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마다 다른 발달 속도와 여정

글 : 이소영(한국영아발달조기개입협회)

아이들의 발달은 마치 각기 다른 꽃이 피는 시간과 모양이 다른 것처럼, 속도도 다르고 방향도 다양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흔히 ‘전형적인 발달’이라는 기준을 가지고 아이들을 바라보곤 합니다. 말이 빠른 아이를 보면 “우리 아이는 왜 아직 말을 못하지?” 하고 걱정하고, 친구 아이가 숫자를 세면 “이제 우리 아이도 숫자 공부를 시켜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요.

그러나 정말로 모든 아이가 같은 나이에, 같은 방식으로, 같은 단계를 거쳐야만 ‘정상’인 걸까요?

‘전형적’이라는 기준이 주는 무거운 마음

‘전형적’이라는 말은 자연스럽게 ‘비전형적’이라는 말과 연결됩니다. 아이가 남들과 조금 다르다는 이유로 걱정이 시작되고, 부모는 아이가 기준에 맞도록 따라가게 하려 애쓰게 됩니다. 하지만 이런 기준은 때로는 아이의 발달을 돕기보다 아이를 스트레스 속에 놓이게 하기도 합니다. 어린 아이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 즐거운 일상을 영위하고 특히 놀이를 할 시간에 억지로 학습을 시키거나, 아이의 속도를 무시한 채 조급해하는 어른의 마음은 결국 아이에게도 그대로 전달되기 마련이지요.

발달의 양상이 다르다는 것

어떤 아이는 말보다 몸으로 표현하는 게 익숙하고, 어떤 아이는 걷기보단 기어 다니는 게 더 편할 수 있어요. 또래보다 조금 늦는 것처럼 보여도, 그 속에는 그 아이만의 리듬과 방식이 있는 거예요. 그리고 아무리 노력해도 걷기 어렵고 말하기 어렵고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불안함을 느끼는 아이도 있어요. 하지만 발달의 양상이 다름을 이해한다는 것은 ‘지금 늦지만 언젠가는 따라가겠지’ 하며 무작정 기다리는 것도 아니고, ‘어차피 따라가지 못하니까 그냥 두어야지’ 하며 방치하는 것도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왜 발달이 필요한가, 무엇을 위해 발달을 돕고 싶은가를 생각해 보는 것입니다.

발달의 목적은 ‘함께 살아가기 위한 준비’

아이들이 발달하는 이유는 어른들이 바라는 모습에 가까워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가정과 어린이집, 지역사회에서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준비를 하기 위함입니다. 발달이 느릴 수도 있고, 다른 방향으로 자라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생활 속에서 자신의 잠재력을 펼치고, 다양한 상황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야말로 진짜 의미 있는 개입이라고 할 수 있어요.

오늘의 일상과 즐거운 놀이를 통해 발달을 이끌어 보세요

영유아기에는 대부분의 발달이 ‘놀이’를 통해 이루어집니다. 그리고 이 ‘놀이’는 따로 시간을 내거나 특별한 공간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일상 자체가 바로 놀이의 시간입니다. 아이에게는 식사 중 숟가락을 잡아보는 것도, 세탁기 돌아가는 소리를 관찰하는 것도, 바닥에 떨어진 물건을 주워보는 것도 모두 놀이예요. 놀이와 일상이 분리되어 있지 않고, 오히려 일상 속의 자연스러운 경험들이 가장 깊고 지속적인 발달을 이끌어냅니다. 아이와 눈을 맞추고, 같이 웃고, 아이가 관심 보이는 것에 함께 호기심을 가지는 시간들—그것이 곧 ‘발달을 돕는 시간’입니다. 거창한 교구나 특별한 교육보다도, 부모가 일상에서 아이와 함께 머물며 놀아주는 순간들이 아이의 발달에 더 깊은 의미를 만들어줍니다.

우리 아이가 남들과 다르다고 해서, 걱정으로 가득한 하루를 보내기보다는 다름을 인정하고, 아이의 속도에 맞춰 천천히 함께 걸어가보세요. 발달은 비교와 경쟁을 통해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아이와 함께 눈을 맞추고, 손을 잡고, 즐겁게 놀아주세요. 그것이 바로 아이의 발달을 돕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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