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교육 대상자 진단배치 과연 개별화 맞나?

글 : 윤승아

먼저 저와는 다른 경험을 가지신 부모님도 있을것 같지만 이것은 저의 개인적인 경험임을 밝힙니다.
올해로 14살인 저희 아이는 만3세 무렵 특수교육 대상자로 선정되어 치료지원과 혜택을 받기 위해서 처음으로 특수교육지원센터를 통해 일반학교 병설 유치원에 입학했습니다.
취학을 앞두고 1년간 유예를 하기 위해 다시 어린이집에 다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두 번째로 특수교육지원센터를 통해 일반학교에 배치받아 특수학급과 통합학급 수업을 병행했습니다.
그러다가 아이의 기능적 시각의 어려움 때문에 시각장애 특수학교로 전학을 가려고 했지만 기존의 진단평가로는 갈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세 번째 진단평가 및 재배치를 받았습니다. 어렵게 전학한 학교는 시각장애만을 위한 학교가 아닌 발달장애 영역과 같이 있어서 교육과정은 따로 운영하지만 방과후 활동이나 학교 큰 행사는 시각장애 학생들과 발달장애 학생들이 함께 하기 때문에 참여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이 때문에 많은 고민을 한 끝에 2027년 예정인 시각장애 특수학교가 설립되기 전까지 지체장애 학교를 보내고자 다시 특수교육지원센터에 전학을 의뢰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저는 총 네 번의 특수교육 대상자 진단배치를 위한 과정을 경험했습니다.

처음 특수교육 배치를 의뢰한 경험

만 5~6세 무렵 학교 진학을 고민 중일 때 강남의 특수교육지원센터의 선생님께 상담을 받았습니다. 막막한 저에게 좋은 조언을 많이 해주셨고 학교 선택에 있어서 고려해야 할 것들을 잘 알려주셨어요.
이때 저는 특수교육지원센터는 우리 아이들과 부모에게 적합한 교육에 대한 지원과 교육과정에서 어려운 점들에 대해 지원을 해주는 곳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변한 걸까요? 상담해 주시는 선생님에 따라 다른 걸까요?

우리 아이를 위한 최선의 진단평가를 한 것일까?

처음엔 이처럼 긍정적인 경험을 했지만
최근 3년의 제 경험에 비추면 . . .“아이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다” 입니다.

무척 당황스러웠습니다. 평가를 담당하는 교사를 비롯해 지원팀 내에 전문가가 있는가 있는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당시 우리 아이가 학업전 단계이고 2~3세의 발달연령임을 사전에 말씀드렸지만 평가자는 아이에게 덧셈을 물어봤습니다. 더군다나 시각적 어려움이 있다고까지 했으나. . . 평가 도구와 방법이 아이들의 발달 정도에 따라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일반적인 학령기 아이들에 맞추어 획일화되어 있기 때문에 학업전 단계의 아이에게 맞는 평가가 안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아이들을 1시간 남짓 평가하고 진단하는 것이 가능할까요? 이런 평가를 통해 아이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까요? 특수교육 지원센터가 단순히 평가 후 배치를 하는 기능만 가지고 있는 건가요? 혹 단순히 평가 및 배치만 한다 하더라도 적절한 평가도구와 방법을 적용할 수 있는 전문가가 배치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치료가 배제된 학교 환경

게다가 학교 안에는 치료가 배제되어 있습니다.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에는 '특수교육 대상자에게 필요한 경우 물리치료, 작업치료 등 치료지원을 제공하여야 한다.' 라고 제 28조에 특수교육 관련서비스를 명시하고 있습니다. 특수교육 관련 서비스란 특수교육대상자의 교육을 효율적으로 실시하기 위하여 필요한 인적·물적 자원을 제공하는 서비스입니다. 그렇다면 치료사와 교사가 협력하여 학교 안에서 어떻게 지원을 해주어야 하는가를 결정해야 할텐데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합니다. 아이들은 각자 학교 밖에서 알아서 필요한 치료를 알아보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며서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이때문에 특수교사는 각 아이의 치료 영역별 전문가들과 협력을 할 수가 없습니다. 정작 부모는 각 개별 치료사들로부터 아이의 발달과 지원 방법에 대한 조언을 수년간 들으며 아이의 상황에 대한 이해가 점점 높아집니다. 서당개도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데, 부모는 최소한 우리 아이에 대해서는 전문가에 가까운 수준이 됩니다. 이처럼 아이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도가 높은 부모가 지닌 교육에 대한 욕구와 실제로 제공 받는 실제 교육 사이에는 큰 괴리가 생깁니다.

개별화된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나?

특수교육은 개별화된 지원을 하기 위해 IEP(개별화교육계획서)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IEP의 목표는 과연 우리 아이의 현재와 가까운 미래, 그리고 좀 더 먼 미래를 위한 계획인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당장의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서도 실제로 교육하고 평가하는 과정도 개별 아이에 맞게 이루어져야 할텐데, 실제로 이러한 개별화가 잘 이루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은 제가 너무 원하는 게 많은 부모이기 때문일까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단편적이며 주먹구구식의 시스템과 실제

장애를 바라보는 인식과 시선이 너무 단편적입니다.
중복장애가 있는 아이들은 그 양상이 아이들마다 매우 다양하고 복잡하며, 상황과 시간에 따라 아이들이 표현하는 방법과 능력이 달라집니다. 위에 언급한 치료가 교육과 분리된 것도 이와 같은 단편적인 접근이 그 원인 같습니다.
미국에 체류하면서 공립학교에서 1년간 특수교육을 경험하고 온 한 부모님과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IEP를 작성하기 위해 언제 했는지도 모르게 5번의 평가를 했다고 합니다. 그 평가를 통해 계획을 세우고, 이 과정에서 치료영역의 전문가들의 의견도 통합됩니다. 이 과정에 부모나 아이가 평가를 위해 시간 맞춰서 오고 가는 등의 별도의 부담은 없었다고 합니다.
미국의 한 시각장애 학교에서는 뇌성시각장애(CVI) 아동을 평가하기 위해서 며칠을 관찰하고 평가를 한다고 합니다. 적어도 1시간도 채 되지 않는 시간의 검사는 아니라고 합니다.

시스템에 우리 아이를 맞추지 말라

우리 아이에 맞는 전문적이고 개별적인 접근에 대한 요구에 부응하여 시스템을 변화시키려는 노력은 그 어디에서도 볼 수가 없습니다. 오히려 이를 요구하는 부모의 민원을 막고자 근거리 우선이라던가 차상위라던가 다른 이유를 찾고 그에 대한 행정 편의적인 이유와 규정을 만듭니다. 최종 결정을 하는 특수교육위원회 또한 우리 아이를 위한 최적의 전문가들로 구성되는 것이 아닙니다. 공정성을 강조해 변호사, 일반 학부모 등등 특수교육과 관련 없는 사람들로 구성됩니다. 국민 배심원단도 아니고 부모의 민원을 막기 위한 제도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전문성이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결과에 타당성을 부여해야 하기 때문에 더욱더 이러한 제도를 공고히 합니다.

시스템에 우리 아이를 맞추지 말라

이 과정에서 특수교육을 받아야 하는 아이보다는 부모의 태도에 더욱 신경을 쓰는 것 같다고 느낄 때가 있습니다.
최근 전학을 위한 심사에선 총 5명의 특수교사가 들어왔습니다. 한 분은 전체를 진행하는 듯 했고 한 분은 아이를 평가했고 3분은 부모에게 이미 제출한 서면 평가서와 같은 내용을 질문했습니다. 이와 같은 형태의 심사는 특수교육지원센터가 누구에게 집중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한 단면이라고 생각합니다.
경기도에는 지체장애 특수학교가 없습니다. 서울 외곽에 있는 지체장애 특수학교는 서울의 어떤 지역보다 인접한 경기도의 한 지역이 더 가까울 수 있지만 갈 수 없습니다. 아이를 위해 이사까지 할 결심을 해도, 자리가 있어도, 배치가 안될 수 있습니다. 일단 이사부터 하라구요? 배치가 보장되지 않는 상태에서 어떻게 무턱대고 이사부터 할 수 있을까요? 배치가 확정되고 이사하면 안됩니까? 이것이 우리 아이들을 위한 합리적인 제도일까요?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특수학교. 거기에 시스템의 변화가 아닌 공정성을 내세우며 부모민원을 막기에 급급한 상황들.
지난 2022년 시각장애 학교를 가기 위해 진단평가를 할 때 CVI에 대한 인식이 전무한 우리나라 상황에서 평가하는 선생님도 과정을 지원해주시던 지원센터의 선생님도 어려워 하는 상황이였습니다. 저는 너무도 막막하고 답답한 상황들에 결국 울음이 터졌고 선생님들은 저를 위로해 주셨습니다. 그때 저는 말하고 싶었어요.
“여러분들이 정말 관심을 두어야 할 대상은 울고있는 제가 아니라 표현도 못하고 도움이 간절한 특수교육대상자인 아이들이라고. . .“
위로 스크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