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학교에 다닌다면? 개별화교육회의 빠지지 마세요

글 : 김지영

장애의 종류가 같다고 해서 발달 수준과 특성까지 같지는 않죠. 그런 아이들을 한 교실에 모아 두고 모두에게 같은 것을 같은 방법으로 가르친다면 어떨까요? 새 학기를 맞아, 학교에서 아이의 1년을 어떻게 보낼지 결정하는 자리인 ‘개별화교육회의’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특수교육의 꽃을 ‘개별화교육계획(IEP, Individualized Education Program)’이라고 하더라고요. 이 계획을 수립하기에 앞서 진행하는 과정이 바로 ‘개별화교육회의’입니다.

개별화교육회의란?

개별화교육회의(IEP 회의라고도 합니다)는 서로 다른 장애 학생 개개인의 발달 수준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교육 목표와 지원 방안을 세워 1년간의 교육을 계획하는 자리입니다. 입학 후 14일 이내 진행되어야 하는 법적 필수 회의이지만, 부모가 회의의 중요성을 잘 모르거나 바쁘다는 이유로 서류에 서명하는 것으로 부모의 참여 없이 마무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부모가 이 회의에 직접 참석하느냐에 따라 아이의 학교생활은 꽤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얼마 전 제하가 특수학교 유치부에서 초등학교 1학년으로 진학하면서, 올해 첫 개별화교육회의에 참여했습니다. 회의 참석자는 특수교육 대상 학생의 보호자가 요청할 수 있습니다. 담임교사를 비롯해 교과교사, 보건교사, 영양사, 심지어 학교장까지도요. 지난해 처음 회의에 참석했을 때는 제하가 만나게 될 선생님들을 모두 모시도록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담임 선생님과 만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다른 선생님들께는 문서로 내용을 공유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보호자는 자녀의 특성과 필요 사항(강점, 약점, 필요한 지원)을 미리 정리해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는 제하의 의료 정보, 발달 수준, 건강 상태, 일상 등에 대해 자세히 기록한 문서(이 것에 대한 글은 기록의 쓸모라는 제목으로 지난 칼럼에서 확인 하실 수 있습니다.)를 회의 전에 미리 선생님께 메일로 보내 두고, 회의 때 강조해서 이야기할 내용은 따로 메모해서 가져갔습니다.

제하의 개별화교육회의 모습 함께 살펴볼까요?

회의는 개학 후 한 주 동안 제하가 학교에서 어떻게 지냈는지 담임교사가 설명하는 것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제하는 전반적으로 수업에 즐겁게 참여하고, 특히 자신의 이름이 불리는 것을 좋아하며 호명에도 잘 대답한다고 했습니다. 저는 놀라 다시 물었습니다. 정말 제하가 자기 이름을 확실히 아는 것 같냐고요. 지난해 회의에서 세웠던 목표 중 하나가 ‘호명에 대한 반응 향상’이었는데, 1학기까지만 해도 제하는 다른 친구 이름을 불러도 대답했기 때문입니다. 집에서도 일부러 형 이름을 불러 보면 제하가 대답하곤 했습니다.
보세요. 회의 첫 이야기부터 저는 제하에 대해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이를 새로 만난 사람이라도 시간이 조금 지나면, 결국 선생님들(교사, 치료사, 활동지원사 등)이 부모보다 아이를 더 잘 알게 되는 순간이 옵니다. 부모가 바빠 전화 상담으로 회의를 대신하기도 하지만, 비대면으로 주고받는 이야기와 직접 마주 앉아 나누는 대화는 깊이와 넓이가 꽤 다르다고 느낍니다. 선생님과 대면해 이야기할 기회가 생기면 놓치지 말아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어서 담임 교사는 제하가 3~4교시쯤 다리가 떨리고 피곤해하는 모습이 보인다고 했습니다. 발목 보조기 때문일 수 있어, 3교시 이후 특히 힘들어 보일 때는 보조기를 풀어 보기로 했습니다.
다음은 제 차례였습니다. 저는 1학기 목표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유치부 때와 완전히 다른 목표라기보다, 지난해 목표에서 이어지는 내용이었습니다. 먼저 구글문서로 만든 ‘의사소통사전’을 공유했습니다. 제하가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는 말을 정리한 자료로, 집·학교·치료실에서 일관되게 반응하기 위해서입니다. 다음은 선택의 기회를 늘리는 것이었습니다. “앉을까, 누울까?”, “이 책 읽을까, 저 책 읽을까?”처럼 활동을 직접 고르게 하면 일상이 즐거워지고 의사소통도 좋아질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또 CVI 특성을 고려해 빛을 활용한 놀이를 하고, 학습 자료는 시각적으로 단순화하되 촉각도 함께 활용하기로 했습니다. 간식 시간에는 씹는 연습을 하기로 했습니다. 발관을 위해 턱뼈 발달이 필요하지만 평일에는 집에서 시간이 부족해, 우유 급식 시간에 간식으로 연습하고 활동지원사가 우선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다음은 근골격계 문제였습니다. 수업 중 자세를 신경 써 달라고 부탁했고, 고관절 탈구 예방을 위해 기립기에 하루 2회 서는 과제를 주 2회 신체활동실 이용 시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수업 중 기립기 사용은 집중이 어려울 수 있어 한 달 정도 지켜본 뒤 다시 판단하기로 했고, 녹음형 버튼(AAC) 문구는 4월 이후 선생님 의견을 받기로 했습니다. 이렇듯 회의에서는 부모인 저보다 비슷한 학생들을 많이 지도해 온 선생님의 경험과 의견에 기대는 순간도 많았습니다.
부모는 집에서의 아이를 가장 잘 알고, 선생님은 학교에서의 아이를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봅니다. 두 이야기가 한 자리에서 만나야 비로소 아이에게 맞는 교육 계획이 만들어집니다. 회의에 참석하는 데 한 시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할 뿐이지만, 그 시간은 아이에게는 1년의 방향이 됩니다. 특수학교에 다니는 아이라면, 개별화교육회의만큼은 번거롭더라도 꼭 참여해 이야기를 나눠 보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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