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을 전전하던 시간에서 일상으로 돌아오기

글 : 바다 어머니

바다가 만 한 살쯤 되었을 때였어요. 병원에서 작업치료를 받던 중, 치료사 선생님이 '가정에서 받는 조기개입 프로그램이 있다'고 소개해주셨어요. 그 전엔 그런 서비스가 있다는 것조차 몰랐거든요. 처음엔 온라인으로, 나중엔 선생님이 집으로 직접 오셔서 아이를 봐주셨어요. 놀라웠던 건 치료만이 아니라, 집 환경 하나하나를 보시고 조언을 주셨다는 거예요. 장난감 위치, 의자에 앉는 자세, 식탁에서의 동선까지… 센터나 병원에서는 받을 수 없는 세심한 조언들이었어요.
저는 이 프로그램이 너무 좋아서, 이 서비스를 계속 받기 위해 이사까지 했어요. 다른 곳에서는 받을 수 없다는 게 아쉬웠지만, 그만큼 간절했던 것 같아요.

치료에서 놀이로, 걱정에서 신뢰로

사실 초반에는 하루라도 더, 누군가 아이를 더 많이 만져주면 좋아질 거라는 마음뿐이었어요. 그런데 가정방문은 그런 ‘치료’의 개념이 아니었어요. 아이 손가락이 잘 안 움직였을 때, 선생님이 과자를 뿌려놓고 주워보게 하라고 하셨어요. 그랬더니 놀랍게도 아이가 처음으로 엄지와 검지를 써서 집더라고요. 놀이를 통해 아이가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서 저도 자연스럽게 따라하게 되었어요.

제가 아이에게 무심코 던지던 말들도 돌아보게 되었어요. “이 책 읽자” 대신 “이 책이 좋아, 저 책이 좋아?”라고 물어보는 것만으로도 아이가 더 적극적으로 표현하기 시작했어요. 이런 작은 변화들이 아이의 주도성을 키워줬고, 저 역시 아이의 잘하는 점을 더 많이 보게 되었어요.

아이의 행복, 나의 행복

예전에는 치료에 대한 조급함, 불안함이 너무 컸어요. “내가 뭘 잘못하고 있는 걸까?”라는 생각에 밤마다 괴롭기도 했고요. 그런데 조기개입 선생님과의 대화를 통해 기준이 바뀌었어요. ‘남들처럼 걷게 하자’가 아니라, ‘이 아이가 행복하게 살아가려면 무엇이 필요할까’를 생각하게 된 거예요. 그렇게 생각이 달라지니, 제 마음도 훨씬 편해졌고, 바다도 더 밝아졌어요.

무엇보다 집에서 남편과 함께 선생님 조언을 들으면서 아이를 함께 돌보게 된 것도 큰 변화였어요. 예전엔 제가 혼자 다 떠맡았는데, 이젠 우리 둘 다 아이를 잘 이해하고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안정감이 생겼어요.

더 많은 부모님들이 알았으면

조기개입을 받으면서 가장 크게 느꼈던 건, 정보가 정말 생명이구나 하는 거였어요. 아이가 조금 느리다는 걸 느꼈을 때, 어디에 가야 하는지도 몰랐고, 병원에서도 몇 마디로 단정 지어버리니 너무 막막했어요. 그래서 육아 카페에서 검색하고, 엄마들 후기를 보고, 그렇게 하나하나 찾아가야 했어요. 지금도 많은 부모님들이 그럴 거예요.

그래서 이런 서비스가 있다는 걸 더 많은 사람이 알 수 있게 홍보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특히 지금처럼 특정 지역에만 있는 게 아니라, 전국 어디서나 받을 수 있도록요. 무엇보다, 아이를 잘 키운다는 건 결국 부모가 잘 알고 있어야 가능한 일인 것 같아요. 그 첫 걸음을 도와주는 게 바로 조기개입 프로그램이었어요. 저는 너무 늦기 전에 이 정보를 더 많은 부모님이 알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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