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중심 조기개입이 가져온 변화

글 : 전세란(김동하의 어머니)

아이의 장애를 알게 되었을 때, 저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막막했습니다. 치료와 재활에만 집중하며 하루하루를 보냈지만, 어느 순간 이것만이 전부일까 하는 고민이 들었습니다. 그러던 중 가족 중심 조기 개입 서비스를 만나면서 새로운 시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치료뿐만 아니라 가족이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 글을 통해 조기개입이 우리 가족에게 가져온 변화를 나누고자 합니다.

힘겨웠던 시작, 끝없는 재활의 길

우리 아이는 퇴원 직후 중환자실에 입원해야 했고, 코로나로 인해 면회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퇴원할 때 처음으로 아이를 안아봤고, 그와 함께 배운 첫 번째 기술이 심폐소생술이었습니다. 이후 100일 동안 산소 공급기에 의존해야 했고, 혹여나 산소 포화도가 떨어질까 봐 밤을 새우며 불안에 떨었습니다. 몸과 마음이 지쳐 있던 그 시기에 우리 아이는 강직형 사지마비 진단을 받았고, 이후 중증장애 등록이 이루어졌습니다.
이제 숨을 쉬는 것이 안정되었으니 치료를 시작해야 했습니다. 재활을 위해 대학병원을 왕복 2시간 거리에 있는 여러 기관으로 오갔고, 하루에도 여러 차례 치료를 받았습니다. 보바스 치료, 보이타 치료, 운동 치료, 작업 치료 등 좋다고 하는 것은 모두 시도해 보았고, 직접 배운 후 집에서도 시행했습니다. 졸린 아이를 깨워 치료를 하면 아이는 울었고, 저도 미안함에 같이 울면서 치료를 이어갔습니다. 아이에게도, 저에게도 가혹했던 시간이었습니다.

조기 개입 서비스, 가족을 위한 변화의 시작

그런데 그 시기에 우리는 가족 중심 조기 개입 서비스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주 1회 가정 방문을 통해 진행되는 이 서비스는 단순한 치료가 아니라 우리 가족 모두가 성장하는 과정이었습니다. 프로그램을 시작할 때 세 명의 전문가가 함께 방문해 아이의 상태를 종합적으로 평가했고, 한 가지 발달 영역이 아니라 전반적인 발달을 고려한 목표를 세워주었습니다. 시간과 여유가 부족해 챙기지 못했던 부분들을 전문가들이 함께 고민해 주었고, 이를 바탕으로 장단기 목표를 설정해 체계적인 계획을 세울 수 있었습니다.
프로그램이 진행되면서 우리 가족이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아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발견하게 된 것이었습니다. 병원에서는 "아이가 인지가 문제다, 움직임이 부족하다"는 말만 들었지만, 실제로 우리 아이는 자동차와 기차를 너무나 좋아하는 아이였습니다. 자동차 모양의 찍찍이를 주면 기어가서 떼어내려고 하고, 자동차 팝업북을 주면 손을 움직이며 책을 넘겼습니다. 관심 있는 것을 접했을 때 아이의 움직임이 달라진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치료가 아닌 놀이를 통해 발달을 촉진하는 방법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었습니다.

부모가 주도하는 실천, 그리고 변화

이 프로그램에서 특히 좋았던 점은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인 제가 직접 실천해 보고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병원이나 센터에서는 제한된 시간 안에 질문할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었지만, 조기 개입 서비스에서는 아이가 어떤 변화를 보이는지, 어떤 방법이 더 효과적인지를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조언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보조기를 처음 사용할 때도 바른 자세를 유지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안내를 받을 수 있어 불안함 없이 아이를 도울 수 있었습니다.
또한, 전문가들은 항상 아이가 가진 장점을 먼저 봐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치료와 재활에 집중하다 보면 부모로서 아이가 할 수 없는 부분만 보게 되는데, 전문가들이 아이의 강점을 찾아주고 격려해 주면서 저도 아이를 바라보는 시각이 긍정적으로 바뀌었습니다.
이런 경험들이 쌓이면서, 우리 가족은 단순히 치료와 재활만을 우선순위로 두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즐거움과 가족의 일상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방향으로 변화할 수 있었습니다. 아이가 행복할 때 스스로 동기부여가 되어 더 많은 움직임을 시도하고, 작은 성취를 통해 자신감을 쌓아가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치료가 아니라 삶을 살아가는 것이 먼저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요즘 우리 아이는 유치원을 다니며 친구들과 즐겁게 지내고 있습니다. 좋아하는 활동을 하면서 점점 더 많은 것을 시도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자신의 방식으로 성장해 나갈 것입니다. 조기 개입이 단순히 발달이 조금 느린 아이들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우리처럼 평생 재활을 일상으로 삼아야 하는 아이와 가족들에게는 더욱더 필수적인 서비스라고 생각합니다. 방향을 잡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떤 길을 가더라도, 가족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길이라면 그 과정은 충분히 행복할 수 있습니다. 우리 가족이 긍정적인 변화를 경험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우리 아이가 자신의 꿈을 키워가며 건강하게 자라나길 바랍니다.
우리 가족이 긍정적인 변화를 경험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우리 아이가 자신의 꿈을 키워가며 건강하게 자라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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