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이야기

익숙한 공간에서의 적응과 변화

글 : 솔잎이 엄마

솔잎이가 처음 유전자 질환 진단을 받기까지 1년이 넘게 걸렸어요. 병이 바뀌기도 하고 검사를 반복하면서 마음이 참 복잡했죠. 돌 무렵부터 이상하다고 느꼈고, 복지관 수업을 알아봤지만 대기 시간이 너무 길고 수업이 없어지기도 하니까 답답했어요. 그러던 중에 지인의 추천으로 가정방문 프로그램을 신청하게 됐는데, 솔직히 저는 오히려 너무 좋다고 생각했어요.

센터는 엄마가 수업을 직접 보기가 어렵잖아요. 그런데 집에서는 선생님이 솔잎이 장난감이나 환경을 직접 보면서 알려주시니까 바로바로 적용이 되고, 저는 선생님이 어떻게 하시는지도 눈으로 보고 배울 수 있어서 정말 좋았어요.

아이와 진정한 소통으로 연결되는 시간

선생님이 오실 때마다 솔잎이는 정말 좋아했어요. 말은 못하지만 “음~” 하면서 계속 얘기하듯 소리를 내고, 선생님만 보면 밝아지는 모습이 신기했죠. 시각장애 때문에 처음엔 아이가 보는 건지조차 몰랐는데, 선생님이 CVI라는 걸 알려주시면서 그에 맞는 놀이를 해주신 게 정말 도움이 됐어요. 집에서도 그 방식대로 반복하다 보니 솔잎이의 반응도 조금씩 달라졌고, 유대감도 깊어졌어요.
특히 ‘선택하게 하기’ 같은 활동은 예전엔 오래 걸렸는데, 지금은 확실히 손으로 ‘이거!’ 하고 잡아요. 자기가 뭘 원하는지를 알고, 표현도 할 수 있게 된 거죠. 이게 가장 큰 변화라고 생각해요.

가족 모두에게 열린 수업

저도 직장을 다니다 보니 수업에 참여 못 하는 경우도 있었어요. 그럴 땐 아빠나 할머니, 시터 이모가 함께했고, 저는 들은 내용을 다시 가족에게 전달했죠. 그러면서 가족 모두가 솔잎이 발달에 대해 더 알게 되고, 같이 고민하게 됐어요.

예전엔 어떤 장난감을 줘도 반응이 없으니까 그냥 방치되던 순간도 있었을 텐데, 지금은 ‘아, 이렇게 놀면 되겠구나’ 하고 접근하니까 모두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더라고요. 선생님 오신다고 하면 온 가족이 기다리고, 수업이 끝나면 “이번엔 뭘 배웠어?” 하고 서로 이야기하는 시간이 생겼어요.

정확한 정보의 유무가 좌우하는 것

솔잎이 병은 너무 희귀해서 환우회도 없고, 의사 선생님들도 잘 모르시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저는 미국 환우회에 연결해서 정보를 얻기도 했고, 하상복지관 단톡방에서 정부지원 프로그램이나 유용한 정보를 많이 얻었어요.

그런데 이 모든 건 제가 발품 팔고 귀동냥해서 얻은 거예요. 조기개입 프로그램도 복지관에서 추천 안 해줬다면 몰랐을 거고요. 그래서 이 프로그램이 더 널리 알려졌으면 좋겠어요. 특히 엄마들이 아이를 돌보며 무엇을 해야 할지 플랜을 짤 수 있도록, 체계적이고 단계적인 정보가 제공되면 정말 큰 도움이 될 거예요. 무엇보다 조기개입 선생님이 우리 집에 오신 건, 저희에겐 정말 큰 행운이에요. 엄마가 외롭지 않고 의논할 사람이 있다는 게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지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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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을 배우는 시간, 함께 크는 기쁨

글 : 물결이 엄마

처음엔 학습지처럼 공부를 가르쳐주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집에 선생님이 오신다니까, 당연히 책이나 연필 챙겨야 하나 싶었죠. 근데 막상 시작해보니 상담처럼 진행되더라고요. 아이한테 무언가를 억지로 시키는 게 아니라, 저와 아이를 이해하려는 분위기였어요. 물결이가 공부를 워낙 싫어하거든요. 억지로 뭘 시키면 도망가고, 강압적인 분위기도 싫어하고요. 그래서 오히려 이 방식이 결이한테는 더 잘 맞았던 것 같아요. 저도 덜 부담스럽고요.

아이의 언어와 정서적 변화

물결이는 폐렴을 앓고 난 뒤로 외부 사람을 무서워했어요. 선생님도 피하고, 나가는 것도 무서워하고요. 처음 몇 주는 물결이가 아침마다 일어나질 못해서 선생님이랑 얼굴도 못 보고, 저랑만 계속 이야기 나눴어요. 그런데 조금씩 변하더라고요. 기다리는 연습도 하고, 좋아하는 장난감을 챙겨 오시면 그걸 집에서 스스로 가지고 놀았어요.

무엇보다 언어 표현이 다양해졌어요. “이건 젤리 같아”, “솜사탕 같아” 하며 비유도 하고요. 날짜나 시간도 종종 이야기해요. “몇 시에 할 거야” 하고 계획도 세우고요. 선생님이 안 오시면 “왜 안 와?” 하고 묻고, 전에 가지고 놀았던 장난감을 기억해서 “그건 선생님한테 물어보자” 하기도 해요.

엄마도 변했다

물결이는 옷 입는 걸 극도로 싫어해요. 감기에 걸려도 안 입으려고 하니, 저도 자주 화를 냈죠. 그런데 선생님이 기다려주라고 하셔서, 요즘은 그냥 놔둬요. 자기가 추울 때까지 기다리면, 언젠가는 “엄마 나 옷 입을래” 하더라고요. 병원에서 짜증 낼 때도 예전엔 소리 지르고 혼냈는데, 이제는 왜 그런지 살펴보고 대처하려 해요. 이런 변화가 제일 커요.

처음에는 화부터 내고, 아이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랐는데, 이젠 조금 더 아이를 지켜보고 기다릴 수 있게 됐어요. 민결이도 전보다 훨씬 더 저에게 “도와줘”, “안아줘” 하면서 표현을 많이 해요. 예전엔 손길 닿는 것도 싫어하던 아이가 이렇게 변하니까, 저도 마음이 많이 녹아요.

집에서의 개입, 더 자연스럽게 다가왔어요

센터에서 치료를 받을 땐, 끝나고 10분 정도만 상담할 수 있었어요. 근데 가정방문은 궁금한 게 생기면 바로 물어볼 수 있고, 물결이도 집에서는 거부감이 훨씬 적어요. 시간은 조금 아쉬웠어요. 기간이 짧기도 했고, 너무 이른 아침이라 아이가 잠든 상태일 때도 있었거든요. 그래도 전체적으로 보면, 아이에게 맞춰서 접근해 주시고, 제가 모르는 부분도 잘 설명해 주셔서 많은 도움이 됐어요.

이런 프로그램을 주변에도 꼭 추천하고 싶어요. 아이의 특성이나 기질에 맞춰서 도와주니까, 그게 제일 좋았던 것 같아요. 사실 저도 이런 게 있다는 걸 몰라서 늦게 알게 된 게 제일 아쉬워요. 조금만 더 일찍 알았더라면 더 많은 걸 시도해볼 수 있었을 텐데요. 그래도 지금이라도 이렇게 변화를 겪고 있다는 게 참 감사해요. 저도, 물결이도 함께 배우고 자라고 있는 중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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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함께하는 삶을 배워가는 중입니다

글 : 여울이 아버지

처음엔 막막했습니다. 아이가 또래보다 느리다는 말을 듣고 병원에 가서 검사를 했지만, 나이가 어리다 보니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는 이야기만 들었어요. 아무리 상태가 안 좋다 해도, 부모로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이었죠. 그러다 재활의학과 의사선생님을 통해 조기개입이라는 걸 알게 되었고, ‘부모가 개입해야 한다’는 말을 처음 들었어요. 그 길로 가정방문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부모가 해야 한다는 건 몰랐어요

처음엔 선생님이 아이를 직접 치료해 주시는 줄 알았어요. 몇 번만 받으면 좋아질 거라고 단순하게 생각했죠. 그런데 선생님은 아이보다 저희를 먼저 보셨어요. 우리가 아이에게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 어떤 환경을 만들어야 하는지 하나하나 코칭해 주셨어요. 그때는 좀 어색했지만, 나중에 돌아보니 그게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었더라고요.

조기개입을 시작하고 한두 달 지나니까 아이가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어요. 눈을 마주치고, 부르면 돌아보고, 자기 의사를 표현하려고 하고. 예전엔 외출도 어려웠는데, 이제는 같이 식당도 가고, 여행도 갈 수 있게 됐습니다. 그게 다 아이의 행동만 바뀌어서가 아니라, 저희가 아이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기 때문이에요.

하루 24시간, 아이와 함께 눈높이를 맞추는 연습

가정방문 선생님이 하신 말씀이 아직도 기억나요. "지금 아이에게는 눈높이를 낮추고, 즉각적으로 반응해 주는 게 가장 큰 교육입니다." 그 말을 듣고 나서부터는 아이의 표정, 몸짓, 소리에 더 귀를 기울였어요. “물 줘”, “불 꺼줘” 같은 말에도 바로바로 반응하려고 했고, 아이가 뭘 표현하려고 할 때마다 최대한 도와주려 했어요.

식당에서도 연습했어요. 예전에는 아이가 뺏는 줄 알고 울었는데, “아빠 차례야, 하나 둘 셋” 하고 바로 돌려주는 걸 반복했어요. 그렇게 조금씩 나눔도 배우고, 기다리는 것도 배우더라고요. 씻기, 옷 입기, 인사하기 같은 사소한 일상도 기회라고 생각하게 됐어요. 일부러 더 일찍 일어나 아이와 옷 입기 연습을 하고, 숟가락 쥐는 것도 같이 해 봤죠. 그 시간이 결국 아이를 키우는 시간이었어요.

아이는 달라졌고, 나도 변했습니다

처음엔 자신감보다는 혼란이 컸어요. 그런데 아이를 이해하게 되고, 함께 살아가는 삶을 조금씩 배워가면서 내가 이 아이의 부모로서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지금도 모든 게 잘 풀리는 건 아니지만, 최소한 아이를 이해하고 함께 갈 수 있는 힘은 생긴 것 같아요.

그리고 조기개입을 하며 한 가지 더 크게 바뀐 게 있어요. 세상을 보는 눈이에요. 예전엔 ‘장애’ 하면 그냥 불쌍하다, 안타깝다 생각했어요. 그런데 직접 겪어보니 이건 전혀 다른 세계였어요. 그리고 그 안에서 묵묵히 애써주시는 선생님들을 보면서 많이 위로받고, 힘도 얻었어요. 내가 낳은 아이도 감당이 안 돼서 힘든데, 남의 아이를 위해 애쓰는 분들이 있다는 게 정말 큰 울림이었죠.

부모가 키우는 만큼, 부모를 도와주는 제도가 필요합니다

결국에는 부모가 아이를 키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조기개입도 결국 부모가 아이와의 관계 속에서 배워나가는 거고요. 그런데 그러기 위해서는 시간과 경제적인 여유가 필요해요. 맞벌이 부부가 자폐 아이를 24시간 돌보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잖아요. 그래서 이건 단순한 선택이 아니라 국가가 책임져야 할 문제라고 생각해요. 재정적인 지원도, 믿고 접근할 수 있는 공공기관도 훨씬 더 많아져야 하고요.

지금도 언어치료나 감각통합치료를 받고 있지만, 여전히 병원과 일상이 단절돼 있는 느낌이 들어요. 치료가 실생활과 연결되지 않으면 결국 큰 도움이 되지 않잖아요. 그래서 가정방문처럼, 아이의 일상을 중심에 둔 개입이 훨씬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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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을 전전하던 시간에서 일상으로 돌아오기

글 : 바다 어머니

바다가 만 한 살쯤 되었을 때였어요. 병원에서 작업치료를 받던 중, 치료사 선생님이 '가정에서 받는 조기개입 프로그램이 있다'고 소개해주셨어요. 그 전엔 그런 서비스가 있다는 것조차 몰랐거든요. 처음엔 온라인으로, 나중엔 선생님이 집으로 직접 오셔서 아이를 봐주셨어요. 놀라웠던 건 치료만이 아니라, 집 환경 하나하나를 보시고 조언을 주셨다는 거예요. 장난감 위치, 의자에 앉는 자세, 식탁에서의 동선까지… 센터나 병원에서는 받을 수 없는 세심한 조언들이었어요.
저는 이 프로그램이 너무 좋아서, 이 서비스를 계속 받기 위해 이사까지 했어요. 다른 곳에서는 받을 수 없다는 게 아쉬웠지만, 그만큼 간절했던 것 같아요.

치료에서 놀이로, 걱정에서 신뢰로

사실 초반에는 하루라도 더, 누군가 아이를 더 많이 만져주면 좋아질 거라는 마음뿐이었어요. 그런데 가정방문은 그런 ‘치료’의 개념이 아니었어요. 아이 손가락이 잘 안 움직였을 때, 선생님이 과자를 뿌려놓고 주워보게 하라고 하셨어요. 그랬더니 놀랍게도 아이가 처음으로 엄지와 검지를 써서 집더라고요. 놀이를 통해 아이가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서 저도 자연스럽게 따라하게 되었어요.

제가 아이에게 무심코 던지던 말들도 돌아보게 되었어요. “이 책 읽자” 대신 “이 책이 좋아, 저 책이 좋아?”라고 물어보는 것만으로도 아이가 더 적극적으로 표현하기 시작했어요. 이런 작은 변화들이 아이의 주도성을 키워줬고, 저 역시 아이의 잘하는 점을 더 많이 보게 되었어요.

아이의 행복, 나의 행복

예전에는 치료에 대한 조급함, 불안함이 너무 컸어요. “내가 뭘 잘못하고 있는 걸까?”라는 생각에 밤마다 괴롭기도 했고요. 그런데 조기개입 선생님과의 대화를 통해 기준이 바뀌었어요. ‘남들처럼 걷게 하자’가 아니라, ‘이 아이가 행복하게 살아가려면 무엇이 필요할까’를 생각하게 된 거예요. 그렇게 생각이 달라지니, 제 마음도 훨씬 편해졌고, 바다도 더 밝아졌어요.

무엇보다 집에서 남편과 함께 선생님 조언을 들으면서 아이를 함께 돌보게 된 것도 큰 변화였어요. 예전엔 제가 혼자 다 떠맡았는데, 이젠 우리 둘 다 아이를 잘 이해하고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안정감이 생겼어요.

더 많은 부모님들이 알았으면

조기개입을 받으면서 가장 크게 느꼈던 건, 정보가 정말 생명이구나 하는 거였어요. 아이가 조금 느리다는 걸 느꼈을 때, 어디에 가야 하는지도 몰랐고, 병원에서도 몇 마디로 단정 지어버리니 너무 막막했어요. 그래서 육아 카페에서 검색하고, 엄마들 후기를 보고, 그렇게 하나하나 찾아가야 했어요. 지금도 많은 부모님들이 그럴 거예요.

그래서 이런 서비스가 있다는 걸 더 많은 사람이 알 수 있게 홍보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특히 지금처럼 특정 지역에만 있는 게 아니라, 전국 어디서나 받을 수 있도록요. 무엇보다, 아이를 잘 키운다는 건 결국 부모가 잘 알고 있어야 가능한 일인 것 같아요. 그 첫 걸음을 도와주는 게 바로 조기개입 프로그램이었어요. 저는 너무 늦기 전에 이 정보를 더 많은 부모님이 알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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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육코칭을 통해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글 : 하늘이 엄마

처음엔 아무런 기대도 없었어요. 선생님이 우리 집에 온다고 했을 때, 그냥 아이랑 놀아주는 시간이겠거니 생각했죠. 그런데 알고 보니, 이건 아이보다 ‘부모’인 저를 위한 프로그램이었어요. 놀이치료가 아니라 부모를 코칭해주는 가정방문 프로그램이라는 걸 나중에야 알게 되었어요.
사실 저는 남자아이를 어떻게 놀아줘야 할지 잘 몰랐어요. 저도 남동생이 있지만 나이 차이가 많이 나서 함께 논 적도 거의 없고요. 그래서 그런지 우리 아이들과도 친구처럼 지내면서 놀아주는 게 전부였어요. 그러다 보니 아이들이 제 말을 잘 듣지 않았고, 저는 점점 지치고 있었죠. 그런데 조기개입 선생님을 만나고부터 많이 달라졌어요.

아이와의 놀이가 달라졌어요

선생님이 우리 아이의 행동을 함께 살펴보시고, 훈육은 단호하게 해야 효과가 있다고 알려주셨어요. 처음엔 익숙하지 않아서 어색했지만, 조언해주신 대로 몇 번 해보니까 정말 효과가 있더라고요. 그렇게 아이들과의 관계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어요. 이제는 아이들도 엄마를 ‘장난치는 친구’가 아니라, ‘이끌어주는 엄마’로 보는 것 같아요. 가장 큰 변화는 놀이였어요. 우리 둘째, 하늘이는 곤충을 정말 좋아하는 아이예요. 처음엔 곤충 얘기만 해서 저도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선생님이 차라리 그 관심사를 활용해보자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곤충 이름을 활용해서 단어 공부도 하고, 그림자극장도 만들고, 점토놀이도 해봤어요. 요즘에는 하늘이랑 함께 곤충이 나오는 영화를 찍고 있어요. 아이가 너무 신나서 카메라 앞에서 연기도 하고, 편집해서 다시 보여주면 온몸으로 좋아해요. 요즘엔 유튜브 채널도 만들어볼까 생각 중이에요.

나에게 맞는 방식, 자신감을 찾아줬어요

이 가정방문 프로그램이 저에게는 정말 큰 도움이 되었어요. 특히 외국인 엄마인 저에게는 더욱 그랬죠. 한국에 온 지는 오래됐지만, 여전히 낯선 부분이 많고,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지 막막할 때가 많았어요. 특히 한국어가 서툴다 보니 정보도 잘 못 얻고, 센터 같은 곳은 너무 멀거나 익숙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가정에서 직접 선생님과 상담을 나누고, 궁금한 게 있을 때마다 바로바로 물어볼 수 있었던 게 큰 힘이 되었어요.
센터에 가서 받는 언어치료나 놀이치료도 좋지만, 아이가 집에서는 집중을 잘 못하더라고요. 그래서 치료는 센터에서, 상담은 집에서 받는 게 저희에게는 가장 좋았던 조합이었어요.
이사 온 지 얼마 안 돼서, 모든 게 낯설고 힘들었던 시기에 이 프로그램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그땐 자신감도 없고, 하루하루가 버거웠는데, 지금은 제 하루가 아주 계획적으로 돌아가요. 아이들도 정리 정돈을 잘하고, 저도 예전처럼 스트레스 받는 일이 많이 줄었어요.

비슷한 엄마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어요

이 프로그램을 추천하고 싶냐고 물으신다면, 정말 꼭 추천드리고 싶어요. 특히 저처럼 외국인 엄마이거나, 남자아이를 어떻게 놀아줘야 할지 고민하시는 분들에게요. 저는 여자아이를 키웠다면 예전에 내가 놀던 방식으로 놀아줄 수 있었을 것 같아요. 그런데 남자아이들은 너무 다르더라고요. 몸으로 노는 것도 많고, 활동적인 놀이를 제가 잘 몰랐거든요. 그럴 때 가정방문 선생님의 조언이 정말 도움이 많이 됐어요.

무엇보다 이 프로그램은 우리 둘째뿐 아니라 첫째 아이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줬어요. 선생님이 아이 둘을 함께 봐주시고, 첫째의 학교 생활이나 교과서에 대해서도 알려주셔서 도움이 많이 되었어요. 아이가 둘이다 보니 매일매일 상황이 다르고, 형제끼리 성격도 달라서 저도 늘 고민이 많았는데, 그런 부분까지 세심하게 함께 해주셨어요.

이제 프로그램이 끝났지만, 여전히 아이들도 선생님을 그리워해요. 매주 토요일 선생님이 오시는 시간이 얼마나 기다려졌는지 몰라요. 문 두드리는 소리만 나도 달려나가던 아이들 모습이 아직도 생생해요. 너무 아쉬운 마음이 크지만, 그동안 배운 걸 바탕으로 앞으로도 잘 해나가 보려고 해요. 가정방문 프로그램은 저희 가족에게 정말 소중한 시간이었고, ‘잘 놀아주는 엄마’에서 ‘아이를 이끄는 엄마’로 한 걸음 나아가게 해 준 고마운 경험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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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발화 장애아동 소통을 위한 노력, PECS로 시작한 AAC

글 : 김선희
장애아동을 키우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가장 힘든 점은 ‘소통의 부재’가 아닐까 싶습니다. 저희 아이는 현재 초등학교 4학년이지만, 여전히 무발화 상태입니다. 만 9세가 되는 시점에도 여전히 말을 통해 의사표현을 하지 못하자, 언어치료의 방향을 달리해야겠다고 결심했고, 그 결과 PECS(그림 교환 의사소통 시스템)를 배우게 되었습니다.
처음 PECS 그림카드를 접했을 때, 아이가 자신의 요구나 감정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모습을 보고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말 대신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사실이 저에게는 새로운 가능성처럼 느껴졌습니다. 아이와 자주 지나다니는 장소마다 직접 만든 그림카드를 붙여두었고, 카드 속 그림에는 아이가 좋아하는 캐릭터를 활용해 친숙함을 더했습니다. 그 덕분에 아이도 조금씩 카드를 인식하고 활용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처음부터 모든 그림카드를 한꺼번에 익히는 것은 어렵습니다. 하지만 물건에 대한 인식과 간단한 반응이 가능한 시점이라면, PECS는 충분히 시작할 수 있습니다. 저희 아이 역시 바로 그 시점에서 그림카드를 활용하기 시작했고, 의사소통에 대한 첫 걸음을 내디딜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또 다른 고민이 생겼습니다. 카드의 양이 급격히 늘어난 것입니다. 예를 들어 ‘과자’라고만 표현하던 것이, 이제는 ‘초코파이’, ‘새우깡’, ‘오징어칩’처럼 구체적인 종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서 수십 장의 카드가 필요해졌습니다. 집에서는 괜찮았지만, 외출 시에는 많은 카드를 들고 다니기가 현실적으로 어렵고, 아이가 원하는 것을 정확하게 표현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었습니다.
이 어플은 기존의 그림카드와도 연계가 가능하며, 다양한 편집 기능을 제공합니다. 직접 사진을 찍어 카드를 만들 수 있고, 부모의 목소리로 음성을 녹음해 아이가 더 친숙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여러 장의 카드를 연속으로 클릭한 후 음성 재생 버튼을 누르면, 마치 문장처럼 이어지는 효과를 낼 수 있어 보다 풍부한 표현이 가능합니다.
지난달에는 카이스트에서 AI 소통앱을 개발했다는 뉴스를 접했습니다.
아직은 MYAAC처럼 상용화되지는 않았지만, 마치 AI가 접목된 형태의 AAC처럼 느껴졌습니다. 사용자의 대화를 인식하고 상황에 맞는 카드를 자동으로 제시해 준다는 점에서, 훨씬 더 자연스럽고 유연한 소통이 가능할 것 같아 저 역시 큰 기대를 갖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기술이 점차 실생활에 널리 활용되어,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아이들도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세상이 오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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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활동가가 되어야 하는 이유

글 : 김지영

제하가 학교에 다니고, 나는 자조 모임을 시작하면서 장애인 자녀를 둔 선배 엄마들을 만날 기회가 많아졌다. 나는 선배의 말을 아주 귀담아듣는 편이다. “활동지원사? 장애인콜택시? 우리 땐 그런 거 하나도 없었어! 아픈 애 키운다고 아파트 몇 채는 해 먹었지.” 복지, 정보 등 모든 면에서 지금보다 훨씬 불모지였을 시대를 먼저 살아본, 모진 풍파를 몸소 겪은 선배의 말은 버릴 것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그냥 된 건 없다

그들은 자녀가 성인이 됐음에도 여전히 열정적인 활동가다. 내 아이를 위해 사회 구조를 바꾸는 게 부모의 역할이기 때문이라고, 돌이켜 보면 그냥 된 건 하나도 없었다고 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장애인 보장구 급여비 지원사업에 자세보조용구(맞춤형 이너)가 포함된 것이나 뇌병변장애인 대소변흡수용품 구입비 지원사업이 시작된 것, 비전센터, 뇌병변 마스터플랜 등도 모두 선배 엄마들이 중증장애인 부모 모임을 통해 이뤄낸 것이었다.
후배 부모에게도 장애 자녀의 부모로서 사회활동을 할 것을 권했다. 그 시작점은 학교다. 아이를 특수학교에 보내면서 어려운 점이 있으면 엄마끼리 뒤에서 이야기할 게 아니라 의견을 모아 학교를 상대로 적극 건의할 수 있어야 한다고. 부모가 문제의식을 가지고 의견을 내야 학교도 긴장하고 아이들을 위한 방향으로 더욱 발전해 나가려고 노력한다는 것이다. 학부모회나 학부모위원회에 소속되면 내 목소리를 현실화할 힘이 생긴다는 선배 엄마의 조언에 학부모회 임원으로 활동하게 되었다. 통학 첫해라 어리바리한 학부모였지만 자발적으로 하는 사람이 별로 없기 때문에 손만 들면 되었다.
학교 밖에서도 마찬가지다. 개인은 힘이 약하기에 장애인 부모 모임에 가입하는 것이 좋다.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 정책을 제안할 때 같은 입장을 가진 사람들과 단체로 행동하거나 임원의 입을 빌려 말하는 것이 훨씬 설득력을 얻고 실현 가능성이 높아진다. 모임에 소속되고 부모 활동가가 되면 몰랐던 것을 알 수 있고, 엄마가 많이 알고 요구하는 만큼 많이 누린다.

내 의견을 똑똑하게 현실화하는 방법

중증장애인은 유아동기를 지나서도 기저귀를 착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아이가 크면 밖에서 기저귀를 교체하기란 쉽지가 않다. 유아용 기저귀 교환대에 더 이상 올라갈 수 없게 되는 것은 물론, 일반 화장실은 장애인 유모차가 들어가는 것조차 버겁기 때문이다. 제하도 기저귀 갈 곳이 마땅찮아 종종 길 구석에 유모차를 펼쳐두고 기저귀를 교체하곤 한다. 더 크면 남들 시선 때문에 이마저도 할 수 없을 텐데, 화장실 때문에 외출을 못 할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역시나 성인 와상장애인 자녀를 둔 선배 엄마는 화장실 바닥에 매트를 깔고 담요로 아이를 가린 상태에서 교체하는데 누가 들어오기라도 하면 서럽고 죄짓는 것 같은 기분도 든다고 했다.
<일반적인 장애인화장실 / 침상이 마련된 기저귀 교환실>
쇼핑몰이나 지하철 화장실에는 법적 근거도 없는 파우더룸은 있으면서 와상 장애인의 기저귀를 교체할 수 있는 공간은 없다. 장애인 화장실이 있더라도 변기 옆에 붙잡을 수 있는 지지대가 설치되어 있을 뿐이다. 여태 와상 장애인을 위한 기저귀 교환대를 구비한 화장실을 직접 본 건 대학병원과 특수학교, 장애인복지관이 전부다.
침상을 갖춘 기저귀 교환실이나 가족 화장실은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라 누구나의 고민이 될 수 있다. 장애인뿐 아니라 노인, 영유아 등 다양한 사회적 약자에게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맞는 말이라도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소수라면 외면당하기 쉽다. ‘저 사람은 맨날 불만이야.’, ‘당신만 불편한 거 아니야?’ 단지 진상으로 낙인찍히는 것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가능한 많은 사람의 목소리를 모으거나 소수를 위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설득해 낼 수 있어야 한다.
또한 문제를 제기할 때 식당에서 주문하듯 ‘알아서 해주세요’ 하면 안 되고 요구사항을 최대한 자세하게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선배 엄마는 고속도로 휴게소의 장애인 화장실을 방문했다가 공간도 너무 좁고 접이식 기저귀 교환대는 먼지 쌓인채 밖에 방치되어 있어 차마 사용할 수 없었다고 한다. 그녀는 열악한 시설에 의문을 품고 한국도로공사에 민원을 제기했다. 무턱대고 왜 이딴 식으로 만들었냐고 따지고 든 게 아니라, 장애인 화장실은 최소 어느 정도 넓이가 확보되어야 하고 어떤 시설이 필요한지 자세하게 이야기했다. 근거로 안에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어야 하고 휠체어 방향을 360도 틀어도 걸리는 곳이 없어야 하며, 보호자가 함께 들어가도 비좁지 않아야 한다. 성인이 누울 수 있는 크기의 기저귀 교환대가 내부에 있어야 한다는 등.

의무 때문에 권리를 포기하지 말자

우리는 학교에서 나아가 국가를 상대로도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 공무원은 민원을 가장 무서워하면서 동시에 반가워한다. 그들이 사업계획서를 구상하는 데에 있어서 아주 현실적이고 멋진 아이디어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당장 해결되지 않더라도, 담당자가 이런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민원 그 자체에 의미가 있다.
어떤 부모 모임을 가보아도 내가 항상 막내다. 선배 엄마들은 젊은 엄마를 너나 할 것 없이 반겨준다. 모임의 세대교체가 필요한 것도 있겠지만, 그들은 자신이 가장 힘들었던 시절을 떠올리며 후배를 바라보고, 뭐 하나라도 더 챙겨줄 것이 없는지 보듬어 준다. 모임에서 선배 엄마들을 만나는 것도 좋지만, 내 또래 엄마들이 더 많이 밖으로 나와서 같이 목소리를 낼 수 있으면 싶다. 학교에서는 활동지원사가 부모를 대신하고, 부모 모임에서도 활동하는 엄마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부모의 ‘의무’로 바쁘다고 해서
이 나라의 국민으로서 누릴 수 있는 ‘권리’를 포기하지는 말자.

부모가 활동가가 되어야 하는 이유 더 읽기"

발달이 느린 영유아를 위한 교육기관 정보, 어디서 찾을까?

글 : 김선희
장애 아동을 키우는 부모로서 가장 힘든 일 중 하나는, 정보를 찾아야 하는 순간마다 ‘막막함’부터 느껴진다는 것입니다. 일반 아동을 위한 정보는 비교적 쉽게 접할 수 있는 반면, 장애 아동을 위한 정보는 찾기도 어렵고, 정리되어 있지도 않으며, 어렵게 찾은 정보마저 막상 들어가 보면 기대에 미치지 못하거나, 원하던 방향과 전혀 다른 내용인 경우가 많습니다.
저 역시 아이가 어렸을 때는 매일같이 검색창에 무언가를 입력하고, 수많은 블로그, 카페, 공공기관 사이트를 오가며 발달 정보를 찾아 헤맸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찾아낸 정보들이 우리 아이에게 진짜 도움이 될까? 늘 반신반의했던 기억이 납니다. 정보를 읽은 후에도 오히려 더 혼란스러워졌고, 더 신중해져야겠다는 생각에 밤늦게까지 자료를 검토했던 날도 많았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시간이 흐른 지금도 “이 정보를 믿어도 될까?” “어디서부터 알아봐야 하지?” 이런 고민을 하는 부모님들을 보면 그때의 제 모습이 떠오릅니다. 그래서 더더욱, 신뢰할 수 있는 정보 출처의 중요성을 절감하게 됩니다.
얼마 전 어린이집 관련 글을 준비하면서, 장애 아동 관련 기관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사이트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찾아보던 중에 꽤 유용한 사이트를 발견하게 되어 소개드리고자 합니다.
온맘(Onmom) 사이트는 국립특수교육원에서 운영하는 공식 플랫폼으로, 전국의 특수학교, 특수학급, 장애통합 어린이집과 유치원 등 장애 아동을 위한 교육기관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공공 포털입니다. https://www.nise.go.kr 상단 메뉴의 ‘기관정보’에서 원하는 교육기관 유형과 지역을 선택하면, 우리 아이에게 맞는 기관을 보다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1. 온맘(https://www.nise.go.kr/) 사이트에 접속합니다.
2. 맨위 '기관정보'에서 '교육기관'을 클릭합니다.
3. 찾고자 하는 교육기관을 클릭하고, 해당지역을 클릭합니다.
이 사이트 하나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지는 않겠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라 막막한 부모님들께 적어도 ‘신뢰할 수 있는 첫걸음’이 되어줄 수는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어떤 정보든 단순히 읽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그 정보가 우리 아이에게 실제로 어떻게 적용될 수 있을지 다시 한 번 따져보고 확인하는 부모님의 노력이 더해진다면 그 자체로 큰 힘이 될 것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아이를 위해 검색하고, 또 검색하며 더 나은 길을 찾고 있는 모든 부모님들께 조금이나마 실질적인 도움이 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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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지연 아동을 위한 어린이집 선택

글 : 김선희
아이를 키우면서 늘 마음 한편에 불안이 있었습니다.
남들보다 느린 걸음, 느린 말투를 보며 스스로를 다독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어떤 길을 선택해야 할지 막막했습니다.
처음에는 '조금만 기다리면 괜찮아질 거야'라는 기대도 있었고, '남들과 똑같이 해보자'는 마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자라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깨달았습니다.
남들과 같아지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내 아이에게 맞는 환경을 찾아주는 것'이 더 소중하다는 것을요. 이 글은 같은 고민을 하고 있을 많은 부모님들께 작은 참고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썼습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발달이 늦다고 느꼈을 때, 저도 한때 아이를 ‘일반 어린이집에 보내면 일반 아동의 자극을 받는 게 좋지 않을까?’, ‘아이들끼리 서로 통하는 무언가가 있을 테니 더 잘 적응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어린이집 대기를 걸기도 했습니다.

장애 진단을 받지 않았던 상황이라, 그 사실을 말하지 않고 그냥 입소를 확정 지은 뒤 배짱을 부려볼까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느껴져 마음을 바꿨습니다.

아이의 나이가 28개월이 되어 가고, 아직 제대로 걷지 못하는 만 2세였기 때문에, 그렇게 무리하는 건 양심상 옳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아이의 발달 지연에 대해 사전에 고지하고, 여러 어린이집에 상담을 요청했습니다. 그런데 대부분 입소가 어렵다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장애어린이집을 고려해 보아야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장애어린이집과 장애아 통합 어린이집의 차이점에 대해서도 알아보게 되었습니다. 장애 관련 어린이집은 학교 유예 후 최대 만 12세까지 다닐 수 있습니다.

또한 장애어린이집에서는 특수교육 관련 서비스 영역의 치료사를 채용하거나, 어린이집을 순회하면서 치료 지원을 제공합니다. 주변 어린이집들을 알아보고 비교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발달지연 아동을 위한 어린이집 종류

장애아 전문 어린이집

- 법적 근거 : 『장애아동복지지원법』 제32조
- 지정 요건 : 상시 12명 이상의 장애아동(단, 미취학 장애아 9명 이상 포함) 보육 / 지방자치단체 지정 시설
- 운영 특징 : 장애아동 중심 보육 / 장애 유형과 발달 수준에 따라 세분화된 반 편성 및 전문 인력 배치

장애아 통합 어린이집

- 법적 근거 :『영유아보육법』 제30조 및 『영유아보육법 시행규칙』 제25조
- 지정 기준 : 정원의 20% 이내에서 장애아 종일반을 편성·운영하거나 / 미취학 장애아 3명 이상을 일반 영유아와 함께 통합 보육 / 시·군·구 지정 시설
- 운영 특징 : 장애아와 비장애아가 함께 어울리며 성장할 수 있는 통합 보육 환경 제공

일반 어린이집

- 이용 가능 대상 : 발달지연 아동도 이용 가능 / 보호자 요청에 따라 하위 연령 반 배치 - 운영 특징 : 일반 영유아와 함께 생활하며 또래 상호작용 경험

반 편성 및 교사 배치 기준

장애아 전문 어린이집 / 장애아 통합 어린이집

  • 반편성 : 장애영유아의 연령, 장애 유형 정도를 함께 고려해서 반 편성이 됩니다.
  • 교사비율 : 장애아 3인당 1인, 3인 초과할 때마다 1인씩 증원됩니다.
  • 교사는 영유아보육법에 따라 교사 3인 중 1명은 특수교사 자격 소지자로 배치가 됩니다.
  • 장애아동 복지지원법에 따라 취학하지 아니한 3세 이상 장애아반의 특수교사 및 장애영유아를 위한 보육교사 2명당 1명 이상은 유치원 과정 특수교사로 배치됩니다. 하지만 장애영유아의 수가 2명 이하인 경우 장애영유아를 위한 보육교사나 특수교사를 배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장애아반 담당 특수학교(유치원)정교사 자격 소지자는 3세 이상 장애아반에 우선 배치됩니다.
  • 장애아 기본반 : 일반장애아반(0-2세 장애영아, 6-12세 취학유예 장애아동) + 누리장애아반(3-5세 장애유아)

일반 어린이집

  • 반편성 및 교사 비율 : 일반아동의 경우 0세-3명, 1세-5명, 2세-7명, 3세-15명, 4세반 이상-20명, 장애아반 3명이 한반으로 각 담임교사 1명 입니다.
  • 장애아가 있는 경우에는 장애아만으로 구성된 반을 운영할 수 있습니다.
  • 또한 발달차이를 고려하여 보호자의 신청으로 하위반 배치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저는 보육교사, 그리고 어린이집 간호조무사로 약 4년 정도 근무한 경험이 있습니다. 발달이 늦는 아이들이 생각보다 일반 어린이집에서도 종종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부모님이 아이의 다름을 받아들이지 못해 일반 어린이집에 다니는 경우도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특히 손이 많이 필요한 영아기 시기에는 교사 대 아동 비율이 높아, 일반 어린이집의 일반반에 있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였습니다. 장애 관련 어린이집이라면 개별화 교육이 이루어지고, 아이에게 조금 더 맞는 교육이 제공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들었습니다.

부모로서 어린이집을 선택할 때, 각 어린이집 유형의 차이를 알고 선택한다면 조금이라도 아이에게 더 좋은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 아이의 발달 정도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계획을 세워 나아간다면 분명 좋은 선택을 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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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전문 소아청소년정신과 찾기 팁

글 : 김선희
발달장애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마지막에 장애 판정을 위해 갔던 곳은 소아정신건강의학과였습니다. 다른 진료 과목들을 먼저 찾아보다가, 결국 마지막에 가게 된 곳이었죠. 그런데 정신건강의학과에 대한 정보는 많지 않았고, 특히 소아청소년을 전문으로 하는 병원이 많지 않아서 찾기가 매우 어려웠습니다. 발달 장애 관련 커뮤니티에서도 정보가 주관적이라 병원을 고르는 데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우리가 흔히 듣는 유명한 전문가들, 예를 들어 김붕년 교수님이나 오은영 박사님을 만나려면 대기도 길고, 물리적으로도 거리가 멀어 접근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제가 개인적으로 여러 정신건강의학과를 알아보면서, "유명한 교수님과 함께 일했던 원장"이라며 예약부터 검사비용을 과도하게 부르는 병원도 있었는데, 그런 곳에서는 부모들이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이를 어떻게든 키워보겠다는 부모에게 "돈이 없으면 검사도 받지 말라"는 식의 태도는 참으로 마음이 아팠습니다.

병원을 고를 때 부모들은 가격이나 명성만 보고 결정할 수 있지만, 저는 객관적으로 검증된 병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홈페이지에서 전문 정회원으로 등록된 병원을 찾아 방문할 수 있었습니다. 집에서 가까운 병원을 방문해 아이의 검사와 진단을 신속하게 받을 수 있었고, 약물 처방도 편리하게 받을 수 있었습니다.

큰아이는 ADHD 진단을 받고 약을 복용하면서 평범한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되었고, 둘째 아이는 4년 전 지적장애 진단을 받았습니다. 그동안 수면장애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고민 끝에 치료를 시작하고 처방을 받아 복용하면서 조금씩 생활 패턴을 잡아가고 있습니다. 우리 가족의 삶은 아이들이 치료를 받기 전과 후로 나뉠 정도로 많은 변화를 겪었습니다.

신뢰할 수 있는 병원을 방문하는 것은 지적장애나 ADHD뿐만 아니라 자폐 스펙트럼 장애(ASD)를 지닌 아동들에게도 매우 중요하다고 해요. 특히 ASD는 진단을 위해서는 전문지식과 임상경험이 중요하고, 개입 시기나 방식에 따라 아이의 발달 경로에 큰 차이를 보일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전문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어떤 선생님을 만나느냐에 따라 개입의 방향이 달라질 수 있고, 부모가 느끼는 신뢰와 안정감도 크게 달라집니다. 부모가 불안한 상태에서 치료를 시작하면 일관된 양육이나 개입이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에, 심리적 안정감은 결코 부수적인 요소가 아닙니다. 아이에게 적절한 진단과 개입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전문가에 대한 신뢰가 선행되어야 하며, 이는 곧 가족 전체의 회복력과도 연결됩니다. 믿을 수 있는 병원을 찾는 과정이 다소 어렵더라도, 그 선택이 이후의 여정을 바꾸는 중요한 시작점이 될 수 있습니다.

정신건강의학과에 대한 접근은 아직도 많은 부모들에게 낯설고 두려운 길입니다. 하지만 용기를 내어 문을 두드려 보면, 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한 지원을 만날 수 있습니다. 전문가와의 상담, 진단, 그리고 치료는 아이의 삶뿐 아니라 가족 전체의 일상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같은 길을 걸어가는 부모님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전문 정회원과 일반 정회원의 차이점

전문 정회원은 소아청소년정신의학 전문의 자격을 가진 신경정신과/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입니다.
일반 정회원은 소아청소년정신의학 분야에서 종사하거나 관심을 가진 신경정신과/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입니다.

병원 검색 방법

발달장애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전문 소아청소년정신과 찾기 팁 더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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