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소식

1년 이하 영아들의 영양(이유식)에 관하여

글 : 남용현 (재활의학과 전문의)

모유는 기본적으로 지방 55%, 유당 20% 정도로 이루어져 있고, 지방의 구성은 다가불포화 지방과 포화지방으로 되어 있다. 이것은 우리가 하는 일반식에 비해서는 지방이 높은 편이다. 그렇다면 왜 영아기에 지방이 많은 모유를 먹여야 할까?

지방과 유당은 아기의 뇌 발달기에 있어 뇌세포의 에너지원으로 쓰일 수 있고, 모유의 올리고당은 장내 유익 세균총의 먹이가 되어 균형적인 장내 세균총을 형성하는데 도움이 된다. 그러나 모유가 분유보다 좋다는 점은 누구나 알지만, 모유도 항상 좋은 것만이 아니라 엄마의 식이습관, 몸속의 독성부하등에 따라 그 질이 다를 수밖에 없다. 아기가 자라면서 모유만으론 영양이 부족할 수 있어 점차 이유과정을 거쳐 고형식으로 가야 한다. 그렇다면 현대 사회에서 이유식을 만들어 줄 때 주의할 점은 무엇이 있을까?

1. 식재료의 질을 따져보아야 한다.
전세계에서 가장 흔히 사용되는 제초제인 글라이포세이트의 해악은 널리 알려져 있으며, 발달장애의 급증과도 상관관계를 보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제초제인 글라이포세이트를 견디도록 만든 GMO 변형 유전자 식품을 수입하는 세계 제1위의 국가이며 여전히 성분 표시에 GMO없음을 표시하지 않아도 되는 국가이다. 그러므로 영아기에 취약한 면역과 장 건강을 생각한다면 가장 기본적으로 non GMO, 최소한 무농약이상 즉 유기농 식재료를 구해서 엄마가 직접 조리하여야 한다.
2. 아기의 장 건강과 장내 세균총 균형에 해를 끼치지 않도록 이유식단의 식품 구성을 점검해 본다.
보통 이유식을 시작하면 아기의 변이 변하고 냄새나 색도 변한다고들 한다. 이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은 아니다. 변이 변하고 안 좋은 냄새가 난다는 것은 장내 유익균보다 유해균이 많아졌다는 것을 의미하며, 지금 먹이고 있는 것이 아기의 장에 유익하지 않다는 간접 증거가 된다. 우리나라는 쌀을 먹어왔기 때문에 쌀 미음 같은 것으로 이유식을 처음 시작하지만 장내 미생물총이 좋지 않게 자리 잡고 출발한, 예를 들어 제왕절개로 출산한 아기 같은 경우에 전분은 오히려 소화에 어려움을 줄 수 있다.
또 1년 이하인 아기의 장은 식이 섬유를 다루기 어려운 미숙한 상태이므로 일부러 골고루 먹이고자 채소를 빨리 도입하지 않아도 된다. 아기에게 가장 필요한 양질의 영양소는 좋은 육류 및 그의 지방, 달걀, 간을 비롯한 내장에 들어있다. 아기의 장은 생리적 장 누수 상태라고 한다. 즉 장 세포 사이가 느슨해서 소화 안된 큰 단백질 분자가 쉽게 혈액으로 들어가 알러지들을 일으킬 수 있는 환경이라고 본다. 위와 같은 재료들을 처음엔 고기육수처럼 만들어 육수로 시작해서 점차 퓨레화해서 준다면 소화흡수도 잘 될 것이다.
사람의 뇌는 마른 중량으로 보면 60~70%가 지방으로 되어 있고, 0에서 3세까지가 뇌의 폭발적 성장기로 이때의 뇌는 좋은 지방을 필요로 한다. 방목으로 키운 소와 버터를 비롯한 유제품, 방목 사육된 닭의 달걀, 그 노른자에는 지용성 비타민 A, D, K2가 많이 들어있고 콜레스테롤도 풍부하여 이는 뇌 발달을 위한 최적의 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 간은 생후 6개월에 감소하기 시작하는 철분과 비타민 b6, b12, A, C와 많은 미네랄이 들어있고 특히 반추동물의 간은 비타민 A의 최고 공급원이다. 바다 오염 이슈를 어느 정도 피할 수 있는 작은 물고기와 생선, 알 등도 좋은 식재료이다.
아기는 출산 시에는 대사적으로 케토시스 상태로 세상에 나오고 수유동안 상대적으로 지방비율이 높은 식이를 하는 것이므로 이유식을 도입할 때 급격히 탄수 비중을 높이는 식단보다는 되도록 지방이 풍부한 반추 동물이나 가금류, 내장, 알 등으로 식단 구성을 해야 한다고 본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우리가 제일 중요하게 생각해야 될 것은 오염원을 최대로 피한 좋은 식재료와 풍부한 지방으로 구성된 이유식을 아기에게 주는 것이다. 부모에겐 아기가 무엇을 언제, 어디서 먹을지 정할 책임이 있다. 아기는 준비된 음식을 먹을지 말지, 얼마나 먹을지를 정한다. 언제나 억지로 먹이진 말아야 하지만 무엇을 먹일지는 부모가 정한다.
참고문헌
발달장애 자연치료 식이요법 갭스 by Natasha Campbell McBride
GAPS baby, Building Baby’s Biome by Becky Plotner
The Weston A. Price Foundation: Homemade Baby Formula

1년 이하 영아들의 영양(이유식)에 관하여 Read More »

A Parent-Implemented Gross Motor Intervention for Young Children with Disabilities

장애 아동은 종종 운동 발달의 지연을 보인다. 부모를 포함한 성인은 아동의 운동 발달을 지원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어린 자녀의 운동 기술 발달을 지원하는 부모의 역량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 연구는 부족하다.

이 연구는 부모교육과 코칭 프로그램이 부모의 아동 움직침 촉진 과정(예를 들어 언어, 제스처, 시각적 지원, 모델링, 신체적 지원 과정) 수행과 아동의 대근육 운동 능력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는 것이다.

대상자는 34개월, 36개월, 37개월의 운동 발달 지연이 있는 발달지체 아동과 부모이다. 운동발달 검사 이후 부모교육과 코칭은 아동의 가정에서 수행되었으며, 아동의 흥미와 목표 기술을 고려하면서 운동발달을 위한 놀이용품들이 제공되었다.

위와 같은 과정을 통해 연구한 결과, 부모는 움직임 촉진 과정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실행하는 방법을 배웠으며, 자녀의 대근육 운동 능력이 향상되었다고 보고하였다.

Yang, H., Meadan, H., & Ostrosky, M. M. (2021). A Parent-implemented gross motor intervention for young children with disabilities. Journal of Early Intervention, 43(3), 275-290.
*전체 원문은 본 저널을 구독하는 도서관 등을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A Parent-Implemented Gross Motor Intervention for Young Children with Disabilities Read More »

ASD 영아를 위한 놀이 중심의 NDBI 부모교육 프로그램 개발 및 적용

연구의 목적 : 본 연구는 자폐 범주성 장애 영아의 사회 의사소통 발달을 지원하기 위해 놀이 중심의 자연적 발달적 행동적 중재(Naturalistic Developmental Behavioral Intervention: 이하 NDBI) 부모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적용하여 부모의 놀이 상호작용 행동과 영아의 사회 의사소통 및 적응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고자 하였다.

놀이 중심의 NDBI 부모교육 프로그램 개발 : 부모가 자녀의 장애와 발달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발달에 적합한 부모-자녀 놀이 상호작용 안에서 NDBI 전략을 사용할 수 있도록 5회기 소집단 교육과 9회기 개별 놀이 지원으로 개발되었다.

결과 : 부모교육 프로그램의 효과를 평가하기 위해 단일 집단 사전사후검사설계로 10쌍의 자폐 범주성 장애 영아(26-33개월)와 부모에게 원격으로 프로그램을 적용한 결과 놀이 중심의 NDBI 부모교육에 참여한 부모의 놀이 상호작용 행동과 자폐 범주성 장애 영아의 사회 의사소통, 적응행동 모두 사전과 사후 검사에서 유의한 변화를 보였다.

시사점 : 이러한 결과는 놀이 중심의 NDBI 부모교육 프로그램이 자폐 범주성 장애 영아와 부모를 지원하는 데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ASD 영아를 위한 놀이 중심의 NDBI 부모교육 프로그램 개발 및 적용 Read More »

0~5세 골든 브레인 육아법

아이들의 두뇌 발달의 토대는 모든 아이들에게 같은 원리를 적용할 수 있습니다. 뇌과학 기반의 양육 컨설팅을 하는 김보경 선생님의 책을 통해 아이들의 뇌 발달을 위해 부모가 무엇을 하면 좋을지 알아보세요.

우리 아이의 '골든 브레인'을 키우는 것은 최고의 하루를 만드는 일에서 시작됩니다. 아이들의 뇌가 건강하게 자라기 위한 기본 토대는 바로 수면, 식사, 운동입니다. 가끔 이 사이클들이 너무 당연하게 취급되면서 단편적인 눈에 띄는 성과를 위해 희생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뇌가 잘 자라기 위해서는 기본 환경부터 갖추어야 하고, 부모로서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지 알아봄으로써 방향을 잘 잡을 수 있습니다.

타고난 능력이 최적으로 발휘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풍부한 환경과 다양한 기회가 필요합니다. 영유아기에는 놀이와 책을 통해 문제해결을 하고, 다른 사람과 어울리며, 지식을 얻고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을 깨우칩니다. 아이의 뇌를 키우기 위해 어떻게 놀이하고 독서를 할지 살펴봅니다. 최근 시대의 변화에 따라 디지털 미디어가 발달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좋은 습관을 길러주기 위한 방법도 알아봅니다.

*이 책의 서문 내용에서 발췌하였습니다

0~5세 골든 브레인 육아법 Read More »

아이가 경련을 했다

글 : 김지영

제하가 경련을 했다. 21년 3월 이후 증상이 없었기 때문에 꼭 3년 만이다. 괜찮은 줄 알았는데… 뇌에 문제가 있는 아이에게 경련은 피할 수 없는 건가 보다. 단순히 ‘아이가 경련을 했다, 그리고 괜찮아졌다'로 끝나지 않았던, 싱숭생숭했던 그날의 기록.

두 아이를 데리고 응급실로

아직 해도 뜨지 않은 이른 아침에 가쁘게 내쉬는 제하의 숨소리가 들려왔다. 어둠 속에서 아이를 만져보니 팔을 흔들고 있었다. 재빨리 불을 켰다. 힘들어하는 표정. 눈은 왼쪽을 흘기듯 보고 있고 거품 섞인 침을 흘리며 딸꾹질하듯 일정한 속도로 상체를 흔들었다. 3년 전 그날과 똑같은 모습이었다.
새벽에 출근한 남편에게 전화를 하고 제하 형을 깨웠다. 내가 호들갑을 떨면 아이도 덩달아 놀랄까 봐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차분하게 말하고 행동했다. 더군다나 동생이 경련하는 모습을 처음 보는 상황이었다. 내가 제하 옷을 입히는 동안 첫째는 비몽사몽이면서도 군말 없이 자신의 옷을 주섬주섬 입었다. 기특하기도 해라.
짐을 싸면서 119에 전화를 걸었다. 응급실은 몇 번 가봤지만 첫 경련 때는 택시를 탔기에 구급차는 처음 불러봤다. 구급대원은 언제부터 그랬는지, 열은 나는지 등 아이의 상태와 주소를 확인하고 여러 가지 안내를 해주면서 구급차가 소방서에서 출발할 때까지 전화를 끊지 않도록 했다. 기저귀, 약 등 꼭 필요한 것들만 챙겨서 현관을 나서기 직전, 첫째에게 손바닥만 한 장난감을 가져오도록 했다. 응급처치 후 이어지는 각종 검사, 응급실 담당 의사를 비롯한 관련 진료과목 의료진의 방문, 똑같은 질문과 똑같은 대답, 계속되는 기다림… 응급실에서의 시간은 어른인 나에게도 지루한데 아이는 오죽할까 싶었다.
1층으로 내려갔더니 구급차가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유모차를 가지고 탈 수는 없나요?” 겉으로는 태연한 척했지만 정신이 없던 나는 구급대원에게 멍청한 질문을 했다. 당연히 구급차 안에 유모차가 들어갈 자리는 없다. 그런데 어처구니없는 질문을 또 했다. “그럼 집에 올라가서 놔두고 와도 되나요?” 구급대원이 시키는 대로 아파트 1층 구석에 유모차를 세워두고 구급차에 올랐다.
“구급차 처음 타보지? 엄마도 처음이야. 우와, 멋지다! 오늘 유치원 가면 친구들한테 자랑할 수 있겠다!” 첫째를 안심시키려고 아무말 대잔치를 열었다. 사이렌 소리가 너무 커서 아이들이 놀랄까 봐 걱정했는데 구급차 안에서는 왜 사이렌을 안 켜고 가나 싶을 정도로 거의 들리지 않았다. 요란하게 달리는 구급차에 길을 내어주느라 좌우로 갈라졌던 차들이 다시 정렬하는 모습이 차창 밖으로 보였다.
첫째는 구급차 안에 있는 것들이 신기한지 연신 두리번거리며 나에게 질문을 해댔다. 아이가 잠시 말을 쉬면 구급대원이 제하의 평소 상태나 질병 이력 같은 걸 물어봤다. 두 사람의 질문에 번갈아 대답하다 보니 얼떨떨했던 내 정신도 또렷해졌고 그제야 영상을 찍지 않은 것이 생각났다. 의료진이나 학교, 재활치료실, 돌봄 선생님도 경련 양상을 미리 알고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있도록 제하의 모습을 촬영했다.
응급실에 도착해서 처치실로 제하를 들여보내고 첫째와 나는 대기실에서 기다렸다. 소아응급실이라 텔레비전에는 만화가 나오고 있고 동화책과 장난감도 있었다. 만화도 보고 책도 읽어달라고 하기에 아무렇지 않은 줄 알았던 아이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경련이 뭐야? 왜 하는 거야?”, ”제하 경련 안 했으면 좋겠어.” 이제 안 할거란 말은 거짓말이 될 수도 있어서 경련은 딸꾹질 같은 거라고, 괜찮아질 거라고, 익숙해질 거라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
한 시간쯤 지났을까, 의식이 돌아온 제하가 처치실에서 나와서 진료 구역으로 함께 이동했다. 경련은 멈췄지만 약기운 때문에 눈을 가늘게 뜨고 있었다. 우리 아기, 얼마나 힘들었을까. 처치실에서 석션을 무리하게 했는지 케뉼라와 코로 피가 자꾸 새어 나왔다. 그럴 때마다 첫째가 보지 못하게 재빨리 닦았다. 새벽에 일어난 탓에 잠이 모자란 첫째는 졸린 눈을 비비며 집에 언제 가냐고 칭얼거렸다. 간호사에게 남편이 곧 올 거라고 말하면서 보호자 의자를 하나 더 부탁했다. 의자 두 개를 붙여서 누울 수 있게 만들어 주었지만 막상 누우니 잠이 오지 않았나 보다. “엄마 같이 놀자!” 그제야 생각났는지 집에서 가져온 장난감을 주머니에서 꺼내 보였다. 온몸에 이런저런 줄을 달고 누워있는 제하 옆에서 우리는 알까기 비슷한 놀이를 했다. 놀다 보니 자꾸만 흥분해서 소리치는 아이에게 목소리를 낮추자는 말을 몇 번이나 했는지. 한편으로는 지루함을 잊은 아이를 보니 다행스러웠다. 그렇게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놀이를 계속하고 있는데 남편이 도착했다.
이 와중에 배가 고픈 나를 원망하며 병원 카페테리아로 향하는데 첫째도 아빠를 두고 온 나를 원망했다. 제하를 지켜줄 사람이 필요해서 엄마나 아빠 둘 중 한 명은 병원에 남아있어야 한다고, 수술하는 거 아니라서 금방 퇴원할 거라고 설명했지만 화가 쉽게 수그러들지 않았다. 아이에게 밥 대신 먹고 싶은 빵과 음료를 직접 고르도록 했다. 이거 다 먹고 소시지도 사 먹자는 말에 활짝 웃는다. 역시, 화났을 땐 맛있는 걸 먹이면 된다.

괜찮다고 생각하면 괜찮아진다

늦었지만 첫째를 유치원에 보내고 입원 짐을 싸서 다시 병원으로 돌아오기로 했다. 남편이 가져온 차를 운전해서 집으로 돌아가는데 문득 차 앞 유리에 붙어있는 장애인 주차 스티커가 보였다. ‘뇌병변 심한장애’라는 글씨가 새삼 낯설게 느껴졌다. 오랜만에 현타(자기가 처한 상황을 깨닫게 되는 시간, ‘현실자각타임’의 줄임말)가 왔다. 아, 내 아이가 장애인이구나. 내 인생 왜 이렇게 됐지? 그러다 언젠가 봤던 글귀가 생각났다. ‘인생은 괜찮다고 생각하면 괜찮아진다. 그것을 의심하면 괜찮지 않게 된다.’
정말이다. 아무렇지 않다고 생각하면 아무렇지 않을 일도 깊게 생각하면 큰일처럼 여겨진다. 삶에는 좋은 일과 나쁜 일이 뒤섞여 일어나고 그에 따라 기쁨과 슬픔, 스트레스 같은 감정이 생길 뿐. 삶을 행복과 불행으로 예민하게 저울질하다 칼로 자르듯 정의할 필요가 없다. 그런 건 내 마음을 좀먹기만 한다. 아침에 눈을 뜨면 두 아이와 나의 하루를 준비하고, 밀려있는 일의 순서를 생각하고, 그 와중에 하고 싶은 일도 떠올리고... 바빴던 날은 ‘오늘 하루는 좀 힘들었다’ 정도로 생각해도 될 일이다. 행복과 불행에 대해 굳이 생각하지 말기! 운전하며 그런 생각을 하고 나니 마음이 편해졌다. 이 생각을 주머니에 넣어뒀다가 또 현타가 오면 꺼내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집에 도착하고 보니 구급차에 미처 타지 못한 제하의 유모차가 아파트 1층에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다음 편에 계속)

아이가 경련을 했다 Read More »

리듬과 노래로 아기 학습 돕는 방법

아기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배우기 시작합니다. 아기 뇌는 지속적으로 확장되고 새로운 신경 연결을 만들며, 이 새로운 세상에 대해 많이 배 우고 있습니다. 정말 놀라운 삶의 시기입니다! 초기 몇 달 동안, 아기는 이미 소통하는 법을 배우고 있습니다. 아기가 대략 1살이 될 때까지 당신이 이해할 수 있는 말을 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당신이 소통하는 것을 보고 생애 첫 해 동안 언어 능력을 쌓아가고 있습니다. 아기의 언어 발달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일찍 시작됩 아기와 소통하는 최선의 방법에 대해 많이 들을 수 있습니다.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리듬감 있게 말하기. 노래조의 패턴과 동요가 생애 처음 몇 달 동안 아기가 언어를 배우는 주요 방법 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어떤 연구 결과는 몇몇 아기들이 생후 2개월 만에 리듬감 있게 말해 주는 것을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렇다면 아기와 리듬감 있게 말해주는 것을 어떻게 사용할 수 있을까요? 아기와 의사소통하 는 재미있는 방법들을 시도해 보세요.

1. 아기에게 동요를 불러주세요
동요는 어린 시절부터 알고 사랑하는 노래들입니다. 이 노래들은 반복되는 단어 패턴, 부드러 운 멜로디가 있고, 수 세기와 같은 개념을 배우는 데 도움이 되므로 아기에게 완벽합니다.
이 노래들은 생애 첫 해뿐만 아니라 초기 몇 년 동안에도 유익합니다! 아기와 함께 놀 때나 잠들 때 달래줄 때 이 동요들을 불러주세요.
2. 아기에게 말할 때 노래하는 듯한 목소리를 사용하세요.
이런 유형의 말하기는 "아기 지향적 대화", "아기 말", "parenteses(부모말투)" 등 많은 다른 이름으로 불립니다.
부모나 보호자가 말을 할 때 멜로디를 더하거나 과장된 소리로 변경하는 것입니다. 부모들은 이런 유형의 대화를 아기와 상호작용할 때 자연스럽게 합니다.
많은 연구 결과는 이런 유형의 말투가 아기의 언어 발달과 아기의 주의를 끄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합니 다. 배대고 노는 시간(터미 타임) 동안 이것을 해보세요, 더 많은 이점이 있습니다!
3. 당신의 하루 일상을 말로 해 주세요.
하루를 내레이션하는 것은 아기에게 언어를 노출시키는 재미있고 쉬운 방법입니다.
다음 팁을 사용하세요. 음절이나 새로운 단어를 강조하거나, 천천히 말하거나, 노래를 부르거나 소리를 가지고 재미있게 당신이 하루 종일 무엇을 하고 있는지 말해주세요.
4. 아기에게 노래하거나 말하기를 지금 시작하세요!
몇 일 또는 몇 주 밖에 안 된 아기에게 노래하거나 말하는 것이 조금 우스워 보일 수도 있지 만, 그 모든 것이 중요한 차이를 만듭니다! 아기는 항상 당신의 말을 듣고 배우고 있으니, 더 일찍 시작할수록 좋습니다.

리듬과 노래로 아기 학습 돕는 방법 Read More »

내가 정보를 얻는 방법

글 : 김지영

장애 자녀의 부모에게 정보를 찾고 활용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장애인 가족을 위한 정보는 많은 곳에서 다양한 형태로 제공되고 있지만 여유가 없는 우리는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나도 아이가 유치원에 입학할 무렵이 되어서야 정보에 밝아진 것 같다. 사실은 이 글을 쓰면서 새롭게 알게 된 정보도 있다.

1. 장애인복지 사업 안내 인쇄물

주민센터에서 아이의 장애인등록증이 나올 때 함께 받을 수 있다. 복지 정책이 매년 크고 작게 바뀌기 때문에 해마다 새로운 인쇄물이 나온다. 작고 얇은 리플릿이었음에도 아이가 5살이 된 지금까지 제대로 읽어보지 않았는데, 핑계를 대자면 공무원 참고서처럼 생겨서 정말 읽기 싫었다. 이 글을 쓰면서 뒤늦게 꼼꼼히 살펴보았는데, 자동차세 면세를 빠뜨린 것을 깨닫고 이제서야 신청 서류를 준비하고 있다. 4년간 약 200만 원의 면세 혜택을 놓친 것이다. (눈물이 난다.)
보건복지부 홈페이지(www.mohw.go.kr)에 접속해 [정보 > 연구/조사/발간자료]에서 '장애인'으로 검색하면 매년 새롭게 발간되는 장애인복지 사업 안내를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2. 유관기관 찾기

내게 필요한 정보를 키워드 삼아 관련된 모든 기관을 찾아 리스트를 만든다. 뇌성마비복지관, 시각장애인복지관 등 아이에게 해당하는 특정 장애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기관. 시청, 구청, 사회복지관, 아동복지관, 장애인복지관, 가족센터, 장애인가족지원센터, 육아종합지원센터, 발달장애인평생교육센터 등 거주 지역의 아동 및 복지 관할 기관과 서비스 제공 기관. 도서관, 미술관, 박물관, 문화원, 문화재단, 평생문화센터, 문화복지센터 등 거주 지역의 문화여가시설.
각각의 공식 홈페이지에 방문해 보면 관련 기관을 좀 더 확보할 수 있다. 거주지 주변 시설의 경우 포털 사이트에서 [지역명+복지관]과 같은 방식으로 찾아보거나, 지도 앱에서 내 위치를 중심으로 ‘복지관'을 입력하는 식으로 검색하면 쉽다.

3. 온라인 툴 활용하기

리스트를 만들었다면 기관 홈페이지 메인 및 공지 사항을 수시로 체크한다. 사실 모든 사이트를 꾸준히 확인하기는 어렵다. 나는 스마트폰의 ‘미리 알림’ 앱을 활용해 격주, 또는 매월 등 원하는 간격으로 알람을 설정하고 주요 사이트 일부만 주기적으로 체크한다. 나머지는 기관에서 뉴스레터를 제공하는 경우 이메일로 소식을 받아보고 SNS 채널(인스타그램, 유튜브 등)을 팔로우하거나 카카오톡 친구로 추가해서 정보를 얻는다.

카카오톡에서 ‘시각장애’를 검색하면 채널 탭에서 관련 기관이 나온다. 검색 결과가 너무 많을 경우 검색어를 좀 더 구체적으로 해보자

RSS 피드를 구독하는 방법도 있다. ‘RSS'는 'Rich Site Summary’의 줄임말로, 여러 사이트에 새로운 콘텐츠가 올라왔을 때 각각의 사이트에 방문하지 않고 온라인 RSS 리더나 이메일을 통해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구체적인 방법은 포털 사이트에서 ‘RSS 피드 구독 방법’을 검색해 보면 된다.
도움되는 사이트 1) 온맘 https://www.nise.go.kr/onmam/ 국립특수교육원에서 운영 중인 ‘온맘'은 장애자녀를 둔 부모를 위한 종합시스템이다. 영유아기부터 학령기, 성인기까지 생애주기별 양육과 교육 정보를 한 눈에 제공하고 있다. 2) 한국장애인신문 www.koreadisablednews.com 한국장애인신문은 복지, 정치, 경제, 사회, 지역 소식 등 장애인과 관련된 기사와 칼럼을 제공한다.

4. 부모 모임 참여하기

장애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끼리의 네트워크는 매우 유용하다. 정보 교환뿐 아니라 깊은 정서적 유대감을 형성하면서 어쩌면 가족보다 더 긍정적인 지지를 얻을 수 있다. 가장 손쉽게 참여할 수 있는 부모 모임은 온라인 카페일 것이다. 실시간으로 질의응답이 가능하고 병원에서의 의료 행위와는 또 다른, 일상에서 일어나는 문제의 해법과 분야를 초월하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제하는 이른둥이, 느린아이, 중증중복장애, 뇌성시각장애 등 5개 이상의 카페에 가입되어 있다.

자조 모임을 통해 서로에게 던진 화두

거주지가 서로 가까운 부모는 카페를 벗어나 오프라인에서 만나기도 한다. 또 복지관 등에서 진행하는 장애 부모 휴식 프로그램, 자조 모임에서 만나게 되는 부모들과 인연을 지속할 수도 있다. 지자체의 지원을 받아 자조 모임을 직접 모집, 운영할 수도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은 보통 연초, 2월쯤에 1년 동안 활동할 사람을 모집한다. 프로그램에 몇 번 참여해 봤더니 어린아이보다 아이를 어느 정도 키운 중장년층 부모가 많았다. 사실 부모 모임이 가장 필요한 건 초보 엄마들일 텐데, 정보가 부족하거나 돌봄을 대신할 사람이 없어서 엄두가 안 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 안타까웠다

5. 장애인 단체 가입하기

장애인부모회, 장애인부모연대, 중증중복장애인부모회 등 장애인 단체에 가입하는 방법도 있다. 아이에게 시각장애가 있다면 시각장애인협회 등 좀 더 세부적으로 들어갈 수 있다. 가입 시 보통 회비를 매월 납부하고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는 카카오톡 채팅방이나 네이버 밴드 등으로 초대를 받는데 이를 통해 단체 내에서 진행되는 행사나 복지 정보 등을 공유받을 수 있다. 또한 정부에 장애 당사자와 가족을 위한 정당한 권리를 요구하는 창구가 되어주기도 한다.
아이의 건강과 발달, 교육뿐 아니라 경제적 지원, 가족 지원 등 생활에 직결되는 정보를 얼마나 아느냐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질 수 있다. 내가 정보를 찾아가기 보다 정보가 나를 찾아올 수 있도록 최대한 자동화하고 이메일과 카카오톡 등 자주 쓰는 툴을 활용하자. 정보를 구조화하고 다시 사람들을 만나는 건 번거롭고 귀찮거나 엄두가 나지 않는 일일 수 있지만 마음먹고 한 번 만들어 두면 든든한 지원군이 될 것이다.

내가 정보를 얻는 방법 Read More »

장애인 보조기기 입문

글 : 김지영

아이가 태어나면 걷고, 잡고, 말하는 것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누워서 지내는 중증 뇌병변 장애 아이에게는 당연한 건 하나도 없었다. 고개도 못 가누는 아이의 자세와 움직임을 내 팔다리로 보조해 주다 보니 나까지 허리며 어깨며 여기저기 삐그덕거렸다. 그나마 기댈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장애인 보조기기였다. 장애 당사자를 도와주는 것은 물론 보호자를 위한 것까지. 장애 유형과 운동 능력 등에 따라 다양한 용도의 보조기기가 있다. 한편 종류가 무궁무진한 만큼 우리 아이에게 지금 필요한 건 어떤 것인지 몰라서 헤맬 수도 있다. 오늘은 뇌병변 심한장애인 다섯 살짜리 우리 아이가 사용해온 보조기기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유아동기에 사용할 수 있는 보조기기

내가 처음으로 보조기기를 접했던 것은 '장애인 보조기기 렌탈 서비스'('렌탈 바우처'라고도 한다)를 신청할 때였다. 지원이라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한 기쁨도 잠시, 하나부터 열까지 도움이 필요한 아이에게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쉽사리 가늠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반대로 나에게 당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봤다.

1. 피더시트 - 앉기 자세 유지 보조기기

내가 아이를 돌볼 때 가장 힘든 게 무엇일까?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밥을 먹일 때였다. 고개를 못 가누는 아이를 왼팔에 안고 오른손으로 이유식을 먹였는데 한 끼 먹는데 30분에서 1시간은 걸렸고, 강직이 있는 아이라 먹는 내내 뒤로 뻗쳐서 왼쪽 팔, 어깨와 등 전체에 통증이 있었다. 당시 필라테스를 다녔는데 내 등을 본 선생님은 왼쪽 등 근육이 움직이지 않으려고 애쓰는 것처럼 굳어있다고 했다. 한편 먹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지지하는 팔에 힘이 빠지니 아이의 자세 또한 거의 눕다시피 하거나 고개가 자꾸 젖혀져서 기도 흡인의 위험도 컸다.
그래서 선택한 우리 아이의 첫 보조기기는 앉기 자세 유지를 위한 피더시트(feeder seat)였다. 재활치료실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파란색 의자인데 이름처럼 식사나 놀이, 학습 시간에 휠체어를 대신해 앉아있는 자세를 유지할 수 있게 도와준다. 부드러운 재질이라 앉았을 때 편하면서도 자세를 잘 잡아주어 근 긴장도가 높은 아이에게 좋은 의자다. 이물질이 묻으면 물티슈로 닦거나 물로 간편하게 씻을 수도 있어 자주 토하고 기저귀 밖으로 변이 새는 우리 아이에게 안성맞춤이었다.

2. 장애인 카시트, 유모차 - 아동용 보조기기

외출할 때 일반 카시트에 아이를 앉히면 고개가 떨어졌다 젖히기를 반복하고 허리가 휘는 등 차의 움직임에 따라 자세가 무너졌다. 반면 장애인용 카시트는 등과 허리에 패드가 있고 벨트도 복부 전체를 감싸는 모양이라 아이를 안정감 있게 잡아주었다. 다만 초반에 고개가 떨어지는 것이 잘 잡히지 않아서 시중에 판매하는 머리 고정 벨트나 목베개를 함께 사용했다.
이동용 보조기기로 유모차형 휠체어(장애인 유모차)도 빼놓을 수 없다. 장애 아동의 자세를 잘 잡아주도록 설계되어 있어 단순히 이동뿐 아니라 신체 변형을 예방하는 기능도 한다. 유모차형 휠체어는 대표 제품을 한두 개로 좁히기가 어려울 정도로 종류가 많은데 아이의 상태나 생활 환경에 따라 최소 요구사항을 정하고 하나씩 따져보면서 고르면 된다. 180도로 펴져서(리클라이닝 기능) 유모차에서 기저귀를 교체할 수 있는지, 체간을 잘 잡아주는지, 접어서 차에 실을 수 있는지, 쉽고 빠르게 각도를 조절하고 접을 수 있는지, 여자 혼자 들 수 있는 무게인지, 디럭스 유모차 수준으로 몸체와 바퀴가 안정적인지, 핸들링이 좋은지, 특히 산소발생기와 석션기 등 짐이 많은 아이의 경우 짐을 실을 공간이 충분한지 등을 조건으로 꼽을 수 있다. 나는 리클라이닝 기능과 우리 차 트렁크에 실을 수 있는지를 최소 조건으로 유모차를 선택했다.

3. 발목 보조기, 기립기 - 보행 및 서기 보조기기

서서 걷는 것을 시도할 수 있는 아이만 발목 보조기(단하지 보조기)를 착용하는 건 아니다. 발과 발목의 변형과 구축이 진행되지 않도록 하거나 서기 훈련을 할 때 바른 자세를 유지하기 위해서도 발목 보조기를 착용한다. 우리 아이는 평소에는 쓰지 않고 기립기에서 서기 훈련할 때만 착용한다. 기립기(기립 보조기기, 스탠더 라고도 한다)는 스스로 서거나 걷지 못하는 아이의 근력과 뼈 건강을 위해 꼭 필요하다. 하지만 치료실에 기립기가 없는 경우도 있고, 있더라도 치료 전이나 후에 30분씩 하는 것으로는 턱없이 부족해서 집에 들이게 되었다. 아이가 고개를 가눌 수 있다면 받침이 앞에 있는 전방기립기, 가눌 수 없다면 받침이 뒤에 있는 후방기립기를 선택한다.

4. 휴대용 의자 - 앉기 자세 유지 보조기기

우리의 첫 보조기기인 피더시트를 슬슬 바꿀 때가 되었다. 제하 몸집이 커졌을 뿐 아니라 이동하려면 아이를 들어서 바닥에 눕혀놓고, 피더시트를 옮긴 후 다시 아이를 안고 가서 피더시트에 앉혀야 했다. 피더시트도 아이도 둘 다 무거운데 이걸 하루에도 몇 번씩 해야 한다. 또 부피가 큰 피더시트는 들고 다닐 수가 없어서 명절에 친척 집에 가거나 여행 가서 실내에 머물게 되면 삼시세끼 아이를 안고 밥을 먹여야 해서 너무 힘들었다. 실내용 유모차를 따로 살 수도 없고 어쩌나 고민하던 차에 휴대용 자세 보조 의자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바퀴가 달려있어 앉은 상태로 이동할 수 있고 접어서 가지고 다닐 수도 있다. 손잡이만 없을 뿐 형태와 기능이 유모차와 비슷하다.

5. 기타 자세 유지 보조기기

아이가 커가면서 추가로 들인 것들은 대부분 신체 변형을 예방하면서 다양한 자세를 도와주는 자세유지 보조기기이다. 엎드린 자세유지를 보조해 주는 '웻지(wedge)'는 경사가 있는 지지대로 평평한 맨바닥에서 이른바 '터미 타임(Tummy time)'을 하기 어려운 아이에게 환경적으로 난이도를 낮춰주기 위해 사용할 수 있다. 서서 기립기 훈련을 할 때나 피더시트에 앉아있을 때마다 한쪽으로 고개가 쓰러지는 것을 보고 머리 지지대인 '헤드 마스터칼라(Head mastercollar)'를 써보기도 했다. 푹신한 매트와 다양한 형태의 쿠션으로 구성되어 있는 '자세지지시스템'은 찍찍이로 탈부착할 수 있어서 여러 가지 조합으로 아이가 다양한 자세를 잡는 것을 도와준다. 척추측만과 고관절탈구 예방을 위해 누워있을 때도 쿠션형 제품으로 바른 자세를 유지하도록 도와준다.
추후 사용을 고려하는 것으로는 목욕 의자, 전동 침대가 있다. 우리 아이는 아직도 아기 욕조에 고개를 걸쳐놓고 씻기는데 이젠 한계가 와서 목욕의자가 필요할 것 같다. 이름은 목욕 '의자'지만 아이를 눕힐 수도 있고, 높이를 조절할 수 있는 제품이거나 받침대를 함께 구매하면 어른은 허리를 굽히지 않고 씻길 수 있다. 또 바닥보다 침대가 아이를 간호하거나 들고 내릴 때 편한데, 침대 자체의 높이 조절뿐 아니라 상체를 세울 수 있는 전동침대는 누워서 비위관이나 위루관으로 식사하는 아이에게는 역류를 방지해주기도 한다.

보조기기 지원받기

보조기기는 거품이 너무 심하다 싶을 정도로 비싸다. 다행히 국가 지원을 비롯해 각종 복지 기관과 재단,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을 통해 보조기기를 직접 지원받거나 구입 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다. 우리집에 있는 보조기기도 내돈내산은 단 하나도 없이 모두 지원받아 구매 또는 대여했다.(제목을 클릭하면 해당 사이트로 연결됩니다.)

1. 국가 지원 서비스

전국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보조기기센터에서는 제품 대여, 소독 세척, 맞춤 제작, 전시체험장 견학, 의류 리폼 등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지역별로 운영 방식이 다를 수 있는데 서울시 센터에서는 1인당 최대 3개까지 동시에 대여할 수 있고 직접 수령은 물론 배송도 된다. 대여료로 반납 시 환급되는 보증금만 내면 되는데 보증금 자체도 저렴해서 거의 무료에 가깝다. 보조기기 센터에서 자체적으로 시행하는 지원 사업은 물론 보조기기 활용 교육을 시행하기도 하니 홈페이지를 수시로 체크하는 것이 좋다.
시중에 나와 있는 보조기기는 중앙보조기기센터에서 제공하는 자료를 비롯해 보조기기 판매 사이트(설명이 더 자세하고 가격도 확인할 수 있어 보기가 편하다)에서 확인할 수 있다. 어떤 보조기기가 필요할지, 어떤 회사 제품이 좋을지. 내 아이에게 가장 잘 맞는 제품을 선택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계속해서 새로운 제품이 출시되고 있기 때문에 구매 전 전문가의 진료나 상담을 받아본 후에 결정하는 것을 추천한다. 재활의학과 의사 및 치료사, 보조기기센터의 보조공학사, 보조기기 판매업체 담당자(주로 보조기기 렌탈서비스 이용 업체) 등 상의할 수 있는 사람이 많으니 조언을 구해보자. 보조기기는 한 번 들이면 오래 사용하기 때문에 신중하게 결정해서 후회하지 않도록 한다. 적절한 보조기기를 사용하는 것은 아이에게는 더 많은 기회와 도전을, 가족 모두에게는 삶의 질을 높여줄 것이다.

장애인 보조기기 입문 Read More »

적은 돈과 짧은 시간으로 기분 전환하기

글 : 김지영

아이 중심으로 돌아가는 일상에서 우리에게 주어지는 시간은 마치 작은 천을 이어 붙인 조각보 같다. 짧은 시간에 할만한 게 별로 없다 보니 텔레비전이나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다 흘려보내기 일쑤고, 쉬면서도 이래도 되나 알 수 없는 자책감이 밀려온다. 육퇴 후 뭐라도 해야지 다짐하지만 아이들 재우고 나면 몰려드는 졸음을 이기기가 어렵다. 인생을 돌이켜보면 시간이 있을 땐 돈이 없었고, 돈이 있을 땐 시간이 없었다. 시간과 돈 어느 쪽도 여유가 없는 지금, 적은 돈과 짧은 시간으로 기분 전환할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해 본다.

산책하기

얼마 전 아이 치료가 끝나고 택시를 기다리는데 앉아있는 게 아까울 정도로 날씨가 너무 좋았다. 손에 쥐고 있던 핸드폰은 주머니에 넣어버리고 처음으로 치료실 주변을 산책했는데 평소 몰랐던 풍경이 보였다. '여기가 숲이 우거진 아기자기한 동네였구나.', '이렇게 예쁜 카페가 있었는데 왜 몰랐지?' 택시가 오기 까지 단 10분 정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기분이 상쾌해졌다. 그 짧은 시간에 내가 이 삶에서 원하는 것을 어떻게 얻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생각을 할 수 있었다. 매일 10분 만이라도 이런 시간이 있으면 내 삶이 달라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 집안과 집밖에 있는 시간을 모두 좋아했지만 강제 집순이가 되니 더 기를 쓰고 나가고 싶어져서 짧게라도 외출을 해야 기분 전환이 되는 것 같다. 짧은 외출로는 목적 없는 걷기, 산책이 최고다. 산책할 시간조차 없다면 아이 치료실 가는 택시 안에서 폰 대신 창밖을 바라보는 정도로도 꽤 기분 전환이 된다.

필름 카메라

필름 카메라는 대학생 때 시작한 나의 오랜 취미이다. 매일 보는 흔하고 사소한 장면일지라도 카메라를 통해 시선을 주면 새로운 의미가 생기고, 똑같은 일상에서 보석 같은 순간을 찾아내는 눈이 생긴다. 특히 필름 카메라는 디카나 폰카와 달리 결과물을 미리 확인할 수 없어서 필름 한 통을 다 쓸 때까지 어떤 장면이 담길지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게 된다. 또, 필름이 무한대가 아니기에 한컷 한컷 신중을 기하게 되는데 숨죽이고 집중하다가 셔터가 '찰칵'하는 그 순간이 짜릿하다. 출산 후 한동안 손에서 놓았던 필름 카메라를 최근 들고 다녀보았다. 아이만 보고, 앞만 보고 스치듯 지나온 길에서 다시금 삶의 재미와 의미를 찾아보는 수단이 될 듯하다. 필름 카메라 구매가 부담스러우면 일회용 카메라를 써보는 것도 좋다. 촬영을 마친 뒤 사진관에 필름 스캔을 요청하면 디지털 파일로 받을 수 있고, 그중 마음에 드는 것만 인화를 요청할 수 있다.

그림 그리기

서울문화재단은 서울예술교육센터를 '시민이 다양한 예술 경험을 통해 삶의 감각을 깨우고 생각의 지평을 확장함으로써 자신의 존재를 탐색하는 공간'으로 소개한다. 공간 자체도 좋지만, 대부분의 프로그램이 무료라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최근 이곳에서 낙서를 주제로 처음으로 오일파스텔을 접했다. 순수 미술은 학창 시절 이후로 처음인 것 같은데 그림 그리기가 이렇게 즐거울 줄이야! 예술 활동을 하는 동안에는 걱정과 잡생각이 마법처럼 사라지고 그 순간에만 몰입하게 된다. 또 좋은 점은 결과물을 보며 소소한 성취감도 얻고 자존감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주 1회로 한 달 동안 진행된 프로그램이었는데 끝나고 나서도 그림을 계속 그리고 싶어서 색연필을 샀다. 집에서 틈틈이 그리기도 하고 가끔 밖에도 들고 나간다. 그림 그리는 것이 어렵게 느껴지면 인터넷에서 '컬러링', 'DIY 명화' 등으로 검색하면 손쉽게 완성할 수 있는 제품을 구할 수 있다. 순수 미술보다 실용적인 것이 좋다면 뜨개질, 자수, 미싱으로 옷이나 생활용품을 만드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특히 뜨개질 재료는 들고 다닐 수 있어서 아이가 치료받는 동안 기다리면서 하는 사람을 꽤 봤다.

수집하기

결혼 전부터 성냥을 수집했다. 원래는 여행 기념품으로 작은 돌멩이를 하나씩 주워 왔는데 무겁기도 하고 어떤 돌멩이가 어디서 가져온 건지 알 수가 없어서 바꾼 것이 성냥이다. 저렴한 가격에 가볍고 부피를 많이 차지하지 않으면서도 특색이 있어서 수집하기 좋았다. 모로코, 스페인, 필리핀, 태국, 일본... 여행지에서 사거나 식당에서 받아오기도 하고 내 취미를 아는 친구들에게서 선물 받은 것도 있다. 아이 낳고는 이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어서 한동안 잊고 있었는데 얼마 전 소품 가게에서 우연히 예쁜 성냥을 발견했다. 2천 원짜리 성냥을 계산하는 데 어찌나 설레던지. 옛 기억이 되살아나며 얼굴이 따끈하게 달아오를 정도로 소녀 감성이 솟아올랐다. 아이 외에 집착할 것이 생긴다는 것, 수집은 나만의 세상을 만드는 것과도 같다.

작은 사치하기

내 소비 습관은 푼돈은 아끼고 큰돈은 잘 쓰는 것이다. 결혼 전에도 몇백 원 아끼려고 집 앞에 마트를 두고 길 건너 시장에 가면서 1년에 한두 번은 비행기를 꼭 탔다. 육아로 퇴사한 뒤에는 집에 커피를 잔뜩 놔두고 혼자 카페에 가는 게 어색하고 아까웠다. 하지만 지금은 작은 사치가 필요할 때인 것 같다. 작은 사치의 기준은 '이 정도 돈 쓴다고 안 망한다, 이거 아낀다고 큰 부자 되는 거 아니다'이다. 출산 후 처음 혼자 카페에 갔을 땐 내가 이런 호사를 누려도 되나 싶을 정도로 들떴다. 노트북이나 책을 들고 카페로 나오면 집중도 더 잘 됐다. 또 다른 작은 사치로는 꽃을 사는 것이다. 종류나 관리 방법에 따라 다르지만 한 번 사두면 짧게는 일주일 길면 2주는 두고 볼 수 있다. 단 한 송이 꽃이라도 볼 때마다 기분이 싱그러워진다.

점심밥 대충 먹지 않기

아이 치료실 다니느라, 혼자 차려 먹자니 귀찮아서 등의 이유로 점심을 거르거나 대충 먹은 적이 많다. 점심으로 일주일에 3번 이상 라면을 먹은 적도 있다. 그러다 체력도 자존감도 떨어지는 것 같아 혼자 먹어도 든든하게, 예쁘게 차려 먹기로 했다. 동기부여를 위해 SNS를 활용하고 있는데 점심 사진만 올리는 용도로 새로 만든 이 계정은 댓글이나 팔로워 수 등 다른 신경은 쓰지 않으려고 굳이 지인에게는 공개하지 않았다. 업로드를 건너뛰는 날도 있지만 덕분에 아직 흐지부지되지 않고 잘 차려 먹고 있다. 한 가지 더, 점심에 밖에서 혼자 밥 먹을 일이 생기면 맥주나 하이볼을 꼭 주문한다. 밤에 육퇴하고 남편과 마시는 것과 다르게 일탈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명상하기

명상은 심리상담사와 정신과 의사가 공통으로 추천한 방법이다. 가부좌를 틀고 가만히 앉아있는 것만이 명상은 아니다. 호흡 명상, 걷기 명상, 잠자리 명상... 종류가 많다. 잠깐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볼 때 바쁘게 돌아가던 생각이 잠시 멈추었던 경험이 한 번쯤 있었을 것이다. 음식을 먹을 때 그 순간에 집중해 맛과 향을 온전하게 느끼면서 먹는 것도 명상이다. 주의를 집중하고 여러 가지 생각들로부터 거리를 두어 마음이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힘을 길러주는 것. 명상을 많이 하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통찰력이 더욱 예리해진다.

우리에겐 낭만이 필요해

이런 거 할 시간에 아이 스트레칭이나 한 번 더 해주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책이라도 읽어주고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해줘야 하는데. 내가 이럴 때가 아닌데. 마음 한편엔 이런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해야 할 일만 하는 것은 기계나 다름없는 삶일 것이다. 인간다운 삶을 위해서는 중요하지 않은 무언가에 몰두하는 시간, 낭만이 필요한 것 같다. '현실에 매이지 않고 감상적이고 이상적으로 사물을 대하는 태도나 심리. 또는 그런 분위기.' 사전에서는 '낭만'을 이렇게 설명한다. 현실적으로 해야 할 일이 아닌 일탈, 새로운 경험, 몰입... 낭만적인 시간으로 기분을 전환하는 것은 나와 우리 가족의 일상을 건강하게 하고 삶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줄 것이다.

적은 돈과 짧은 시간으로 기분 전환하기 Read More »

드디어 사회로 나아가기 : 가족에서 사회로

글 : 윤승아

나 그리고 가족

영아기일때는 사실 이 상황을 내 스스로 받아들이고 가족들이 받아들이는 것만으로도 벅찼습니다. 내아이에게 닥친 불행에 대한 가슴찢어지는 고통, 뭘해야할 지 모르는 무지에서 오는 불안, 당황, 좌절감, 뭐 모든 부정적 감정들이 쏟아졌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스스로도 이 현실을 받아들이고 대처할 능력과 지식도 생기고 가족들도 받아들여 이해와 지원을 받게 됩니다. 재활을 열심히 해야한다는 목표로 달리며 이제 좀 살아갈 힘이 생기면, 아이는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과 지낼 수 있는 활동지원, 교육기관의 이용 기회가 생깁니다. 저와 아이는 같이 사회로 나가는 첫 연습을 하게됩니다. 하지만 처음에는 불안함이 커서 선듯 이용할 수가 없었습니다. ​

나의 불안함은 언제 할 지 모르는 경련. . .

아이는 스스로 체온 조절을 할 수 없어 외부에서 옷을 입히거나 벗기면서 냉난방 기구로 외부온도를 조절해 주어야 했고 감염에 취약해서 아프지 않게 해야 했으며 어설픈 움직임으로 다치지 않게 해야하고 무엇보다 언제 할지 모르는 경련을 대비해야 했습니다. 아이는 간질중첩증(스스로 잘 못멈추는 증상)으로 응급약을 항문으로 투약해야 했기에 다른사람이 하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저는 어쩔수 없이 아이를 안전하게 케어한다는 명분으로 아이 스스스로 조절해보고 시도해볼 기회를 너문 않주고 의존적으로 키우게 되었었습니다. 그래서 갑자기 기회가 왔을때 내가 챙겨왔던 이 모든것을 누군가에게 부탁하기엔, 설명할 것이 너무 많아 엄두가 안났고 쉽게 믿음이 안생겼습니다.

아이를 4시간이상 맡길수 있는 사람이 주변에 몇 명이 있나요?

아이가 어릴 때 들었던 부모교육이 있었습니다. 6개의 항목을 주제로 부모교육이 구성되었고 그중 사회성에 관한 강의가 있었는데, 경력이 많은 특수교사였던 강사분이 “아이를 맡길 수 있는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이 있습니까? 있다면 몇 명입니까?”라고 질문했습니다. 당시 저는 부모님 말고는 떠오르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남편도 못 적었습니다. 강사는 앞으로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 “4시간을 봐줄 수 있는 사람을 60명을 확보하라”고 했습니다. 한 명도 없는데 60명이라니요. . . . 그렇게 많이? 사실 이유는 지금 명확히 생각나지 않지만 너무 당황스럽고 충격적이어서 아직도 질문만 기억 납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아이에게 나 이외에는 돌볼 수 없게 계속 사는 건 아이를 위해서도 나를 위해서도 좋지 않겠지요. 나도 입원해서 치료를 받아야 할 수도 있고 집안에 일이 생길 수 도 있고 나는 늙습니다. 영원히 내가 다 살펴주기는 어렵습니다. 그 때를 대비해야 한다는 겁니다. 실제로 이러한 일들이 금방 제게 닥쳤습니다.

내가 선택하지 않아도 돌봄이 필요했던 상황이 생기다

저는 일단 구하는 것도 미루었습니다. 가족의 지원이 있어 당장 시급하지 않기도 했지만 낮선 이에게 아이를 맡기는 것이 불안하고 내키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미루었던 일이 갑자기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생겼습니다. 도와주시던 친정아버지가 암진단을 받고 투병을 하셔야 했했습니다.전적으로 도와주시던 친정 부모님의 도움이 어려워 지자 장애인 활동지원 서비스를 이용하게 되었습니다. 구하고 나서도 많은 부분을 한동안은 제가 했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우연히 자리를 잠시 비운 사이 먹이던 것을 마저 먹여주시고 그렇게 조금씩 도움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저도 조금씩 믿음이 생기게 되었어요. 그 와중에 설상가상으로 저도 암진단을 받아 긴급하게 수술을 받아야 했습니다. 선택의 여지없이 강제로 아이를 맡길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는데 제가 걱정하던 위험한 상황은 생기지 않았어요.

기관을 이용하기 시작하다

이런 연습의 과정을 거쳐 아이를 기관에 보내보기로 했습니다. 아이가 발달하기 위해선 다양한 자극이 필요한데 다양한 사람으로부터도 받을 수 있고 사회성이 발달 할 수 있을것 같아서죠. 사실 아이가 좌절하지 않고 다치지 않기를 바라지만 아이는 그럼 성장 할 수 가 없잖아요. 넘어져봐야 일어나는 법을 배울 수 있고 상처받아야 스스로 극복하는 법을 배울 수 있기에, 엄청난 고민끝에 여러형태의 기관중 바로 집앞에 병설초 유치원 특수반에 입학시켰습니다. 그리고 한번 맡겨보니 제가 걱정한거보다는 별일이 생기지는 않았어요. 용기가 조금 났죠.
처음 아이를 입학시키고는, 경련을 하는 아이라 불안함이 컸던 이유도 있지만, 집에 가지 못하고 근처 5분 거리에서 1달 이상을 배회했습니다. 잠깐씩 살짝 보러 가기도 했어요. 다행히 선생님 이 이해해 주셨어요. 아마도 많은 장애아동의 부모들이 저와 같았나봐요. 선생님이 “잘 지내고 있습니다. 걱정 마세요"라고 해주시고 다양한 시도하고 있는 방법들을 공유해주시고 하루 이틀 그렇게 별일 없이 시간이 지나가자 조금씩 마음이 놓였던 것 같아요. 그러다 반나절 지내고 점심을 먹고 하원하던 아이가 어느 날 오후 4시까지 체험학습을 간다고 해서 또 고민을 했습니다. 처음엔 안 가겠다고 했더니 “선생님이 걱정 말고 보내라 잘 할 수 있을 거다"하셔서 보내기로 하고는 따라가겠다고 했더니 또 괜찮다고 설득하셔서 아이만 보내기로 했습니다. 체험학습 당일 아침에 큰 배낭에 필요한 것들을 챙겨 갔다가 “어머니 무슨 1박2일로 여행가요? 다 빼셔도 돼요. 걱정 마세요. 잘 챙길게요"하시며 싸가지고 갔던 비상약이며 추울 때를 대비한 여벌 옷, 로션, 수건, 먹을 것 등등 다 빼시고 거즈 손수건만 하나만 본인 가방에 챙기시며 가방 채로 돌려주셨지요. 조금은 무안하고 창피했는데, 온 마음으로 잘 챙길테니 믿고 보내 달라셨던 선생님의 웃는 얼굴이 지금도 선합니다.

관계와 삶의 폭을 넓혀가다

그렇게 조금씩 경험을 하면서 아이는 나와 떨어져 다른 사람들과 지내는 시간이 길어졌고 사람들의 수도 늘어났습니다. 전보다 쉽게 아이를 맡길 수 있게 되었고 또 아이가 느리지만 조금씩 성장하면서 점점 더 많은 설명을 하지 않아도 되게 되었어요. 작은 이사짐 수준으로 들고다니던 짐들로 하나씩 줄이게 되었어요.
10여 년이 흐른 지금에 다시 한 명 한 명 이름을 적어보면 아직도 60명은 안됩니다. 아무리 짜내어 꼽아봐도 30명이나 될까요? 하지만 전보다 훨씬 이름을 모르는 많은 사람들 그 누구든 4시간 정도는 맡길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사람이 60명이 되면, 이 목표는 어떻게 보면 우리 아이가 독립적인 생활을 목표로 하는 것과 맞닿아 이 사회에서 내가 없이 아이가 살아나갈 수 있게 됨을 의미하는 게 아닐까?하고 지금에서야 그 의미를 깨닫게 됩니다.

드디어 사회로 나아가기 : 가족에서 사회로 Read More »

Scroll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