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행동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이소영 (한국영아발달조기개입협회)

그렇다면 아래의 4가지를 먼저 생각해 보세요.

우리 아이 또래들이라면 종종 보일 수 있고 허용될 수 있는 행동인가요?

아이들이 이 세상에 태어나서 살아온 시간만큼 세상을 배워나갑니다. 아직 배울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던 아이들은 처음 경험하는 일들이 많기 때문에 자신만의 방법으로 탐색해 나갑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행동들은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방법을 가르쳐주어야 합니다.
보행이 가능해지고 소근육운동이 한창 발달하는 시기인 18개월~24개월 무렵의 아이들은 집안 구석구석을 돌아다니고 신기하리만큼 다양한 물건들을 찾아내서 놀이합니다. 때로는 그게 어른들이 원하지 않는 놀이일 때가 있습니다. 가정방문을 가거나 상담을 할 때 부모님께 종종 듣는 이야기 중 하나는 “우리 아이가 비싼 베이비크림이나 엄마 영양크림 뚜껑을 열어서 바닥이나 가구, 이불에 문질러 놨어요” 입니다.
그 다음은 어떻게 하셨나요? 여쭤보면 그 다음 대처가 다양합니다. 어차피 이렇게 된 거 함께 문지르고 다음엔 하지 말라고 이야기했다는 분도 계시고, 아이를 심하게 혼냈다 라는 분도 계십니다. 어떤 분은 영양크림을 아이 손에 닿지 않게 치웠고도 하시고요. 어떤 분은 아이가 한창 이런 감각놀이를 즐길 때인 것 같아서 목욕탕에서 감각놀이를 실컷 하게 해준다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보이는 성장의 신호를 읽고, 허용되는 방법으로 재미있게 놀이할 수 있는 기회로 바꿔주세요.

우리 아이의 발달 단계에 맞는 행동인가요?

발달이 늦는 아이들은 양육자가 기대하는 행동을 하기보다는 자신의 발달 단계에서 놀이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양육자가 기대하는 행동과 아이의 발달단계 사이의 차이가 크다면 아이의 행동은 문제로 보여지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놀잇감을 가지고 놀 때 24개월 무렵의 아이들에게 양육자는 어떤 행동을 기대할까요? 24개월이라면 구성놀이가 발달할 시기입니다. 그래서 블록을 쌓아 올리고, 어설프게나마 선을 긋고 양육자가 그려준 네모 아래에 빠방이라면서 동그라미를 그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발달이 늦어 아직 이렇게 사물을 조작하고 구성을 하면서 놀기보다는 작은 공이나 블록을 양 손에 잡고 부딪치고 던지고 굴러간 것을 찾아오는 정도의 놀이를 할 수 있는 아이에게 이와 같은 행동을 기대한다면 아이의 발달과 기대와 큰 괴리가 생깁니다. 이때 양육자는 아이가 할 수 없는 행동을 가르치기 위해 노력하고 아이의 행동은 문제라고 생각하게 되기도 합니다.
실제로 공끼우기 장난감에 공을 끼우지 않고 공을 던지고 기어가서 쫓아가 잡고 다시 던지다가 꿀밤을 얻어맞았던 아이가 생각납니다.

아이의 행동을 바라보는 나의 관점이 너무 좁은 건 아닌가요?

아이들의 행동은 바라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서 똑같은 행동이라도 매우 달라 보이기도 합니다. 어쩌면 이 질문은 위의 두 질문을 합한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사람들에게는 다양한 성격 유형이 있지요? 그러한 다양성이 나름대로의 조화를 이루어가면서 이 세상이 돌아갑니다. 아이들도 타고난 기질이 다르고 가정환경이 다르고 경험하는 것이 다릅니다. 그런데 아이들의 행동에 대해 좁은 관점을 갖게 되면 많은 것이 문제처럼 보이고 고쳐야 한다고 생각이 들 것입니다. 반대로 너무 허용적이라면 아이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서 필요한 사회적 행동을 배울 수 없을 것입니다.
너무 허용적인 경우에도 아이의 행동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지만, 아이의 행동을 나만의 틀에서 바라본다면 그 또한 자연스러운 발달기의 놀이 행동을 문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최근 건강 문제나 컨디션에 영향을 줄 만한 변화가 있진 않았나요?

아이가 몸이 좋지 않다면 당연히 평소와 다른 행동을 하게 되겠지요. 최근 아파서 평소보다 좀 더 허용적인 분위기에서 지내왔다면 아이는 당연히 그런 상황을 유지하고 싶어합니다. 허용되던 것이 갑자기 또 엄격하게 제지를 당하게 된다면 어리둥절해질테고요. 따라서 이러한 상황에서 보여지는 행동을 문제라고 여기지 말고 건강을 회복하는 데 우선순위를 두어야 하겠습니다.
그외에도 동생이 태어났다거나 친척집을 방문해서 며칠 머물게 되었다거나 부모님이 장기출장을 가게 되는 등 아이의 정서 상태에 영향을 주어 행동의 변화를 일으키게 되는 요인들이 있습니다. 이때는 이러한 변화요인에 아이가 잘 적응할 수 있도록 가족들이 함께 노력하고, 주변의 도움을 받는다던가 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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