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뇌발달의 골든 타임, 언제까지일까요?

글 : 이소영(한국영아발달조기개입협회)

“선생님, 우리 아이는 지금 5살인데요. 두뇌 발달의 골든타임이 3세라고 하던데… 그럼 우리 아이는 이미 늦은 건가요? 이제 더는 발달하지 않는 건가요?”

한 어머니의 이 질문은 영유아의 발달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볼 계기가 되었습니다.
물론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세상을 알아가는 갓난아기와 이미 자신만의 생활 패턴이 생긴 다섯 살 유아는 발달의 모습이 다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세 돌이 지나면 두뇌 발달이 멈춘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아이의 뇌는 계속해서 환경과 경험에 따라 계속해서 변화하고 성장할 수 있습니다.
그 이야기를, 지금 이 글을 통해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두뇌 발달의 골든타임은 0~3세?

“0~3세는 두뇌 발달의 골든타임입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이렇게 말합니다. 실제로 이 시기는 신경 연결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감각과 운동, 언어와 사회성의 기초가 빠르게 다져지는 시기이기에 ‘결정적 시기(critical period)’라고 불리기도 하지요. 그래서 부모들은 이 시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입니다.

하지만 혹시 아이가 3세가 넘어서 발달의 어려움을 발견하게 된 경우라면 어떨까요? 3세가 넘어 진단을 받았거나, 그 이전까지 아이의 발달에 충분히 신경 쓰지 못했던 상황이라면 부모는 자책하게 됩니다. ‘우리 아이는 이제 골든타임을 놓쳐버린 걸까?’라는 절망감이 밀려오기도 하지요.

하지만 여기서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아이의 발달은 멈추지 않습니다. 0~3세가 분명 빠른 변화의 시기인 것은 맞지만, 그것이 기회의 끝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3세 이후에도 뇌는 계속 변화하고 성장하며, 환경에 따라 놀랍도록 적응합니다.

경험에 따라 계속 뇌의 변화가 일어납니다

이러한 주장의 근거는 바로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이라는 과학적 개념입니다. 이는 뇌가 경험과 환경에 반응해 스스로 구조를 바꾸고 기능을 조정하는 능력을 말합니다.

과거에는 결정적 시기 이후에는 변화가 어렵다고 여겨졌지만, 현대 뇌과학은 이러한 생각을 바꾸고 있습니다. 뇌 영상 연구(MRI) 결과, 청소년기까지 시냅스의 제거와 재구성이 계속 일어나며, 이러한 뇌의 변화는 새로운 경험, 훈련, 상호작용에 의해 촉진된다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Tymofiyeva와 Gaschler(2021)는 아동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71개의 연구를 분석하여, 특정 훈련이나 개입이 뇌의 구조와 기능을 변화시킨다는 사실을 입증했습니다.
또한 Hyde et al.(2009)의 연구에서는 6세 아동에게 15개월간 음악 훈련을 제공한 결과, 운동 및 청각 관련 뇌 영역에서 구조적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이처럼 3세 이후에도 아이의 뇌는 새로운 자극과 경험에 반응하며 유의미한 발달을 이끌 수 있습니다.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은 '풍부한 경험'

뇌는 단순한 자극보다도, 아이가 즐겁게 몰입하고, 감정을 담아 반복하며, 의미 있는 상호작용을 경험할 때 더욱 활발하게 변화합니다. Kolb와 Gibb(2011)의 연구에서도, 반복된 감각-운동 경험이나 부모와의 감정적 교류, 일상에서의 도전적 활동들이 시냅스 연결을 새롭게 만들고 뇌 영역 간 연결성을 향상시킨다고 보고하고 있습니다. 이는 곧 아이가 지금 무엇을 즐기고, 어떤 활동에 참여하려는지를 잘 살피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두뇌 발달 자극’이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단순히 치료실에서 무언가를 ‘시키는 것’보다도, 아이가 주도적으로 움직이고, 반응하고, 반복하고,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이 뇌 발달에 더욱 효과적입니다.

하버드대 발달과학센터의 관점

하버드대학교 발달과학센터(Center on the Developing Child at Harvard University) 역시 이와 같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센터는 “뇌의 기본 구조는 유전적 설계도와 경험의 상호작용을 통해 형성되며, 이러한 과정은 생후 초기뿐만 아니라 그 이후에도 계속된다”고 설명합니다. 또한 “뇌는 특정 시기 이후에도 환경적 요인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적절한 개입과 경험이 신경 발달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뇌는 초기 몇 년 동안 매우 빠르게 변화하지만, 그 이후에도 발달이 멈추는 것은 아닙니다. 뇌의 유연성은 3세 이후에도 유지되며, 환경의 영향에 따라 지속적으로 조절되고 성장할 수 있습니다.

지금도 늦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때로 발달의 지연, 차이, 어려움에만 초점을 맞추곤 합니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아이의 현재입니다. 아이가 지금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무엇을 좋아하고 즐기는지를 바라봐 주세요. 이미 할 수 있는 것을 충분히 반복하며 자신감을 얻도록 도와주세요. 그리고 아주 조금만 도전적인 상황을 함께 나누며 아이의 세계를 넓혀 주세요. 치료나 교육이 단지 ‘두뇌에 자극을 주기 위한 수단’이 되기보다는, 아이가 즐겁게 참여하고 몰입할 수 있는 일상적 경험으로 녹아들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해 주세요. 뇌는 그 안에서 자라고, 아이는 그 안에서 자랍니다.

결국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지금 이 순간 아이와 함께 호흡하며 만들어가는 '지속적인 성장의 환경'입니다. 기회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아니, 지금 이 순간에도 기회는 자라고 있습니다. 지금부터 우리 아이에게 좋은 환경을 제공하기 시작해도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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