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 아이의 발달을 염려하는 부모님께

글/그림 : 조정현

우리 아이는 만 13세의 뇌병변장애를 가진 아이입니다.
아이가 태어났던 때로 시간을 거슬러 기억을 더듬어 봅니다.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다르게 키웠을텐데" 하며 후회되는 일들을 나눠보려 합니다.
뇌출혈 4기에 백질연하, 후두엽 손상...이것이 태어나지 얼마 되지도 않은 우리 아이의 병명이었습니다. 청천벽력 같은 병명과 함께 NICU(신생아중환자실)에서 나오자마자 겨우 한 달 밖에 안된 아이를 데리고 무슨 수를 써서라도 더 나아지게 하고 눈이 보이게 하려고, 그리고 잘 키우려고 전국 방방곡곡을 다녔습니다.

발달의 어려움을 겪는 우리 아이에게 신의 손은 없다

지금도 아이의 발달을 염려하는 부모님들 사이에는 유행하는 치료들이 있지요. 우리 아이가 어렸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 당시에는 보바스와 보이타가 큰 축이 되어 어떤 치료가 옳은 치료인가 한참 논쟁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아이를 데리고 치료를 받으러 다니는 것이 처음이었을 뿐만 아니라 '엄마가 처음'이었던 저는 여기 가면 이 치료가 옳다 저 치료는 틀리다, 저기 가면 저 치료가 틀리다 하는 말을 들으면서 저 역시 이걸 했다 저걸 했다 중심을 잡지 못하고 유명하다는 치료를 쫓아 여기저기 다니기 바빴습니다.
또, '신의 손이라 불리는 누군가의 치료를 받으면 아이가 걸을 수 있다'라는 말을 들으면 그곳이 우주만 아니라면 어디든 갔습니다. 보바스, 보이타, 감각통합, 슬링, 두개천골요법, 침치료,... 참 많은 치료방법들이 있었고, 자신의 치료 방법만이 맞는 것이고 그 치료를 받으면 마치도 아이가 갑자기 경기가 멈추고 갑자기 걸을 듯이 이야기했습니다.

더 중요한 손은 '부모의 손'

지금 저의 생각은 무엇이든 '100%인 치료는 없다'입니다.
정답도 오답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완전히 똑같은 아이가 없듯이 어떤 아이에게는 이 치료가 또 다른 아이에게는 저 치료가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어릴 때는 효과가 없던 치료가 어떤 시기에는 도움이 될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치료 하나를 받기 위해 왕복 2-3시간을 쓰고 40분 치료를 받고 오는 것이 과연 지금의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줬을까 생각해 봅니다. 오히려 그렇게 아까운 시간을 길에 쏟아붓지 않고 그 시간에 보다 가까이서 아이를 사랑하고 관심 있게 봐주는 손길이면 충분하지 않았을까요. 그 손길은 유명한 치료사의 손이 아니라 부모의 손길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치료사의 지원을 받아 일상 생활 속에서 도움을 주는 것

물론 어느 정도의 치료와 전문가의 조언은 필요합니다. 하지만 아이가 힘들 정도로 치료를 너무 많이 받거나, 한두 가지의 치료에 전부가 걸린 양 멀리 다니거나 할 필요는 없습니다. 정말 필요한 것은 치료사와 함께 아이를 유심히 살펴보고 관찰을 하고 기록하는 것입니다. 책을 읽거나 부모교육을 통해 앞으로 다가올 일을 미리 공부를 하고 치료사와의 대화를 통해 알고 대비하고 그것을 일상에서 해주는 것입니다. 지속적으로 끈기 있게 생활 속에서 치료적인 도움을 주는 것입니다.

부모가 중심을 잘 잡자

부모가 중심을 잘 잡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선은 부모교육을 권하고 싶습니다. 베테랑 치료사도 좋지만 부모교육을 통해 전반적인 것을 알고 나면 우리 아이와 함께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알 수 있습니다. 균형 잡힌 치료와 교육, 대근육이나 소근육, 인지, 언어, 그리고 일상에서 이뤄지는 기본생활습관들. 이런 것에 대해 전반적으로 부모가 알고 있다면 좋을 것입니다.

아이는 '나이'와 함께 일상에서 성장한다

인지치료를 시작해야 하나요? 언어치료를 시작해야 하나요? 어떤 치료를 받아야 하나요?
어린 아기들을 키우고 계시는 부모님들께 종종 받곤 하는 질문들입니다. 하지만 어떤 치료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조금씩 해주다 보면 아이는 변화하고 달라집니다. 아이들마다 변화하는 시기는 다르겠지요. 언제 크나 싶던 시간이 그렇게 흘러 7살까지 단어 몇 개만 말하던 아이가 지금은 사춘기를 맞아 어른스러운 말로 엄마를 위로하기도 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오랜 시간 하기도 합니다.
아이는 그렇게 커갑니다. 그리고 나이와 함께 성장합니다.

아이를 바라보고 함께 살아주기

예전에 주간보호시설의 장애인들을 위한 미술 수업을 진행한 적이 있었습니다. 중증의 심한 장애인들이 많았지만 어린 아이들 수업만큼 힘들지는 않았습니다. 장애 정도가 심하더라도 다들 어른이기 때문에 어른처럼 행동하는 부분들이 있었습니다. 지금 우리 아이가 너무 발달이 늦다고 발을 동동거리기보다 '아이를 바라보고 함께 살아주는 것' 그것이 부모의 몫인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면 시간의 흐름과 함께 학교에서, 지역사회에서, 그리고 가정에서 아이들은 자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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