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발화 장애아동 소통을 위한 노력, PECS로 시작한 AAC

글 : 김선희
장애아동을 키우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가장 힘든 점은 ‘소통의 부재’가 아닐까 싶습니다. 저희 아이는 현재 초등학교 4학년이지만, 여전히 무발화 상태입니다. 만 9세가 되는 시점에도 여전히 말을 통해 의사표현을 하지 못하자, 언어치료의 방향을 달리해야겠다고 결심했고, 그 결과 PECS(그림 교환 의사소통 시스템)를 배우게 되었습니다.
처음 PECS 그림카드를 접했을 때, 아이가 자신의 요구나 감정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모습을 보고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말 대신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사실이 저에게는 새로운 가능성처럼 느껴졌습니다. 아이와 자주 지나다니는 장소마다 직접 만든 그림카드를 붙여두었고, 카드 속 그림에는 아이가 좋아하는 캐릭터를 활용해 친숙함을 더했습니다. 그 덕분에 아이도 조금씩 카드를 인식하고 활용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처음부터 모든 그림카드를 한꺼번에 익히는 것은 어렵습니다. 하지만 물건에 대한 인식과 간단한 반응이 가능한 시점이라면, PECS는 충분히 시작할 수 있습니다. 저희 아이 역시 바로 그 시점에서 그림카드를 활용하기 시작했고, 의사소통에 대한 첫 걸음을 내디딜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또 다른 고민이 생겼습니다. 카드의 양이 급격히 늘어난 것입니다. 예를 들어 ‘과자’라고만 표현하던 것이, 이제는 ‘초코파이’, ‘새우깡’, ‘오징어칩’처럼 구체적인 종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서 수십 장의 카드가 필요해졌습니다. 집에서는 괜찮았지만, 외출 시에는 많은 카드를 들고 다니기가 현실적으로 어렵고, 아이가 원하는 것을 정확하게 표현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었습니다.
이 어플은 기존의 그림카드와도 연계가 가능하며, 다양한 편집 기능을 제공합니다. 직접 사진을 찍어 카드를 만들 수 있고, 부모의 목소리로 음성을 녹음해 아이가 더 친숙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여러 장의 카드를 연속으로 클릭한 후 음성 재생 버튼을 누르면, 마치 문장처럼 이어지는 효과를 낼 수 있어 보다 풍부한 표현이 가능합니다.
지난달에는 카이스트에서 AI 소통앱을 개발했다는 뉴스를 접했습니다.
아직은 MYAAC처럼 상용화되지는 않았지만, 마치 AI가 접목된 형태의 AAC처럼 느껴졌습니다. 사용자의 대화를 인식하고 상황에 맞는 카드를 자동으로 제시해 준다는 점에서, 훨씬 더 자연스럽고 유연한 소통이 가능할 것 같아 저 역시 큰 기대를 갖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기술이 점차 실생활에 널리 활용되어,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아이들도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세상이 오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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