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이야기

특수교육 대상자 진단배치 과연 개별화 맞나?

글 : 윤승아

먼저 저와는 다른 경험을 가지신 부모님도 있을것 같지만 이것은 저의 개인적인 경험임을 밝힙니다.
올해로 14살인 저희 아이는 만3세 무렵 특수교육 대상자로 선정되어 치료지원과 혜택을 받기 위해서 처음으로 특수교육지원센터를 통해 일반학교 병설 유치원에 입학했습니다.
취학을 앞두고 1년간 유예를 하기 위해 다시 어린이집에 다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두 번째로 특수교육지원센터를 통해 일반학교에 배치받아 특수학급과 통합학급 수업을 병행했습니다.
그러다가 아이의 기능적 시각의 어려움 때문에 시각장애 특수학교로 전학을 가려고 했지만 기존의 진단평가로는 갈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세 번째 진단평가 및 재배치를 받았습니다. 어렵게 전학한 학교는 시각장애만을 위한 학교가 아닌 발달장애 영역과 같이 있어서 교육과정은 따로 운영하지만 방과후 활동이나 학교 큰 행사는 시각장애 학생들과 발달장애 학생들이 함께 하기 때문에 참여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이 때문에 많은 고민을 한 끝에 2027년 예정인 시각장애 특수학교가 설립되기 전까지 지체장애 학교를 보내고자 다시 특수교육지원센터에 전학을 의뢰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저는 총 네 번의 특수교육 대상자 진단배치를 위한 과정을 경험했습니다.

처음 특수교육 배치를 의뢰한 경험

만 5~6세 무렵 학교 진학을 고민 중일 때 강남의 특수교육지원센터의 선생님께 상담을 받았습니다. 막막한 저에게 좋은 조언을 많이 해주셨고 학교 선택에 있어서 고려해야 할 것들을 잘 알려주셨어요.
이때 저는 특수교육지원센터는 우리 아이들과 부모에게 적합한 교육에 대한 지원과 교육과정에서 어려운 점들에 대해 지원을 해주는 곳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변한 걸까요? 상담해 주시는 선생님에 따라 다른 걸까요?

우리 아이를 위한 최선의 진단평가를 한 것일까?

처음엔 이처럼 긍정적인 경험을 했지만
최근 3년의 제 경험에 비추면 . . .“아이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다” 입니다.

무척 당황스러웠습니다. 평가를 담당하는 교사를 비롯해 지원팀 내에 전문가가 있는가 있는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당시 우리 아이가 학업전 단계이고 2~3세의 발달연령임을 사전에 말씀드렸지만 평가자는 아이에게 덧셈을 물어봤습니다. 더군다나 시각적 어려움이 있다고까지 했으나. . . 평가 도구와 방법이 아이들의 발달 정도에 따라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일반적인 학령기 아이들에 맞추어 획일화되어 있기 때문에 학업전 단계의 아이에게 맞는 평가가 안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아이들을 1시간 남짓 평가하고 진단하는 것이 가능할까요? 이런 평가를 통해 아이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까요? 특수교육 지원센터가 단순히 평가 후 배치를 하는 기능만 가지고 있는 건가요? 혹 단순히 평가 및 배치만 한다 하더라도 적절한 평가도구와 방법을 적용할 수 있는 전문가가 배치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치료가 배제된 학교 환경

게다가 학교 안에는 치료가 배제되어 있습니다.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에는 '특수교육 대상자에게 필요한 경우 물리치료, 작업치료 등 치료지원을 제공하여야 한다.' 라고 제 28조에 특수교육 관련서비스를 명시하고 있습니다. 특수교육 관련 서비스란 특수교육대상자의 교육을 효율적으로 실시하기 위하여 필요한 인적·물적 자원을 제공하는 서비스입니다. 그렇다면 치료사와 교사가 협력하여 학교 안에서 어떻게 지원을 해주어야 하는가를 결정해야 할텐데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합니다. 아이들은 각자 학교 밖에서 알아서 필요한 치료를 알아보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며서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이때문에 특수교사는 각 아이의 치료 영역별 전문가들과 협력을 할 수가 없습니다. 정작 부모는 각 개별 치료사들로부터 아이의 발달과 지원 방법에 대한 조언을 수년간 들으며 아이의 상황에 대한 이해가 점점 높아집니다. 서당개도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데, 부모는 최소한 우리 아이에 대해서는 전문가에 가까운 수준이 됩니다. 이처럼 아이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도가 높은 부모가 지닌 교육에 대한 욕구와 실제로 제공 받는 실제 교육 사이에는 큰 괴리가 생깁니다.

개별화된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나?

특수교육은 개별화된 지원을 하기 위해 IEP(개별화교육계획서)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IEP의 목표는 과연 우리 아이의 현재와 가까운 미래, 그리고 좀 더 먼 미래를 위한 계획인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당장의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서도 실제로 교육하고 평가하는 과정도 개별 아이에 맞게 이루어져야 할텐데, 실제로 이러한 개별화가 잘 이루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은 제가 너무 원하는 게 많은 부모이기 때문일까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단편적이며 주먹구구식의 시스템과 실제

장애를 바라보는 인식과 시선이 너무 단편적입니다.
중복장애가 있는 아이들은 그 양상이 아이들마다 매우 다양하고 복잡하며, 상황과 시간에 따라 아이들이 표현하는 방법과 능력이 달라집니다. 위에 언급한 치료가 교육과 분리된 것도 이와 같은 단편적인 접근이 그 원인 같습니다.
미국에 체류하면서 공립학교에서 1년간 특수교육을 경험하고 온 한 부모님과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IEP를 작성하기 위해 언제 했는지도 모르게 5번의 평가를 했다고 합니다. 그 평가를 통해 계획을 세우고, 이 과정에서 치료영역의 전문가들의 의견도 통합됩니다. 이 과정에 부모나 아이가 평가를 위해 시간 맞춰서 오고 가는 등의 별도의 부담은 없었다고 합니다.
미국의 한 시각장애 학교에서는 뇌성시각장애(CVI) 아동을 평가하기 위해서 며칠을 관찰하고 평가를 한다고 합니다. 적어도 1시간도 채 되지 않는 시간의 검사는 아니라고 합니다.

시스템에 우리 아이를 맞추지 말라

우리 아이에 맞는 전문적이고 개별적인 접근에 대한 요구에 부응하여 시스템을 변화시키려는 노력은 그 어디에서도 볼 수가 없습니다. 오히려 이를 요구하는 부모의 민원을 막고자 근거리 우선이라던가 차상위라던가 다른 이유를 찾고 그에 대한 행정 편의적인 이유와 규정을 만듭니다. 최종 결정을 하는 특수교육위원회 또한 우리 아이를 위한 최적의 전문가들로 구성되는 것이 아닙니다. 공정성을 강조해 변호사, 일반 학부모 등등 특수교육과 관련 없는 사람들로 구성됩니다. 국민 배심원단도 아니고 부모의 민원을 막기 위한 제도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전문성이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결과에 타당성을 부여해야 하기 때문에 더욱더 이러한 제도를 공고히 합니다.

시스템에 우리 아이를 맞추지 말라

이 과정에서 특수교육을 받아야 하는 아이보다는 부모의 태도에 더욱 신경을 쓰는 것 같다고 느낄 때가 있습니다.
최근 전학을 위한 심사에선 총 5명의 특수교사가 들어왔습니다. 한 분은 전체를 진행하는 듯 했고 한 분은 아이를 평가했고 3분은 부모에게 이미 제출한 서면 평가서와 같은 내용을 질문했습니다. 이와 같은 형태의 심사는 특수교육지원센터가 누구에게 집중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한 단면이라고 생각합니다.
경기도에는 지체장애 특수학교가 없습니다. 서울 외곽에 있는 지체장애 특수학교는 서울의 어떤 지역보다 인접한 경기도의 한 지역이 더 가까울 수 있지만 갈 수 없습니다. 아이를 위해 이사까지 할 결심을 해도, 자리가 있어도, 배치가 안될 수 있습니다. 일단 이사부터 하라구요? 배치가 보장되지 않는 상태에서 어떻게 무턱대고 이사부터 할 수 있을까요? 배치가 확정되고 이사하면 안됩니까? 이것이 우리 아이들을 위한 합리적인 제도일까요?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특수학교. 거기에 시스템의 변화가 아닌 공정성을 내세우며 부모민원을 막기에 급급한 상황들.
지난 2022년 시각장애 학교를 가기 위해 진단평가를 할 때 CVI에 대한 인식이 전무한 우리나라 상황에서 평가하는 선생님도 과정을 지원해주시던 지원센터의 선생님도 어려워 하는 상황이였습니다. 저는 너무도 막막하고 답답한 상황들에 결국 울음이 터졌고 선생님들은 저를 위로해 주셨습니다. 그때 저는 말하고 싶었어요.
“여러분들이 정말 관심을 두어야 할 대상은 울고있는 제가 아니라 표현도 못하고 도움이 간절한 특수교육대상자인 아이들이라고. . .“

특수교육 대상자 진단배치 과연 개별화 맞나? 더 읽기"

정원에 나가보자. 마음을 환기하자.

글 : 김지영

일, 취미, 평범한 일상... 우리가 아이를 키우면서 손에서 놓게 된 것이 얼마나 많을까.
횟수는 줄었지만 내가 여전히 하는 것은 한두 달에 한 번 전시를 보러 다니는 것이다.
최근에는 여운이 길게 남아 처음으로 두 번 방문한 전시가 있다.

‘이 땅에 숨 쉬는 모든 것을 위하여’
한국 최초의 여성 조경가 정영선의 작품 세계를 조명하는 전시다.

정영선: 이 땅에 숨 쉬는 모든 것을 위하여

‘조경’이라고 하면 단순히 나무나 꽃을 심는 정도로 생각할 수 있지만, 알고 보면 건축 못지않다. 건축처럼 설계 도면으로 작업하며 터를 읽어내는 감각과 식물의 생육환경, 주변 경관과의 어우러짐 등 고려해야 할 것이 많다. 조경은 그 자체로, 또는 건축과 어우러져 건물의 안팎과 주변의 분위기까지 바꿀 수 있다.
<전시장 전경>
1973년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조경학과 1기로 입학해 대한민국 1세대 조경가로 활동한 정영선은 국가 주도 사업부터 기업 프로젝트 등 지금까지 수많은 프로젝트를 해냈다. 여든이 넘은 지금도 현장에서 일하는 정영선의 작업은 곧 한국 조경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청계천, 선유도 공원, 경춘선 숲길, 국립수목원, 아모레퍼시픽 사옥, 크리스찬디올 성수, 올림픽공원, 예술의 전당, 설화수의 집… 그녀의 손을 거친 곳 중 내가 가본 곳만 해도 열 곳은 넘는 것 같다.
<전시가 열리고 있는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가까운 북촌 설회수의 집>
<아이들과 함께 한 청계천>
<이사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의 경춘선 숲길. 전시를 보고 나서 가보니 감회가 새롭다>
정영선은 뻔한 잔디밭에 나무, 벤치, 분수가 늘어서 있는 정원은 지양했다. 어린 초목이 자라나 숲이 우거질 모습과 물의 흐름을 그리고 풀벌레와 동물, 사람들을 위한 쉼터… 정원 그 너머를 상상하며 땅에 한 편의 시를 쓰듯 작업을 했다. 때로는 생태학자들과 머리를 맞대고 죽어가는 강을 살리기도 하고, 폐정수장을 그대로 살려서 공원으로 만들고, 주차장이 될 뻔한 곳을 살아 숨 쉬는 생태 정원으로 가꾸기도 했다. 정영선은 정원이란 아름다운 자연이 주는 감동과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어야 하는 곳, 장소의 과거를 지우는 게 아니라 기억하게 하는 곳이라 말한다. 그래서인지 그녀의 정원은 원래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럽다.

위로와 행복을 주는 공간, 정원

이번 전시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전시장 초입에서 상영하고 있는 인터뷰 영상이었다.
<서울아산병원 녹지화 스케치>
“환자도 보호자도 가슴이 뻥 뚫리게 숨 쉴 수 있는 곳, 비록 병상에 있어도 창 너머로 계절의 감각을 느낄 수 있는 곳, 환자 앞에서 슬픈 내색을 할 수 없는 가족들이 나와서 펑펑 울 수 있는 곳. 병원의 정원은 그런 따뜻한 위로의 정원이 돼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정영선이 서울아산병원 정원 리노베이션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정말 그렇다. 아이들을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처음 만난 날, 제하의 장에 문제가 생겼다고 한 날, 뇌 손상이 왔다고 한 날,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를 수술실에 혼자 들여보내 놓은 날... 사람들의 눈을 달리 피할 곳이 없어서 병원 복도 구석이나 화장실에 숨어서 몇 번이나 목 놓아 울었다. 가족이 다 같이 병원에 방문한 날은 병동 앞 나무 그늘에 돗자리를 펴놓고 도시락을 먹기도 했다. 그곳이 병원의 정원이었다.
“선유도 공원을 만든 지 며칠 안 됐을 때였어요. 젊은 여인이 기둥에 기대서 울고 있더라고요. 왜 그러냐고 했더니 자살하려고 왔는데 공원이 위로를 준다고,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는 거예요. 그래서 내가 고맙다고 둘이 같이 울고 그랬어요. 공원이라는 곳이 행복한 사람이 와서 노는 장소이기도 하지만, 정말 외롭고 고통스러운 사람이 어디 가서 하소연하지 못할 때, 혹은 울고 싶을 때, 살아가다 보면 위로가 필요한 순간이 너무나 많아요. 공원이 그런 것을 잘 새겨내 줄 수 있어야 해요.”
<우리 가족이 가장 많이 찾았던 서울숲>
나의 신혼집이자 아이를 낳아 키우기 시작한 우리 가족의 첫 집은 서울숲 바로 옆으로 이른바 ‘숲세권'이었다. 비록 집은 햇빛도 잘 들지 않는 좁디좁은 빌라였지만 마음먹고 소풍 가지 않아도 아침저녁으로 산책 삼아 넓은 정원을 거닐 수 있었다. 아이들이 태어나고 나서는 유모차를 끌고 나갔고, 나무 아래에서 가족사진을 찍기도 했다. 속상함에 눈물을 흘리거나 기쁨에 웃음이 터지거나, 내가 어떤 상황에 있든 계절의 흐름에 따라 꽃들은 피고 지고, 새들은 지저귀고, 나뭇잎은 바람에 흔들렸다. 정원은 가장 가까운 안식처였다.
전시장이나 정원을 거니는 것은, 일상과 동떨어진 공간에서 머리와 마음에 다른 것을 들여 환기해준다는 점에서 비슷한 것 같다. 전시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정원을 거닐듯 전시를 보며 지친 마음을 달래고, 감탄하고, 다시 일상에서 힘을 낼 수 있는 영감을 얻었으면 좋겠다. 전시를 볼 여유가 없다면 온라인에 상당히 많은 영상이 있으니 정영선의 인터뷰를 찾아보는 것도 추천한다!

정원에 나가보자. 마음을 환기하자. 더 읽기"

14년째 뇌성마비 아이를 열심히 키운 엄마가 알려주는 알아두면 좋은 TIP 7가지

글/그림 : 조정현

알아두면 좋은 TIP 7가지는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것입니다.
아이들마다 특성과 시기가 다르기 때문에 언제 어떻게 필요할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필요치 않은 아이가 있을 수도 있고 다르게 해야 하는 아이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터득한 뇌성마비 아들을 가진 엄마의 팁인만큼 필요한 것이 있다면 쏙쏙 적용하시기를 제안 드립니다.
예전에 어린아이 부모님들을 만나 드렸던 팁인데 너무 도움이 된다 하셔서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이 쉽게 변하지는 않지만 엄마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그것을 습관적으로 조금씩만 해줘도 언젠가 빛을 발할 때가 있습니다.
알아두면 좋은 TIP 7가지는 중요도에 따른 순서는 아닙니다.
1.치료실의 치료를 연결할 수 있는 경험을 주세요
30-40분의 치료실의 짧은 치료로 아이들이 쉽게 변하지는 않습니다.
치료사가 하는 것들을 보고 최소한 하나라도 집에서도 해주시면 좋습니다.
길게 쉽지 않죠 5분씩 10분씩 짧게 짧게...초등학교 들어가기 전까지 전 모든 치료를 따라 들어갔습니다.
수업을 보고 적고 (꼭 쓰세요 폰 메모장에라도… 안 쓰면 모두 까먹습니다) 최소한 한 개라도 집에 와서 그것을 해주었습니다 ..그땐 몰랐지만 시간이 지나니 그것이 효과가 조금씩 있었습니다.
무슨 치료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은 한 달에 한 번 정도 수업을 따라가고 가끔 상담하지만 들은 얘기를 집에서 연결해서 해보는 것은 지속하고 있고 아이는 계속 변화하고 있습니다.
2.시간 날 때마다 몸을 만져주세요
우리 애는 긴장도가 높고 구부리는 아이라 주로 신전을 위한 스트레칭이지만, 스트레칭이든 안마든 마사지든 꾹꾹 누르는거든 상관없습니다.
각자의 필요에 따라하시면 됩니다.
손을 주물러 준다든지 팔을 펴 준다든지 어깨를 두드려 준다든지… 몸을 만져주는 것은 우리 아이들의 감각을 깨워주고 몸을 인식하게 해줍니다.

저는 주로 아침에는 스트레칭, 저녁에 자기 전엔 아로마테라피를 합니다.
예전에는 솔 치료(솔로 온몸을 마사지하는 감통 치료)와 주열기(열을 이용한 마사지기)를 이용해서 몸을 따뜻하게 해주었습니다.
제가 힘들 때는 진동 마사기도 사용하고 있습니다.
족욕도 좋고 목욕도 좋습니다.
이게 맞을까 틀릴까 하는 고민보다는 손가락 한번 발가락 한번 꾹꾹 눌러주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한가지 더!! 성장하면서 아이가 할 줄 알던 것을 못하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갑작스런 신체 변화로 변형이 와서 그런 경우는 수술이나 보조기구등을 이용하여 적극적인 방법을 취해야합니다.
그런 것이 아니더라도 갑자기 안 부딪히다가 부딪힌다든지 잘 잡던 것을 못 잡는다든지 이런 변화들은 자신의 몸을 인식하던 것이 달라져서 그럴 수 있습니다.
길어진 손가락이 어디까지인지 본인이 몸이 얼마나 커졌는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몸을 만져주면 몸에 대한 인식도 좋아질 수 있습니다.
3.작업 치료는 늘 일상에서 하기
엄지 검지로 잡기를 계속 치료받아 예쁘게 잡을 줄 알지만 숟가락으로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색연필로 끄적거리기도 못합니다.
작업은 손가락 운동, 눈 운동, 입 운동 등을 따로 하는 것이 아니라 통합적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결국 숟가락으로 밥 먹기, 이빨 닦기, 책 넘기기, 낙서하기 등 모든 활동들은 그 자체로 배워야 합니다.
치료실에서 했다고 해도 결국 집에서 매일매일 해봐야 그 활동을 하게 됩니다.
못하더라고 숟가락을 쥐게 하시고 스스로 밥을 먹을 수 있게 스스로 이빨을 닦을 수 있게 해주셔야 합니다.
물론 아이들의 기능에 따라 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끝에 마무리라도 아이가 하는 경험을 주어 스스로 했다는 생각을 주게 하는 것도 좋습니다.

그리고 하나의 활동은 최소의 단위로 세분화해서 작업 분석을 해서 배우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면 손 씻기 하나에는
1. 물을 튼다(레버를 올린다)
2. 손을 모은다
3. 비빈다
4. 비누를 문질러본다
5. 비누를 내려놓는다
6. 물에 손을 갖다 대고 문지른다
7. 비누가 없어질 때까지 손을 이리저리 뒤집는다
8. 물을 끈다 인데 경우에 따라 더 세분화할 수 있습니다.

아이가 처음부터 이 활동을 당연히 다 할 수 없습니다.
그럴 때는 마지막 물을 끈다(엄마가 도움을 주면서 꺼도 됩니다)부터 손 씻기를 해보는 것입니다.
마지막 물 끄기만 해도 아이는 손 씻는 것을 본인이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아이의 이런 생각은 아이가 크면서 자존감에 아주 큰 영향을 줍니다.
세분화한 동작을 하나씩 하나씩 늘려 주시면 언젠가 아이가 손을 씻을 수 있을 것입니다.
4.보조공학기구를 적극 활용한다
보조공학 기구가 하루가 다르게 발전되고 있습니다.
아이가 무엇인가 하기 위해서 최대한 공학 기구의 도움을 받는 게 좋습니다.
본인이 못하는 것을 경험하게 하기 위해, 운동 또는 치료의 목적으로, 변형을 막기 위하여 등의 이유로 다양한 보조공학기기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아이가 결국 좀 더 편안하고 즐거운 삶을 살기 위해 (치료를 통해 아이를 변화시키는 것 외에) 보조공학 기기를 사용합니다.

말이 안 통하면 다양한 AAC 관련 기계들을, 걷지 못하면 이동의 즐거움을 느끼게 하기 위해 휠체어를 장애용 자전거나 nf 워커를, 손의 사용을 편하게 하기 위해 숟가락이나 펜 등에 손잡이를 끼워주거나 등의 적용을 해 볼 수 있습니다.
아이의 장애를 인정하고 나면 그걸 극복하기보다는 아이가 좀 더 쉽고 편리하게 생활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게 됩니다.
각자의 장애의 정도나 유형에 따라 다르겠지만 확실히 도움이 됩니다.
각 시도의 보조공학 센터를 이용하면 아이에게 필요한 보조공학 기구를 빌리거나 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장애 보조 기구 판매처에 들어가 다양한 제품을 보고 사거나(너무 비싸긴 하지만) 필요한 것을 다양한 지원 사업에 신청해 보거나 또는 중고 보조 기구 판매처에서 구입할 수도 있습니다.
보조공학센터
서울시 http://www.seoulats.or.kr/
경기도 http://atrac.or.kr/main/main.html

장애보조기구 판매처
에이블라이프 https://www.ablelife.co.kr/
플러스에젤 https://plusezer.com/
사랑으로 http://m.loveis.or.kr/
중고보조기구 판매카페 네이버카페 재활나라 https://cafe.naver.com/ralover
20240904_154706
5.구강 관리(연하치료)
저도 나이가 들면서 새삼 느끼는 것은 구강관리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우리 아이들도 그렇습니다. 웬만하면 3-6개월마다 정기 치료를 하며 불소 관리를 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이를 닦일 때는 치실이나 치간칫솔을 꼭 사용해야 하고 주 치과병원을 정해놓는 것이 좋습니다.
저는 서울 시립어린이 병원에서 정기진료를 받고 있는데 지역마다 장애인을 위한 치과가 있습니다.
물 흡입의 위험을 방지하는 장애인용 칫솔도 나와 필요한 사람은 써보는 것도 좋을 거 같습니다.(블루레오 전동흡입칫솔)
이 외에도 우리 아이들은 긴장도에 따라 입안에 문제가 있을 수 있습니다.
작업치료사에게 문의하여 우리에게 맞는 연하 치료를 지속적으로 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고긴장 아이들은 입속 근육이 타이트하여 입안 공간이 적어 이가 자랄 공간이 적고 혓바닥이 굳어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긴장 아이들은 음식을 삼킬 때 사레가 걸릴 위험이 높고 입을 닫고 있지 않아 침을 흘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들마다 각각의 경우는 다르지만 각 아이에 맞게 잇몸 마사지나 입 주변 근육 마사지 등을 배워 지속적으로 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구강은 예민한 부분이므로 몸을 만질 때와는 다르게 꼭 전문가의 의견을 들은 후 단계별로 서서히 접근하는 것이 좋습니다.
예민도가 너무 높다면 예민도부터 먼저 낮춰주는 것이 좋습니다.
다른 치료보다도 구강에 관련된 것들의 중요성을 시간이 지날수록 깨닫게 됩니다.
6.아이의 성장과 함께 꼭 기억해야할 것
아이가 성장하면서 급속도로 달라지거나 나빠지는 부분들이 생깁니다.
아이에 따라 성장 속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반적인 것을 알고 있고, 그 나이 즈음에는 재활의학과나 정형외과에서 정기적으로 관찰하는 것이 좋습니다.

첫 번째는 고관절입니다.
6-7세부터 X-ray로 체크합니다.
보통 6개월마다 한 번씩 관찰하는데 의사선생님께 꼭 각도를 물어보고 각도가 갑자기 많이 나와 상태가 나빠진다고 하면 더 신경을 써야 합니다.
30도를 넘어가기 더 써야 합니다.
고관절 탈구를 예방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스탠드 세우기라고 합니다.
하루에 일정 시간을 정해 스탠드 세우기를 규칙적으로 하면 고관절 탈구를 예방할 수 있을 것입니다.

두 번째는 척추 측만입니다.
주로 청소년기에 많이 발생합니다.
척추 측만은 장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심할 경우 무조건 수술을 해야 합니다.
척추 측만을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너무도 어려운 올바른 자세입니다.
올바른 자세를 위해 척추보조기를 착용하거나 이너휠체어를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고관절 탈구나 척추 측만은 신경쓰지 않을 경우 몇 개월 사이에도 급격히 나빠질 수도 있고 그에 따른 수술은 너무 힘든 일이라 미리 신경 써서 예방하는 것이 좋습니다.

한 가지 더 말씀드리면 우리 아이들이 많이 움직이지 않아 골다공증인 경우도 있습니다.
12-13세쯤에 골다공증 체크도 해보시면 좋을 거 같습니다.
칼슘과 단백질을 잘 먹이고 심한 경우에는 주사 치료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7.도움받기
마지막으로 같은 유형의 아이를 키우는 선배, 멘토가 있으면 좋을 거 같습니다.
멘토를 두면 아이를 키우는데 많은 시행착오를 하지 않을 거 같습니다.
또는 서초아이발달센터 등의 공공기관에서 도움을 받는 것도 좋습니다.
부모교육에 참여해 정보를 얻거나 자조모임 등에 참여해 위로를 받는 것도 좋을 거 같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즐겁게 살려고 태어났는데 부모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합니다.
정보도 얻고 마음도 얻는 모임이나 사람이 옆에 있는 것은 무엇보다 우리 아이들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아이도 커가면서 심리적인 부분이 점점 중요하게 됩니다.
아이의 감정이나 마음을 살펴주면서 엄마와 함께 살아나가려면 받을 수 있는 도움은 모두 다 받는 것이 좋습니다.

각 팁에 따라 제가 알고 있는 자세한 방법들은 다음에 팁 심화편에서 말씀드릴게요.
매일 조금씩 일주일만 하면 습관이 된다고 합니다.
우리 아이를 위해 함께 습관을 가져봤으면 좋겠습니다.

14년째 뇌성마비 아이를 열심히 키운 엄마가 알려주는 알아두면 좋은 TIP 7가지 더 읽기"

중증 장애 우리 아이를 위한 학교? 특수학교 순회학급에서 통학을 선택하기까지

글 : 김지영

어린이집 도움반? 장애전담 어린이집? 통합 유치원? 특수학교 유치부?
제하의 첫 보육/교육 기관을 고를 때 선택지가 너무 많았다.
석션, 피딩 등 의료적 지원이 필요한 아이라
아무리 도움반이라 해도 일반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은 무리였고,
장애전담 어린이집은 서울에 10곳 내외로 숫자가 너무 적어 경쟁이 치열했다.
처음에는 선택지가 많아 보였지만 현실적으로 가기 어려운 곳을 하나둘씩 줄여가다 보니 생각보다 쉽게 특수학교로 좁혀졌다.

우리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도 될까

벌써 특수학교에 들어가야 해? 특수학교는 초등학교 입학할 때가 되면 고민하게 될 문제인 줄 알았는데, 특수학교 또한 경쟁률이 높아서 유치부로 입학하지 않으면 나중엔 자리가 없을 수도 있다고 한다.
학교는 기본적으로 교육 기관 아닌가. 제하가 특수학교 말고는 갈 곳이 없다고 생각하니 보는 것도 움직이는 것도 잘 못하는 아이가 학교에서 뭘 배울 수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제하는 공식적으로 뇌병변과 지적장애 등급만 받았지만 사실상 지체장애와 시각장애 등 여러 장애를 동반하고 있다.
“저희 아이는 목도 못 가누고, 기관절개관에 위루관도 있는데 입학해도 될까요?”
입학 원서를 쓰기 전에 1지망 학교에 전화해 봤더니 교직원이 밝은 목소리로 대답해 주었다.
“그럼요! 우리 학교에는 거의 다 그런 친구들이에요!”
재활치료 시간
장애 유형별로 나뉘는 특수학교 중에서 지체 및 중도중복장애 특수학교를 선택했다. 왜 이 학교여야만 하는지 입학원서에 구구절절하게 사연을 쓰고, 달리 갈만한 곳도 없었거니와 얼마나 절박한지 보여주기 위해 2지망은 아예 비운 채로 제출했다.
유치부 예비 소집일에 제하와 같이 처음으로 학교에 가보았다. 생각보다 참석한 사람이 많지 않았는데 아이를 데려온 사람은 나뿐이었다. 학교와 수업에 대한 안내 후 질의응답이 이어졌고 다행히 제하는 유모차에서 잘 기다려주었다.
그때 앞으로 학교 수업은 쭉 재택으로 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한 사건이 일어났다. 갑자기 교실 스피커에서 커다란 소리로 안내 방송이 흘러나온 것이다. 평소 소리가 크지 않은 아파트 안내 방송에도 놀라는 제하는 큰 소리에 놀라 잔뜩 긴장한 얼굴로 주먹을 꽉 쥐며 으앙으앙 울었다.
‘제하가 학교 다니는 건 어렵겠구나'.

순회학급 학생의 생활

제하는 특수학교 유치부의 순회학급으로 입학했다. 순회학급은 통학이 어려운 학생이 있는 집이나 병원으로 특수교사가 방문해서 수업을 해준다. 학교마다 다르지만 제하는 주 2회, 한 번에 90분씩 수업을 듣는다. 제하는 교육보다 재활이 우선이라고 생각해서 수업 시간을 요리조리 피해 치료 일정으로 일주일을 꽉 채웠다.
수업 준비 완료!
수업이 있는 날은 선생님이 오기 전에 제하를 자세 보조 의자에 앉히고 테이블을 세팅해서 미리 준비를 해둔다. 식사 시간이 겹치면 위루관으로 피딩을 하면서 수업을 할 수 있다. 수업이 시작되면 방문을 닫고 거실에 대기하고 있다가 한 번씩 방에 들어가 석션을 해주고, 기저귀를 갈아주기도 한다.
그 외에 수업이 진행되는 1시간 반 동안 엄마는 숨을 돌릴 수 있다. 밀린 집안일을 하거나 밥을 먹거나 잠깐 눈을 붙이기도 한다. 선생님께 양해를 구하고 밖에서 운동하고 온다는 엄마도 있던데 원칙적으로는 보호자가 집에 있어야 한다.
뇌성시각장애가 있는 제하를 위해 선생님이 만들어온 수업 교구
순회학급도 통학하는 학생과 마찬가지로 개별화 교육 회의를 통해 아이 개개인에게 맞는 교육 계획을 수립하여 수업에 반영한다. 제하의 선생님은 수업 때마다 이런저런 교재며 교구로 짐을 한 보따리 들고 와서 제하에게 이것저것 보여주고 들려준다. 두 사람의 웃음소리가 거실에까지 들린다.
우유는 집으로 배달 오고 급식비는 통장으로 입금되는 등 교육 외적인 것들도 동일한 수준으로 지원된다. 이에 대한 공지는 학교 공지 시스템인 e알리미를 통해 직접 확인할 수도 있고 교사가 신청서를 전달해 주기도 한다.

그럼에도 통학을 선택한 이유

그렇게 순회학급으로 졸업까지 쭉 갈 줄 알았는데, 주변에서 여러 말이 들려왔다.
“성인이 되고 나니 학교 다녔을 때가 아이한테는 가장 좋았던 것 같아.”
“학교에 보내면 엄마도 몰랐던 아이의 모습을 많이 보게 될 거예요.”
“어릴 때는 또래랑 시간 보내는 게 제일 좋아.”
나는 워낙에 팔랑귀인 데다가 선배 엄마들의 조언만큼 값진 것도 없기에 그런 말들을 허투루 들을 수가 없었다. 어쩌면 내 짧은 생각으로 아이가 행복할 권리를 빼앗아 온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바로 내년, 남은 유치부 1년부터는 통학에 도전해 보자는 결론에 도달했다.
특수교육지원센터 영아교실 수료식에서
아이에게 통학은 새로운 경험일 것이다. 학교에서 좁게나마 사회생활을 겪어보고, 또래 친구를 만나고, 치료실과 집만 반복해서 오가던 것과 다른 생활 패턴을 경험하는 것이다. 평생 갇혀서 지낼 것이 아니라면 잘 보지 못한다고, 소리에 잘 놀란다고 해서 언제까지고 세상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학교를 통해 그동안 엄마가 보여주지 못한 세상을 만나다 보면 눈을 더 크게 뜨게 될 것이고 예민한 감각도 무뎌지게 되겠지. 무엇보다 학교에서 아이 스스로 행복한 추억을 많이 쌓을 수 있기를 바란다.

중증 장애 우리 아이를 위한 학교? 특수학교 순회학급에서 통학을 선택하기까지 더 읽기"

우리 아이도 삶을 살려고 태어났습니다

글/그림 : 조정현

네가 진짜로 좋아하는게 뭐니? 어쩌면 아이에게 가장 필요한 질문은 이것일지 모르겠습니다. 함께 살아가면서 좋아하는 것을 찾는 것!
14살. 중1. 남자아이. 특수학교를 다니고. 뇌병변장애와 지적장애를 가졌고, CVI와 뇌전증이 있고. 네발기기를 하는 3-4세수준의 아이.
우리 아이에 대해 설명하는 말들은 이 정도일까?
아니다. 우리 아이는 이런 말들로 설명되는 아이가 아니다.
우리 아이는 박수를 잘 치고, 작은 것에도 기뻐하고, 뽀뽀를 잘하며, 언제나 웃고, 그 미소가 너무 예쁜 아이이다. 의심과 무서움이 많아 약간 찡그릴 때도 있지만 사람이 싫어서가 아니라 그냥 무서운 것이다. 모든 사람을 좋아하는 박애주의자다. 엄마 아빠를 좋아하고 할아버지를 좋아하며 보안관 아저씨도 좋아한다. 동물 이름을 영어로 말하는 것을 좋아해서 구글이나 쉬리에게 맨날 잘난 체하며 질문을 하고 자기가 대답한다. 숫자 개념은 잘 모르지만 숫자를 좋아해 맨날 소리내어 숫자를 센다. 집을 너무 좋아하는데, 그이유는 가족을 너무 좋아해서이다. 칭찬받기를 좋아하고 남을 응원하는 것도 좋아해서 늘 "최고!"와 "파이팅"을 외친다. 요즘은 "대~박!"이라는 말도 자주 쓴다. 아빠와 목욕하는 것을 좋아하고 엄마와 자는 것을 좋아한다. 초록색을 좋아하고 핑크색도 좋아한다(남자는 핑크라며 늘 핑크색 옷을 고른다). 음악 수업을 좋아하고 노래 부르기와 북 치는 것을 좋아한다. 늘 똑 같은 동작이지만 춤추는 것을 좋아한다. 공던지기를 좋아해서 보치아를 좋아한다. 아빠랑 같이 TV보는 것을 좋아한다. 할아버지랑 책읽는 것을 좋아한다. 산타할아버지를 좋아해서 1년 내내 산타할아버지를 찾는다 등등등... 이렇게 많은 것을 좋아하는 우리 아들 덕에 우리 가족은 너무 행복하다. 물론 본인이 가장 행복하다.
아이에 관한 많은 평가지와 설문지와 질문을 받는다. 아이는 평가당하고 설명당한다.
아이의 문제점은 무엇이지요? 무엇을 가르치고 무엇을 고쳐야하나요? 무엇이 문제인가요? 한때는 나도 아이가 못하고 부족한 부분을 찾기 위해 나의 온 시간과 아이의 온 시간을 사용했었다. 우리 아이가 못하는 것을 찾아가는 시간이었다. 물론 아이가 못하는 것을 가르치고 필요한 것을 채워주는 과정이 필요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가 되어서는 안된다.
왜냐하면 아이는 즐겁고 재미있게 살기 위해 이 세상에 왔기 때문이다.
가르치는 것도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이용한다면 훨씬 더 좋은 방향으로 흐를 것이다. 우리 뇌가 그렇게 작동하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는 아침에 일어나면 오늘은 뭐하고 놀지? 하고 하루를 시작한다.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하나둘씩 늘려가는 것이 인생의 목표가 되었다. 그리고 아이의 긍정적인 모습은 나에게 자극이 되었다. 작년부터 아이의 모습을 인스타툰으로 그리기 시작했고 아이를 그리다보니 점점 더 긍적적인 모습만 보게 된다. 아이는 그대로인데 과거엔 나를 힘들게 하고 고쳐주어야 했던 아이가 지금은 내 삶을 주변을 밝혀주는 천사가 되었다.
오늘도 우리 아이는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찾고 있다

우리 아이도 삶을 살려고 태어났습니다 더 읽기"

나와 아이가 좋아했던 프로그램

글/그림 : 조정현

아이를 데리고 안 다녀본 데 없이 다 다녀봤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나와 아이가 많은 도움을 받으면서도 즐겁게 다녔던 프로그램들이 떠오릅니다. 저마다 다른 상황이고 좋아하는 것이 다르니 우리 아이와 내가 좋아했다고 해서 모두가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정말 좋은 프로그램이 무얼까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아이가 만 3세때 서초구립 한우리정보문화센터에서 진행하는 영유아교실에 참여하였습니다. 만 <쑥쑥이반>이라는 예쁜 이름을 가진 프로그램으로, 엄마와 함께 참여하는 모아교실이었습니다. 주 5일 하루에 2시간씩 1년동안 진행이 되었습니다. 특수교사와 사례관리자가 부모와 함께 아이에 대해 의논하고 계획한 뒤 참여하였습니다. 실제 수업시간에는 음악, 미술, 놀이, 운동, 감각놀이 등을 엄마와 함께 하며 다양한 경험을 쌓는 시간이었습니다. 영유아 시기의 신체, 사회성, 인지, 언어, 정서 등의 발달을 골고루 경험하게 하는 프로그램이었고 무엇보다도 엄마와 함께 참여함으로써 엄마가 아이와 어떻게 놀아주면 좋은지 알 수 있었습니다. 엄마들이 늘 만나서 같이 참여하다 보니 너무 친해져서 그 엄마들과는 지금도 소통을 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그 당시에는 몰랐는데 아이와 온전히 엄마가 놀아줄 시간이 많지 않더라고요. 우리 아이들은 치료다 병원이다 다니다 보면 하루하루 시간을 쪼개도 빠듯해서 20-30분도 온전히 집중해서 놀아주기 힘들죠. 또 막상 놀아주다 보면 이걸 못하네 저걸 못하네 하면서 못하는게 눈에 보여서 그걸 하게 하려고 다시 치료실에서 했던 것을 시키느라 정신이 없게 되죠. 하지만 <쑥쑥이반>을 다니던 1년 동안은 다양한 방법으로 온전히 놀아주었던 참 귀중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당시 한우리 정보문화센터에서 집중하던 프로그램이라 훌륭한 외부강사나 기관내 좋은 프로그램을 모두 다 집어넣은 아주 훌륭한 수업이었는데요. 아쉽게도 3년뒤에 그 프로그램은 폐지되었습니다. 기관의 비용 부담이 너무 컸다고 들었습니다.
4살부터 9살까지 5년간 하상복지관에서 음악치료를 받았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치료라기보다는 음악 수업이라고 하는게 더 맞을 거 같네요. 아이는 다양한 음악을 듣고 부르고 악기를 연주하였습니다. 뇌병변장애를 갖고 있기 때문에 몸이 자유롭지 않았지만 기관내 작업치료 선생님과 물리치료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아이에게 맞는 보조기구(의자와 높이에 맞는 책상 등)를 이용하여 자세를 잡고 음악 수업을 하였습니다. 음악치료에서는 우클렐레, 피아노, 북, 피리, 탬버린 등 다양한 악기를 다루는 방법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지금도 아이가 제일 좋아하는 수업은 음악 수업입니다. 가장 잘하는 것은 박수치기이지만 음악에 관련된 모든 것을 좋아합니다.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확실히 알게 해준 음악 수업이 너무나 좋은 수업으로 기억에 남습니다.
아이가 못하는 것을 할 수 있게 만드는 100%의 치료는 없는 것 같다고 지난 번 글에 썼는데요. 아이가 즐거워하고, 부모가 중심을 잡게 만들어 주는 좋은 프로그램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처럼 좋은 프로그램을 알아보고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잘 잡는 게 중요합니다.

나와 아이가 좋아했던 프로그램 더 읽기"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 아이의 발달을 염려하는 부모님께

글/그림 : 조정현

우리 아이는 만 13세의 뇌병변장애를 가진 아이입니다.
아이가 태어났던 때로 시간을 거슬러 기억을 더듬어 봅니다.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다르게 키웠을텐데" 하며 후회되는 일들을 나눠보려 합니다.
뇌출혈 4기에 백질연하, 후두엽 손상...이것이 태어나지 얼마 되지도 않은 우리 아이의 병명이었습니다. 청천벽력 같은 병명과 함께 NICU(신생아중환자실)에서 나오자마자 겨우 한 달 밖에 안된 아이를 데리고 무슨 수를 써서라도 더 나아지게 하고 눈이 보이게 하려고, 그리고 잘 키우려고 전국 방방곡곡을 다녔습니다.

발달의 어려움을 겪는 우리 아이에게 신의 손은 없다

지금도 아이의 발달을 염려하는 부모님들 사이에는 유행하는 치료들이 있지요. 우리 아이가 어렸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 당시에는 보바스와 보이타가 큰 축이 되어 어떤 치료가 옳은 치료인가 한참 논쟁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아이를 데리고 치료를 받으러 다니는 것이 처음이었을 뿐만 아니라 '엄마가 처음'이었던 저는 여기 가면 이 치료가 옳다 저 치료는 틀리다, 저기 가면 저 치료가 틀리다 하는 말을 들으면서 저 역시 이걸 했다 저걸 했다 중심을 잡지 못하고 유명하다는 치료를 쫓아 여기저기 다니기 바빴습니다.
또, '신의 손이라 불리는 누군가의 치료를 받으면 아이가 걸을 수 있다'라는 말을 들으면 그곳이 우주만 아니라면 어디든 갔습니다. 보바스, 보이타, 감각통합, 슬링, 두개천골요법, 침치료,... 참 많은 치료방법들이 있었고, 자신의 치료 방법만이 맞는 것이고 그 치료를 받으면 마치도 아이가 갑자기 경기가 멈추고 갑자기 걸을 듯이 이야기했습니다.

더 중요한 손은 '부모의 손'

지금 저의 생각은 무엇이든 '100%인 치료는 없다'입니다.
정답도 오답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완전히 똑같은 아이가 없듯이 어떤 아이에게는 이 치료가 또 다른 아이에게는 저 치료가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어릴 때는 효과가 없던 치료가 어떤 시기에는 도움이 될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치료 하나를 받기 위해 왕복 2-3시간을 쓰고 40분 치료를 받고 오는 것이 과연 지금의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줬을까 생각해 봅니다. 오히려 그렇게 아까운 시간을 길에 쏟아붓지 않고 그 시간에 보다 가까이서 아이를 사랑하고 관심 있게 봐주는 손길이면 충분하지 않았을까요. 그 손길은 유명한 치료사의 손이 아니라 부모의 손길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치료사의 지원을 받아 일상 생활 속에서 도움을 주는 것

물론 어느 정도의 치료와 전문가의 조언은 필요합니다. 하지만 아이가 힘들 정도로 치료를 너무 많이 받거나, 한두 가지의 치료에 전부가 걸린 양 멀리 다니거나 할 필요는 없습니다. 정말 필요한 것은 치료사와 함께 아이를 유심히 살펴보고 관찰을 하고 기록하는 것입니다. 책을 읽거나 부모교육을 통해 앞으로 다가올 일을 미리 공부를 하고 치료사와의 대화를 통해 알고 대비하고 그것을 일상에서 해주는 것입니다. 지속적으로 끈기 있게 생활 속에서 치료적인 도움을 주는 것입니다.

부모가 중심을 잘 잡자

부모가 중심을 잘 잡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선은 부모교육을 권하고 싶습니다. 베테랑 치료사도 좋지만 부모교육을 통해 전반적인 것을 알고 나면 우리 아이와 함께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알 수 있습니다. 균형 잡힌 치료와 교육, 대근육이나 소근육, 인지, 언어, 그리고 일상에서 이뤄지는 기본생활습관들. 이런 것에 대해 전반적으로 부모가 알고 있다면 좋을 것입니다.

아이는 '나이'와 함께 일상에서 성장한다

인지치료를 시작해야 하나요? 언어치료를 시작해야 하나요? 어떤 치료를 받아야 하나요?
어린 아기들을 키우고 계시는 부모님들께 종종 받곤 하는 질문들입니다. 하지만 어떤 치료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조금씩 해주다 보면 아이는 변화하고 달라집니다. 아이들마다 변화하는 시기는 다르겠지요. 언제 크나 싶던 시간이 그렇게 흘러 7살까지 단어 몇 개만 말하던 아이가 지금은 사춘기를 맞아 어른스러운 말로 엄마를 위로하기도 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오랜 시간 하기도 합니다.
아이는 그렇게 커갑니다. 그리고 나이와 함께 성장합니다.

아이를 바라보고 함께 살아주기

예전에 주간보호시설의 장애인들을 위한 미술 수업을 진행한 적이 있었습니다. 중증의 심한 장애인들이 많았지만 어린 아이들 수업만큼 힘들지는 않았습니다. 장애 정도가 심하더라도 다들 어른이기 때문에 어른처럼 행동하는 부분들이 있었습니다. 지금 우리 아이가 너무 발달이 늦다고 발을 동동거리기보다 '아이를 바라보고 함께 살아주는 것' 그것이 부모의 몫인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면 시간의 흐름과 함께 학교에서, 지역사회에서, 그리고 가정에서 아이들은 자랄 것입니다.

여기에 제목을 추가하세요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 아이의 발달을 염려하는 부모님께 더 읽기"

나는 매일 택시를 탄다, 장애인 콜택시

글 : 김지영

나는 거의 매일 택시를 탄다.

재활치료나 병원 진료 등으로 거의 매일 아이와 함께 외출하는데
버스나 지하철은 이용이 어렵기 때문이다.

중증장애인에게 버스와 지하철은 대중교통이 아니다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해 2023년 1월 저상버스 도입이 의무화됐다.
저상버스는 장애인이 쉽게 버스를 탈 수 있도록, 계단을 없애고 바닥을 낮게 만든 버스다. 그런데 정작 장애인은 잘 이용하지 않는다. 승하차를 위한 경사판을 설치하려면 버스를 보도에 바짝 대야 하고, 버스 기사가 내려서 도와줘야 하고, 교통약자석에 휠체어를 고정하는 등 걷지 못하는 장애인 한 명이 올라타고 다시 출발하는 데 아무리 빨라도 5분 이상 걸린다. 바쁜 시간에는 버스에 휠체어가 들어갈 공간도 없거니와 다른 승객들에게 민폐를 끼치는 것 같다. 기사도 경험이 많지 않으니 승하차에 애를 먹기도 하고 정류소 자체가 저상버스에 적합하지 않은 곳이 많다.
지하철은 몇 번 타봤는데 출발, 도착할 때 나는 특유의 기계음 때문에 제하가 땀을 흘릴 정도로 온몸에 힘을 주며 울어서 더 이상 시도할 수가 없었다. 휠체어 전용 공간에 서 있으면 굳이 와서 제하를 들여다 보며 쯧쯧 혀를 차고 참견하는 어르신들의 시선도 한몫했다.

장애인 콜택시, 이래서 좋다

장애인콜택시(이하 장콜)는 내가 가장 자주 이용하는 장애인 복지 혜택으로, 보행상 장애가 있는 장애 정도가 심한 장애인 등이 이용할 수 있다.
가장 큰 장점은 저렴한 요금이다.
우리가 이용하는 서울시장애인콜택시의 경우 기본요금은 2024년 6월 기준 5km까지 1,500원이며 5km 초과 시 10km까지는 2,900원(km당 280원), 10km 초과 시 km당 70원이다. 시간이나 지역 할증도 없다. 집에서 25분 거리의 치료실까지 1,700원정도 나온다. 한 달 이용료로 따져봤더니 일반택시 대비 10배 이상 절약할 수 있다.
두 번째 장점은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다는 점이다.
휠체어 이용 승객에게는 슬로프를 장착한 차가 배차된다. 유모차나 휠체어를 접지 않고, 아이를 태운 상태 그대로 승차할 수 있다.
처음엔 제하를 뒷자리에 혼자 두는 게 어색해서 유모차만 뒤에 싣고 아이를 안고 탔는데, 안았을 때 아이 머리가 내 머리를 넘어설 정도로 자라나니 나도 힘들고 아이의 자세도 흐트러지는 데다 안전벨트도 제대로 할 수가 없어 위험하게 느껴졌다. 장애인 유모차를 들인 뒤로는 흔들리는 차에서도 안정감 있을 것 같아서 제하를 유모차에 태운 상태로 탑승했는데 그렇게 편할 수가 없었다.
제하도 편안해 보였다.
세 번째, 온 가족이 이용할 수 있다는 것.
장애 당사자는 물론 보호자나 동반가족도 최대 3명까지 탈 수 있어서 주말에는 우리 가족 넷이 장콜을 타고 나들이를 가기도 한다. 제하를 안고 유모차에서 카시트로, 카시트에서 유모차로 이동하지 않아도, 무거운 유모차를 접었다 폈다 하지 않아도, 주차장을 찾아 돌아다니지 않아도 돼서 너무 좋다.

택시 기사님과 에피소드

마지막 장점은 승하차 시 경험 많은 기사님이 친절하게 도와준다는 것이다.
일반 택시 기사는 장애인 승객을 태운 경험이 별로 없기도 하고 딱히 도와줄 필요성을 못 느끼는지 트렁크 열림 버튼만 눌러줄 뿐, 대부분 운전석에서 내리지 않았다. 장콜 대기가 너무 길어서 어쩌다 일반택시를 탈 때면 나 혼자 제하를 안아 올려서 차 안에 눕혀놓고, 유모차를 접어서 트렁크에 넣는다. 내가 혼자 땀을 뻘뻘 흘리는 동안 도움이 필요하냐고 물어보지도 않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장콜은 기본적으로 기사님이 다 해주신다.
매일 같이 장콜을 이용한 만큼 그동안 많은 기사님을 만났다. 할아버지, 청년, 아주머니 등 성별도 연령도 다양하고 에피소드도 많이 쌓였다. 같은 기사님을 두 번 이상 만난 적도 더러 있는데 제하가 아기일 때 본 분은 몇 년 만에 만난 제하의 이름이 기억난다며 많이 컸다고 놀랐다. 빌라에서 아파트로 이사한 것을 알고 축하해준 기사님도 있었다.
처음 만난 장콜 기사님의 말을 아직 잊지 못한다.
이렇게 어리고 예쁜 아기가 어디가 아프냐고. 사정을 이야기했더니 왜 소송 안 했냐, 남편은 가만히 있었냐는 둥 기사가 나 대신 진심으로 화를 내주었다. 그때까진 모든 걸 아이를 작고 약하게 낳은 내 탓으로 여겼는데 우습게도 그 기사님 덕분에 그런 생각을 상당 부분 덜어낼 수 있었다.
자신의 아이도 장애가 있는데 성인으로 키워놓고 이 일을 하게 됐다던 할아버지 기사님.
옛날엔 장애인 복지가 없다시피 해서 아픈 아이 키우는 데 아파트 몇 채는 해 먹었다고 했다.
지금은 복지가 비교적 잘 되어있으니 젊은 엄마는 힘내라며 응원의 말을 해주었다. 남편과 일찍 사별하고 혼자 고생 고생하며 두 딸을 키웠다는 아주머니는 다들 평범해 보여도 힘들게 산다고, 그러니 나만 힘들다는 생각 하지 말라며 용기를 주셨다.
장콜을 운행해 보니 세상에 아픈 아이가 너무 많아서 마음이 아프다던 아저씨 기사님.
한편으로는 요즘 택시는 길에서 잡기보다 전화나 앱을 통해 불러서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휴대전화 사용이 어려워서 길에서 하염없이 기다리는 어르신이 많아 마음이 짠하다며, 또 다른 교통약자의 입장을 생각해보게 했다.
치료실 다니다 보면 시간을 놓쳐서 굶고 다니기가 부지기수다.
그런 나에게 밥 먹었냐며 간식을 주던 아주머니 기사님.
운전하다 보면 입이 심심해서 주전부리를 늘 챙겨 다니는데 넉넉하게 가져와서 나눠 먹곤 한다며 자꾸 더 먹으라고 권하던 고마운 손길에 마음이 종일 따뜻했다.
택시 안에 갖가지 조화를 달아 예쁘게 꾸며놓은 아저씨 기사님도 있었다.
탑승 후 스위치를 누르니 줄전구까지 반짝반짝 빛났는데 순간 아저씨가 마술사처럼 보였다. 달리는 내내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요도 틀어줬다. 치료실에 가는 길이었지만 마치 놀이공원으로 나들이 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장애인 콜택시 이용 팁

장콜을 부를 때도 요령이 필요하다.
전체 대기, 주변 대기 숫자를 고려해야 한다. 주변 대기 인원이 많아도 전체 대기가 적으면 비교적 빨리 배차되고, 반대로 주변 대기 인원이 적어도 전체 대기가 많으면 배차 시간이 오래 걸린다. 평균 배차시간은 최근 이용객이 갑자기 늘어나는 시간대에는 실시간 반영이 잘되지 않아 무시하는 게 낫다.
장콜은 아침 출근 시간, 그리고 기사 교대 시간인 3시부터 퇴근 시간까지 이용객이 가장 많다.
또, 주말에는 대기 인원이 얼마 없더라도 운행하는 차량 대수 자체가 적기 때문에 평일보다 일찍 신청해야 한다. 처음에는 이런 자잘한 것들을 잘 몰라서 택시가 너무 일찍, 혹은 너무 늦게 배차되어 콜을 취소하고 일반 택시를 이용한 적이 많았다. 직접 이용해 보면서 감을 잡는 수밖에 없다.
장콜 초보 시절, 대기가 길어 도저히 제시간에 이용할 수 없을 것 같아 일반택시를 한 달에 세 번은 탔다. 편하지도 않은데 제 돈 주고 타는 게 어찌나 아깝던지. 이런 경우에는 바우처택시를 이용하면 가까운 거리의 일반 택시(티머니 온다택시)를 장애인콜택시와 동일한 요금으로 이용할 수 있다. 이용자 대비 차량 부족으로 생기는 문제로 지난해 10월 바우처택시가 확대 운영된 것이다. 다만 비휠체어 장애인을 위한 것이므로 휠체어나 유모차를 이용할 경우 접어서 탈 수 있어야 한다.
서울장애인콜택시 이동지원센터(1588-4388)를 통한 전화 접수만 가능하고, 상담원에게 '바우처택시'를 이용하겠다고 말하면 된다.
아이 낳기 전에는 택시를 타면 기사가 말을 걸까 봐 바로 눈을 감아버리거나 휴대전화만 쳐다봤다. 정치나 종교, 듣고 싶지 않은 불편한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종종 있어서 아예 대화를 차단한 것이다.
그런데 장애인콜택시는 달랐다.
오히려 내가 먼저 말을 건네기도 하고, 기사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그들의 말에 하루의 시름을 털어버리기도 하고, 위로받기도 한다.
오늘도 나는 어떤 이야기를 하게 될까 기대하며 택시를 탄다.

나는 매일 택시를 탄다, 장애인 콜택시 더 읽기"

경련 후, 다시 일상으로

글 : 김지영

제하의 경련으로 새벽에 일어나서인지 점심시간 전인데도 하루가 다 간 것처럼 길게 느껴졌다. 늦었지만 이제 첫째를 유치원에 보내야 했다. 응급실에 동행한 탓에 피곤해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 같아서는 집에서 쉬게 하고 싶었지만 해야 할 일이 있어 어쩔 수 없었다. 세수를 시키는데 아빠랑 씻던 게 생각났는지 눈물을 뚝뚝 흘렸다. 옷을 입다가도 울었다. 아이는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내 손에 이끌려 꾸역꾸역 걸었다. “집에 가면 아빠랑 제하 없으니까 신나지 않아.” 아이가 울먹이면서 말했다.
유치원이 가까워질수록 왁자지껄한 소리가 점점 크게 들려왔다. 마침 바깥놀이 시간인지 같은 반 친구들이 유치원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아이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친구들도 우리를 발견하고 큰소리로 이름을 부르며 우르르 달려와 아이를 에워쌌다. 한 친구가 우리 아이를 꼭 안아주었다. 너무나 해맑은 표정으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무리 속에 섞여 놀이터로 향하는 첫째. “엄마한테 인사해야지~” 선생님의 말씀에 그제야 하는 둥 마는 둥 “엄마 안녕!”하고 인사한다. 너는 너의 세상에서 나름대로 잘 지내고 있구나, 마음이 놓였다.

퇴원시켜 주세요

다시 집으로 가면서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보니 제하는 그 사이 응급실에서 나와 일반 병동으로 이동한 상황이었다. 서둘러 입원 짐을 싸서 병원으로 갔다. 도착해서 보니 제하의 의식이 완벽하진 않지만 아까보다는 돌아와 있었다. 웃기면 살짝 웃어주는 정도. 이름만 불러도 활짝활짝 잘 웃는 아이라 우리 부부는 웃음의 유무나 크기로 제하의 컨디션을 파악한다. 어딘가 아프거나 기분이 좋지 않으면 웃지 않거나 대충 웃어서 알아차리기가 쉽다.
남편을 회사로 보내고 내가 보호자로 들어갔다. 전공의 파업의 영향인지 병실은 제하를 포함해 단 두 명뿐이었다. 같은 병동 내 다른 병실도 비슷했다. 병실이 꽉 찼을 때도 답답했지만 텅 빈 병실은 또 이것대로 숨이 막혔다. 이틀이든 석 달이든 입원은 정말 힘들다. 커튼으로 사방이 둘러싸인 작은 공간에 몇 시간 있다 보면 없던 폐소공포증까지 생길 것 같다. 한밤중에 석션이나 네블라이저를 하게 되면 사람들의 눈치가 보이고, 반대로 자야 할 시간에 누군가 큰 소리로 동영상을 보거나 대화를 하면 신경이 곤두선다.
제하의 의식이 완전히 돌아올 때까지는 시간이 조금 걸렸다. 하루를 꼬박 굶기고 컨디션을 확인하며 조금씩 먹이기 시작했다. 일단 먹이기 시작하니 토하지 않고 소화도 잘 해서 굳이 병원에 더 있을 필요가 없을 것 같았다. 예전 같으면 의사의 퇴원 지시를 마냥 기다렸겠지만, 그런 식으로 병실에서 무의미한 시간을 보냈던 숱한 과거의 경험들이 떠올랐다. 제하의 상태를 간호사실에 먼저 이야기하고 퇴원하고 싶다고 했고 잠시 후 퇴원 오더가 떨어졌다. 남편이 데리러 올 때까지는 너무 오래 기다려야 할 것 같고 짐도 그리 많지 않아서 그냥 장애인콜택시를 불러 퇴원했다. 예전엔 입원과 퇴원 자체가 아주아주 큰일처럼 느껴져서 남편 연차 쓰게 하고 난리법석을 떨었는데 몇 번 겪고 나니 혼자서도 할 수 있게 되었다.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

일찍 귀가한 남편에게 제하를 맡기고 유치원에 있는 첫째를 데리러 갔다. 평소 첫째가 하원하면 집에 가기에 바빴지만, 오늘만큼은 바로 귀가하지 않고 놀이터에서 한참을 놀게 해줬다. 마트 구경 갔다가 호기롭게 외식도 하고 아이가 졸라야만 사주었던 아이스크림도 선뜻 사주었다. 하원길이 이렇게 여유로운 것이었구나. 돌봄 선생님 퇴근 시간이 다가오는 걸 보고 종종걸음치며 아이를 채근하지 않아도 되고, 아이가 밖에서 더 놀다 가고 싶다고 떼쓰면 10분쯤은 더 기다려줄 수 있구나. 일반적인 가정의 아이들은 이렇게 지내겠구나. 이런 생각하는 나를 보며 제하에겐 죄책감을, 일상을 맘껏 누리지 못하는 제하 형에게는 안쓰러움을 느꼈다.
“어제 놀라기도 하고 마음이 힘들었지? 그래도 좋은 일도 많이 있었잖아.” 여기까지 말했을 뿐인데 아이가 줄줄 읊기 시작했다. “응! 구급차도 타보고, 초코빵도 먹고 소시지도 두 개나 사고~ 놀이터도 가고 회전초밥도 먹고 아이스크림도 먹고. 와~ 좋은 일도 많았다!”, “그치~ 제욱이 유치원에서 인기도 많더라? 살다 보면 좋은 일도, 안 좋은 일도 생겨. 안 좋은 일이 있을 땐 오늘처럼 좋은 일을 많이 집어넣으면 돼. 그럼 기분이 좋아져.” 나에게 하는 말인지, 아이에게 하는 말인지 모를 그런 말을 했다.
“구급대원 어땠어? 멋있었지? 엄마가 정신없어서 구급차에서 내릴 때 인사도 못했네.” 소방서가 집 바로 옆이니 내일은 구급대원 아저씨들한테 인사하러 가자고 아이와 약속했다. 특별히 좋은 일이 없어도 괜찮다. 우린 그저 아무 일 없는 일상의 소중함을 온몸으로, 알알이 느끼면서 그렇게 살아가자.

경련 후, 다시 일상으로 더 읽기"

조금 느리고 다르지만 더 사랑스러운 우리 아이

글 : 주안이 아빠 김건우

우리 주안이를 소개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만15개월, 교정 11개월 이른둥이 아빠입니다.
우리 주안이는 23년 2월 16일. 25주 0일 720g으로 태어나 왼쪽뇌실내출혈 4기로 인한 션트수술, 미숙아망막증으로 인한 레이저수술, 탈장으로 인한 탈장수술을 받고 신생아중환자실에서 126일간 입원 후 퇴원하였습니다. 이로 인해 교정 나이로도 11개월이지만 이제 배밀이를 시작하고 재활평가에서도 발달이 3~4개월 느리고 왼쪽 뇌손상 때문인지 오른손을 계속 주먹을 쥐고 사용도 많이 제한적입니다.
지금도 주6회 재활병원, 사설발달센터, 특수교육 순회교육을 주기적으로 받고 수술에 대한 팔로우업으로 인해 서울과 대구에도 병원을 다니고 있습니다.

아이에 대한 신뢰와 사랑이 중요해요

현재 우리 아이에 대한 상황과 배경을 설명 드린 이유는 이 시간 동안 우리도 엄청 힘들고 낯설고 어려웠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발달지연과 느림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점이 가끔 무섭기도 두렵기도 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러한 현실을 받아들이고 어떻게, 그리고 얼마나 강한 아이에 대한 신뢰와 사랑을 주냐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깨달았습니다.
보통 아이들과 비교하고 나만 왜 이럴까, 왜 이런일이 우리에게 일어났나 하는 후회와 자책은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제가 느껴보고 그러한 부정적인 생각을 해보니 그렇더라구요.
그런 생각을 하는 시간에 오히려 더욱 아이와 눈맞춤을 하고 안아주고 사랑한다고 말하고 나니 하루하루가 더 감사하고 행복해졌습니다..
그리고 아이는 우리가 걱정하는 것보다, 일반적인 상식과 병리학적인 지식으로도 설명할 수 없을 만큼 강하고 씩씩해요.

내 인생의 Hero

우리 주안이가 처음 태어났을 때 의사선생님이 저에게 처음 한 이야기가 25주 0일에 태어난 아이의 생존확률은 50%이고 그 말은 50% 죽을 수도 있다는 상황이고 일주일이 제일 고비라고 한 말이었습니다.
흘러내리는 눈물을 겨우 참고 병실에 누워있는 주안이 엄마, 혼자 사투를 벌이는 우리 주안이를 위해 저는 처음으로 저희 가족을 살려달라고 기도하였고 출생신고도 살꺼라는 믿음으로 신청하였습니다.
아이는 그렇게 126일간 3번의 수술과 여러 가지 약물투여, 호흡기 탈착 등을 혼자 견디며 이겨냈습니다. 그래서 저는 우리 아들을 제 인생의 Hero라고 불러요!

오늘도 이겨내고 성장하고

2023년이 제 인생의 가장 슬프고 힘든 시기였다면 2023년 6월부터 현재까지는 제 인생의 가장 행복하고 즐거운 시절이라 감히 단언 할 수 있습니다. 더 이상 걱정과 불안은 제 마음속에 거의 사라지고 하루하루 아이가 느리지만 커가는 모습을 보며 말로 형언 할 수 없는 사랑과 행복을 느끼고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아이의 성장과 발달은 다르고 미래를 예단하고 미리 발견할 수도 없습니다.
물론 아이가 오른손을 잘 사용하지 못하는 모습과 매번 병원에 가서 진료받고 검사하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아프고 목이 메어지는건 사실입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하나하나씩 진료과를 졸업하고 우리가 걱정했던 모습들을 이겨내는 아들의 모습을 보며 저 또한 성장하고 배우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오늘도 힘이되는 공감과 따뜻한 격려

이와 별개로, 우리 사회는 일반적으로 저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발달장애와 성장지연 아이들을 위한 체계와 지원이 잘 되어 있다는 사실에 또 한번 감사함을 느낍니다.
저희 아들도 지자체 발달바우처 및 특수교육 짱짱카드를 지원받아 재활병원 및 사설발달센터를 다니면서 사용하고 있고 외래비경감 5%로 인해 일반 외래 병원비 (검사비, 수술비는 제외)는 5%만 지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교정돌인 올해 6월이 되면 중증장애인 평가를 통해 장애인증명서도 발급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장애인이라는 사실이나 일반적인 사람들의 경시나 무시, 또는 부정적인 편견을 생각하기 보다는 아이를 태우기 편한 장애인 주차구역이나 아이가 앞으로 놀이공원이나 구경하고 싶은 관광장소에 할인도 받을 수 있겠다며 오히려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지원과 혜택들이 많기에 경제적인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고 아이의 재활과 치료에 전념할 수 있다는 점도 현실적으로 중요한 부분이었습니다.
또한, 우리나라에 유명한 포털사이트의 이른둥이카페와 발달장애카페를 가입하여 저와 유사한 상황에 놓여있는 부모님들과 정보공유도 하고 물품 나눔도 함으로 이웃의 따뜻한 정도 느끼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러한 감정들에 대해 가족구성원들보다 더 공감해주고 따뜻한 격려의 말을 들으면 힘이 나기도 합니다.
이처럼 저희 주위에는 걱정과 달리 많은 면에서 인적, 물적 지원과 나눔이 있기에 절대 외롭거나 혼자서 감내할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기억하세요! 확실한 정보, 출처가 분명한 치료법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인터넷검색이나 카페글들을 통해 확실하지 않은 정보나 출처가 불분명한 치료방법이나 판단은 절대 금물이니 담당 의사선생님과 재활병원 물리치료사분들과 상의하시길 권유 드립니다.
영아발달의 어려움을 겪는 부모님들과 가족분들의 상황과 처지는 모두 다르지만 제가 느끼는 긍정적이고 행복한 마음을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누군가 이 글을 읽고 조금이나마 공감되고 격려가 되고 아이와 함께 한걸음 한걸음 걸어가는데 지치지 않는 힘이 되었으면 합니다.
우리 모두 생각과 감정과 아이의 상태는 다르지만 아이를 얼마나 사랑하고 아끼고 지켜주고 싶은 마음은 같다고 확신합니다.
우리 모두 오늘 하루, 지금 당장 아이와 눈맞춤을 하고 꼬옥 안아주고, 사랑한다는 말을, 혹시나 사랑한다고 대답을 할 수 있는 아이라면, 더욱 더 서로 사랑하고 칭찬해주고 이 순간을 감사히 즐기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발달장애나 지체라는 말보다는 저는 그냥 느리고 조금 다르다는 말을 좋아하는데요, 우리 조금 느리고 다른 아이를 키우는 모든 부모님들과 가족분들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게 아이와 함께 성장하길 기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조금 느리고 다르지만 더 사랑스러운 우리 아이 더 읽기"

위로 스크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