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가르칠지보다, 왜 가르치는지를 먼저 생각해요

글 : 이소영(한국영아발달조기개입협회)

발달이 늦는 아이들을 키우는 양육자들은 아이의 발달을 도와주기 위해 치료나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곤 합니다. 못 걷는 아이가 걷게 되길 바라고, 말을 하지 않는 아이가 말을 하게 되길 바라며, 또래보다 언어 표현이 느린 아이가 좀 더 말을 잘 하게 되길 바라죠. 인지 발달이 늦다고 느껴지면 인지를 '끌어올릴' 수 있는 프로그램을 찾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모든 행동들—걷는 것, 말하는 것, 학습하는 것—은 왜 해야 하는 걸까요? 우리가 정말 그 목적을 충분히 고민해보았는지 되묻게 됩니다.

‘기술’이 아니라 ‘삶’이 목적이어야 합니다

많은 경우 치료나 교육의 목표가 “걷게 하기”, “말하게 하기” 등 특정 행동의 ‘성취’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걷게 되면 그 다음은 무엇일까요? 아이가 말을 하게 되면 그 말로 무엇을 해야 할까요?

사실 걷는 것도, 말하는 것도, 인지 능력을 키우는 것도 모두 ‘일상을 살아가기 위해’, ‘사람들과 관계 맺기 위해’, ‘자신의 욕구를 표현하고 사회 안에서 소통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입니다. 단순한 기술 자체가 목표가 되어선 안 됩니다.

말을 배우는 이유는 ‘소통’하기 위해서

예를 들어, 어떤 아이가 말을 하지 못한다고 했을 때, 그 아이가 보호자에게 “우유”라는 말을 하는 것이 목표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근본적인 목표는 **‘내가 원하는 것이 있을 때, 그것을 표현할 수 있는 힘을 갖게 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그 방법은 꼭 말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손짓일 수도 있고, 사진을 가리키는 것일 수도 있죠.

걷는다는 것은, 목적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는 뜻

또 다른 예를 들어볼까요? 아이가 아직 걷지 못한다고 가정해보죠. 그래서 열심히 물리치료를 받고, 근육을 자극하고, 자세를 교정하면서 걷는 연습을 합니다. 하지만 아이가 걷는 이유는 단지 ‘걷는 행동’을 해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가고 싶은 곳에 가기 위해서, 갖고 싶은 장난감을 가지기 위해서, 엄마에게 달려가기 위해서인 것이죠.

만약 걷는 것이 너무 어렵다면, 그 목적을 이룰 수 있는 다른 방법은 없는지 고민해보는 게 더 먼저입니다. 기거나, 휠체어를 타거나, 도움을 요청하는 것 역시 모두 중요한 이동 방식입니다.

반복 훈련보다 중요한 것

많은 치료나 교육에서 이런 ‘의미 있는 목적’은 뒷전이 되고, 맥락에 관계 없는 특정 행동 자체만을 반복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 입장에서 보면 이건 굉장히 지루하고, 때로는 억지스러운 경험이 될 수 있습니다. 창의적인 놀이의 기회도, 스스로 발견하고 시도해보는 기회도 줄어들죠.

‘왜’라는 질문을 해봐요

치료든 교육이든, 그 출발점은 반드시 “왜 이 행동을 하게 하고 싶은가?”에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할 수 없다면 우리는 아이의 삶에서 의미 있는 행동만을 반복하게 만들고 있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아이를 도우려 시작했지만 오히려 아이를 힘들게 하는 것이 될 수도 있습니다. 아이의 삶을 더 풍부하게 만들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되는 거죠.

때로는 아이가 해내는 것보다, 아이가 하고 싶어 하는 것을 발견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그리고 그 목적을 이룰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바로 양육자와 조기개입 전문가의 역할이 아닐까요?

아이가 ‘무엇을 할 수 있느냐’보다 더 중요한 건,
아이가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느냐’입니다.
그 마음을 발견하고, 함께 그 길을 찾아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아이를 위해 내딛는 진짜 첫걸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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