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CVI와 병원, 진단과 평가에 대한 궁금증 4가지

글 : 김지영

“다니고 있는 병원 교수님도 잘 모르던데… CVI는 진단 코드가 없나요?”
“병원에서 CVI 진단을 받으면 도움 되는 부분이 있을까요?”
“진단은 발달센터에서도 받을 수 있나요?”

Q. 발달센터에서 CVI 진단을 받았습니다. 이제 어떻게 하면 되나요?

특수교사나 재활치료사 등이 하는 것은 '진단'이 아닙니다. 진단은 의사만 할 수 있고, 그 외 전문가들은 '평가'만 가능합니다. 평가를 받았다면 부모님이 CVI에 대한 기본적인 내용과 아이의 고유한 시각적 특성에 대해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학교나 치료실 등 기관에 공유하고, 치료와 지원 방향을 아이에 맞게 잡아주어야 합니다. 시각은 아이의 발달과 일상생활에 많은 영향을 미칩니다. 조급해하지 마시고, 차근차근 공부하고 꾸준히 개입하면 느리더라도 분명한 변화가 보일 것입니다.

Q. 그럼 병원에서 CVI 진단을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orean Standard Classification of Diseases, KCD)에서는 H47.6 ‘시각피질의 장애'로 표시하고 있고, 안과에서 진단을 받을 수는 있지만 아주 제한적입니다.
CVI는 출생 후 바로 뇌 손상을 입어서 다른 장애를 동반하는 등 대부분 중증, 중복장애 아동에게서 발생하기 때문에 인지 문제로 오해하기 쉽습니다. 아이가 너무 어린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자폐와 같은 발달장애를 동반한 경우에는 사회적 상호작용 문제와 시각 문제를 변별하기가 어렵습니다. 전문가 부족과 의료계의 무관심 또한 CVI의 진단을 어렵게 하는 원인입니다. 제하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병원의 안과에서 ‘인지가 좋아지면 보는 것도 나아질 것’이라는 말을 듣기도 했습니다. 국내에서 CVI를 진단받은 사례 대다수가 뇌졸중 등의 후천적 요인으로 시각 사용은 어려워졌지만 의사소통이 가능한 노년층 또는 전맹에 가까운 이들입니다.

CVI의 진단과 평가 방법은 일반적인 시각장애와는 다릅니다. 안구 이상이 아니라 뇌의 문제임을 확인해야 하므로 해외에서는 안과 단독으로 진단하지 않고 소아신경과나 특수교사와 협업으로 진행합니다. 또한 아이에게 익숙한 환경이 결과의 정확도를 높이므로 가정 방문 평가가 권장되며, 아이의 병력, 평소 시각 사용, 행동 등 에 대한 부모의 자세한 설명도 필요합니다. 우리나라는 해외와 같이 체계적인 진단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는 않고 주로 안과에서 진단하고 있습니다.

Q. 그렇게 어렵다면 굳이 병원에서 CVI 진단을 받을 필요가 있을까요? 평가를 받은 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요?

특수학교 배치 등 교육적인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특수교육법상에서 '시각장애'로 인정받아야 합니다. 또한 복지 혜택을 위해서는 장애인복지법상 ‘시각장애인’으로 등록이 되어야 합니다. 현행 시각장애 판정 기준으로는 숫자로 나타낼 수 있는 시력 검사 결과가 필요한데, 안구 자체에 문제가 없는 CVI 아동은 시각 문제가 아닌 뇌의 기능적인 처리 문제로 보기 때문에 전맹에 가까운 경우가 아니면 인정받기가 어렵습니다. 즉, CVI 아동이 병원으로부터 진단 코드를 받지 못하면 교육과 복지 등에서 제도적 사각지대에 놓이게 되는 것입니다.

시각 보조기기는 학교를 통해 지원받을 수 있지만 학교를 못 다니고 있거나 학교 밖에서 추가로 필요한 경우 부모가 자비로 구매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CVI 진단을 받으면 시각과 관련한 보조기기를 지원받거나 관련 기관(시각장애인 복지관, 시각장애인 학습지원센터 등)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정도는 다르지만 CVI 아동은 전맹과 달리 시기능이 조금씩 호전될 수 있습니다. 지금은 낮은 단계라 하더라도 앞으로 얼마나 나아질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대비가 필요합니다. 즉, 최대한 시기능이 안 좋을 때 시각장애 진단을 받아두는 것이 유리합니다.

팁을 드리자면 소견서는 진단서보다 받기가 쉽습니다. 특수교육에서는 CVI 소견서로도 시각장애 학교에 배치가 가능하기 때문에 진단서를 받기 어렵다면 소견서라도 받으시기를 권합니다. 또한 같은 아이에 대해 어떤 의사는 아주 까다로운 기준으로 진단서를 써주지 않는 반면, 어떤 의사는 생각보다 쉽게 써주기도 합니다. 기존에 진단을 받은 아동의 사례를 참고하셔서 해당 병원을 방문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Q. CVI가 있어도 다른 눈 문제 때문에 안과 진료를 계속 봐야 할까요?

CVI는 사시, 안구진탕, 근시, 난시, 원시 등 다른 시각장애 문제와 시신경위축, 시신경발육부진, 시신경형성장애 등 다른 안과 질환을 동반할 수 있습니다. 당장은 CVI만 있다 하더라도, 시기능이 제대로 발달하지 못하면 추후 안구 상의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지속적인 안과 진료가 필요합니다.
미국에서 CVI로 진단받은 아동은 시각장애인으로 등록되어 공적 지원을 받도록 하고 있습니다. 특수교사 양성 시에도 기본적으로 CVI에 대해 교육하고 있으며, CVI 아동은 학교에서 시각장애 학생이 받는 지원과 같은 특수교육 서비스를 받고 있습니다. 이 부분이 한국과의 가장 큰 차이인 것 같아요. 다행스럽게도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특수교육계를 중심으로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학교에서 우리 아이들을 적극 찾아내고, 지원하겠다는 것입니다. CVI 아동이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볼 수 있는 기회가 열리기를 기대해 봅니다.

CVI와 병원, 진단과 평가에 대한 궁금증 4가지 더 읽기"

눈흘김일까? 아니 사시일까? 장애 영유아를 위한 소아안과

글 : 김선희
장애 진단 이후 반복적으로 관찰된 아이의 시선 행동을 계기로 시각 검진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초기 진료에서는 이상 소견이 없었으나, 추가 확인 과정에서 사시 가능성이 제기되며 대학병원 진료가 필요해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장애 영유아가 전문적인 소아안과 진료에 접근하기 어려운 현실을 실감했습니다. 이 글은 특정 진단을 내리기보다, 같은 상황에 놓인 보호자들이 진료 경로를 찾는 데 참고가 되기 바랍니다.
윤이가 장애 진단을 받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습니다. TV를 보거나 무언가에 집중해 바라볼 때, 눈을 위로 치켜뜨고 시선을 잡는 모습이 반복해서 보였습니다. 특히 빛이 있는 쪽은 정면으로 보지 않고 옆으로 흘겨보는 듯한 행동이 눈에 띄었습니다.

처음에는 ‘사시가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어, 성인 진료도 함께 하는 동네 안과에 일단 방문했습니다. 그런데 진료 결과는 “괜찮다”는 말뿐이었습니다. 그 말을 듣고도 마음이 놓이지 않았습니다. 아이의 관찰된 모습이 분명했고, 무엇보다 장애가 있는 영유아의 경우 진료 환경이나 검사 협조가 어려울 수 있어 더 신중한 확인이 필요하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소아도 진료한다’는 안과 전문 병원을 다시 찾아갔습니다. 그곳에서는 사시가 의심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다만 장애로 인해 검사나 처치 과정에서 위험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대학병원급 안과로 가야 한다고 하시면서 곧바로 소견서를 작성해 주셨습니다.

그 순간이 참 암담했습니다. ‘소아를 본다’는 병원에서도 장애 영유아는 위험 부담을 이유로 충분한 진료를 받기 어려운 현실을 체감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가까운 대학병원”을 먼저 떠올리게 되었지만, 대학병원이라고 해서 모든 소아안과 진료가 동일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가능하다면 해당 분야를 더 전문적으로 보는 교수님(소아안과 전문의)을 찾아 진료를 받고 싶었습니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습니다. ‘소아안과 전문의가 있는 병원’ 정보를 한 번에 찾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 검색을 해도 지역·진료 분야·의료진 전문 영역이 정확히 걸러지지 않았고, 각 병원 홈페이지로 들어가 의료진 소개를 일일이 확인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결국 저는 예전에 정리해 두었던 소아안과 병원 리스트를 바탕으로, 병원 홈페이지를 하나씩 확인하며 소아안과 전문의가 실제로 진료하는지를 다시 점검했고, 목록을 수정·보완하는 작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 글은 “눈흘김인지 사시인지”를 단정하기 위한 글이 아닙니다. 다만 아이가 보이는 행동이 반복될 때, 그리고 장애 영유아라는 이유로 진료의 문턱이 더 높아질 때, 부모가 어디서부터 어떻게 길을 찾아야 하는지에 대한 기록이자 공유입니다.

저와 같은 고민을 겪는 보호자분들이 조금이라도 덜 헤매시도록, 제가 확인해 정리한 소아안과 전문의 진료 가능 병원 리스트를 함께 공유해 보려 합니다. 필요한 분들께 현실적인 길잡이가 되기를 바랍니다.

지역별 소아안과(또는 관련 진료) 기관 목록

원하는 지역을 클릭하시면 병원과 의료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서울 (27)
  • 가톨릭대학교서울성모병원: 신선영, 박신혜
  • 가톨릭대학교여의도성모병원: 박미라
  • 가톨릭대학교은평성모병원: 염혜리
  • 강남세브란스병원: 한진우
  •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신재호, 정준규
  • 강동성심병원: 최연주
  • 강북삼성병원: 한소영
  • 건국대학교병원: 신현진
  • 경희대학교병원: 강민석
  • 고려대학교구로병원: 서영우
  • 고려대학교안암병원: 김승현
  • 공안과병원: 이종복
  • 김안과병원: 김용란, 백승희, 김대희, 황정민
  • 노원을지대학교병원: 정은혜
  • 누네안과병원(서울): 계효정, 조윤애
  • 삼성서울병원: 김상진, 박경아
  • 서울대학교병원: 주혜준, 최혁진, 우정연, 김영국, 김성준, 정재호
  • 서울아산병원: 김윤전, 문예지, 이병주
  •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정호경
  • 세브란스병원: 한재용, 한승한
  • 순천향대학교서울병원: 김현아
  • 실로암안과병원: 박혜성
  • 이대목동병원: 임기환
  • 인제대학교상계백병원: 최진
  • 중앙대학교병원: 문남주
  • 한림대학교강남성심병원: 최동규
  • 한양대학교병원: 임한웅

부산 (9)
  • 고신대학교복음병원: 김창주
  • 메리놀병원: 이지은
  • 바른눈안과의원: 임현택
  • 부산대학교병원: 최희영, 전혜신
  • 부산성모안과병원: 김선아
  • 수정안과의원: 장수경, 김사강
  • 이슬기안과의원: 이슬기
  • 인제대학교해운대백병원: 이수정
  • 인제대학교부산백병원: 문성혁

대구 (9)
  • 경북대학교병원: 천보영
  • 계명대학교 동산병원: 조순영, 장지혜
  • 계명대학교 대구동산병원: 장지혜
  • 누네안과병원(대구): 김영미, 조윤애
  • 대구가톨릭대학교병원: 김숙영, 이동훈
  • 영남대학교병원: 김원제
  • 연세제일연합안과의원: 정병진
  • 잘보는안과의원: 이정호
  • 제일안과병원: 서샘

인천 (4)
  • 가천대길병원: 백혜정
  • 가톨릭대학교인천성모병원: 임혜빈
  • 인하대병원: 강성모
  • 한길안과병원: 김철우, 김현경, 이가인

광주 (7)
  • 광주안과병원: 신지영, 문현식
  • 보라안과병원: 마양래, 이태희
  • 밝은안과21병원: 김근오
  • 신세계안과: 박영걸
  • 전남대학교병원: 허환
  • 조선대학교병원: 김대현
  • 파랑새안과: 문형진

대전 (4)
  • 건양대학교병원: 공상묵, 박혜원
  • 대전을지대학교병원: 이수나
  • 우리안과의원: 민병무
  • 충남대학교병원: 이연희

경기 (14)
  • 가톨릭대학교부천성모병원: 강남여
  • 가톨릭대학교성빈센트병원: 정연웅
  • 고려대학교안산병원: 하석규
  •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김혜영
  • 누네안과병원(남양주): 한승한, 조윤애, 계효정
  • 분당서울대학교병원: 김동현, 양희경
  • 분당차병원: 유혜린
  • 순천향대학교부천병원: 장지호
  • 아주대학교병원: 정승아
  • 용인세브란스병원: 설동현
  • 의정부을지대학교병원: 장연지
  • 인제대학교일산백병원: 강민채
  • 일산강남성모안과의원: 이원렬
  • 중앙대학교광명병원: 오지영, 김응수
  • 한양대학교구리병원: 홍은희

강원 (4)
  • 강원대학교병원: 이주하
  • 남부밝은안과의원: 박찬
  •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나상훈
  • 한림대학교춘천성심병원: 이혜진

충북 (1)
  • 충북대학교병원: 최미영, 이성은

충남 (3)
  • 단국대학교병원: 박유연
  • 순천향대학교천안병원: 김소영
  • 세종충남대학교병원: 성재연

전북 (2)
  • 전북대학교병원: 이행진
  • 전주푸른안과의원: 유태영, 윤상원

전남 (1)
  • 더박은안과의원: 정세형

경북 (1)
  • 동국대학교경주병원: 이영춘

경남 (3)
  • 경상국립대학교병원: 조용운
  • 양산부산대학교병원: 안정효, 김수진, 양상철
  • 창원경상국립대학교병원: 김지혜

제주 (1)
  • 제주대학교병원: 장지웅

눈흘김일까? 아니 사시일까? 장애 영유아를 위한 소아안과 더 읽기"

발달이 느린 우리 아이 행동 이해하기 – 변화를 힘들어 하는 아이

글 : 이소영(특수교육학 박사, 한국영아발달조기개입협회)

아기들은 모두 어느 정도의 예측 가능성을 필요로 합니다.

하지만 발달이 느린 영아는 변화에 대한 적응력이 더 느릴 수 있고,
작은 변화도 불안이나 거부 행동으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변화는 아기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큰 자극이 됩니다

어린이집 처음 등원하는 날,
아기가 문에 매달려 울거나 집에서 가던 길과 다르게 이동하려 할 때 화를 내는 모습을 본 적 있을 것입니다.

이런 행동은 고집이나 떼쓰기가 아니라, “지금 상황이 낯설어서 불안해요.”라는 신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발달이 느린 영아는 새로운 장소, 새로운 사람, 갑작스러운 일정 변화에 대해 조금 더 강하게 반응할 수 있습니다.

변화를 미리 알려주세요

갑자기 바뀐 상황보다, 미리 예고된 변화가 훨씬 받아들이기 쉽습니다.

예를 들어,
“이제 잠깐 놀고, 그 다음에 기저귀 갈 거야.”
“어린이집에 가면 ○○ 선생님이 기다리고 있어.”
이동하기 전, 사진이나 간단한 그림을 보여주기

이렇게 예고해주면 아기는 “아, 이제 곧 이런 일이 생기는구나.” 하고 상황을 준비할 수 있습니다.

익숙한 것으로 연결하기

변화를 완전히 새로운 사건으로 받아들이지 않도록 아기가 좋아하는 익숙한 물건이나 활동과 연결해보세요.

예를 들어,
어린이집 첫날: 집에서 쓰던 작은 담요나 인형 가져가기
새로운 장소 방문: 집에서 보던 책 한 권 들고 가기
병원 진료: “끝나고 이것(작은 스티커)을 받을 거야.”

‘익숙한 것’은 아기에게 편안하게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왜 이렇게 해야 할까요?

아기는 아직 감정 조절 능력이 성숙하지 않습니다.
변화 앞에서 불안이 커지면 울음, 매달림, 바닥에 눕기 같은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왜 저래?”라고 보기보다 “이 변화가 아이에게 어떤 감정일까?”라고 이해하는 것이 아기의 행동을 이해하는 첫걸음입니다.

변화를 예고해주고, 익숙한 경험으로 연결해주면 아기의 불안이 줄어들고 새로운 환경에서도 조금씩 안정감을 찾아갑니다.

변화에 적응하는 힘은 평생 필요합니다

영아기에 변화를 받아들이는 경험이 쌓이면 어린이집·유치원·학교 생활에서도 일정 변화나 새로운 활동에 더 잘 적응할 수 있습니다.

변화를 힘들어하는 행동 또한 아기가 보내는 도움 요청의 신호입니다.
이 신호를 이해하고 지원해주는 경험이 쌓일수록 아기는 새로운 세계를 만나도 자신감 있게 적응하는 힘을 키워갑니다.

발달이 느린 우리 아이 행동 이해하기 – 변화를 힘들어 하는 아이 더 읽기"

발달이 느린 우리 아이 행동 이해하기 – ‘안돼’ 보다는 ‘이렇게 하자’

글 : 이소영(특수교육학 박사, 한국영아발달조기개입협회)

앞선 칼럼에서 살펴보았듯, 아기의 행동은 감정과 필요를 표현하는 하나의 신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행동을 단순히 멈추게 하는 것만으로는 아기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배우기 어렵습니다.

특히 발달이 느린 영아는 “하지 마”라는 말만 듣게 되면 대신 무엇을 해야 할지 떠올리기 어렵고, 결국 같은 행동을 반복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안 돼”만으로는 행동이 바뀌지 않아요

“안 돼!”, “하지 마!”, “그만!” 같은 제지는 그 순간 행동을 멈출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대신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른다면 다음에 또 비슷한 상황이 왔을 때 다시 같은 행동을 나타낼 수밖에 없습니다. 예를 들어, 아기가 벽에 크레파스를 가져다 대며 그리려고 할 때 “안 돼!”라고만 하면 아이는 왜 안 되는지,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기 어렵습니다.

“이렇게 하자”는 아이에게 길을 보여줍니다

“안 돼” 대신 다음처럼 제안해보세요.
“벽에 그리면 안 돼. 종이에 그려보자.”
“던지는 건 위험해. 이 바구니 안으로 던져볼까?”
“소리 지르고 싶을 땐 쿠션에 ‘아~~’ 해볼까?”

즉, 금지하는 말보다 아이에게 가능한 행동을 알려주는 대체 행동 제시가 더 효과적입니다.

발달이 늦은 영아일수록 “무엇을 하면 되는지”가 분명할수록 행동이 더 빨리 바뀝니다.

대체 행동은 자기조절을 배우는 시작점

아기는 하면 안되는 행동을 대체할 수 있는 행동을 반복하면서 “내가 원하는 걸 이렇게 표현할 수 있구나” 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이러한 경험은 감정 조절, 일과 참여, 사회적 상호작용까지 아기의 전반적인 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발달이 느린 우리 아이 행동 이해하기 – ‘안돼’ 보다는 ‘이렇게 하자’ 더 읽기"

발달이 느린 우리 아이 행동 이해하기 – ‘관심 끌기’ 행동의 숨은 의미

글 : 이소영(특수교육학 박사, 한국영아발달조기개입협회)

아기들은 아직 스스로 주의를 조절하거나,
“이제 엄마가 나를 볼 차례야”라고 말로 표현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관심을 받고 싶을 때는 행동으로 신호를 보냅니다.
이 신호는 “나를 좀 봐줘요.”, “같이 놀아요.”라는 메시지일 때가 많습니다.

관심이 필요한 순간의 행동

발달이 늦은 아기일수록 의사소통 신호가 모호하거나 늦게 나타나기 때문에, 양육자가 이를 놓치면 아기는 점점 더 강한 방식으로 표현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엄마가 전화를 받는 동안 아기가 장난감을 바닥에 던지거나,
아빠가 동생에게 밥을 먹이는 동안 옆에서 울음을 터뜨리거나,
TV를 보는 부모 앞에서 몸으로 밀치며 주의를 끌려는 행동을 보이기도 하지요.

이런 행동은 ‘문제’라기보다, “지금 나에게 집중해줘.”라는 관심의 요청일 수 있습니다.

행동을 멈추게 하기보다, 메시지를 읽기

이때 “안 돼.” “그만해.”라고만 하면 아이는 ‘이렇게 해야 그래도 나를 본다’고 배우게 됩니다.
즉, 부정적인 반응이라도 관심을 받는 경험이 그 행동을 유지시키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따라서 행동을 멈추게 하기보다, 먼저 그 속의 메시지를 읽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던지며 관심을 끌 때 “던지면 위험해”라고 말한 뒤, “이제 엄마랑 같이 볼까?”라고 말하며 짧게라도 관심을 나누는 시간을 만들어 주세요.

양육자의 현실적인 어려움도 고려하기

양육자가 바쁜데 아이가 자꾸 관심을 달라고 요구할 때, 많은 부모들이 갈등과 부담감을 느낍니다.

예를 들어, 재택근무를 하면서 동시에 아기를 돌봐야 하는 상황에서는 업무에도 집중하기 어렵고, 아기의 요구도 충분히 채워주기 힘듭니다. 이럴 때는 아기를 잠시 다른 가족이나 신뢰할 수 있는 사람에게 돌봐달라고 부탁하는 것이 아기의 긍정적인 정서 발달을 위해서도 훨씬 유리합니다.

집안일을 해야 하는데 아기가 놀아달라고 하는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위생적인 환경은 아기에게 중요하지만, 모든 일을 완벽히 해내려는 부담을 줄이고 정리가 용이하고 안전한 수준으로만 집안일을 단순화해보세요.
양육자의 여유가 생기면, 그만큼 아기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과 에너지도 늘어납니다.

‘관심 채우기 시간’을 미리 주기

아이는 하루 중 일정한 시간에 부모의 눈맞춤, 스킨십, 놀이를 경험하면 그 외의 시간에는 비교적 안정된 모습을 보입니다. 즉, 양육자와의 즐거운 상호작용 시간을 가지게 되면 불안감이 줄고, 관심을 요구하는 행동도 감소합니다.

예를 들어, 아침에 일어나서 아이와 눈을 마주보며 간단한 몸놀이하기,
저녁 목욕 후 로션을 발라주며 마사지해주면서 대화하기,
외출시 손을 잡고 걸으며 함께 노래 부르기.

이런 짧고 규칙적인 상호작용은 아기에게 “나는 언제든 주목받을 수 있는 존재야.”라는 기본적 안정감을 줍니다.

관심 끌기는 발달의 지표

아기의 ‘관심끌기 행동’은 단순히 주목을 끌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함께 웃고, 바라보고, 반응을 주고받는 이 경험 속에서 사회적 관계, 의사소통, 자아감이 자라납니다.

따라서 관심을 요구하는 행동을 부정적으로 보기보다 “우리 아이가 지금 나와 연결되고 싶어 하는구나.”라고 바라봐 주세요. 그 시선 하나가, 아기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큰 보상입니다.

발달이 느린 우리 아이 행동 이해하기 – ‘관심 끌기’ 행동의 숨은 의미 더 읽기"

발달이 느린 우리 아이 행동 이해하기 – 감정을 말 대신 행동으로 표현하는 아이

글 : 이소영(특수교육학 박사, 한국영아발달조기개입협회)

아기들이 울거나 소리를 지르거나 물건을 던질 때,
그 모습을 단순히 ‘화를 낸다’거나 ‘버릇이 없다’고 해석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아직 자신의 마음을 말이나 행동으로 조절하며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는 과정에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발달이 느린 영아의 경우, 언어로 표현하기보다 몸의 움직임과 행동으로 감정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감정은 행동으로 드러납니다

배고픔, 피곤함, 서운함, 질투 같은 부정적인 감정이 쌓이면 울음, 소리 지르기, 던지기 같은 행동으로 드러납니다. 예를 들어, “동생만 안아주니까 갑자기 장난감을 던졌어요.” 이 행동의 속뜻을 생각해보면, “엄마, 나도 안아줘.” “나도 보고 있어 줘.”라는 감정의 신호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긍정적인 감정도 마찬가지로 행동으로 표현되는 경우가 많지요.
아기들은 좋거나 신이 났을 때도 이를 말이 아닌 움직임으로 드러내곤 합니다.
예를 들어, 반가운 마음에 갑자기 큰소리를 내거나, 재미있다는 표현으로 물건을 던지거나 몸을 흔드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요.
이처럼 아기들의 행동에는 기분이 좋을 때나 힘들 때나, 모든 감정이 담겨 있습니다.
따라서 어떤 행동이든 “이건 어떤 마음의 표현일까?” 하고 바라보면, 아기의 마음을 더 정확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감정 신호를 읽는 것에서 멈추지 않기

아이의 감정을 읽어주는 아이의 행동을 이해하기 위한 첫걸음입니다.
하지만 그다음에는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지 알려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기 스스로도 인식하지 못한 채 나타난 행동이 결국 아기 자신을 더 힘들게 하고, 다른 사람과의 상호작용이나 하루 일과의 흐름을 어렵게 만들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어려움을 줄이기 위해, 감정을 보다 적절한 언어와 행동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갖고 싶은 물건이 있어서 던지거나 울었다면 “던지지 말고 ‘주세요’라고 말해볼까?”라고 알려주세요. 아직 말을 하지 못한다면 베이비사인으로 ‘주세요’ 동작을 함께 하며 요구하도록 도와주세요.

감정이 폭발했을 때는 진정부터

하지만 이미 감정이 폭발한 순간에는 이런 요구나 표현을 바로 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럴 때는 아이가 감정을 가라앉힐 시간을 주는 것이 먼저입니다. 함께 크게 숨을 들이쉬고 천천히 내쉬며 “우리 숨 한번 쉬어보자~”라고 해보세요. 숨을 고르며 몸이 진정되면 그제야 아이는 자신의 마음을 인식하고 ‘주세요’ 같은 표현을 시도할 수 있습니다.

기다리는 연습도 필요해요

감정을 조절하려면 잠시 기다리는 경험이 꼭 필요합니다.
평소 놀이 속에서 자연스럽게 연습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계단 마지막 칸에서 “하나, 둘, 셋~!” 하면 뛰어내리기,
“하나, 둘, 셋~” 하며 공 던지기 놀이처럼요.
이런 놀이를 반복하면 아이는 “기다리면 좋은 일이 생긴다”는 경험을 하게 되고,
기다림 자체가 즐거운 놀이가 됩니다.

감정 조절은 이후 사회 적응의 기초

영아기에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고 표현하는 힘이 자라면,
이후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학교에서도 다른 사람과 관계 맺고 갈등을 조절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반대로 이 시기에 감정을 적절히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우지 못하면 아이는 쉽게 불안하거나 공격적인 반응을 보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아이의 ‘염려되는 행동’을 고치려 하기보다 그 속에 담긴 감정의 신호를 읽고, 표현할 방법을 함께 알려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감정을 이해받고 표현하는 경험이 쌓일수록, 아이는 스스로 자기조절을 할 수 있는 힘을 키워갑니다.

발달이 느린 우리 아이 행동 이해하기 – 감정을 말 대신 행동으로 표현하는 아이 더 읽기"

발달이 느린 우리 아이 행동 이해하기 – ‘염려되는 행동’ 속의 아이가 보내는 신호 읽기

글 : 이소영(특수교육학 박사, 한국영아발달조기개입협회)

아이가 갑자기 울거나 물건을 던질 때, 우리는 종종 그 행동 자체를 멈추게 하는 데 집중합니다. 하지만 행동에는 언제나 이유가 있습니다. 아이의 행동은 말을 대신한 ‘신호’일 때가 많습니다. 이 신호를 이해하려면 행동이 일어나기 전과 후, 그리고 그날의 배경을 함께 살펴야 합니다.

행동 직전의 상황

문제처럼 보이는 행동도, 그 앞에 어떤 상황이 있었는지를 보면 이유를 찾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 “이제 저녁 먹어야 하니까 장난감 치우자”라고 했을 때 장난감을 던지는 행동을 보이는 아이가 있어요.
이때 어떤 상황이 아이의 행동에 영향을 주었을까요?
“장난감 치우자”라는 말이 행동의 직전 상황이었다는 점을 생각해볼까요?

이 말이 왜 아이의 행동에 영향을 주었을까요?
더 놀고 싶은데 더 놀 수 없다고 느껴서, 놀 시간이 끝났다는 아쉬움을 던지는 행동으로 표현했을 수도 있습니다. 혹은 밥을 먹고 싶지 않거나 아직 배가 고프지 않아 식사로 전환되는 상황 자체가 불편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행동 직후의 상황

아이의 행동 이후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도 중요합니다.
아이가 장난감을 던지자 부모가 놀라서 “그럼 안 치워도 돼, 밥 나중에 먹자”라고 했다면,
아이는 ‘던지면 원하는 걸 얻을 수 있다’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이런 결과가 반복되면, 아이는 같은 방법으로 의사를 표현하게 됩니다.

또 어떤 경우에는 아이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양육자가 대신 치워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때 아이는 “내가 던져도 누군가 정리해준다”는 경험을 하게 되지요.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아이는 행동의 결과를 스스로 경험할 기회를 잃게 되고,
자신의 행동이 주변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도 배우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아이가 던졌을 때 부모가 차분히 “던지면 장난감이 다칠 수 있어. 정리하고 나서 같이 밥 먹자”고 말하고, 던진 장난감을 함께 치운 뒤 식탁으로 옮겨가면 아이는 점차 ‘던져도 소용이 없구나’ 하는 것을 배우게 됩니다.
즉, 감정은 공감하되 행동의 결과는 일관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런 경험이 쌓이면 아이는 조금씩 다른 방식으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기 시작합니다.

배경이 되는 하루의 흐름과 변화

그날 낮잠을 잘 자지 못했거나, 새로운 자극이 많았던 날이라면 작은 변화에도 쉽게 예민해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낮잠을 충분히 자고 컨디션이 좋을 때는 기분이 안정되어 있어 “이제 밥 먹자”라는 말에도 비교적 자연스럽게 반응하고, 놀이에서 식사로의 전환이 수월하게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낮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고 피곤한 상태라면, 사소한 변화에도 짜증을 내거나 울음을 터뜨리기 쉽습니다. 이처럼 몸이 피곤하거나 긴장된 상태에서는 주어진 상황에 적절히 반응하기가 어렵고, 평소에는 잘 하던 일도 거부하거나 감정적으로 반응할 수 있습니다.

또한 건강 상태도 아이의 반응에 큰 영향을 줍니다.
아이가 아플 때 부모는 자연스럽게 아이가 원하는 것을 대부분 들어주곤 합니다.
그런데 건강을 회복해도 이 상태가 당분간 지속되면서, 아이가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따라서 규칙적이고 안정적인 일과로 서서히 돌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제는 됐는데 오늘은 안 돼”라는 변화는 아이에게 혼란스럽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아이가 아프고 난 뒤에도 조금씩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식사·놀이·휴식의 리듬을 회복시켜 주세요.

안정된 일과는 아이의 감정과 행동을 가라앉히고, 스스로를 조절하는 힘을 키워줍니다.

아이가 보이는 ‘염려되는 행동’을 단순히 고쳐야 할 문제로 보기보다,
“이 행동을 통해 아이가 나에게 어떤 신호를 보내고 있을까?” 하고 생각해보세요.
행동의 앞뒤와 배경을 함께 이해하면,
아이의 마음속 이유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합니다.

발달이 느린 우리 아이 행동 이해하기 – ‘염려되는 행동’ 속의 아이가 보내는 신호 읽기 더 읽기"

특수학교가 당연하게 개교할 수 있는 세상을 꿈꾼다

글 : 김지영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주민들 앞에서 무릎 꿇는 엄마들을 뉴스에서 본 적이 있다. 그게 2017년이었으니 내가 출산하기 2년 전의 일이다. 그때만 해도 그게 내 일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얼마 전 나도 같은 이유로 무릎을 꿇게 되었다.

반대하는 주민, 이용하는 정치인

장애인은 취학연령이 되어도 학교에 가기가 어렵다. 거주지 주변에 특수학교가 없을 확률이 더 높기 때문이다. 도보 통학은 언감생심, 차로 30분 이내면 다행이다. 특수학교라고 아무 데나 다닐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학교 수 자체도 적지만 그마저도 지체, 발달, 시각장애 등 장애 유형별로 나뉘기 때문에 문은 더 좁아진다.

나는 성동구에서 신혼집을 꾸리고 아이들을 낳아 키우다가 몇 년 전 다른 곳으로 이사했다. 제하가 특수학교에 입학할 때가 되었는데 성동구는 물론이고 인접 지역에 지체 특수학교가 단 한 곳도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 동네에 애정도 깊었고 오래 살고 싶었지만 학교 문제로 어쩔 수 없이 이사해야 했다. 기쁜 일도 슬픈 일도 많았던 나의 신혼집. 좁고 오래된 빌라에서 넓은 신축 아파트로 옮기는데도 짐이 빠져나간 텅 빈 집을 보니 쫓겨나는 듯한 기분이 들어 눈물이 핑 돌았다.
이사하고 1년이 지났을 무렵, 2029년에는 성동구에도 지체 특수학교가 개교할 거라는 소식이 들렸다. 학교 부지가 신혼집이었던 곳에서 도보 20분 거리로 자주 지나던 길목에 있었다. 제하가 다니게 되진 않겠지만 한때 우리 가족이 살았던 곳에 특수학교가 생긴다기에 기뻤는데, 역시나 반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작년 총선 때 한 후보가 이 부지에 특수학교 대신 특목고를 유치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운 것이다. 시민의식이 예전보단 높아진 건지 해당 후보는 비난 여론에 부딪혀 낙마했지만 그 뒤로도 다른 시설을 유치해달라는 민원은 계속 들어왔다.

반대는 아니지만, 여기는 아니다?

지난 6월, 교육청에서 개최한 특수학교 설립 주민 설명회를 앞두고 반대 주민들이 집회 신고를 했다. 그 소식을 들은 장애 학생의 부모들이 특수학교 설립에 힘을 싣기 위해 서울 전역에서 삼삼오오 모였다. 나도 특수학교 재학생의 엄마로서, 한때 성동구에 살았던 사람으로서 그 자리에 섰다.

명품, 게임, 패션… 글로벌 대기업의 본사가 대거 들어서고 있는 성수동은 요즘 서울에서 가장 ‘핫’한 동네일 것이다. 학교 부지 맞은편은 대규모 재건축 예정지로, 반대하는 주민 대부분이 그 땅에 집을 가지고 있는 오래된 주민이었다. 설명회장 주변에 걸린 현수막들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그들의 논리는 ‘명품 동네’에는 그에 걸맞은 ‘명품 학교’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너무 그러시지들 마세요.” 설명회 시작 전 교육청에서 나온 관계자가 자리를 돌아다니며 주민들의 흥분을 가라앉혔다. 주민 설명회는 특수학교 설립 찬반을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었다. 그는 학교 설립은 교육청 권한으로 이미 결정되었다며, 이 자리는 설립 계획을 설명하고 지역 사회와의 연계 방안에 대해 소통하기 위한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설명회 마지막 순서인 질의응답 시간이었다. 처음에는 질문다운 질문이 나왔지만 내용이 점점 반대의견 피력으로 바뀌어가자 고성이 오가기 시작했다. 모두 서로 마이크를 달라고 아우성이었다. 마이크는 공평하게 이쪽저쪽 번갈아 가며 주어졌다.

반대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첫째는 재건축 예정지로 이사 올 아이들을 생각한다면 일반 학교가 들어와야 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성수동을 비롯해 성동구 전체적으로 학령 인구가 줄어들면서 소규모 중고등학교의 교육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기존 학교를 통합하거나 이전하는 과정에 있다. 학령기 자녀를 둔 주민이라면 다 아는 사실이다. 반대하는 주민들은 수십 년도 전에 자녀를 학교에서 졸업시켰을 어르신들이었다. 그러니 일반 학교를 지으라는,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교육 특구’로 지정된 성동구에 어울리는 명품 특목고를 짓자는 주장도 나왔다. 하지만 특수학교 하나 없는 곳이 교육 특구라고 할 수 있을까? 특수학교는 명품 학교가 될 수 없다는 것인가?

두 번째 반대 이유는 더 좋은 곳에 지으라는 것이었다. “특수학교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여기는 아니다. 이 자리는 차량 통행이 많아 교통도 불편하고 공기도 안 좋고… 서울숲 옆에다 지어라.” 아무리 돌려 말해도 이 말의 진짜 의미를 모르는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모두가 허울 좋은 핑계일 뿐, 결국은 집값이었다. 특수학교가 들어서면 주변 집값이 떨어진다는 인식이 아직도 많다. 하지만 2016년 교육부가 전국 특수학교 주변 부동산 가격을 조사한 결과, 특수학교와 집값은 상관관계가 없었다. 오히려 주변 길을 새로 닦고 편의시설이 늘어나는 등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눈물 흘리는 부모들

마음을 찔러대는 날카로운 말들에 눈물 흘리는 사람도 많았다. 반대 주민의 발언을 들을 때마다 하고 싶은 말들이 목구멍까지 차오르면서 가슴은 두근두근 손은 부들부들 떨렸다. ‘찬성파’ 한 명이 처음으로 발언을 하자,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함성과 함께 박수를 쳤다. 장애 자녀를 둔 부모, 타구에서 소식 듣고 찾아온 특수학교 재학생 및 졸업생과 학부모, 특수학교 교장, 아무 관계 없지만 우리를 지지하러 온 사람들…

“아이고~ 많이도 왔네!” 내 자리 바로 뒷줄에서 반대를 외치던 주민들도 놀란 눈치였다. 그러면서 주민도 아닌 것들이 왜 여기 와서 난리냐고 비아냥거렸다. 애초에 지역 주민 외에 장애인 학부모와 특수학교 설립에 관심 있는 모든 사람이 참석 대상이라고 공지된 터였거니와 찬성파 중에 성수동 주민도 있었다. 재개발은 아직 멀었는데 10년 후가 될지 언제 입주할지 기약 없는 사람들을 걱정할 게 아니라, 당장 이 동네에 살고있는 내 아이가 다닐 학교가 없다고 눈물을 삼키며 이야기했다.

왜 특수학교는 지고 들어가야 할까

특수학교 설립은 이미 결정된 사안이기에 안심할 수 있었지만 한편으로 의문이 들었다. 왜 특수학교는 일반 학교는 하지 않는 주민 설명회를 열어야 하나? 학교를 짓는데 왜 주민 의견을 들어야 하고 왜 지역사회와 상생 방안을 찾아야 하나? 특수학교 짓는 게 죄를 짓는 것도 아닌데, 왜 우리가 눈치를 봐야 하나? 지금 제하가 다니는 특수학교도 보상 명목으로 바로 옆 초등학교에 수영장을 지어줬다고 한다. 지고 들어갈 것이 아니라, 잘못된 인식과 제도부터 바꿔야 하지 않을까.
주민 설명회 두 달 뒤, 엄마들은 서울시의회에 학교 신설안 승인을 촉구하며 무릎을 꿇었다 그 자리에 있었던 반대 주민에게 묻고 싶다. 아이가 학교에 갈 권리보다 집값이 중요한지. 집값에 설사 영향을 준다 하더라도 이미 오를 대로 오른 집값에서 한두 푼 깎여 나가는 게 그렇게 아까운지. 내가, 내 가족이 선천적이든 후천적이든 장애를 겪을 일이 절대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지. 모두가 늙어 죽을 때까지 자신의 두 다리로 걸어 다닐 거라는 보장은 없으며 장애는 결코 남의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다음 세대에서 장애를 가지고 살아야 할 아이들, 그리고 그 아이를 키우게 될 부모들은 큰 고비 없이, 아주아주 당연하게 특수학교가 개교할 수 있는 세상에서 살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날이었다.

특수학교가 당연하게 개교할 수 있는 세상을 꿈꾼다 더 읽기"

『독서의 뇌과학』 — 부모와 아이의 뇌를 함께 성장시키는 시간

뇌과학자 김대식 교수와 정재승 교수가 추천한 『독서의 뇌과학』은 책 읽기가 단순한 취미나 학습 수단을 넘어, 인간의 뇌 발달과 정서적 교류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탐구합니다.

이 책은 “활자를 읽는 일은 뇌의 전신운동과 같다”는 말로 시작한다. 독서는 뇌의 거의 모든 영역을 활성화시키며, 사고력과 창의력의 토대를 다집니다. 연구에 따르면 아이디어를 떠올릴 때와 책을 읽을 때 활성화되는 뇌 부위가 동일하다고 한다. 즉, 독서는 단순한 정보 입력이 아니라 창의적 사고를 자극하는 훈련이기도 합니다.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부모가 아이에게 책을 읽어줄 때 일어나는 뇌의 변화다. 실험 결과, 부모의 뇌에서는 언어 영역이 아닌 ‘마음의 뇌(배내측 전전두엽)’가 활성화되었고, 아이의 뇌 또한 감정과 정서를 담당하는 영역이 반응했습다. 서로의 마음이 동기화되는 순간인 거지요. 또한 부모와 아이의 뇌파가 같은 리듬으로 움직일 때, 정서적 안정과 신뢰감이 강화되고 육아 스트레스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책은 또한 디지털 기기 시대의 독서 습관에 경고를 보냅니다. 스마트폰은 집중을 방해하고, 깊이 있는 사고를 어렵게 만듭니다. 반면, 종이책을 통한 독서는 몰입과 사고의 연결망을 넓히며, 타인의 마음을 상상하는 능력—즉 공감력을 길러줍니다.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시간은 길 필요가 없습니다. 단 몇 분이라도 부모와 아이의 마음이 만나는 경험이 중요해요. 책을 통해 함께 웃고 상상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그 짧은 순간이 아이의 언어, 정서, 사회성 발달의 토대가 됩니다.

『독서의 뇌과학』은 단순히 “책을 많이 읽자”는 조언서가 아닙니다. 부모와 자녀의 마음이 만나고, 뇌가 함께 성장하는 과정을 과학적으로 보여주는 책입니다. 하루 10분의 책 읽기가 아이의 뇌를 단련하고, 부모의 마음을 회복시키는 가장 자연스러운 방법임을 이 책은 보여줍니다.

발달이 느린 영아를 돌보는 부모님에게도 도움이 될 거예요

부모님과 아이가 함께 책을 읽을 때, 아이의 뇌는 단어를 배우는 것보다 부모님의 목소리와 표정을 통해 ‘마음을 느끼는 일’에 집중한다고 해요. 연구에 따르면 이때 부모님과 아이의 ‘마음의 뇌(배내측 전전두엽)’가 같은 리듬으로 반응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 과정이 바로 정서적 안정과 애착 형성에 큰 도움을 주는 거지요.

발달이 느린 아이들은 주의가 쉽게 산만해지거나 감각적인 자극에 예민하게 반응할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상호작용이 끊기거나 반복 행동으로 이어질 수도 있어요. 이런 특성이 있는 아이들에게 그림책 읽기는 부모님과 아이가 한 공간에서 시선과 관심을 함께 나누는 좋은 방법이에요. 아이가 책 내용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부모님의 목소리 톤과 리듬, 표정은 아이의 감정 조절과 사회성 발달에 긍정적인 자극을 줍니다.

매일 10분 정도면 충분해요. 중요한 건 ‘얼마나 오래 읽느냐’보다 ‘얼마나 자주, 즐겁게 읽느냐’예요. 줄거리를 길게 설명하기보다 그림을 함께 보면서 아이가 주목하는 부분을 따라가 주세요. “고양이가 웃고 있네!”, “비가 오네, 주룩주룩!”처럼 아이의 시선을 말로 표현해 주면 자연스럽게 상호작용이 이어집니다.

책을 읽어주는 시간은 치료나 훈련이 아니라, 부모님과 아이가 마음을 맞추는 소중한 시간이랍니다. 특히 부모가 직접 책을 읽어준다는 건 스마트기기가 결코 줄 수 없는 경험이에요. 스마트기기는 아기가 외부와 차단된 채 혼자 몰입하게 하는 반면, 책 읽기는 부모와 아이가 시선을 맞추고, 목소리와 표정으로 소통하며 정서적으로 연결되게 해줍니다. 그래서 영아기에는 가능한 한 스마트기기를 멀리하고, 부모님의 목소리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 좋아요. 그림책을 함께 보며 웃고, 느끼고, 상상하는 순간들이 아이의 언어와 감정, 사회성 발달의 밑거름이 됩니다. 짧은 시간이라도 부모님이 들려주는 한 권의 책은 아이에게 ‘안전기지’가 되어 주고, 부모님 마음에도 따뜻한 안정감을 줄 거예요.

『독서의 뇌과학』 — 부모와 아이의 뇌를 함께 성장시키는 시간 더 읽기"

IFSP는 IEP에 Family를 더한 것이라는 생각 과연 맞을까?

글 : 이소영(특수교육학 박사, 한국영아발달조기개입협회)

IFSP와 IEP를 비교할 때 흔히 하는 오해 중 하나는 “IFSP = IEP + 가족”이라는 단순화입니다. 겉보기에는 IFSP가 IEP 내용에 가족 관련 사항이 추가된 정도로 여겨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초기에 조기개입을 접한 일부 현장 교사들도 IFSP를 “IEP를 가족 단위로 확장한 것” 정도로 이해하기도 했습니다. 한 연구에서 영아반 교사들은 IFSP를 처음 접했을 때 *“IEP에 가족 지원을 추가한 문서”*로 여기는 경향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인식은 IFSP의 본질을 놓치는 것입니다. IFSP는 단순히 교육계획에 가족과 관련된 항목 몇 개 덧붙이는 일이 아니라, 관점의 전환을 요구합니다. 다시 강조하면 '가족 중심'이라는 철학이 IFSP의 출발점입니다. IEP가 '아이에게 무엇을 가르칠까?'를 묻는다면, IFSP는 '가족이 아이를 위해 무엇을 하고, 무엇을 필요로 할까?'를 묻습니다. 이렇듯 질문의 방향이 다르기 때문에 내용과 실행 방식도 달라집니다.

IFSP와 IEP, 무엇이 다르고 왜 구별해야 할까요?

한국의 특수교육 및 조기개입 현장에서 IFSP(Individualized Family Service Plan, 개별화가족서비스계획)와 IEP(Individualized Education Program, 개별화교육계획)는 종종 혼동되거나 같은 것으로 여겨지곤 합니다. 하지만 두 계획은 대상과 철학이 근본적으로 다르며, 이를 명확히 구분하여 이해하는 것은 발달지연 영유아의 부모, 조기개입 실무자, 정책담당자 등 모두에게 중요합니다.

IEP(개별화교육계획)는 3세 이상의 장애 아동을 위한 교육 계획입니다. 장애 학생 한 명 한 명의 교육적 필요에 맞는 목표와 교수법, 특수교육 서비스 내용을 담고 있으며, 주로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제공되는 특수교육과 관련 서비스를 다룹니다. IEP는 특수교사, 치료사, 행정가, 부모 등이 팀을 이루어 수립하고 정기적으로 점검되며, 아동의 교육 목표 달성에 초점을 맞춥니다. 한국의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에서도 모든 특수교육대상자에 대해 이러한 IEP 수립을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IFSP(개별화가족서비스계획)는 주로 생후 0세부터 3세 미만의 영유아와 그 가족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 계획입니다. IFSP에는 아이의 현재 발달 수준, 가족 구성원의 우려와 필요(needs), 그리고 아이와 가족에게 제공될 서비스 및 지원이 상세히 기술됩니다. IEP가 학교 환경에서의 교육계획인 반면, IFSP는 가정과 지역사회 등 자연스러운 환경에서 이루어지는 조기개입 서비스의 기반이 됩니다. 다시 말해 아이뿐만 아니라 가족 전체의 목표와 필요를 반영하여, 가족이 주도적으로 아이의 발달을 도울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계획입니다. 이러한 차이 때문에 IFSP는 흔히 “아이 + 가족을 위한 계획”, IEP는 “아이를 위한 교육계획”으로 구분됩니다.

요약하면, IEP가 아동의 교육적 필요에 초점을 둔 학교 기반 계획이라면, IFSP는 영유아 가족의 삶과 환경 전반을 고려한 가족 중심 계획입니다. IEP는 <아동 중심(child-centered)>인 반면, IFSP는 <가족 중심(family-centered)>이라는 철학적 차이가 있습니다 (김영숙, 2010; 이병인, 2012). 이러한 철학의 배경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요? 이를 이해하기 위해 IFSP가 등장하게 된 배경을 살펴보겠습니다.

IFSP가 등장한 배경: IDEA Part C의 도입

IFSP는 미국 연방법인 장애인교육법(IDEA)의 영유아 조기개입 조항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과거 특수교육 법률은 학령기(학교 연령)의 아동에 초점을 맞추었으나, 1986년 미국 공법 99-457 개정으로 3세 미만 장애 영유아를 위한 조기개입(Early Intervention) 프로그램이 도입되었습니다(Parent Center Hub, n.d.). 당시 미국 의회는 '장애 영아의 발달을 촉진하고, 장애 아동의 가족이 특별한 요구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향상시킬 긴급하고도 중대한 필요'가 있음을 법에 명시하였습니다(Parent Center Hub, n.d.). 이 법 개정으로 영유아 조기개입이 연방 차원에서 지원되기 시작했고, 각 영유아마다 가족 중심의 개별계획인 IFSP를 수립하도록 규정하였습니다.

즉, IDEA 법률의 Part C가 신설되면서 0~2세 장애 영아와 가족을 위한 국가 책임 조기개입 서비스가 시작되었고, 그 핵심 도구가 IFSP였습니다. 이후 2004년 개정된 현행 IDEA에 이르기까지, 이러한 조기개입 철학은 유지되고 있습니다. 법에서는 영유아 조기개입의 목표로 '첫 3년 간의 중요한 두뇌 발달 시기에 적절한 지원을 제공하고, 가족의 역량을 강화'하는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Public Law 108-446, 2004). 다시 말해, 초창기부터 IFSP는 단순히 아동의 교육 준비를 돕는 것을 넘어 가족을 지원하고 역량을 키우는 것을 중요한 목적으로 삼았습니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 덕분에 IFSP에는 IEP와 구별되는 가족 중심 철학이 녹아 있습니다. 다음 장에서 IFSP만의 구조적·철학적 특징을 구체적으로 알아보겠습니다.

가족 전체를 중심에 둔 IFSP의 철학적 의미

가족 중심 접근

영유아기의 발달은 가정에서의 일상생활 속에서 주로 이루어집니다. 따라서 IFSP에서는 가족의 목표와 필요를 함께 반영하여, 가족이 아이의 발달 지원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도록 합니다. 예를 들어 부모가 바라는 아이의 성장 모습이나 가정에서 필요로 하는 지원을 함께 고려하여 목표를 세우게 됩니다. 가족 구성원 모두가 일상의 자연스러운 활동 속에서 아이의 발달을 도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IFSP의 핵심 철학입니다. 이는 '가족 역량 강화(family empowerment)'의 관점으로, 가족이 자신의 자원과 강점을 활용하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나가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김영숙, 2010; 이병인, 2012). 결국 IFSP는 가족이 아이의 발달 촉진을 위한 가장 중요한 중재자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전문가와 가족이 협력하여 아이를 돕는 틀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자연스러운 환경에서의 서비스

IFSP는 아이의 일상이 펼쳐지는 자연스러운 환경(natural environment)에서의 발달 지원을 중시합니다. 영아기에는 학교나 치료실보다는 가정과 지역사회가 아이의 주된 생활 무대가 되므로, IFSP 목표와 중재 전략도 이 환경에서 부모나 보호자가 실제로 적용할 수 있는 방식으로 수립됩니다. 예를 들어, 언어 발달을 위한 전략이라면 가정 내 식사 시간이나 놀이 시간에 자연스럽게 부모가 사용할 수 있도록 제안됩니다. 이를 통해 아이는 일상 속에서 반복적으로 발달 기회를 갖고, 배운 기술을 실제 생활에 활용할 수 있게 됩니다.

반면 IEP 역시 ‘자연스러운 환경’에서의 교육을 원칙으로 하고 있으며, 유아기의 경우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와 같은 기관이 점차 아동의 생활 중심이 되는 환경으로 확장됩니다. 따라서 IEP도 아동의 일상 속 경험과 사회적 참여를 고려하여 계획되며, 이는 발달 시기에 따라 자연환경의 개념이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자연스러운 환경에서의 서비스

전환 계획(Transition Planning): IFSP에는 전환계획도 포함됩니다. 전환계획이란 아이가 만 3세가 되어 조기개입(Part C)에서 유아특수교육(Part B, IEP)으로 옮겨갈 준비를 미리 계획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지역 유치원 특수학급이나 어린이집으로 이동하기 전에 필요한 지원을 점검하고, 해당 기관과 정보를 공유하는 절차 등이 IFSP에 명시됩니다 (이병인, 2012; 최진희 & 지은선, 2020).이를 통해 조기개입에서 유아교육 단계로의 부드러운 연결을 도모하고, 서비스 공백이나 혼선을 줄일 수 있습니다. IEP에도 학교 간 전환(예: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 계획이 있을 수 있지만, IFSP의 전환계획은 특히 Part C에서 Part B로 넘어가는 큰 변화를 대비한다는 점에서 중요합니다.

다학제적 팀 협력

IFSP는 여러 전문분야 전문가들의 협력을 기반으로 합니다. 특히 출생 후 처음 3년은 신경발달과 전인적 발달이 가장 빠르게 이루어지는 시기로, 운동, 인지, 언어, 사회정서 등 발달 영역이 아직 명확히 분화되기보다는 상호 긴밀하게 통합되어 나타납니다. 이러한 이유로, 특정 영역만을 따로 떼어 평가하거나 개입하는 것은 발달 전체의 흐름을 놓칠 수 있습니다. 따라서 IFSP 수립에는 특수교사, 언어재활사,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사회복지사 등 다양한 전문가가 참여하여 통합적인 관점에서 아동의 발달과 가족의 강점·욕구를 함께 평가하고, 그에 따른 포괄적 지원계획을 마련합니다. 서비스 제공 과정에서도 팀 구성원 간 지속적인 공유와 조율을 통해 협력적 실행이 이루어집니다. 물론 IEP에서도 전문가 협의가 이루어지지만, IFSP는 교육뿐 아니라 의료·복지까지 포함하는 보다 넓은 협력 체계 안에서 작동한다는 점에서 구조적 차이가 있습니다. 이는 복합적인 발달 지연을 보이는 영유아에게 반드시 필요한 접근입니다.
정리하면, IFSP는 가족을 파트너로 삼아 자연스러운 환경 속 일상 활동을 통해 아이의 발달을 돕고, 만 3세 이후를 대비한 계획까지 포함하는 거시적인 관점의 계획입니다. 이러한 점들이 IEP와 어떻게 다르게 나타나는지, 구체적인 차이를 다음에서 비교해보겠습니다.

IEP와의 구체적인 차이: 대상 연령, 장소, 주체, 가족 역할

대상 연령

IFSP는 출생부터 만 3세 미만의 영유아를 대상으로 합니다. 반면 IEP는 만 3세부터 학령기(유치원 ~ 고등학교)까지의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합니다. 예를 들어, 두 돌짜리 아이에게는 IFSP가 적용되고, 세 살 생일이 지나면 IEP로 전환됩니다.

계획의 초점과 장소

IFSP는 가정 및 지역사회에서의 생활 전반을 다룹니다. 서비스도 가정 방문이나 가정 인근의 지역사회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IEP는 학교 또는 교육기관에서의 교육 활동을 중심으로 한 계획입니다. 그래서 IFSP 목표에는 '가정에서의 식사 시간에 자조기술 습득' 같은 내용이 들어가며, IEP 목표는 '유치원 수업 중 사회적 상호작용 기술 습득'처럼 학교 상황에 초점을 맞춥니다.

서비스 제공 주체

미국의 경우 IDEA Part C에 따라 각 주는 조기개입 시스템을 총괄할 ‘리드 기관(lead agency)’을 지정해야 하며, 이 기관은 연방정부로부터 조기개입 예산을 받아 IFSP 체계 운영, 인력 배치, 서비스 조정 및 모니터링 등의 책임을 집니다(34 CFR §303.120; ECTA Center, n.d.). 이 리드 기관은 주에 따라 보건부(DOH), 사회서비스부(DSS), 교육부(SEA) 등 다양하며, 가정방문 전문가(home visiting providers) 또는 '조기개입 전문가(EI specialists)'를 고용하거나 위탁해 가정 기반의 발달 평가 및 개입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이들은 아이와 가족의 일상 속에서 IFSP 목표에 맞춘 중재를 수행합니다. 반면 IEP는 IDEA Part B에 따라 주 및 지역 교육청(LEA)이 주체가 되어 학교 기반에서 운영됩니다. IEP 수립과 실행은 학교 내 팀(특수교사, 일반교사, 치료사, 행정가 등)이 담당하며, 중재는 교실 또는 치료실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따라서 Part C의 IFSP는 보건·복지 기반 가정중심 서비스, Part B의 IEP는 교육기관 기반 학교중심 서비스라는 구조적 차이가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현재 시·도교육청 산하 특수교육지원센터나 특수학교에서 0~3세 영아를 위한 학급(영아반)을 운영하고 있으며, 교육청이 자체 개발한 IFSP 양식을 활용해 개별 목표를 설정하고 있습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지방자치단체 조례에 따라 ‘아이발달지원센터’나 ‘아이발달지원단’이 설립되어 지자체 중심의 조기개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러나 미국처럼 국가 차원에서 조기개입 리드 기관을 공식 지정하고, 보건·복지·교육 영역을 아우르는 다학제 기반의 통합적 서비스 체계를 갖춘 구조는 아직 제도화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다시 말해, 한국은 지역 단위에서 제한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영아 지원 체계가 존재하지만, 국가적 수준의 제도적 통합과 표준화된 운영 구조는 미비한 상황입니다.

계획 수립 팀 구성

IFSP 팀에는 가족이 핵심 일원으로 참여하며, 앞서 언급한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 합니다. IEP도 부모가 IEP 회의에 참여하지만, 팀 구성이 주로 교육진(특수교사, 일반교사, 치료사, 행정가 등) 중심입니다. IFSP 회의에서는 가족의 우선순위와 자원을 직접 듣고 목표를 설정하며, 가족 구성원이 의사결정의 중심에 서게 됩니다 (이병인, 2016). IEP에서는 부모 의견을 반영하지만, 교육과정상의 목표 설정이 주가 됩니다.

가족의 역할

가족 참여도에서 IFSP와 IEP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IFSP는 말 그대로 ‘가족 서비스 계획’이므로 가족 자체가 서비스 대상이자 제공자입니다. 가족이 아이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함께 고민하고, 가족을 위한 지원(부모 상담, 정보 제공 등)도 계획에 포함됩니다. IEP에서는 가족은 지원팀의 한 구성원으로서 의견을 내고 협력하지만, 계획의 초점은 어디까지나 아이의 학교 교육입니다 (박은혜 외, 2023).

한 유아특수교사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IEP가 교육기관에서의 아이 교육 목표 수립이라면, IFSP는 가족 구성원이 아이에게 어떤 지원을 해줄 수 있는지에 대한 목표이기 때문에 목표 자체가 아예 다르다.” (박은혜 외, 2023).

이처럼 IFSP에서 부모는 단순한 협조자가 아니라 공동 주체로서 활약하게 됩니다.

내용의 범위

IEP는 아이의 교육적 목표와 특수교육 서비스에 중점을 둡니다. 반면 IFSP는 보다 포괄적인 발달 목표와 서비스를 포함하는데, 여기에는 치료 서비스(언어치료, 물리치료 등)는 물론 가족지원 서비스(부모 교육, 형제자매 지원 등)까지 포함됩니다 (박은혜 외, 2023). 예를 들어, IFSP에는 “가족을 위한 장애 이해 교육 제공”이나 “지역 사회복지 자원 연계” 같은 내용도 들어갈 수 있습니다. 이러한 구성은 IEP에서는 흔히 포함되지 않는 부분입니다.

IFSP의 실제 효과와 실행의 과제

여러 국내 연구들은 IFSP가 단순한 문서가 아니라 아동 발달과 가족 역량 향상에 실제 효과가 있는 계획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최진희·지은선(2020)은 미숙아(이른둥이)를 대상으로 IFSP를 적용한 사례연구를 통해, 가족과 함께 수립한 목표를 기반으로 한 개입이 유의미한 발달 향상을 이끌어냈다고 보고했습니다. 연구 대상인 아동은 언어, 운동, 사회성 등 여러 발달 영역에서 긍정적인 변화를 보였으며, 이는 일상 속 반복적인 상호작용과 가족의 꾸준한 실행 노력이 있었기 때문으로 분석되었습니다.

그러나 IFSP가 실질적인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그 취지에 부합하는 실행 조건이 함께 갖추어져야 합니다. 박은혜 등(2023)의 질적 연구에서는, 서울 지역 특수교육지원센터에서 영아반 교사들이 IFSP를 수행하며 느낀 어려움을 드러냅니다. 교사들은 “IFSP가 서류를 위한 서류처럼 느껴진다”, *“가족이 IFSP의 필요성에 공감하지 못해 참여를 이끌기 어렵다”*고 말하며, 가족 참여 부족, 행정 중심 작성, 시간적 여건 부족 등을 시행상의 주요 한계로 지적했습니다.

이러한 결과는 IFSP를 단순히 형식적인 문서로 받아들일 경우 본래의 가족 중심 개입이라는 철학이 퇴색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즉, IFSP는 단지 계획서를 만드는 작업이 아니라, 가족과 함께 목표를 수립하고 실생활에서 이를 실행해가는 공동의 실천과정이어야 합니다.

한국의 현황: 법과 정책에서의 IFSP

앞서 언급했듯 한국의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에는 IFSP라는 용어가 직접 명시되어 있지 않습니다. 법 제22조 등에 따라 모든 특수교육대상 영유아에게 IEP를 수립하도록 되어 있고, 법령상 가족지원에 관한 조항도 있기는 합니다 (특수교육법 시행령 제23조 1항에서는 가족상담, 부모교육 등 가족지원 내용을 규정하고 있음). 그러나 '가족지원계획'을 별도의 문서로 수립하라는 규정은 없습니다. 다시 말해, 영유아도 형식적으로는 IEP 체계 안에서 관리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일선 특수교육지원센터의 영아학급에서도 과거에는 IEP 양식을 약간 수정하여 영아 지도를 계획하거나 했지만, 점차 IFSP 개념의 필요성이 대두되었습니다(박은혜 외, 2023).

정책적으로도 최근에 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교육부의 제6차 특수교육 발전 5개년 계획(2023~2027)에서는 처음으로 영아 조기개입에서 IFSP 도입을 명시적으로 언급했습니다. 이 계획에 따르면, 특수교육지원센터의 영아학급을 확대하고 영아 및 가족 지원을 위해 IFSP를 수립·실행하도록 추진한다고 합니다(교육부, 2023). 구체적으로는 'IFSP 운영 매뉴얼을 2023~2024년에 개발하고 2025년에 시범 운영'하겠다는 일정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는 한국 특수교육 정책에서 IFSP를 제도화하려는 첫 걸음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현재 일부 시·도교육청에서는 이런 방향에 따라 움직임이 있습니다. 서울특별시교육청의 경우 특수교육지원센터에 전담 영아교사를 두고 ‘영아교실’을 운영하며 IFSP를 작성·실행해 보고 있습니다(서울특별시교육청, 2022). 다만, 일선에서는 앞서 언급한 연구처럼 시행착오도 겪고 있습니다. 공통된 지침 부재로 센터마다 운영 방식이 다르거나, 교사 혼자 IFSP를 작성해야 하는 현실적인 어려움도 보고됩니다 (박은혜 외, 2023). 이는 제도적 뒷받침과 전문인력 양성이 병행되어야 함을 시사합니다.

정리하면, 한국에서는 아직 법적으로 IFSP가 정착되어 있지는 않지만 정책적으로 그 필요성이 인정되어 도입이 논의되고 있는 단계입니다. 앞으로 IFSP가 효과적으로 정착하려면 법 개정이나 지침 마련뿐 아니라, 무엇보다 현장의 이해와 준비가 중요할 것입니다.

IFSP 제도화보다 선행되어야 할 것들

IIFSP와 IEP를 구별하여 이해하는 것은 단순한 용어상의 문제가 아니라, 조기개입의 정체성과 철학을 바로 세우는 일입니다. 조기개입은 출생부터 만 3세까지의 급격한 발달 변화와 가족의 역할이 결정적인 시기에 이루어지는 지원이며, 그 실행 맥락은 학교가 아닌 가정과 지역사회라는 자연스러운 일상 공간입니다. 또한, 조기개입은 교육뿐 아니라 보건, 재활, 복지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 참여하는 다학제적 접근을 통해 실행됩니다.

이처럼 조기개입은 그 철학과 방식이 IEP 기반의 학교 중심 특수교육과는 본질적으로 다릅니다. 따라서 IFSP는 가족을 교사의 보조자가 아닌 동등한 협력자이자 실행 주체로 존중하는 새로운 실천 구조를 전제로 합니다. 이 구조를 온전히 이해하고 수용하는 것이 IFSP 도입의 출발점이 되어야 합니다.

부모들은 IFSP를 통해 자신의 아이와 가족의 요구에 부합하는 지원을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실무자들은 단순히 서류를 채우는 것을 넘어, 가족과 진정한 협력관계를 형성해야 함을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책입안자들은 IFSP 도입이 단순히 IEP 양식 하나 더 만드는 일이 아님을 알아야 합니다. 가족 중심 조기개입 철학이 충분히 공유되고 난 후에야 IFSP가 현장에서 제대로 기능할 수 있을 것입니다.

IFSP는 IEP에 Family를 더한 것이라는 생각 과연 맞을까? 더 읽기"

위로 스크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