예전에 갖고 놀았던 장난감을 꺼내서 새로운 방법으로 놀기도 합니다.
EBS의 뉴스를 통해 아이들은 장난감이 없으면 무엇으로 놀이를 하는지 살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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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하게 자극적인 놀잇감은 좋지 않아요

아기가 흥미를 보인다고 해서 곧 좋은 장난감일까요? 물론 장난감은 흥미로워야 하지만 지나치게 자극만을 주는 것은 아닌지, 이후에는 더욱 강한 자극만을 찾게 해서 스스로 만져보고 조작하는 등 탐색 활동을 방해하지는 않는지, 혼자만의 놀이에 몰두하게 만드는 것은 아닌지를 살펴 보아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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