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이소영 (서초아이발달센터장, 특수교육학 박사)
많은 부모님들이 한 번쯤은 이와 비슷한 말을 들어보거나 직접 해보셨을 겁니다. 아이에게 좋은 경험을 주고 싶은 마음이 크면서도 무엇을 어떻게 해주면 좋을지 몰라 하고 있을 때 오감을 발달시킨다니 솔깃할 수 밖에 없죠. 그런데 한 가지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 경험은 아이의 발달에 결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까요?
아이는 어떻게 배우는가
엠미 피클러는 “아이는 태어날 때부터 스스로 배울 수 있는 유능함을 가지고 태어난다”고 말했습니다. 아이의 발달을 이끄는 것은 아이 안에서 일어나는 내적 동기와 호기심이며, 외부에서 주어지는 자극은 그 수단입니다. 아이는 스스로 하고 싶어서 시도하고, 잘 안 되면 반복하고, 마침내 해냈을 때의 만족감으로 성장합니다. 즐거운 경험을 반복하며 스스로 확장해 나가거나, 혹은 즐겁지 않더라도 이루고 싶다는 동기로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고 다시 시도하는 시행착오를 통해 발달을 이루어냅니다. 어른이 생각하기에 아무리 좋은 것이라 하더라도, 이러한 발달의 과정을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문센이 충족시키지 못하는 것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문화센터를 가느냐 가지 않느냐가 아닙니다. 문화센터에서도 충분히 즐거운 경험을 하고, 아이의 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의 배우는 방식이 충분히 존중되고 있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특히 발달이 느린 아이라면 아이의 개별적 특성이 반영되고 있을까요? 문화센터의 수업은 대부분 성인이 주도합니다. 정해진 시간 안에 정해진 순서로, 아이가 지금 어떤 상태에 있든 프로그램은 진행됩니다. 우리 아이는 반응 속도가 좀 느려서 충분한 시각적 탐색 후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하고 다가가기 시작했는데 다음 활동으로 넘어갑니다. 이때 아이의 속도는 고려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무엇보다 단발성 경험만으로는 발달적 변화가 충분히 일어나기 어렵습니다. 흥미로운 경험이 반복되고 확장되어야 발달로 이어지는데, 매번 새로운 테마와 새로운 활동이 이어지는 구조에서 경험이 두뇌에 깊숙이 영향을 줄 틈이 없습니다.
비단 문센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사실 이 물음은 영아를 대상으로 하는 다양한 교육 현장에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현재 우리의 유아교육은 '놀이중심교육과정'을 표방하고 있으며, 유아특수교육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정작 놀이가 무엇인지, 아이에게 어떤 놀이가 의미 있는지에 대한 고민은 생략된 채, 활동의 목록만 정리되어 있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봅니다. 형식적으로는 놀이를 표방하지만 실제로는 성인이 계획한 활동이 중심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때 우리는 아이의 놀이와 활동의 차이를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일과가 구조화되지 않은 채 단지 활동만을 제시하는 영아 프로그램도 있습니다. 무엇을 위한 시간인지, 아이에게 어떤 경험이 일어나고 있는지가 불분명한 채로 말이지요. 모든 것을 아이에게 맡기는 것이 아이 주도는 아닙니다. 아이가 스스로 탐색하고 시도할 수 있는 환경과 맥락이 갖추는 것이 바로 어른의 역할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우리가 제공하는 것은 정말 영아의 발달을 위한 것인가, 아니면 체험과 자극에 머물고 있는가. 아이가 그 시간을 통해 어떤 영향을 만들며 어떻게 발달해 가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 쉽게 답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계속 확인해 보아야 합니다. 아이에게 가장 좋은 것을 주고 싶은 마음은 부모도, 교사도 같습니다. 다만 그 '좋은 것'이 어른이 설계한 자극인지, 아이가 스스로 만들어가는 경험인지 그 차이를 생각하는 것에서 우리 아이에게 무엇을 해주어야 하는가를 결정할 때 꼭 생각해 보아야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