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이소영(한국영아발달조기개입협회)
영아들은 아직 하기 어려운 것에 도전함으로써 새로운 것을 습득하고 반복되는 연습의 기회를 통해 숙달이 되고 또 다시 보다 어려운 것에 도전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합니다.
하지만 발달이 늦은 영아들은 이러한 기회를 스스로 영아가 주도하여 갖게 되기보다는 어른이 의도적으로 이러한 기회를 마련해줌으로써 잘 하지 못하고 어렵고 힘든 것에 도전하고 반복하도록 지시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경우 스트레스와 좌절을 겪고 오히려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
어떻게 하면 영아들의 발달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반복과 도전의 기회를 자연스럽게 제공할 수 있을까요?
발달의 토대인 반복과 도전
발달지체 영아에게는 반복적인 연습을 통해 안정감을 주고, 새로운 도전을 통해 성장을 촉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너무 많은 새로운 자극을 한꺼번에 제공하는 것은 오히려 아이에게 혼란을 줄 수 있지만, 적절한 수준에서 새로운 과제를 제공하는 것은 아이가 스스로 도전하고 싶어하는 욕구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이러한 도전은 작은 것부터 시작할 수 있습니다. 익숙한 놀이를 조금 다르게 해보거나, 새로운 장소에서 비슷한 활동을 해보는 것처럼 말이지요.
자녀의 발달이 염려된다면 양육자가 이 과정을 의식적으로 조율할 필요가 있습니다. 너무 익숙한 것에만 머물러 있으면 아이의 발달은 더뎌질 수 있고, 반대로 지나치게 어려운 도전을 제시하면 아이가 좌절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의 현재 발달 상태를 면밀히 관찰하고, 그에 맞춰 적절한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 과정은 마치 부모가 아이에게 말할 때, 아이의 성장에 맞춰 어투나 어휘, 말의 길이를 조절하는 것과도 같습니다. 아이가 성장함에 따라 양육자는 자연스럽게 아이의 수준에 맞춰 자신을 조정하게 됩니다. 이러한 조정은 아이의 발달을 촉진하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일상 속 반복과 도전의 균형 찾기
이 균형을 맞추는 것은 처음에는 어려워 보일 수 있지만, 사실 아이의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이의 식사 과정을 생각해 봅시다. 아기가 처음에는 모유나 분유만 먹다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유식을 시작하고 더 단단한 음식을 섭취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아이는 새로운 음식을 접하고, 먹는 방식도 조금씩 달라집니다. 부모와의 상호작용도 변화하고, 아이는 새로운 질감의 음식을 경험하며, 점차 복잡한 어휘와 개념을 배워갑니다. 이런 식으로 일상 속에서 점진적으로 변화를 주면서도 반복적인 경험을 통해 아이는 배워나갑니다.
또 다른 예로는 활동 반경의 확장을 들 수 있습니다. 아기가 처음에는 집 안에 머물지만, 점차 집 주변을 탐색하고, 가까운 놀이터나 슈퍼마켓 같은 곳으로 나가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아이는 새로운 환경을 경험하고, 새로운 사람과 사물을 만나며 사회적 상호작용도 배우게 됩니다. 이런 생활 환경의 확장은 아이가 성장함에 따라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것이며, 반복적이면서도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중요한 기회입니다.
실생활에서 적용할 수 있는 방법들
발달지체 영아의 양육자가 실생활에서 반복과 도전을 통해 아이의 발달을 도울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식사 시간, 외출 준비, 목욕 시간을 예로 들어 설명하겠습니다.
식사 시간
- 일관된 루틴: 식사 시간 전에 항상 손을 씻는 것부터 시작해보세요. 아이가 스스로 손을 씻는 것을 반복적으로 연습하면, 점차 독립적으로 손을 씻는 데 익숙해질 것입니다.
- 자기 주도적 식사: 아이가 스스로 숟가락을 사용하는 것을 연습하도록 매번 식사 때 기회를 주세요. 처음엔 음식을 흘리더라도 반복적으로 시도할 수 있게 도와주세요.
- 새로운 음식 시도: 익숙한 이유식이나 음식에 약간의 변화를 주어 도전해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매번 이유식을 먹던 아이에게 조금 더 단단한 음식을 제공해 씹는 경험을 하게 하거나, 익숙한 맛에 새로운 맛을 섞어보는 것도 하나의 도전입니다.
- 도구 사용의 발전: 처음에는 손으로 집어먹을 수 있도록 하고 점차 도구를 사용하게 해보세요. 숟가락을 먼저 사용하고 숟가락 사용에 익숙해진 아이에게는 포크를 줘보세요. 돌이 넘어가면 젖병을 사용하지 않고 컵을 사용해 보세요.
외출
- 옷 입기 연습: 아이가 스스로 옷을 입을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줘보세요. 옷 입기 뿐만 아니라 스스로 옷을 꺼내오는 장소를 기억하고 자신이 입고 싶은 것을 꺼내오게 하는 것도 좋습니다.
- 외출 전 준비물 챙기기: 외출할 때 아이가 항상 가지고 나가는 물건(예: 장난감, 물병)을 스스로 준비할 수 있도록 반복해서 알려주세요. 처음엔 아이에게 가방을 들려주는 것으로 시작하고, 시간이 지나면 필요한 물건을 스스로 가방에 넣는 연습을 할 수 있습니다.
- 자기 주도적인 참여: 아이가 외출 준비 과정에 점차 더 많은 부분을 스스로 하도록 도전해볼 수 있습니다. 처음엔 부모가 옷을 입히고 신발을 신기지만, 점차 아이가 스스로 모자를 쓰거나 신발을 신고 벗는 것을 연습하게 해주세요.
- 새로운 장소 탐색: 집 근처의 지역사회에서 점차 활동의 반경을 넓혀가 보세요. 처음에는 집앞을 산책하면서 다양한 지면을 경험해 보고 구조물이나 식물 등을 관찰해 보세요. 이때 새로운 환경을 소개하면서도, 아이가 그곳에서 새로운 활동을 반복적으로 경험할 수 있게 합니다. 예를 들어, 새로운 놀이터에서 모래 놀이를 해본다거나, 새로운 상점에서 쇼핑카트를 밀어보는 활동이 아이에게 도전이 될 수 있습니다.
목욕하기
- 목욕 순서 익히기: 목욕을 하면서 순서를 이야기해줘보세요. 예를 들어, “머리를 먼저 감고, 몸을 씻고, 수건으로 닦자”라는 식으로 설명을 해주면 목욕의 흐름을 아이가 기억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반복은 활동의 순서를 예측함으로써 앞으로 일어날 일을 예측하게 해주고, 목욕을 일상적으로 받아들이게 합니다.
- 스스로 씻기 연습: 처음에는 부모가 대부분 씻기지만, 반복적으로 아이에게 스스로 몸을 씻는 기회를 주면 점차 자기 관리 능력이 향상될 것입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비누를 손에 묻혀서 스스로 팔이나 다리를 씻는 연습을 반복하게 해보세요.
- 새로운 도구 사용: 비누나 목욕스펀지와 같은 목욕하는 데 사용하는 용품들을 아이가 스스로 사용할 수 있는 기회를 줘보세요. 스펀지는 물을 짜고 옮기는 놀잇감처럼 사용할 수도 있어요.
- 목욕을 놀이시간으로 활용하기: 목욕을 할 때 물에 뜨고 가라앉는 놀잇감을 목욕통이나 대야에 담아주고 놀이 시간을 가져보세요. 작은 양동이나 PET병, 부엌용품을 이용할 수도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