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이 느린 우리 아이 행동 이해하기 – ‘염려되는 행동’ 속의 아이가 보내는 신호 읽기

글 : 이소영(특수교육학 박사, 한국영아발달조기개입협회)

아이가 갑자기 울거나 물건을 던질 때, 우리는 종종 그 행동 자체를 멈추게 하는 데 집중합니다. 하지만 행동에는 언제나 이유가 있습니다. 아이의 행동은 말을 대신한 ‘신호’일 때가 많습니다. 이 신호를 이해하려면 행동이 일어나기 전과 후, 그리고 그날의 배경을 함께 살펴야 합니다.

행동 직전의 상황

문제처럼 보이는 행동도, 그 앞에 어떤 상황이 있었는지를 보면 이유를 찾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 “이제 저녁 먹어야 하니까 장난감 치우자”라고 했을 때 장난감을 던지는 행동을 보이는 아이가 있어요.
이때 어떤 상황이 아이의 행동에 영향을 주었을까요?
“장난감 치우자”라는 말이 행동의 직전 상황이었다는 점을 생각해볼까요?

이 말이 왜 아이의 행동에 영향을 주었을까요?
더 놀고 싶은데 더 놀 수 없다고 느껴서, 놀 시간이 끝났다는 아쉬움을 던지는 행동으로 표현했을 수도 있습니다. 혹은 밥을 먹고 싶지 않거나 아직 배가 고프지 않아 식사로 전환되는 상황 자체가 불편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행동 직후의 상황

아이의 행동 이후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도 중요합니다.
아이가 장난감을 던지자 부모가 놀라서 “그럼 안 치워도 돼, 밥 나중에 먹자”라고 했다면,
아이는 ‘던지면 원하는 걸 얻을 수 있다’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이런 결과가 반복되면, 아이는 같은 방법으로 의사를 표현하게 됩니다.

또 어떤 경우에는 아이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양육자가 대신 치워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때 아이는 “내가 던져도 누군가 정리해준다”는 경험을 하게 되지요.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아이는 행동의 결과를 스스로 경험할 기회를 잃게 되고,
자신의 행동이 주변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도 배우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아이가 던졌을 때 부모가 차분히 “던지면 장난감이 다칠 수 있어. 정리하고 나서 같이 밥 먹자”고 말하고, 던진 장난감을 함께 치운 뒤 식탁으로 옮겨가면 아이는 점차 ‘던져도 소용이 없구나’ 하는 것을 배우게 됩니다.
즉, 감정은 공감하되 행동의 결과는 일관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런 경험이 쌓이면 아이는 조금씩 다른 방식으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기 시작합니다.

배경이 되는 하루의 흐름과 변화

그날 낮잠을 잘 자지 못했거나, 새로운 자극이 많았던 날이라면 작은 변화에도 쉽게 예민해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낮잠을 충분히 자고 컨디션이 좋을 때는 기분이 안정되어 있어 “이제 밥 먹자”라는 말에도 비교적 자연스럽게 반응하고, 놀이에서 식사로의 전환이 수월하게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낮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고 피곤한 상태라면, 사소한 변화에도 짜증을 내거나 울음을 터뜨리기 쉽습니다. 이처럼 몸이 피곤하거나 긴장된 상태에서는 주어진 상황에 적절히 반응하기가 어렵고, 평소에는 잘 하던 일도 거부하거나 감정적으로 반응할 수 있습니다.

또한 건강 상태도 아이의 반응에 큰 영향을 줍니다.
아이가 아플 때 부모는 자연스럽게 아이가 원하는 것을 대부분 들어주곤 합니다.
그런데 건강을 회복해도 이 상태가 당분간 지속되면서, 아이가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따라서 규칙적이고 안정적인 일과로 서서히 돌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제는 됐는데 오늘은 안 돼”라는 변화는 아이에게 혼란스럽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아이가 아프고 난 뒤에도 조금씩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식사·놀이·휴식의 리듬을 회복시켜 주세요.

안정된 일과는 아이의 감정과 행동을 가라앉히고, 스스로를 조절하는 힘을 키워줍니다.

아이가 보이는 ‘염려되는 행동’을 단순히 고쳐야 할 문제로 보기보다,
“이 행동을 통해 아이가 나에게 어떤 신호를 보내고 있을까?” 하고 생각해보세요.
행동의 앞뒤와 배경을 함께 이해하면,
아이의 마음속 이유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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