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을 배우는 시간, 함께 크는 기쁨

글 : 물결이 어머니

처음엔 학습지처럼 공부를 가르쳐주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집에 선생님이 오신다니까, 당연히 책이나 연필 챙겨야 하나 싶었죠. 근데 막상 시작해보니 상담처럼 진행되더라고요. 아이한테 무언가를 억지로 시키는 게 아니라, 저와 아이를 이해하려는 분위기였어요. 물결이가 공부를 워낙 싫어하거든요. 억지로 뭘 시키면 도망가고, 강압적인 분위기도 싫어하고요. 그래서 오히려 이 방식이 결이한테는 더 잘 맞았던 것 같아요. 저도 덜 부담스럽고요.

아이의 언어와 정서적 변화

물결이는 폐렴을 앓고 난 뒤로 외부 사람을 무서워했어요. 선생님도 피하고, 나가는 것도 무서워하고요. 처음 몇 주는 물결이가 아침마다 일어나질 못해서 선생님이랑 얼굴도 못 보고, 저랑만 계속 이야기 나눴어요. 그런데 조금씩 변하더라고요. 기다리는 연습도 하고, 좋아하는 장난감을 챙겨 오시면 그걸 집에서 스스로 가지고 놀았어요.

무엇보다 언어 표현이 다양해졌어요. “이건 젤리 같아”, “솜사탕 같아” 하며 비유도 하고요. 날짜나 시간도 종종 이야기해요. “몇 시에 할 거야” 하고 계획도 세우고요. 선생님이 안 오시면 “왜 안 와?” 하고 묻고, 전에 가지고 놀았던 장난감을 기억해서 “그건 선생님한테 물어보자” 하기도 해요.

엄마도 변했다

물결이는 옷 입는 걸 극도로 싫어해요. 감기에 걸려도 안 입으려고 하니, 저도 자주 화를 냈죠. 그런데 선생님이 기다려주라고 하셔서, 요즘은 그냥 놔둬요. 자기가 추울 때까지 기다리면, 언젠가는 “엄마 나 옷 입을래” 하더라고요. 병원에서 짜증 낼 때도 예전엔 소리 지르고 혼냈는데, 이제는 왜 그런지 살펴보고 대처하려 해요. 이런 변화가 제일 커요.

처음에는 화부터 내고, 아이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랐는데, 이젠 조금 더 아이를 지켜보고 기다릴 수 있게 됐어요. 민결이도 전보다 훨씬 더 저에게 “도와줘”, “안아줘” 하면서 표현을 많이 해요. 예전엔 손길 닿는 것도 싫어하던 아이가 이렇게 변하니까, 저도 마음이 많이 녹아요.

집에서의 개입, 더 자연스럽게 다가왔어요

센터에서 치료를 받을 땐, 끝나고 10분 정도만 상담할 수 있었어요. 근데 가정방문은 궁금한 게 생기면 바로 물어볼 수 있고, 물결이도 집에서는 거부감이 훨씬 적어요. 시간은 조금 아쉬웠어요. 기간이 짧기도 했고, 너무 이른 아침이라 아이가 잠든 상태일 때도 있었거든요. 그래도 전체적으로 보면, 아이에게 맞춰서 접근해 주시고, 제가 모르는 부분도 잘 설명해 주셔서 많은 도움이 됐어요.

이런 프로그램을 주변에도 꼭 추천하고 싶어요. 아이의 특성이나 기질에 맞춰서 도와주니까, 그게 제일 좋았던 것 같아요. 사실 저도 이런 게 있다는 걸 몰라서 늦게 알게 된 게 제일 아쉬워요. 조금만 더 일찍 알았더라면 더 많은 걸 시도해볼 수 있었을 텐데요. 그래도 지금이라도 이렇게 변화를 겪고 있다는 게 참 감사해요. 저도, 물결이도 함께 배우고 자라고 있는 중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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