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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겪었던 소화기 문제들

글 : 윤승아

아이는 뇌병변의 후유증으로 뇌병변장애와 지적장애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장애보다 더 힘들었던 것은 아이가 아픈 걸 지켜보는 일인 것 같습니다. 지민이의 경우는 소화의 문제와 뇌전증이었어요. 일반적인 경우와 달리 뇌병변이 기저 원인이기 때문에 대처하기 어렵고 도와줄 방법이 많지 않아서 더욱더 힘들었습니다. 오늘은 이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먹고 소화시키는 것의 어려움

이른둥이였던 지민이는 젖병 빠는 힘이 약하고 양이 작아 먹이는 것 자체가 큰 일이었습니다. 목표 용량을 먹이려면 40분 이상을 먹여야 했고 그나마도 잘 먹지 못해서 자주 먹이고 싶었지만, 자는 시간과 치료 시간을 고려해 자주 먹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이유식은 많이 늦게 시작하지 않았지만 36개월 전후로 많은 병치례를 하면서 쉽게 밥을 먹는 단계로 넘어가지는 못했어요. 꽤 오래 후기 이유식 형태로 먹였습니다. 치료를 위해 차를 타고 이동하는 시간이 길어서 간단하게 먹어야 하기도 했고, 소화기관에 탈이 나는 경우가 많아 소화가 잘되는 재료를 선택하고 고기나 덩어리는 거의 다지거나 갈아서 만들어 주었죠. 밥은 후기 이유식 형태였고 단백질은 주로 흰살 생선을 먹였습니다. 소화가 어려운 기름지거나 밀가루 음식은 못먹였어요. 우유도 자주 탈이 나서 일반 우유는 안먹였습니다. 빵을 먹여 본 것은 5~6살이 넘어서였습니다. 결론적으로 얘기하면 큰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소화가 잘되는 음식을 먹였습니다. 아이를 위한 것이기도 했지만 제게도 당장은 이런 방법이 편했습니다
고열을 동반한 감기나 감염병에 걸렸을 때 열이 내리고 난 직후 꼬박 하루를 내리 울었습니다. 아이가 먹지도 않고 소변과 배변도 잘 안되고 하루종일 울어대는데, 이유도 모르겠고 미칠것 같았어요. 영아기의 어린 아기가 열이 날 때는 울기보다는 오히려 쳐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가 운다는 것은 통증을 동반한다는 것이고, 외과적으로 다친게 아니면 배앓이가 가능성이 높아 보였습니다. 그래서 응급실에 데려갔지만 의사는 “막연한 추측으로 아이를 치료할 순 없고 정밀 검사를 해야하는데 협조도 안되고 많이 힘들거다. 그 정도 병치례 후엔 속병이 나는 것은 오히려 당연하다. 조금 쉬면 회복될거다”라고 하였고 관장을 좀 해주거나 위장관운동을 도와주는 약을 주는 것이 다였고 선생님 말처럼 만 하루를 쉬면 회복하기는 했습니다.
열이 난 후 회복기의 증상 이외에도 유아기엔 수면중이나 기상 후 1시간 내외로 식은땀을 흘리고 손발이 차갑게 되고 침을 힘겹게 삼키며 안절부절 못하는(뭔가 갑작스런 통증을 참는 듯한)증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났습니다. 주로 10분 이내로 금세 언제 그랬냐는듯 잘 놀았습니다. 트림이나 방귀를 뀌면서 증상이 없어지기도 하였지만, 증상이 수차례 반복되는 경우엔 경련으로 이어졌습니다.

저체중과 영양 부족

저는 여기저기에서 만나는 모든 전문가와 부모들에게 이 문제를 공유했지만 답을 들을 수 없었습니다. 아이들이 성장하며 장도 길어지고 그래서 소화력이 약한 아이들은 점점더 힘들어지고 문제가 생길 확률도 높다고 하더군요. 더군다나 지민이는 저긴장아이라 어쩌면 이런 문제가 당연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한약도 먹여보고 대체의학에서 하는 보충제도 먹여봤지만 큰 도움은 안되었던것 같아요. 자연히 체중도 쉽게 늘지 않았습니다. 9kg을 넘기는것이 아주 오래걸렸고 만 24개월이 한참 지나서야 10kg대에 진입했어요. 경련안하게 소화장애 안상기게 조심하다보니 아이가 말라가는걸 미처 못느낀것이죠.
그러다 4세 무렵, 그날도 원인 모를 복통에 안되겠다 싶어 대학 병원에 진료를 보러갔다가 초저체중의 영양실조 상태라고 당장 입원하라고 해서 당일 바로 입원해서 검사를 진행 했습니다. 저는 아이를 매일매일 보니까 아이가 그렇게까지 말라있는지 깨닿지 못했어요. 재활치료와 병치례에 정신이 없었고 당시 부모님들도 많이 편찮으셨고 저 역시 수술을 해야 했어서 경황이 없었나봐요. 우연히 찍은 아이 사진을 보니 TV에 나오는 아프리카 기아난민같이 말라 있었어요. 사진으로 보니 더 명확하게 보였습니다. (너무 마음이 아파 이때 사진은 다 없앴습니다.TT)
협조가 안되어 검사를 하기가 쉽지 않았고 겨우 내시경과 삼키는 기능과 관련된 검사만 할 수 있었어요. 꼭 닫혀 있어야 하는 식도 입구가 거의 열려 있다고 해요. 그때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습니다. 아이의 근육 긴장도가 저긴장으로 정상이 아닌데 내장기관도 정상이 아닐 거란 생각은 왜 못했을까…
의사는 “식도역류로 추정진단하고 치료를 해보자. 호전되면 유지하고 호전이 안되면 다른방법을 찾자"고 해서 1년간 치료를 했습니다. 유아의 식도역류증상은 몸이 활처럼 휘는데, 그 모습이 꼭 경련 같아서 경련으로 오인되기도 한다는 것도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이후로도 소화기치료는 빈도가 좀 줄었지만 계속되었습니다.

계속되는 악순환의 고리 끊어내기

악순환이 계속되며 아이는 말라갔습니다.
깡말랐던 4세 무렵
그러다가 아이가 만 5~6세 정도 되었을때 우연히 만난 특수교사가 수업전 평가, 상담시간에 지민이의 전반적인 일상생활을 물어보시며 지민이의 섭식방식에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이 나이에 섭식에 특별한 어려움이 있는 것이 아닌데 계속 후기 이유식 형태의 음식을 먹는 것에 놀라셨고 계속 유동식만 먹고 씹지 않으면 점점 더 씹는 기능과 소화기관의 소화력도 약해져 소화가 안되고, 장기적으로 봤을 때 경련에도 안좋은 영향을 준다. 그 문제로 생명이 위험해 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아이가 소화력에 문제가 생기면 경련을 한다고 얘기했지만 선생님은 당장은 경련을 하더라도 소화력을 키워 줘야 한다는 겁니다. 제가 납득을 하지 못하자 본인의 동생 얘기를 해주었습니다. 교통사고로 사지마비의 뇌병변장애를 가지게 되었고 뇌전증도 있고 호흡, 소화 전반에 문제가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성인기에도 이러한 문제가 해소되지 않았고 결국 그 문제로 20대에 떠나보내게 되었다고요. 생각지도 못한 결말에 당황스럽고 혼란스러웠습니다.
며칠을 고민하던 저는 경련을 할 각오로 시도해 보기로 했습니다. 두려움과 걱정으로 시도해봤다가 후회했다가를 반복하면서 악순환이 계속 되었지만 여기에 시간이 더해지며 아이는 조금씩 식사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체중도 물론 5%ile 이내이지만 그래프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그러다 초등 2학년때 경련 주기가 짧아지고 많이 아프면서 또 체중이 그래프 밖으로 나갔습니다. 그래서 '살찌우기 프로젝트'로 영양사처럼 식단스케줄을 치료스케줄과 같이 짰습니다. 자기 전엔 2시간엔 공복을 유지하고 식사나 간식 직후 40분 이내엔 이동과 운동을 금하니 식사 3번, 간식 2번을 먹일 수 있었습니다. 열심히 먹였습니다. 대학병원 영양사였던 유치원 친구 어머니의 도움으로 고열량이면서 소화가 잘되는 음식을 추천받아 모든 치료에 우선해서 규칙적으로 먹였습니다. 그러자 몸무게가 조금씩 늘고 운동기능이 조금씩 올라가며 가속도가 붙었습니다.

소화제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님을 깨닫다

비슷한 시기에 수소문하여 소아 소화기 전문의를 찾아가 상담을 했습니다. 의사선생님이 그렇게 말씀하신 것은 아니지만 그때 상담후 제가 느낀 결론은 “모른다”였습니다. 적어도 저는 그렇게 들렸습니다. 그분이 무능력하다는 것은 아닙니다. 저명한 분이시고 지민이같은 뇌병변아이들의 성장을 많이 지켜봐온 분이셨습니다. 선생님은 “뇌손상을 받은 아이들의 섭식과 소화기의 문제는 예상하기 힘들다. 내장과 뇌가 연결되어 있다. 크면서 좋아지는 경우도 있고 크면서 나빠지는 경우도 있다"고 하면서 당시 식도역류로 소화기 약 3가지를 1년 넘게 먹이고 있었는데 당장 먹이지 말라고 했습니다. “아이가 스스로의 능력을 키울 수 없다. 소화기약 자체가 오래된 1세대 약이 많고 아이에게 장기 복용하면 아이 기능이 오히려 약해질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때 깨달았습니다. 지민이가 힘들어하는 부분은 어쩌면 특정 질병이 아닐 수도 있겠구나. 소화제 같은 약으로는 고칠 수 있는 것이 아니구나. 몸 전체를 관장하는 뇌를 편안하게 해주어야 하겠구나.

우리 아이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보기

신경과 주치의와 의논해서 뇌가 쉴수있는 방법이 무엇일까를 고민하다 '수면'이 아닐까 여겨져서 현재는 밤에 숙면을 도와주고 있습니다. 다행히 조금은 호전이 되었습니다.
아이가 커갈수록 생각보다 훨씬 많은 양의 음식을 먹여야 하는데, 섭식이 잘 안되면 유동식만으로는 일반 식사의 영양과 열량을 공급해주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아이가 섭식에 문제가 있다면 섭식의 문제를 먼저 해결하고 영양을 충분히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봐야 할 것 같아요. 아이의 운동기능과 활동 양도 고려해야 하고요.
우리 몸은 사용하지 않으면 발달을 하지 않습니다. 걷지 않거나 손의 기능이 떨어진 상태로 자란 아이들은 성장해서도 손과 발이 어린 아이처럼 작습니다. 운동 뿐만 아니라 몸의 여러 기능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씹지 않으면 관련된 관절과 근육이 약화됩니다. 단단한 것을 씹지 못하고 힘들어 한다고 부드러운 것만 먹이면 점점 더 씹지 못하게 됩니다.
물론 모든 아이들이 저희아이와 같진 않습니다. 무조건 아이 상황과 맞지 않는 무리한 시도를 하시면 안됩니다. 하지만 비슷한 악순환을 하나씩은 가지고 있지 않을까 합니다. 반드시 전문가의 조언을 받으며 조금씩이라도 변화를 시도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가 못할 것이라고 지레 생각했던 것들 중 의외로 많은 부분에서 아이들은 조금씩 해내곤 합니다.
아이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부모가 기회를 주지 않아서 또는 그 기회를 너무 일찍 주어서 또는 몇 번 시도하고 부모가 포기해서 일수도 있습니다.
학교에서 스스로 다양한 음식을 먹는 최근 지민이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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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 자녀에 가려진 아동기 비장애 자녀, 어떻게 대해야 할까?

글 : 김지영

제하가 병원에 입원했을 때 만난 옆 침대의 고등학생 여자아이는 수술 후 몸이 아프고 불편할 텐데도 너무나 밝았다. 병원에 있는 내내 엄마에게 고맙다, 사랑한다는 말을 입에 달고 지냈다. 어떻게 키웠길래 아이가 저렇게 예쁜 말만 하느냐고 물었다. 어머님은 어두운 얼굴로 대답했다. 딸은 몸이 안 좋아서 온종일 붙어 지내니까 밝은데, 아들은 엄마와 말도 안 섞는다는 것이었다.

내 동생은 장애인이에요.

장애 아동의 부모가 간과하기 쉬운 것 중 하나가 비장애 자녀일 것이다. 부모는 아픈 아이에게 온 신경을 쏟느라 다른 아이에게는 시간적으로도, 정서적으로도 줄 수 있는 것이 부족해진다. 돌이켜 보면 나도 제하의 형과 진득하게 앉아 놀아준 시간이 손에 꼽히는 것 같다. 형은 돌봄 선생님에게 맡기고 제하를 데리고 매일 같이 재활을 다녔고, 제하가 수술을 하거나 컨디션이 안 좋을 때는 병원에 입원하느라 형은 몇 달을 제대로 못 본 적도 있었다. 한 번은 돌봄 선생님이 아이의 목소리를 녹음해 보내줬다. “엄마 보고싶어요... (울먹울먹) 엄마 보고싶어요...” 아직 25개월밖에 안되었을 때였는데 엄마가 얼마나 보고 싶었을까.
덩치도 제하보다 훨씬 크고 정상 발달을 하고 있으니 누가 봐도 형이기에 우리도 편의상 ‘첫째’, ‘형’이라고 칭하지만, 사실 제욱이는 뱃속에서 몇 초 먼저 나온 쌍둥이 형제다. 두 돌 때까지는 내가 제하를 안고 있으면 제욱이가 달려와서 때리거나 꼬집고 도망가기 일쑤였다. 나도 안아달라고 울부짖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아이의 속도 모르고 혼을 냈다.
“엄마, 제하는 아기라서 아직 못 걸어?” 아이의 물음에 나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러다 제하도 이젠 아기라는 핑계가 먹히지 않을 정도로 자라서 장애인이라는 것을 알려주었다. 아직 제욱이는 ‘장애인’이라는 명칭에 대해 아무런 거부감 없이 받아들였다. 길에서 장애인콜택시를 마주치면 반가워하고, 장애인 주차구역을 보면 신이 나서 우리 자리라고 말했다. 내 이야기를 들은 나와 같은 처지의 지인은 벌써 아이에게 장애인이라는 걸 알려줬느냐고 놀라서 물었다. 장애, 비장애 남매를 키우는 지인은 초등학생인 누나가 슬슬 동생이 장애인이라는 걸 부끄러워하고 감추고 싶어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우리 아이도 곧 겪을 일일 것 같아 걱정이 되었다.

나도 엄마 아빠의 아이잖아요

장애를 가진 형제자매를 둔 2~30대 청년들이 만든 자조모임이 있다. ‘나는’이라는 이 모임에서 출판한 책 <나는, 어떤 비장애 형제들의 이야기>는 장애 가정에서 비장애 형제자매가 주인공이 되어 자신들의 경험과 상처를 돌보고 스스로의 정체성을 찾고자 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나는 이 책을 읽고 아이의 심정에 대해 짐작해보고 미래에 겪게 될 문제에 대해 마음의 준비를 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되었다.
나도 엄마 아빠의 보살핌이 필요한 아인데, 장애 형제 때문에 손해 보고 차별받는 것 같은 좌절감과 분노. 그럼에도 내가 장애 형제를 돌봐야 한다, 부모님이 기대하는 만큼 내가 더 잘해야 하고 착하게 굴어야 한다는 책임감과 부담감. 일이 잘 풀리면 내 형제도 건강했다면 나처럼 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에 드는 죄책감, 반대로 일이 잘못되면 이게 다 형제 때문이고 없어져 버렸으면 좋겠다는 원망과 그 생각 끝에 드는 죄책감. 장애 형제와 함께 살면서 드는 복잡한 감정은 다른 누구에게, 심지어 부모에게조차 온전히 말하기도 이해받기도 어렵다고 한다.

부모가 비장애 자녀에게 해줘야 할 일

비장애 자녀는 마음에 상처를 입기 쉬운 환경에 있기에 부모가 먼저 다가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첫째는 사랑을 많이 표현할 것. 장애 형제가 아파서 하루 종일 돌보고 있지만 나는 너 또한 사랑한다는 것을 꼭 알려주면 좋겠다. 아이의 입원으로 엄마나 아빠가 장기간 떨어져 있어야 할 경우에는 매일 영상통화를 하든 주말만 보호자를 교대하든 면회를 오게 하든 아이가 부모의 얼굴을 볼 수 있도록, 너를 항상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면 좋겠다.
둘째는 둘만의 시간을 가질 것. 장애아동 돌봄 선생님이 온 뒤로는 제하를 맡기고 첫째 어린이집 하원 후 가까운 놀이터에 가거나 어린이박물관 등 가끔은 아이가 좋아할 만한 곳을 찾아 조금 멀리까지 버스를 타고 다녔다. 밖에 나갈 시간이 없다면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집에서 놀아줘도 충분하다. 아이에게는 함께하는 시간의 양보다 질이 중요하니까.
셋째는 만약 아이가 장애에 관해 물어보면 정확하게 얘기해줄 것. 이야기 해줘도 이해 못할 거라고 대충 얼버무리면 비장애 자녀는 자신에게도 형제와 같은 장애가 생기지 않을까 걱정하게 될 수 있다. 어떻게 해서 장애가 생겼고 어디가 불편한지 아이가 이해할 수 있도록 잘 이야기해주는 것이 좋다.
넷째는 장애 아이 양육에 너무 올인하지 말 것. 부모가 그로 인해 불행한 인생을 사는 모습은 아이에게도 큰 짐이 된다. 또한 아픈 아이를 탓할 수 없기에 부모가 힘들수록 비장애 자녀를 감정의 쓰레기통으로 대할 수 있다. 나도 제하를 돌보면서 받은 스트레스 때문에 첫째에게 화를 못 참는 순간이 많았고 감정적으로 육아를 했다. 힘든 와중이지만 부모 인생도 즐기며 사는 것이 우리에게도 아이에게도 필요하다.
이 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비장애 자녀는 말 못 할 고민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와 대화를 많이 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가 속 이야기를 편하게 털어놓을 수 있게 하고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공감해줘야 한다. 대화가 어려운 경우에는 심리상담을 받도록 하거나 장애인복지관 등에서 제공하는 비장애 형제 지원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다.
제욱이는 심리상담을 받기에는 아직 어린 만 4세이기에 놀이치료를 시작했다. 담당 선생님께는 문제 행동을 해결하기보다는 제욱이가 지금까지 겪었을 결핍을 다독여주고 스트레스를 풀어주고 싶다고 했다. 놀아달라고, 뭔가 해달라고 할 때마다 제하를 돌보느라 뒷전으로 미뤘던 일. 아이의 입장에서 충분히 요구할 수 있는 일인데 제하 때문에 안된다고 거절했던 것들. 덜 안아주고 많이 웃어주지 못한 기억을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지금부터라도 아이의 눈을, 마음을 한 번 더 들여다보자고 오늘도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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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유증들

글 : 윤승아

뇌 손상은 신체의 다양한 범위에 다양한 정도의 영향을 미치고, 그로 인해 다양한 장애를 갖게 됩니다. 신체적 어려움 뿐만 아니라, 사회적 관계에서의 어려움도 갖게 됩니다. 이러한 후유증의 가능성에 대해 숙지하고 대비하는 것이 영아기에 특히 중요하다고 생각되어 이 글을 써봅니다.

뇌병변 장애 아동은 다양한 후유증을 겪게 됩니다

지민이는 29주4일, 1.09kg의 이른둥이 입니다. 2달여의 NICU를 퇴원한 후 조산의 후유증으로 호흡기(페형이형성증), 심장(동맥관 개존증), 안과(미숙아 망막증), 신장(수신증), 재활의학과(뇌성마비), 정형외과(고관정 아탈구), 내분비학과(갑상선기능저하증)의 진료예약을 달고 나왔습니다.
대부분은 짧게는 1~2년, 길게는 4~5년 간의 치료와 성장해가며 일부손상이 되고 흔적을 남겼지만 일상생활에 영향을 줄 만한 장애를 남기지 않고 잘 극복했습니다. 하지만 뇌병변 4기로 심한 뇌손상은 회복하지 못했습니다.

뇌의 전영역에 미치는 광범위하고 깊은 손상은 후유증으로 다양한 장애를 갖게 되었습니다.

아이의 어려움에 대한 전문가의 예측은 막연했습니다. 못걸을 수 있고, 사지강직, 지적장애, 뇌전증, 말을 못할 수도 있고 의식이 없을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예측하기엔 아이가 너무 어렸고 전문가들도 몰랐을 것이라는 걸 지금은 이해합니다. 그리고 뇌병변아이들은 손상의 정도와 범위가 비슷한것 같아도 후유증은 아이들마다 다 다릅니다. 그래서 내 아이와 비슷한 사례를 찾기도 힘듭니다. 거기에다 아이가 성장하면서 시기와 상황에 따라 같은 문제도 또 달라집니다.
한 번도 가까운 가족이나 지인이 경험하거나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상상이 안되었지만 재활의학과 선생님의 처방으로 재활 치료를 시작했고 걷고, 말하고, 손을 사용하는 것을 목표로 그게 전부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뇌병변의 후유증은 운동발달이나 언어문제와 연관되어 호흡, 섭식, 소화, 배설 등 생존에 필요한 기본적인 기능부터 시각이나 청각을 비롯한 감각, 정서 그리고 뇌전증 등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으며 이러한 문제들은 서로 연관되어 또 다른 어려움을 갖게 되어 일상생활은 물론 치료조차 어렵게 합니다.
지민이의 경우는 뇌손상 때문인지 어릴땐 체온조절이 잘 안되고, 잘먹지 못하고 체중증가도 잘 안되고, 감염에 취약했습니다.
체온은 세심하게 외부에서 조정을 해주어야 해서 씻기거나 외출이 조심스러웠고 옷을 그때그때 온도에 맞게 갈아 입혀야 했습니다. 젖병 빠는 것이 잘 되지 않아 조금만 먹어도 땀을 흘리고 힘들어 했었던것 같습니다. 자연히 체중증가가 쉽지 않았습니다. 기억이 가물하지만 2돌에 돌정도의 몸무게와 크기였던것 같습니다. 영아연축으로 시작된 뇌전증으로 입퇴원을 반복했고 특히 소화기관의 문제가 뇌전증 다음으로 지민의의 일상과 재활에 어려움을 주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것은 자라면서 나타날 수 있다는 몸에 강직이 거의 없어서 다행이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아이가 성장하면서 새로운 사실들을 알게되고 새로운 증상들이 나타났습니다.

강직이 없다고 해서 운동신경이 정상이라는 것은 아니라는 것.
저긴장이 어떤 면에서는 재활이나 일상에 어려움이 많을 수 있다는 것.
뇌의 문제로 시각을 사용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것.
소화기관도 운동성이 있는데 이도 정상이 아닐 수 있다는 것. 즉, 연동운동이 원할하게 안될 수 있고, 닫혀 있어야 할 식도 입구와 항문이 늘어져 열려 있어 이로 인해 식도역류증상이 생긴 것. 이것 때문에 묶어주는 수술을 할 수도 있다는 것.
뇌전증은 성장하며 양상이 바뀔 수 있고 더 심해질 수도 있고 지민이의 경우 완치는 힘들다는 것 등의 새로운 증상들이 나타나고 대처해야 했습니다.
아이의 신체가 커지면 커질수록 정형외과 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고, 왜 저런 행동을 할까 싶은 눈흘김이나 간헐적 사시와 같은 이해하기 어려운 신경학적인 문제들, 원인을 알기 어려운 통증이나 복통이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어려움은 성장과 발달에 따라 활동범위가 가정과 치료실에서 학교와 사회로 넓어지면서 다양하게 나타납니다. 이런 문제들은 어느날 “갑자기” 나타나고, “우연히” 알게 됩니다. 그렇기 따문에 훨씬 전부터 증상이 있었지만 일반적인 발달을 하지 않는 아이의 표현이나 신호를 엄마는 놓쳐서 몇년이 지나도록 몰랐던것도 있고 시도해 볼 중요한 시기를 놓치기도 했습니다.

가능성에 대해 알고 대비하고 아이에게 맞는 방법을 찾을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후유증을 잘 숙지 하고 대비하는 것은 치료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또한 이러한 부분이 재활치료전에 먼저 안정화 되는 것도 중요한것 같습니다.
특히 영아기엔 더 중요했던 것 같습니다. 지민이의 영아기는 재활에 집중하는 특수성만 생각하고, 정작 부모로서 마땅히 주어야 할 정서적, 육체적 안정감을 주지 못했습니다. 잘 먹이고 잘 재우고 건강하게 체력을 유지하게 해주고 정서적 안정감을 주는 것이 치료에 바탕이 됩니다. 잘먹지 못하고 잘 자지 못하고 잘 아팠던 제 아이의 경우는 더더욱. . .
아이는 피로로 경련을 하거나 소화기관, 호흡기관에 문제가 발생하고 일반 또는 중환자실 입∙퇴원을 반복하게 되었어요. 그나마 퇴행하는 건 아니라고 위로해 봤지만 너무 자주 아프게 되니 제자리였고 몇 년 지나서 돌아보니 퇴행 아닌 퇴행이였습니다.
당장 눈에 보이는 발달과 변화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안정감 있는 생활 속에서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고 건강을 유지하면서 각자 아이의 상태에 따라 아이에게 맞는 부모의 현명한 전략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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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함과 부당함을 당당하게 말하기

글 : 김지영

나는 원래 약간의 불편함이나 부당함은 참고 지나가는 사람이었다. 바깥바람이 신경 쓰여도 혹여나 다른 사람이 답답해할까 봐 열려있는 창문을 그대로 두었고, 당일배송 상품을 주문했는데 다음 날 아침까지 오지 않아도 그렇게 급한 게 아니라면 별말 없이 기다렸다. 그런데 아픈 아이를 키우다 보니 세상은 온통 불편하고 부당한 것투성이었다.

세상이 이렇게 살기 불편한 곳이었나

장애인임을 공식적으로 인증 받으면 관련 기관이 나서서 뭐라도 해주는 줄 알았지만 저절로 되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장애인등록증(복지 카드)을 받으러 주민센터에 갔을 때 직원이 말없이 건네준 장애인 복지 안내 책자가 전부였다. 그다지 두껍지는 않았지만 당시에는 그걸 제대로 읽어볼 여유가 없어서 시간 날 때 보기로 하고 책꽂이에 꽂아두었다.
장애인 복지와 관련해 가장 많은 소통을 했던 주민센터 담당자는 어떨 땐 나보다도 모르거나 소통이 제대로 안 되는 경우가 많았고 그래서 놓치는 것도 생기곤 했다. 대표적인 게 장애아동 양육수당이다. 장애아동수당 지급 대상은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으로 제한되지만, 장애아동 양육수당은 소득에 상관없이 받을 수 있다. 나는 주민센터에 장애아동수당을 신청하러 갔다가 자격이 안 된다는 말에 그런가 보다 하고 더 묻지도 않고 돌아섰었다.
그리고 수급 기한인 48개월에서 두 달이 지난 지난달, 뒤늦게 장애아동 양육수당의 존재를 알고 소급 지급 신청을 했고 주민센터에서는 지급 여부에 대해 아직 상위기관과 협의 중이다. 애초에 자격이 안 되는 걸 문의하면 자격이 되는 비슷한 제도를 안내해줘야 인지상정 아닌가 싶었지만 담당자는 복지제도가 신청주의라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사회복지 용어에는 ‘신청주의’와 ‘직권주의'라는 것이 있다. 사회보장 급여의 신청에 관해 수급권자가 법에 따라 신청해야 급여를 받을 수 있는 것이 ‘신청주의’,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수급권자의 신청 여부와 관계없이 직권으로 수급 자격 여부를 조사한 후 급여를 제공하는 것이 ‘직권주의’다. 현재 사회보장 급여는 신청주의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결국 보호자가 제대로 알고 신청도 제때 해야 최소한 국가가 제공하는 기본적인 복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숟가락으로 떠먹여 줘도 먹을 수 있을까 말까 한 상황에 있는 우리 입장에서는 너무나도 아쉬운 부분이다.

맞벌이가 장애인보다 더 배려를 받는다고?

온라인 카페와 같은 장애아 부모의 커뮤니티에서는 제도적 부당함에 대해 말하는 글이 종종 보였지만 불만을 말하는 데에서 그칠 뿐 어떻게 바꿔보자는 글은 그다지 보이지 않았다. 그럴 정신도 없거니와 우리가 어떻게 한다고 세상이 쉽게 바뀔 것 같지도 않고 말이다. 나도 예전 같으면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하고 지나쳤겠지만 억울한 일을 몇 번 겪으니 이제 슬슬 부당함을 말해야겠다, 나와 우리 가족의 권리를 당당하게 요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 아이의 유치원 모집 요강을 알아보던 중에도 억울한 일이 있었다. 어린이집에서는 장애아동의 형제자매에게 1순위로 입소 우선순위를 줬다. 반면 유치원은 우선 모집이나 방과 후 과정 지원 대상에 없었다. 유치원별로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저소득층, 국가보훈대상, 북한이탈주민, 다문화, 다자녀, 장애 부모의 자녀, 한 부모, 맞벌이 등이 지원 대상이다. 이상해서 더 살펴보니 초등돌봄교실이나 중고등학교 우선 배정 대상에서도 제외되어 있었다. 오히려 장애아동 가정보다 사정이 나은 맞벌이 가정을 더 배려해주는 이상한 상황.
장애아동은 입원이나 재활치료 등으로 스케줄이 많고 일상생활도 혼자 하기 어려워 부모가 돌봄에 많은 시간을 들인다. 반면 함께 성장하는 비장애 형제는 보육과 교육 면에서 뒷전으로 밀려나게 된다. 또한 부모는 장애아동 양육으로 하던 일도 그만둬야 하는 상황에 막대한 의료비 지출까지 겹쳐 경제적으로도 어려운 상황에 처한다. 맞벌이 가정은 아이를 볼 시간이 없다지만 돈이라도 벌지, 장애아동 가정은 소득도 반토막 나고 아이를 돌볼 시간도 부족하다.
그런데도 국가 차원의 교육 시스템에서 맞벌이 자녀보다 장애아동의 형제자매가 배려받지 못하는 것은 분명히 부당한 처사였다. 현직 교사로 있는 친구는 국민신문고를 통해 국민제안을 넣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 거라고 했다. 국민제안은 제안인이 처리기관을 지정해 아이디어를 제출하고 소관 기관이 시행 여부를 결정하는 시스템이다. 나는 망설임 없이 교육 전 과정에서 우선 모집, 우선 배정 등 교육적 배려 대상에 장애아동의 형제자매를 추가해 달라는 제안을 교육부에 넣었다. 생각보다 빠르게 담당자로부터 나의 제안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내용이며, 반영 여부를 논의해 올해 말쯤 내년 가이드라인이 결정될 거라는 연락을 받았다.

나는야 조용한 싸움닭

정부 청사 앞에서 머리도 밀고 시위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게까지 할 용기가 없는 나처럼 소심한 사람이라면 최소 할 말은 하고 살았으면 한다. 물론 국민제안이든 공공기관이든 우리의 말을 듣고 실현할 수 있는 곳에 해야 한다. 우리끼리 투덜대봤자 정치인과 공무원은 실질적으로 우리가 어떤 어려움에 처해있는지 속속들이 알지 못한다. 불편함을 무턱대고 참고 가만히 있으면 저절로 되는 것도, 대신해주는 사람도 없다. 조용한 사람이었던 내가 싸움닭이 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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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아동 및 가족지원 관련 제도와 정책

관련 근거법

「장애아동복지지원법」,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발달장애인의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장애인복지법」 등 중심, 일부 복지서비스 「영유아보육법」, 「아이돌봄지원법」, 「건강가정기본법」 등에 근거하여 추진

주요 내용

  1. 조기 발견 및 진단 
  2. 발달재활서비스 
  3. 보조기기
  4. 보육 및 교육
  5. 돌봄 및 일상생활 지원
  6. 주거 관련 지원
  7. 경제적 지원
  8. 가족 지원 
  9. 기타 세제 혜택 및 감면 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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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감과 자책감을 이겨내기 힘들어하시는 분들께

이주현 (아이나래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원장)

질문 : ​많은 부모님들이 우울감을 느끼곤 하시는데요, 주변에서 가족들이나 지인들이 '이런 우울감은 마음 먹기에 달려있다.' '그리고 엄마가 정신을 차려야 아이를 잘돌볼 수 있으니까''아이를 위해서라도 이겨내야 된다.' 이렇게 또 이야기를 한다고 하세요.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잠깐은 힘을 내야지 싶다가도 또 부모가 부족해서 못이겨내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더 괴로워진다고 하시는데 이럴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울한 기분과 우울증은 좀 더 구분되어서 보아야 될 것 같은데요.
우울증은 단순한 마음의 병이라기보다는 뇌의 병이라 봐야 할것 같습니다. 그래서 뇌에서 세로토닌이라는 신경활성물질이 여러가지 이유로 인해서 부족해지는 상황이 됩니다. 그러면 잠을 잘 못자게 된다던가, 집중이 안된다던가, 의욕도 떨어지고, 심지어는 죽고싶은 생각이 드는 상황까지 흘러간 것이 바로 우울증입니다.

우울증에서 불면 같은 것도 폐렴에서 열이나는 증상과 같은 것입니다. 예를 들어서 폐렴에 걸렸는데 열이 나는 상황이라면 의지로 '열을 떨어뜨려야겠다' 이렇게 생각하지 않으시잖아요. 그래서 그 부분은 의지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고, 병원에 방문해서 항우울제같은 약물치료를 병행한다던가 상담을 병행하는 그런 치료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그런데, 종종 발달이 느리거나 어려움이 있는 아이들의 부모님을 제가 만나면 이런 비유를 드리기도 하는데요. 보통 비행기를 탑승하면 안내 방송이 나옵니다. 그래서 응급상황에서 산소마스크가 떨어지면 쓰라고 하는데요. 보통 유아를 동반한 경우에는 어떻게 하라고 안내방송이 나왔는데 혹시 기억이 나세요? 본능적으로는 아이에게 먼저 마스크를 씌우게 되는 경우가 많겠죠. 그런데 실제상황에서 비행기가 위급상황이 되서 추락하거나 하면 기압조절 장치가 작동이 안되면 갑자기 기압의 변화가 나타난다고 합니다. 영화에서 보면 사람이 날아가는 것처럼. 그런데 기압이 갑자기 변하는 상황이 되면 보통 3초만에 의식을 잃어버리게 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아이를 먼저 씌우려고 하다보면 정신을 완전히 잃어버리게 되니까 그럼 아이를 돌볼 수 없는 상황이 되는 것이죠. 그래서 먼저 자기가 마스크를 써야 되는 겁니다. 3초동안 아이가 숨을 안쉬어도 사실 이 아이에게 큰 문제가 없습니다.

이와 같은 위기의 순간에 내가 마스크를 먼저 쓴 다음에 아이 마스크를 씌워야 하는 것처럼 발달이 좀 느리거나 어려움이 있는 아이들의 부모님들이 급한 마음에 아이들을 어떻게 하려 하고, 아이들만 바라보고 종종 따라다니면서 자신을 전혀 돌보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먼저 내자신을 잘 돌봐야만 아이도 잘 돌볼 수 있다고 생각하시면 좋겠습니다.

유튜브 영상 제작을 위해 이주현(아이나래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원장님과 2022년 8월 인터뷰한 내용을 글로 옮겨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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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성시각장애(CVI) 부모모임

시력에 문제가 없으면서도 잘 못보는 아이를 키우는 가족들의 모임

2022년 4월부터 네이버카페를 만들어 활동 중에 있습니다. 카페 방장님이 처음 카페를 만들 때 올렸던 글로 이 모임을 소개합니다.

저는 올해로 만11세(초등 5학년) 여자아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1.09Kg조산으로 낳아서 NICU에서 치료중 광범위한 뇌손상의 후유증으로 지체, 지적, 뇌전증과 피질시각문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생후 2개월부터 재활치료를 시작해서 만 6세에 독립보행을 시작하고 2~3세의 지능을 가지고 있지만 시지각의 문제와 뇌전증으로 발달에 정체기를 보이던 중...
2019년 물리치료학회에서 최진희 박사님과 김정훈교수님의 강의를 듣고 평가와 진료를 보게 되었고 올해로 만3년, 햇수로 4년째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최진희 박사님의 말씀처럼 피질시각문제가 아이의 발달과 학습에 직접 영향을 주기에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피질시각문제라는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했구요. 주기적으로 치료실에서 집중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닌 일상에서 짧게짧게 노출되어야 하기 때문에 아이에게 필요하다 생각되는 환경지원을 가정, 학교, 치료실 등에 만들어 제공하고 그러기 위해 치료사 선생님들과 학교에 설득과 이해를 구해야 했습니다. 필요한 교재나 교구들이 대부문 아이에 맞게 만들어야 했습니다. 학교진학 및 장애진단시엔 안과의 진단이 안된다는 이유로 최적의 개별적 지원을 받지못하는 경우도 경험했습니다. 혼자 이러한 활동을 하다가 같은 어려움을 가진 부모와 또 관련 전문가들이 모여서 같이 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이렇게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부디 이 모임이 활성화 되어 CVI가 많이 알려지고 빨리 진단되어 조기개입을 통해 지속적으로 지원받을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합니다.

다음과 같은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월례 모임을 정기적으로 가지고 있습니다.
월례 모임에서는 뇌성시각장애에 대해 스터디하고,
그동안 가정 등에서 어떠한 것들을 시도해 보았는지 경험을 나누고,
아이들이 일상생활중에 적절한 시각적 자극을 받을 수 있도록 필요한 교재들도 직접 제작하기도 합니다.

잘 알려지지 않은 뇌성시각장애에 대해 알리기 위하여
우리 아이를 치료하고 교육하고 있는 전문가들에게 뇌성시각장애(Cerebral Visual Impairment / CVI)와 개별 아동에 적합한 환경수정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고,
뉴스를 통해 인식이 확산될 수 있도록 보도자료를 제공하고 있으며,
홍보자료를 제작하려고 합니다.

아이가 뇌성시각장애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빨리 진단을 받을 수 있도록 뇌성시각장애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아이에게 적절한 시각적 환경을 제공해 줄 수 있도록 다양한 사례연구를 통해 책자를 제작할 예정입니다.

카페는 현재 비공개 카페이며, 조만간 많은 분들이 보다 수월하게 참여하실 수 있도록 공개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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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와 교육을 많이 받으면 아이가 좋아질까요?

글 : 윤승아

저는 곧 13세가 되는 뇌병변 장애, 지적장애, 피질시각장애(CVI), 뇌전증을 가지고 있는 밝고 귀여운 여자아이의 엄마입니다. 지금은 여느 아이를 키우는 엄마처럼 아이때문에 울고 웃고 하며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예전의 저는, 꿈에서도 생각못했던 일이 나의 아이에게 생겼을 때, 그 암담함과 막막함, 두려움, 원망. . . 예측할 수 없는 아이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미칠 것 같았고 오늘의 이런 시간들은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어린 아기를 안고 막막하고 두려웠던 그 때

퇴원 후 일분일초가 아까웠던 저는 바로 재활 치료를 시작했고 무조건 빨리, 무조건 많이, 경험이 많은 전문가가 해주면 좋아질거라 생각했어요. 다행히도 저는 전적으로 지원해주실 친정부모님이 계셨고 재정적으로도 여유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조금씩 정보를 듣게 되면서 더 많은 치료를 더 멀리 다녔어요.
대부분의 치료는 대기가 있고 며칠이 아닌 몇달 혹은 몇년을 기다려야 하기에 대기를 먼저 걸었고 원하는 치료를 원하는 때에 받지 못하는 구조 때문에, 치료실에서 불러주면 무리가 되어도 시간을 내서 시작했습니다. 누가 조금이라도 좋아졌다는 소리를 들으면 아이에게 맞을 지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무조건 해봐야 했습니다. 시도해본 치료만해도 대충 꼽아봐도 30여가지가 넘습니다. 시간과 거리와 비용을 따지지 않고 그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고 원하는 치료를 받게되면 나는 아이에게 최선을 다해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었던것 같아요. 아이를 위해 아이를 치료하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아이가 어떤지 살필 여력도 없이 아이에게 부모로서의 도리를 한듯 위안 받으며 다녔던것 같아요.

아이가 좋아지기는 했지만

아이는 조금씩 좋아졌습니다. 물론 기적을 바랬던 제 기대치와는 달랐지만요. 치료들이 도움이 되었지만 그렇게 많이 그렇게 멀리 무리하게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경험이 많고 유명한 분의 치료가 늘 아이에게 도움이 되지도 않았습니다. 치료를 중단하면 큰일이 날것 같았지만 메르스사태와 코로나시기에 치료를 받기 어려운 상태가 되어 강제로 치료를 많이 줄여야 했지만 우려하던 큰일은 생기지 않았습니다. 아이는 편안한 환경에서 가족과 지내는 시간과 혼자 노는 시간이 생기면서 스스로 시도해볼 시간과 치료실과는 또 다른 경험들도 하게 되면서 커 갔습니다. 저 역시 아이를 지켜볼 시간이 많아져서 아이에게 필요한 것 부족한것을 파악 할 수 있었어요. 주변의 다른 아이들 중 어쩔 수 없이 아이와 집에서 보내면서 아이에게 스스로 해낼 기회들이 생기니까 더 좋아지는 경우도 봤습니다. 아이의 능력을 발현시키고 좋게 하는 것은 치료실에서만이 아니란걸 지금은 알게 되었습니다.

얼마나 치료해야 할까?

저역시 아직도 고민되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이부분은 각자의 가정 안에서 결정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가족들이 희생한다고 비싼 치료를 많이 한다고 우리아이들이 다치지 않은 상태로 돌이킬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그러면 그럴수록 가족은 와해되고 재정적 자원과 심리적 에너지는 점점 고갈됩니다. 저도 이러한 위기가 있었습니다. 결국 우리 아이는 낫지도 못하고 가족과 자원 모두를 잃게 되고 우리아이들은 불행해 질겁니다.

다시 그 때로 돌아간다면

아이를 낫게 할 방법이 아닌 아이와 함께 살아갈 삶을 고민 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그리고 아이의 치료와 교육 만이 아니라 먼저 나 스스로를 살피며 돌보는 시간을 갖고 배우자를 위한 시간과 배려도 하면서 비장애 형제가 있다면 그 아이들을 위한 시간과 자원도 함께 고려해야 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멀리 보고 그 안에서 우리 아이의 일상을 생각해보고 얼마나 어떻게 할 지를 고민하면 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적어도 치료를 위한 일상을 사는 것은 막을 수 있지 않을까요?

                                 2021년 여름. 지민이가 태어난지 10년이 넘어서야 첫 여름 바다를 보러 간 여행

아이와 나의 일상을 찾고 싶다

저는 아이의 영유아 시기에 아이에게 일상을 주지 못했습니다. 많이 아프기도 했지만 아이의 치료가 목표가 되었고 치료를 무리하게 짜서 시간이 없었고 지쳐버린 저는 아이와 일상을 보내지 못했습니다. 아이와의 삶을 위해 치료를 하려고 했던것인데 말이죠. 지금에 와서 그것이 가장 후회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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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장애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글 : 김지영

엄마가 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준비가 필요하다. 열 달의 임신기간 동안 아이에게 필요한 물건을 사두고 육아서를 읽으며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한 마음의 준비도 한다. 하지만 태어난 아이에게 장애가 생긴다면, 그 장애가 선천적이든 후천적이든 이야기가 달라진다. 누구도 장애아이의 엄마가 될 준비를 하진 않으니까. 아이에게 장애가 생겼고, 나는 모든 면에서 아무 준비도 없이 벌거벗은 상태로 엄마가 되었다.

아이의 생존에만 매달리는 삶

뇌병변 장애인인 나의 아이는 재태주수 32주 5일 870g의 초극소 저체중으로 태어났다. 생후 1개월 무렵 괴사성장염으로 소장 일부와 대장의 대부분을 절제하는 큰 수술을 받았는데 이때 혈압이 많이 떨어져 저산소성 뇌 손상을 입었다. 머리든 몸이든 둘 중 하나라도 성하면 좋으련만, 장이 짧으니 소화 흡수가 어려워 밤낮으로 먹여야 했고 묽은 변을 수시로 지려서 엉덩이가 성할 날이 없었다.
어쩌다 콧줄이 빠지면 자지러지게 우는 아이를 달래가며 콧구멍을 통해 위까지 비위관을 집어넣었고 외출 중에 배변 봉투가 터지면 변이 흐를세라 땀을 뻘뻘 흘리며 교체했다. 일이 터질 때마다 병원에 갈 수는 없으니 퇴원할 때 교육을 받았지만, 일종의 의료 행위이므로 익숙해질 때까지는 나의 실수로 애가 잘못될까 봐 불안에 떨어야 했다. 그러한 생활에 적응할 만해지면 아이의 컨디션에 문제가 생기거나 추가적인 수술을 받거나 경련 때문에 수시로 병원에 입원했다.
외과, 신경과, 이비인후과 등 대학병원에서 열 군데가 넘는 과목의 외래 진료를 주기적으로 다녔는데 이 와중에 재활치료도 받아야 했다. 뇌 손상의 범위와 정도가 심각해서 재활이 시급했으나 적극적으로 치료를 알아보고 다닐 여력도 없었고 기관마다 대기가 있어서 바로 치료가 가능한 것도 아니었다. 경제적 부담 때문에 기관의 지원을 받으려 하면 준비해야 하는 서류도 많고 절차도 복잡했다. 장애가 있는 아이의 생존을 위한 기본적인 케어만 해도 벅찬 상태에서 비장애인인 쌍둥이 형제의 돌봄 문제까지 겹쳤다. 아무도 어떻게 하면 되는지 알려주지 않았다. 한 사람이 짊어지기에는 너무나 과다한 책임과 의무. 나에게 심리적인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

피할 수 없는 마음의 병

아이에게 장애가 생기면 삶에 가장 큰 변화를 겪는 건 엄마다. 가정적인 나의 남편은 집안일을 많이 도와주었지만 변함없이 회사를 다닌 반면 나는 직장을 그만두고 하루 종일 아이에게 매달렸다. 나는 일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출산 직전까지 회사에 다녔고 취미생활도 일만큼이나 열정적으로 했다. 그런 내가 예전의 나로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생각을 할 때마다 살아온 30여 년의 삶을 뿌리째 부정당하는 느낌이 들었다. 미래나 꿈같은 걸 상상하는 건 사치였다. 오로지 하루하루를 별 탈 없이 살아내는 것만이 목표였다.
그렇게 살면서도 한편으로는 현실에 대해서 실감이 안 났다. 내 아이가 장애인이라고? 아이가 2살이 될 때까지는 밤마다 가슴을 치다가 쥐어뜯다가 했다. 억울해. 저렇게까지 될 아이는 아니었는데. 의료진을 한없이 원망하다가 내가 임신 기간 동안 뭔가 잘못했나 기억을 되짚으며 죄책감에 시달리기도 했다. 극단적인 생각이 불쑥 찾아올 때도 있었다.
아이가 장애 진단을 받은 후 부모의 심리적 반응은 보통 5단계로 그려진다고 한다. 충격과 현실 부정, 의료진이나 아이에 대한 분노와 죄책감, 타협, 무기력, 그리고 수용. 나의 경우 이 과정이 2년에 걸쳐 두 번 반복되었다. 현실을 받아들인 후에도 일상에서 기쁨을 잃거나 무력감과 우울감을 만성적으로 느낄 수 있다. 글을 통해 장애 부모의 심리 변화를 알고 나서는 나 자신을 객관화하고 심리적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다. 아, 이런 시기가 오겠구나. 내가 지금 그 긴 터널을 지나고 있구나. 출산 후 3년이 되어서야 나는 심리 상담을 받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하게 살아보자

장애아이를 둔 엄마라면 심리 상담을 적극 권하고 싶다. 상담을 받으며 나의 마음은 예전보다 건강해졌다. 가장 좋은 점은 잃어버렸던 나를 조금씩 찾아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아이만 보며 달려왔던 이전에 비해 좀 더 넓게 보며 상황을 판단을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아이에게 모든 것을 걸면 삶이 힘들어진다. 그렇게 우리 부부는 ‘아이'보다 ‘우리 가족'이 행복할 수 있는 삶을 살기로 했다.
어떤 엄마가 보기에 나는 불량 엄마다. 만 4살이 된 지금까지 목도 못 가누는 아이에게 걷거나 말하는 것을 기대하지 않는다. 아이의 재활치료에 나의 시간을 모두 할애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여전히 병원 일정도 많고 기저귀 교체, 피딩과 석션 등으로 통잠을 자지 못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일도 조금씩 하고 운동도 꾸준히 다닌다.
아이에게 장애가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하게 사는 법을 터득하는 데 4년이 걸렸다. 그것은 아주 작은 실천과 큰 용기가 필요했다. 물론 가족과 주변의 도움도 필요하다. 엄마, 아빠의 인생을 지키려면 장애 자녀 부모 심리지원, 장애 아이 돌봄 등 국가에서 제공하는 복지 제도나 기관의 지원을 잘 알아보고 적극 활용해야 한다. 환경을 바꿀 수 없다면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수밖에 없다는 건 누구에게나 똑같이 적용된다. 경중의 차이는 있겠지만 아무 사정 없이 사는 가족은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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