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김지영
장애가 있는 자녀를 키우는 부모의 하루는
행정, 의료, 교육, 감정 노동이 동시에 굴러가는 복합 시스템에 가깝습니다.
치료 일정 조율, 학교•기관과의 소통, 복지 정보 탐색,
그리고 아이의 작은 신호를 놓치지 않기 위한 긴장까지.
인공지능(AI) 시대에도, 부모는 여전히 이 모든 것을 혼자 감당해야 할까요?
장애 자녀를 둔 부모를 위해, 인공지능 챗봇을 비서처럼 활용하는 방법을 소개합니다.
아이의 패턴을 읽는 법, 챗봇이 도와줍니다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은 정보 정리입니다. 장애 아동 양육은 정보 격차가 곧 삶의 질 격차로 이어집니다. 산정특례, 복지서비스, 교육 지원 제도는 존재하지만 여기저기 흩어져 있습니다. 챗봇은 이 복잡한 정보를 부모의 상황에 맞게 재구성하는 데 유용합니다. 예를 들어 아이의 진단명과 연령, 거주 지역을 기준으로 ‘지금 신청 가능한 제도’를 정리할 수 있습니다. 부모가 모든 제도를 전문가처럼 꿰고 있지 않아도, 질문할 수 있는 창구가 늘어나는 셈입니다.
건강 기록과 관리에서도 유용합니다. 장애 아동의 건강과 발달은 ‘패턴’이 중요합니다. 하루 이틀의 변화보다 몇 주, 몇 달에 걸친 미묘한 차이가 의미를 갖습니다. 챗봇을 활용해 아이의 식사, 배변, 수면, 통증 반응, 경련 주기, 행동 변화를 간단히 기록하고, 이를 요약해 병원 진료나 상담 때 활용할 수 있습니다. 부모의 기억에만 의존하던 파편적 정보가 구조화된 데이터로 바뀌는 순간, 진료실에서의 대화 방식 자체가 달라집니다.
잊기 쉬운 행정 업무, AI에게 맡기세요
치료 일정, 병원 예약, 학교 행사, 제출 기한... 머릿속에 넣어두면 결국 한두 가지는 빠지기 마련이죠. 챗봇을 일정 관리 비서처럼 활용해 복잡한 일정을 한눈에 정리하고, 잊기 쉬운 행정 업무를 떠올리게 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새로운 일정이 생기면 챗봇에게 그때그때 입력해 두었다가, 필요할 때 “이번 달 아이 관련 일정 정리해 줘”라고 하면 한눈에 보이는 표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격식 갖춘 문장, 챗봇이 대신 정리해 드립니다
기관과 공식적으로 소통할 때도 쓸 수 있습니다. 장애 자녀를 키우다 보면 행정적•제도적 문제로 국민신문고나 구청 홈페이지 등에 민원을 접수해야 하는 상황이 생깁니다. 민원 글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려면 신경도 많이 쓰이고 시간도 꽤 걸려요. AI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꼭 들어가야 할 내용과 함께 어떤 성격의 글(메일, 민원 등)을 원하는지 알려줍니다. 그러면 엄마의 의도는 살아 있으면서, 격식을 갖춘 문장이 나옵니다. 이건 엄마의 에너지를 아끼는 기술이기도 해요.
AI는 만능이 아니지만, 함께 나눌 수는 있습니다
정서적 도움도 받을 수 있습니다. 장애 자녀를 키우는 부모는 쉽게 고립됩니다. 주변에 같은 상황의 사람을 찾기 어렵고, 감정을 털어놓는 것 자체가 부담되기도 하죠. 챗봇은 반복되는 이야기도 지치지 않고 들어줍니다. 물론 인간 관계를 대체할 수는 없어요. 저 역시 처음에는 인공지능에게 감정을 털어놓는 게 낯설었지만, 최소한 감정을 정리하고 말로 풀어내는 것 자체로 의미가 있었습니다. 혼자 삼키던 불안과 죄책감을 문장으로 꺼내는 것만으로도 생각의 밀도가 달라지니까요.
AI는 만능이 아닙니다. 기술은 돌봄의 무게를 완전히 대신할 수 없어요. 하지만 엄마가 혼자 짊어지던 생각과 기억, 정리를 조금 나눠 가질 수는 있습니다. 덜 외롭고, 덜 무너지면서 오래 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일상은 분명히 달라질 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