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출 준비, 전인적 발달을 이끄는 루틴

글 : 이소영(한국영아발달조기개입협회)

0~3세 영아에게는 하루하루의 일상이 곧 발달의 장이 됩니다. 특히 치료실보다 집 안에서 반복되는 외출 준비와 같은 일상 활동이 더 효과적인 배움의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아침에 옷을 입고, 신발을 신으며, 외출 전후의 행동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영아는 소근육과 대근육, 인지와 자조 능력을 자연스럽게 통합적으로 키워갑니다. 이 글에서는 외출 준비라는 일상을 통해 아기가 발달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0~36개월의 시기별로 소개하고, 발달지연이나 장애가 있는 영아를 위한 고려사항도 함께 제시합니다. 일상 속에서 아이의 자율성과 자신감을 키우는 방법을 부모와 함께 고민해보려 합니다.

0~3세 영아에게는 하루의 모든 일과가 발달의 기회가 됩니다. 특히 발달에 어려움이 있는 아기에게는 치료실에서의 시간이 아닌, 집 안에서 반복되는 일상 속 활동이 진짜 배움의 시간이 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손의 힘이나 조작 능력이 약한 아기들은 작업치료실에서 옷 입고 벗는 연습을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옷을 입고 벗는 건 매일 아침 외출 준비를 하면서 실제로 경험할 수 있는 활동이지요. 걷기나 기기와 같은 이동 능력을 키우기 위한 물리치료 역시, 외출할 때 신발을 챙겨 신거나 유모차까지 걸어가는 순간에 자연스럽게 실천할 수 있습니다. 인지적인 발달도 마찬가지예요. 외출 전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측하고, 순서를 기억하고, 가족의 행동을 관찰하며 따라 하는 과정을 통해 아기는 주변 환경에 집중하고 스스로 판단하는 힘을 키우게 됩니다.

어떤 아기들은 하루에도 여러 번 치료실을 다니며 발달 자극을 받기도 하고, 낮병동에 입원해서 하루 종일 치료를 받는 경우도 있어요. 아침 일찍 물리치료 2회기, 작업치료 2회기, 언어치료 1회기를 받고 늦은 오후에야 집에 돌아오는 일상도 드물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런 치료의 궁극적인 목표는 결국 ‘일상을 살아가는 기술’을 갖추는 데 있습니다.

아침에 외출을 준비하면서 옷을 고르고, 신발을 신는 활동, 외출 후 돌아와 신발을 벗고 외투를 정리하고 손을 씻는 일들은 모두 아기의 소근육, 대근육, 인지, 자조 능력이 통합적으로 발달하는 시간이에요. 무엇보다도 이런 활동은 매일 반복되기 때문에 치료실보다 훨씬 더 자주, 자연스럽게 연습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준답니다.

외출 준비는 단순히 ‘밖에 나가기 위한 절차’가 아니에요. 아이가 스스로 움직이고, 선택하고, 기다리고, 도전하면서 자율성과 자신감을 키우는 귀한 시간입니다. 또한 부모님이 아기의 능력을 발견하고 도와줄 수 있는 소중한 기회이기도 하지요.

이 글에서는 외출 준비라는 일상을 통해 각 연령대의 아기들이 어떤 발달을 경험할 수 있는지, 그리고 부모님이 어떤 점을 고려해주시면 좋을지 함께 살펴보려고 합니다. 0~6개월부터 36개월까지 다섯 시기로 나누어 구체적으로 안내해드릴게요. 특히 발달이 느리거나 장애가 있는 아기들에게는 어떤 점에 더 주의해주셔야 하는지도 함께 담았습니다.

치료실보다 더 효과적인 발달 기회가 바로 여러분의 일상 속에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주세요.

0~6개월: 새로운 세상을 만나는 첫 경험

외출의 의미

이 시기의 외출은 아기에게 세상과의 첫 접촉이 됩니다. 유모차에 타거나 아기띠에 안겨 집 밖을 나서는 일은, 실내에서와는 전혀 다른 감각 자극을 경험하는 순간입니다. 다양한 빛, 소리, 온도, 냄새, 움직임은 아기의 뇌 발달과 감각 통합의 기반이 됩니다. 그러나 이 시기의 외출은 매우 신중하게 계획되어야 해요. 아직은 대부분의 시간을 실내에서 보내며 부모와의 안정적인 애착을 형성하는 시기입니다. 외출은 감각 자극을 조금씩 경험해보며 세상에 대한 첫 인식을 만들어가는 시작점이에요.

발달 포인트

✔️외출 전에 수유와 기저귀 갈이를 통해 아기의 상태를 편안하게 만들어 주세요.
✔️외출 중에는 양육자의 목소리, 표정, 스킨십을 통해 감각적 안정감을 느끼도록 해 주세요.
✔️밝고 어두운 공간의 대비, 바람과 햇살, 다양한 소리를 차분히 경험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자극이 됩니다.

유의사항

✔️사람이 많은 장소는 피해주세요. 0~6개월은 면역 체계가 아직 완전히 형성되지 않은 시기입니다. 실제로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소아과학회(AAP)에서는 생후 6개월 미만 아기의 경우 호흡기 바이러스 및 감염성 질환에 취약하므로, 붐비는 장소 방문을 피하도록 권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겨울철 감기나 RSV, 독감이 유행하는 시기에는 더 주의가 필요합니다.
✔️장시간 외출은 피해주세요. 신체 리듬이 불안정한 이 시기에는 긴 시간 외출이 수면과 수유, 배변 등의 루틴을 흐트러뜨릴 수 있어요. 외출은 짧고 간단하게, 아기가 깨어 있고 기분이 좋은 시간에 시도하는 것이 좋아요.
✔️차를 탈 땐 꼭 카시트를 이용해주세요. 생후 12개월 미만 아기와 몸무게 9kg 이하인 경우, 뒤보기(Rear-facing) 전용 카시트를 사용해야 합니다. 카시트는 차량의 뒷좌석 중앙에 설치하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시트벨트 또는 ISOFIX로 단단히 고정되었는지 꼭 확인해 주세요.

우리 아이가 발달이 늦다면

✅'많은 자극을 경험하게 해줘야 한다'는 이유로 너무 이른 시기부터 수업이나 활동에 참여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요. 발달을 자극하려는 의도로 다양한 프로그램에 노출시키는 경우가 있지만, 이 시기의 아기에게는 가장 중요한 발달 과제가 안정된 애착 형성과 루틴의 정착입니다.
✅아직 양육자와의 애착이 충분히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치료나 외부 활동에 과도하게 노출될 경우, 아기들은 어른의 지시에만 반응하는 습관이 형성되기 쉽고, 이후 각 시기에 적절한 생활 루틴(수유-수면-놀이-상호작용) 형성이 어려워질 수 있어요.
✅그 결과로 단체 생활에 필요한 자기조절 능력이나 또래와의 상호작용 발달이 늦어지는 경우도 자주 발생합니다. 아기에게는 치료보다 더 중요한 것이 보호자와의 안정적인 관계 안에서의 반복된 일상 경험임을 기억해주세요.

6~12개월: 더 넓은 세상을 향해

외출의 의미

이 시기의 아기들은 혼자 앉을 수 있고, 기기 시작하면서 주변 환경에 대한 관심이 점점 커집니다. 외출은 단순한 감각 자극을 넘어, 직접 몸을 움직이며 세상을 탐색하는 첫 경험이 됩니다.

발달 포인트

✔️외출 준비 시 모자나 양말을 신기며 아기의 신체 부위를 짚어주고 이름을 알려주세요.
✔️유모차에 앉기 전 “앉자”, “안전벨트 찼어~” 등 간단한 말로 상황을 예고해 주세요.
✔️거울 앞에서 외출 복장을 보여주며 자기 인식 기회를 주세요.
✔️유모차에 타기 전 아기에게 손을 뻗게 하여 잡고 일어서기, 잡고 걷기 같은 동작을 유도해 보세요.

유의사항

✔️이동 중 장난감이나 물티슈처럼 익숙한 물건을 챙기면 낯선 환경에서도 아기가 안정감을 느낄 수 있어요.
✔️외출 시간은 아기가 잘 깨어 있는 시간대로 조절해 주세요. 활동 전후 수유와 기저귀 확인도 잊지 마세요.
✔️유모차에만 오래 앉아 있는 것은 피하고, 외출지에서 아기가 바닥에서 기어볼 수 있는 기회를 주세요.

우리 아이가 발달이 늦다면

아직 앉기나 기기가 미숙한 아기에게는 무리한 외출보다는, 짧고 익숙한 장소 위주로 외출 계획을 잡아주세요. 외출이 너무 자주 반복되면 일상의 리듬이 흐트러질 수 있어요.
외출 후 피로가 과도하게 누적되지는 않는지 살펴보고, 필요하다면 낮잠 루틴을 조정해 주세요.

12~18개월: 한 걸음씩 나아가는 독립의 시작

외출의 의미

아기 스스로 걷기 시작하거나, 손을 잡고 걷는 시기로 접어듭니다. 외출은 단순한 동반 활동이 아닌, 아기가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시간으로 변합니다.

발달 포인트

✔️신발을 스스로 가져오게 하거나, 한쪽 신발을 직접 신어보도록 격려해 주세요.
✔️외출 순서를 간단히 말로 설명해 주세요. “모자 쓰고, 가방 들고, 나가자!”
✔️유모차까지 혼자 걸어가 보거나, 계단 앞에서 잠깐 발을 올려보는 시도를 함께 해보세요.
✔️짧은 지시(“가방 줘볼까?”, “이리 와”)에 반응하도록 도와주세요.

유의사항

✔️“내가 할래요!”가 시작되는 시기입니다. 스스로 하려는 의욕은 존중하되, 시간 여유를 두고 기다려주세요.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한 감정 폭발도 있을 수 있으니, 준비 시간이 길어질 수 있음을 고려해 주세요.

우리 아이가 발달이 늦다면

✅걷는 속도가 느리거나 균형 잡기가 어려운 아기는 유모차에 태우기 전 짧은 거리라도 걷는 경험을 넣어주세요.
준비 과정이 어렵다면 사진이나 그림으로 준비 순서를 보여주는 시각적 구조화가 도움이 될 수 있어요.
여러 가지를 한꺼번에 수행하기 어렵다면 한 가지 준비 동작(예: 모자 쓰기)에 집중하여 충분히 연습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

18~24개월: 아이 스스로 준비하기

외출의 의미

이 시기의 아기들은 외출의 의미를 이해하기 시작하며, 스스로 무언가를 하려는 욕구가 강해집니다. 준비 과정 자체가 자율성과 자신감을 키우는 시간이 될 수 있어요.

발달 포인트

✔️“어디 갈까?”, “무슨 신발 신을까?”와 같이 선택할 수 있는 질문을 던져보세요.
✔️외출 준비물(물병, 간식 등)을 아기 가방에 직접 넣게 해 주세요.
✔️외투를 입고 벗는 데 도전해보게 하며, 팔을 넣는 방향 등을 말로 알려주세요.
✔️정리 루틴(신발 벗기, 물건 제자리 두기, 손 씻기)을 간단히 함께 해보세요.

유의사항

✔️준비 시간이 오래 걸려도 끝까지 기다려주는 태도가 중요해요.
✔️외출 후 돌아왔을 때도 정리까지 마무리할 수 있도록, 일과 전체를 하나의 루틴으로 연결해 주세요.

우리 아이가 발달이 늦다면

순서를 기억하거나 따라 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경우, 외출 전 그림카드나 짧은 노래로 준비 순서를 시각화해 주세요.
아직 옷 입기가 어렵다면, 옷을 “반쯤 입혀 놓고 마무리만 아기가 하게” 도와주는 식의 단계적 지원이 효과적입니다.
감각 민감성이 있는 아기는 옷의 재질, 모자의 압박감 등에 민감할 수 있으니, 거부 반응이 있는 경우 무리하지 말고 대안을 찾아주세요.

24~36개월: 아이가 계획하고 참여하기

외출의 의미

이제 외출은 아기에게 스스로 계획하고 참여하는 활동이 됩니다. 옷을 고르고, 신발을 신으며, 필요한 물건을 챙기는 모든 과정이 자조 기술과 인지 발달의 통합적인 장이 됩니다.

발달 포인트

✔️날씨나 목적지에 따라 옷을 고르게 해보세요.
✔️외출 후 돌아왔을 때 스스로 신발 벗고 정리하고, 손 씻기를 시도할 수 있도록 유도해주세요.
✔️“준비 완료” 같은 단어를 사용하며 자신감을 북돋아 주세요.
✔️엘리베이터 거울에서 표정 흉내내기, 계단 오르기 등 외출 환경 자체를 놀이로 활용할 수 있어요.

유의사항

✔️스스로 하려는 의지가 강해지는 만큼, 실패하거나 좌절했을 때의 감정 조절도 도와주셔야 해요.
✔️충분한 연습과 반복이 필요합니다. 특히 집에 돌아와서 정리 루틴(외투 벗기, 물건 제자리, 손 씻기 등)도 외출 준비만큼 중요하게 여겨 주세요.

우리 아이가 발달이 늦다면

복잡한 준비 동작은 단계별로 나누어 도와주시고, 가능하다면 같은 순서로 진행되도록 루틴을 일관되게 유지해 주세요.
자기 옷이나 신발을 스스로 찾기 어려운 아기는 라벨, 색깔 표시, 사진 등으로 시각적 단서를 제공해 주세요.
✅모든 것을 말로만 지시하기보다는, 몸짓과 함께 말하거나, 준비된 그림 순서표를 손가락으로 짚으며 설명하는 방식이 효과적입니다.
위로 스크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