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아의 놀이, 일상에서 시작해 보세요

글 : 이소영(특수교육학 박사, 한국영아발달조기개입협회)

영아기의 아기에게 놀이가 중요하다는 사실은 모두 알고 계실 겁니다. 그래서일까요, 발달이 느린 아기를 돌보는 부모님들은 종종 “우리 아이가 놀이를 잘 안 해요”, “제가 어떻게 놀아줘야 할지 모르겠어요”라고 말씀하십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놀이를 위해 특별한 시간을 따로 만들기 이전에 하루 일과 속에서 자연스럽게 놀이를 발견하고 이어가 보세요.

영아와 가족은 각각의 일과가 있습니다. 먹기, 기저귀 갈기, 씻기 같은 반복되는 돌봄, 그리고 장을 보거나 외출하는 계획된 활동까지 모두가 일과입니다. 이때 놀이는 '정해진 시간에 따로 하는 과제'가 아니라, 아기가 스스로 하고 싶어서 하는 즐거운 행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기들은 식사 중에도 맛과 촉감을 탐색하고, 목욕 중에도 물과 스펀지를 만지며 실험합니다. 이렇게 보면 하루의 거의 모든 순간이 놀이가 될 수 있습니다. '놀이시간을 따로 마련해야 한다'는 생각을 잠시 내려놓으시면, 오히려 하루 종일 더 많은 놀이가 열립니다.

또 한 가지 기억하면 좋은 점은, 놀이는 장난감으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지금 바로 아이와 눈을 맞추고 미소를 주고받는 것은 상호작용 놀이가 됩니다. 기저귀 갈 때 수건으로 살짝 얼굴을 가렸다가 보여주는 것은 까꿍놀이이고, 목욕할 때 스펀지를 꼭 쥐고 짜보는 것은 감각·소근육 놀이입니다. 간식을 꺼내며 뚜껑을 돌려 여는 것도 훌륭한 탐색 놀이이고, 부모님과 손잡고 동네를 걷는 산책은 몸과 마음을 동시에 깨우는 바깥놀이입니다. 아기의 삶 자체가 이미 놀이의 재료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부모님께 드리는 마음가짐과 행동지침은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일과를 곧 놀이로 보세요. 오늘 하루에서 세 장면만 정해 보세요. 예를 들어 아침 먹기, 낮 기저귀 갈기, 저녁 목욕. 각 장면에 아주 짧은 상호작용을 끼워 넣으면 됩니다.
둘째, 아이가 시작하고 어른이 따라갑니다. 잠깐 관찰하고(대략 10초), 잠시 기다렸다가(2-3초 정도), 한 문장으로 반응해 보세요. “오, 손으로 꾹 눌렀구나”, “물을 찰박찰박 쳤네”처럼 간단한 말이면 충분합니다.
셋째, 길게 놀이하려고 하기보다는 자주 놀이 기회를 가져보세요. 한 번에 오래 하려 하지 마시고, 1–3분 정도의 짧은 놀이를 여러 번 반복해 보세요.
넷째, 숙달될 수 있도록 하나의 놀이를 반복해 보되, 좀 더 어려운 과제에 도전할 수 있도록 새로움을 더해 보세요. 같은 활동을 하더라도 놀이 순서를 바꾸거나 제공하는 방법을 바꿔보기도 하고, 새로운 시도를 해보기도 하세요. 아기가 이미 할 수 있는 것에 ‘작은’ 도전이 붙으면 가장 잘 배웁니다.
마지막으로, 환경은 최소한으로 정리해 주세요. 위험한 물건을 치우고, 눈에 들어오는 물건 수를 조금 줄이고, 아기 손이 닿는 높이에 필요한 것을 두면 참여가 쉬워집니다. 시판 장난감을 사지 않아도 됩니다. 집에 있는 수저, 플라스틱 통, 스펀지, 작은 천 조각만으로도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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