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발달은 민감기(sensitive periods) 동안의 경험의 폭과 질에 달렸다 – 영유아 조기발달을 돕는 방법

이찬승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대표)

하버드대학 아동발달센터는 영유아의 조기 발달을 도와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한 3가지 원리를 제시한다. 이는 현장 실천가나 정책결정자들이 조기 발달 프로그램을 디자인할 때 활용할 수 있는 원리이기도 하다.
이상의 3가지 원리는 아동의 발달을 돕고 기대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현장 실천가 및 정책결정자 모두에게 필요한 기본 원리다.

요구에 신속히 반응하고 지지한다.

아동 보육을 담당하는 어른이 아동의 요구에 신속히 반응하고 지지할 때 이것은 아동의 건강한 뇌 발달을 도울 뿐만 아니라 심한 스트레스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아동의 요구를 주의 깊게 관찰하고 이에 신속히 반응하는 반응적 관계(responsive relationships)의 형성은 집을 건축할 때 집터를 튼튼히 하는 것과 같다. 또한 이런 관계는 아동의 회복 탄력성을 높이는 데도 매우 중요하다. 이를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방법으로는 앞에서 소개한 ‘서브와 리턴(serve and return)’이 있다. 이를 잘 실천할 수 있기 위해서는 아동 보호자에게 서브와 리턴에 대한 교육과 코칭이 필요하다.

핵심 스킬(skills)을 연마한다.

여기서의 핵심 스킬은 생활하고, 일하며, 관계를 맺는 기술 등을 다 포괄한다. 집중해서 주의를 기울일 일과 기울이지 않을 일을 구분하고 계획을 세워 목표를 달성하는 것, 변화하는 상황에 적응하기, 충동적 행동을 자제하기도 포함된다. 이러한 삶의 기술은 하루아침에 갖춰지지 않는다. 꾸준한 연습과 피드백이 필요하다. 또한 이러한 기술을 갖추는 데에는 집행기능(executive function) 및 자기조절 능력(self-regulation skills)의 향상이 꼭 필요하다.

(1) 집행기능의 향상

뇌의 집행기능은 수많은 항공기의 이착륙을 통제하는 공항의 관제탑과 같은 기능이다. 집행기능을 구성하는 요소와 이를 향상시키는 방법에 대해서는 지난 칼럼 ‘<원리 25> 학습은 항상 의식적인 처리와 무의식적인 처리, 둘 다를 수반한다.’를 참고하시기 바란다. 또한 하버드대학 아동발달센터에서 제공하고 있는 ‘유아~청소년기 아동을 위한 집행기능의 강화와 연습(Enhancing and Practicing Executive Function Skills with Children from Infancy to Adolescence)’이라는 제목의 사이트 내용17을 참고하면 연령별로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다양한 활동을 볼 수 있다.

(2) 자기조절 능력의 향상

뇌의 집행기능은 수많은 항공기의 이착륙을 통제하는 공항의 관제탑과 같은 기능이다. 집행기능을 구성하는 요소와 이를 향상시키는 방법에 대해서는 지난 칼럼 ‘<원리 25> 학습은 항상 의식적인 처리와 무의식적인 처리, 둘 다를 수반한다.’를 참고하시기 바란다. 또한 하버드대학 아동발달센터에서 제공하고 있는 ‘유아~청소년기 아동을 위한 집행기능의 강화와 연습(Enhancing and Practicing Executive Function Skills with Children from Infancy to Adolescence)’이라는 제목의 사이트 내용17을 참고하면 연령별로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다양한 활동을 볼 수 있다.
이렇게 중요한 아동의 감정조절 능력의 발달은 언제까지 가능한가? 태생적으로 이를 잘 배우는 아동이 있고 그렇지 않은 아동이 있기는 하지만, 이 감정조절 능력의 민감기는 2세 정도로 매우 빠르다. 하지만 이 시기를 지난다고 해서 감정 조절 능력을 배우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민감기 때보다 학습이 어렵고 느릴 뿐이다.
아동의 발달에는 유전적 요인도 강하게 작용하지만 동시에 환경적 요인도 강하게 작용한다. 감정조절 능력의 발달은 흔히 집짓기에 비유된다. 집의 향(向)과 기본 형태를 결정하는 설계도(청사진)는 아동의 성장에서 유전적 요인에 비유할 수 있고, 집의 분위기와 특성을 결정짓는 건축 자재와 실내 장식은 환경적 요인에 비유할 수 있다. 그런데 감정조절 능력의 발달과 집짓기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집짓기의 경우 리모델링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할 수 있지만 감정조절 능력은 2세를 전후한 민감기 동안 발달시켜 주지 않으면 그 이후에는 개선이 느리고 힘들다는 점에서 그렇다. 따라서 집 건축의 초기 즉 민감기가 지나기 전에 감정조절을 잘 할 수 있도록 다양한 경험을 풍부하게 제공하면서 어른들이 발달을 도와야 한다. 물론 그 시기를 놓쳤다 하더라도 좌절할 필요는 없다. 민감기가 지난 후에도 20대 중반 기회의 창이 거의 다 닫히기 전까지는 감정조절 능력의 향상은 느리지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아동의 감정조절을 부모나 교사는 어떻게 도와줄 수 있는가? 아동의 감정조절 능력을 키워주려고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나 교사가 모델이 되어 직접 보여주는 일이다. 많은 어른들은 흔히 자신들은 그렇게 하지 못하면서 아동들에게 가르치려 든다. 학교에서 인성교육 혹은 사회성·감성 교육 시간에 아동의 변화를 목표로 감정 조절 활동을 하는데 이것도 도움은 되지만 한계가 있다. 이는 좋은 어른 모델이 없는 아동을 대상으로 보완적이고 마지막 수단으로 사용되어야 한다는 전문가의 조언도 귀담아 들을 만하다. 아동에게 감정조절 능력을 가르치는 최선의 방법은 부모나 교사가 좋은 모델이 되어 주는 일이다. 아동의 감정조절은 어른(부모와 교사)의 감정조절로부터 배운다. 부모가 무엇이 잘못되었을 때 고함을 치고 자기감정에 브레이크를 밟지 못하면 아동도 그대로 따라 한다. 긴급 상황에서 부모가 차분히 문제를 해결하면 자녀도 그렇게 하는 것을 배운다. 부모나 교사가 자신의 감정을 잘 조절하지 못하면 아동들도 조절장애(dysregulation)를 겪을 수 있다.
아동이 감정조절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것이 필요하다.
• 스스로 더 나은 감정조절 전략을 배워 구사하도록 노력한다.
• 긍정적 감정과 상황에 맞게 감정을 조절하는 것의 모델이 된다.
• 아동을 긍정적 환경에 노출시키고 자기조절을 잘 하는 사람들로부터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부모는 아동의 요구에 신속히 반응하고 수용적인 양육을 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아동과 자신의 감정 하나하나에 세심한 관심을 기울일 수 있어야 한다. 부모가 감정적 표현(emotional expressions) 중 특히 부정적인 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면 아동은 감정 조절을 제대로 배울 수 없다. 부정적 감정이라고 해서 억누르게만 해서는 안 된다. 이에 이름을 붙여 표현하게 하고 공감을 해주면서 감정을 가라앉히게 도와주어야 한다. 아동이 감정조절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에 대해 부정적으로 반응하거나 벌을 주면 아동은 더 화나고 짜증을 내게 된다. 이때 감정을 담당하는 하위뇌(downstairs brain)가 대들어 싸우거나 회피하는(fight or flight) 반응을 하게 만든다. 징벌하거나 제재 일변도의 양육은 아동이 감정조절을 배우는데 역효과를 가져온다. 또 아동의 부정적 감정 표출을 못 본 채 하면 저절로 하지 않게 될 것이라는 생각은 위험하다. 감정은 그렇게 작동하지 않는다. 부모가 그런 감정 표출을 무시하거나 이의 해결을 돕기 위해 반응하지 않으면 아동은 그런 감정의 조절 방법을 배우지 못하게 된다.
아동의 감정조절 능력을 효과적으로 가르치기 위해서 부모는 다음과 같은 접근을 할 필요가 있다.
• 아동의 정서적 필요(emotional needs)를 읽고 이를 따뜻하게 수용적으로 신속히 반응해준다.
• 감정에 대해 말한다(예: 네가 슬프구나, 화가 났구나!).
• 아동의 부정적 감정(negative feelings)을 존중하고 공감하여 따뜻하게 수용하고 신속히 반응해준다.
• 인내심을 발휘한다.
• 아동의 부정적 감정에 대해 부정적으로 반응하지 않으며 이를 무시하거나 징벌하지 않는다.
아동의 감정조절 능력을 효과적으로 가르치기 위해서 부모는 다음과 같은 접근을 할 필요가 있다.
한편 감정조절과 관련해서 가정의 분위기(climate)가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도 유념할 필요가 있다. 가정에서 부모 사이, 형제자매 사이 정서적 분위기가 긍정적이고 수용적이면 아동도 수용적이고 안정감을 가질 수 있다. 반대로 가정의 정서적 분위기가 부정적이거나 강압적이면 아동 역시 함부로 반응하거나 불안감에 빠질 수 있다.
가정의 긍정적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서 부모는 다음과 같은 접근을 할 필요가 있다.
• 긍정적 감정을 꾸밈없이 진실되게 표현한다.
• 부부간의 갈등이나 가족 내 부정적인 성격 등이 심한 경우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해결한다.
• 부모와 자녀 간의 관계와 형제자매 간의 관계 향상에 힘쓴다.
한편 학령기 아동·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자기조절능력 향상을 위한 도구로는 사회적·정서적 학습(Social and Emotional Learning: SEL) 프로그램이 세계적 표준으로 통용될 만큼 그 내용이 우수하다. 초등학생을 위한 사회성·감성 프로그램 「마음트리」(성진아 지음)를 추천드린다. 저자의 강의 요청도 가능하다.

스트레스의 원인을 줄인다.

지나친 스트레스가 오래 지속되면 아동의 뇌 발달에 심각한 저해를 초래한다. 아동의 스트레스 조절과 극복을 지도하기 위해서는 교사가 먼저 뇌가 언제 어떻게 스트레스에 반응하는지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에 대해서는 지난 칼럼 ‘<원리 20> 학습은 도전(challenge)과 기대에 의해 강화되고 위협(threat), 학습된 무력감, 스트레스에 의해 억제된다.’를 참고하시기 바란다.
한편 극심한 빈곤, 방치, 학대, 엄마의 우울증 등과 같은 만성적이고 극히 유해한 스트레스에 대해서는 부모가 예방과 치료법을 먼저 익히고 이를 생활 속에서 실천할 필요가 필요하다.
이상의 내용은 영유아의 발달을 돕기 위한 내용이지만 실은 아동청소년들의 발달을 돕기 위한 방법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들의 경우 민감기는 지났지만 뇌는 평생 동안 변할 수 있는 능력인 신경 가소성(neural plasticity)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뇌의 변화는 언제든지 가능하다. 다만 기회의 창이 열렸을 때에 비해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 뿐이다. 그러나 경험이 극적인 것일수록 짧은 시간에도 변화 가능성은 열려 있다. 이와 함께 아동청소년기에는 자기를 스스로 돌볼 수 있는 능력(self-care)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달리기, 수영, 에어로빅과 같은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고, 요가나 명상과 같은 마음챙김(mindfulness), 그리고 충분한 수면, 음악 감상 등과 같은 것도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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