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아이가 좋아했던 프로그램

글/그림 : 조정현

아이를 데리고 안 다녀본 데 없이 다 다녀봤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나와 아이가 많은 도움을 받으면서도 즐겁게 다녔던 프로그램들이 떠오릅니다. 저마다 다른 상황이고 좋아하는 것이 다르니 우리 아이와 내가 좋아했다고 해서 모두가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정말 좋은 프로그램이 무얼까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아이가 만 3세때 서초구립 한우리정보문화센터에서 진행하는 영유아교실에 참여하였습니다. 만 <쑥쑥이반>이라는 예쁜 이름을 가진 프로그램으로, 엄마와 함께 참여하는 모아교실이었습니다. 주 5일 하루에 2시간씩 1년동안 진행이 되었습니다. 특수교사와 사례관리자가 부모와 함께 아이에 대해 의논하고 계획한 뒤 참여하였습니다. 실제 수업시간에는 음악, 미술, 놀이, 운동, 감각놀이 등을 엄마와 함께 하며 다양한 경험을 쌓는 시간이었습니다. 영유아 시기의 신체, 사회성, 인지, 언어, 정서 등의 발달을 골고루 경험하게 하는 프로그램이었고 무엇보다도 엄마와 함께 참여함으로써 엄마가 아이와 어떻게 놀아주면 좋은지 알 수 있었습니다. 엄마들이 늘 만나서 같이 참여하다 보니 너무 친해져서 그 엄마들과는 지금도 소통을 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그 당시에는 몰랐는데 아이와 온전히 엄마가 놀아줄 시간이 많지 않더라고요. 우리 아이들은 치료다 병원이다 다니다 보면 하루하루 시간을 쪼개도 빠듯해서 20-30분도 온전히 집중해서 놀아주기 힘들죠. 또 막상 놀아주다 보면 이걸 못하네 저걸 못하네 하면서 못하는게 눈에 보여서 그걸 하게 하려고 다시 치료실에서 했던 것을 시키느라 정신이 없게 되죠. 하지만 <쑥쑥이반>을 다니던 1년 동안은 다양한 방법으로 온전히 놀아주었던 참 귀중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당시 한우리 정보문화센터에서 집중하던 프로그램이라 훌륭한 외부강사나 기관내 좋은 프로그램을 모두 다 집어넣은 아주 훌륭한 수업이었는데요. 아쉽게도 3년뒤에 그 프로그램은 폐지되었습니다. 기관의 비용 부담이 너무 컸다고 들었습니다.
4살부터 9살까지 5년간 하상복지관에서 음악치료를 받았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치료라기보다는 음악 수업이라고 하는게 더 맞을 거 같네요. 아이는 다양한 음악을 듣고 부르고 악기를 연주하였습니다. 뇌병변장애를 갖고 있기 때문에 몸이 자유롭지 않았지만 기관내 작업치료 선생님과 물리치료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아이에게 맞는 보조기구(의자와 높이에 맞는 책상 등)를 이용하여 자세를 잡고 음악 수업을 하였습니다. 음악치료에서는 우클렐레, 피아노, 북, 피리, 탬버린 등 다양한 악기를 다루는 방법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지금도 아이가 제일 좋아하는 수업은 음악 수업입니다. 가장 잘하는 것은 박수치기이지만 음악에 관련된 모든 것을 좋아합니다.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확실히 알게 해준 음악 수업이 너무나 좋은 수업으로 기억에 남습니다.
아이가 못하는 것을 할 수 있게 만드는 100%의 치료는 없는 것 같다고 지난 번 글에 썼는데요. 아이가 즐거워하고, 부모가 중심을 잡게 만들어 주는 좋은 프로그램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처럼 좋은 프로그램을 알아보고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잘 잡는 게 중요합니다.
Scroll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