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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CI2026-08-26T12:17:38+09:00

글 : 김지영

“엄마, 떨어지는 꽃이 아름다워요!”
아이들이 서너 살 무렵, 어린이집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아이의 말에 나무를 올려다보았습니다. 정말 꽃이 아름답게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순간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나는 아이 앞에서 ‘아름답다’는 말을 해본 적이 거의 없는데, 아이는 어떻게 이렇게 예쁜 말을 할까.

감탄이 주는 힘

아이들이 어린이집에 다니기 전까지는 집에서 아이돌봄 서비스를 이용했습니다. 내가 제하를 돌보는 동안 돌봄 선생님은 제욱이와 시간을 보냈습니다. 좋든 싫든 감정을 크게 표현하지 않는 나와 달리 선생님은 매사에 감탄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별것 아닌 일에도 “오 마이 갓!”을 외치는 서양 사람들처럼요. 치료가 없는 날에는 제욱이와 선생님의 산책길에 제하를 데리고 따라가기도 했습니다. 선생님은 길에서 만나는 나무와 풀, 꽃 하나하나를 보며 연신 감탄했고, 아이에게 인사를 시키기도 했습니다. “우와, 꽃이 정말 예쁘다! 꽃들아, 안녕~.” 선생님과 함께하는 아이의 세상에서는 모든 것이 아름답고 신기했습니다. 선생님은 자연뿐 아니라 아이의 모든 순간에도 감탄했습니다. 곁에서 지켜보던 저까지 그 모습을 배우고 싶을 정도였죠.
육아가 힘든 건 ‘노잼’이기 때문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저 역시 처음에는 아이가 하는 모든 행동과 말을 육아일기에 기록할 만큼 신기해했지만, 아이가 자랄수록 점점 무뎌졌습니다. 아이의 성장이 일상이 되고, 당연한 일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반면 선생님의 리액션만 더해지면 아이는 슈퍼맨이 되고, 세계 최고의 과학자가 되었습니다.
또 나는 아이가 아직 어려서 많은 말을 이해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꼭 필요한 말만 골라서 하고, 표현도 단순하게 했죠. 하지만 선생님은 달랐습니다. 아이가 알아듣는지 아닌지는 개의치 않고, 자신이 보고 느끼고 생각하는 것을 그대로 표현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알게 되었습니다. 아이에게 필요한 말은 꼭 ‘이해시키기 위한 말’만은 아니라는 것을요. 함께 보고, 함께 느끼고, 함께 놀라워하는 말도 아이의 세상을 만들어준다는 것을요.
그때의 돌봄 선생님과 말씨가 비슷한 활동지원사가 올해부터 우리 가족과 인연을 맺게 되었습니다. 제하가 고개를 살짝 돌리기만 해도, “이모 쳐다봤어?! 맞아, 이모 여기 있어!” 양치할 때 입을 벌려주기만 해도, “이렇게 양치 잘하는 애가 어딨어? 아구, 예뻐라!” 작은 몸짓과 눈길 하나에도 그렇게 큰 찬사를 보냅니다. 제하의 반응도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감탄을 받으면 재미가 생기는지, 좀 더 소리를 내보고 고개를 움직여보려고 하는 모습이 눈에 보입니다. 감탄과 칭찬은 말도 못하고 목도 잘 가누지 못하는 중증장애인 제하도 춤추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놀라운 눈으로 아이를 보기

아이가 처음 어린이집에 등원하던 날, 나만큼이나 감격스러워했던 돌봄 선생님은 우리 집에서의 근무를 마쳤습니다. 이사하면서 차로 한 시간 거리로 멀어진 지도 어느덧 4년이 다 되어갑니다. 하지만 아직도 연락을 주고받고, 가끔은 아이와 함께 만나기도 하며 인연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제게는 한 인간으로서 배울 점이 많은, 마음속 인생의 스승 같은 존재가 되었죠. 선생님은 종종 좋은 글귀와 사진을 보내주곤 하는데, 최근에는 이런 시 구절을 받았습니다.
아침은 매일매일 말한다 세상에, 놀라워라!
- 문태준, ‘아침은 생각한다’ 중에서
아이를 낯설게 보기, 놀라기, 감탄하기… 그동안 이런 태도는 배워서 되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아이가 무언가를 잘해도 ‘우와~’ 하고 영혼 없는 감탄을 건네기 일쑤였죠. 그런데 문학의 힘인지, 선생님이 보내준 시구를 읽고 나니 익숙했던 아이의 모습이 비로소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진심 어린 감탄은 아이를 놀라운 눈으로 바라보는 것에서 시작되는 것이었습니다.
피질시각장애 아이가 목 가누기를 하고, 시각을 사용하고, 소근육을 움직이는 노력은
뇌손상을 안 입은 아이가 외줄을 타며 뜨개질을 하는 것에 비교될 수 있다.
어떤 시각장애 특수교사가 했다는 이 말이 오래 마음에 남아 있습니다. 제하에게는 고개를 드는 일도, 목소리를 내는 것도, 손을 움직이는 일도 결코 당연한 일이 아닌 것을. 나는 너무 자주 그것을 ‘조금 움직였네’ 하고 지나쳐버렸습니다. 이제는 제하가 보여주는 작은 몸짓 하나도 가볍게 여기지 않으려 합니다. 아이의 성장은 언제나 일어나고 있지만, 그것을 기적처럼 발견하는 눈은 어른이 다시 배워야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도 제하를 조금 낯설게 바라봅니다. 그리고 작은 움직임 하나에 감탄합니다. 세상에, 놀라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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