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발달은 민감기(sensitive periods) 동안의 경험의 폭과 질에 달렸다 – 아동 발달에 있어서의 민감기

이찬승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대표)

시냅스 생성과 제거가 활발히 일어난다는 것은 뇌가 새로운 경험이나 자극에 의해 민감하게 잘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시냅스 가소성(synaptic plasticity)이라고 하는데 시냅스 가소성이 특별히 높은 영유아기를 아동 발달에 있어서 민감기(sensitive periods) 혹은 결정적 시기(critical periods)라고 부른다. 이는 새로운 경험에 따른 영향을 민감하게 잘 받아들이고 신경세포의 연결과 강화가 매우 용이한 시기를 말한다. 민감기는 2세에 시작되어 대략 만 6-7세경에 끝난다. 시각 기능 같은 것은 이 시기를 놓치면 영원히 발달시킬 수 없다. 학자에 따라 결정적 시기를 민감기의 특수한 예로 보기도 하고, 또 어떤 학자들은 민감기를 ‘약한 결정적 시기(weak critical period)’라고 부르기도 한다. 또한 이런 시기를 기회의 창(window of opportunities)이라고 하기도 하는데 이 시기에 적절한 경험이 제공되면 이로 인한 변화의 기회가 활짝 열려 있기 때문이다.
결정적 시기 가설(critical period hypothesis)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한 예로, 결정적 시기가 끝나면 제2언어(외국어)를 원어민만큼 유창하게 습득할 수 없다는 점을 든다. 하지만 이에 대한 비판적 견해도 있는데, 이들은 결정적 시기를 놓친 사람이라도 외국어를 배워서 능숙하게 구사하는 사례는 얼마든지 있으며 외국어 학습에서 중요한 요인은 나이보다는 학습 동기와 주변 환경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따라서 외국어 습득에 있어서 결정적 시기는 없지만 민감기(sensitive periods)가 존재한다는 주장이 더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 사춘기를 지나서 배우려면 더 어렵고 시간이 더 오래 걸릴 뿐이다. 그리고 사춘기를 지나서 배운 외국어의 경우 발음과 문법이 교육 받은 원어민만큼 정확하기는 어렵다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시각(vision) 같은 것은 특정 시기에 발달시키지 않으면 평생 정상인의 시력(visual acuity)을 가질 수 없기 때문에 특정 기능의 발달에 있어서는 결정적 시기가 실제로 존재한다.
아동 발달에 있어서 취학 전 시기는 향후 학습과 미래 성공을 위한 기본 바탕(foundation)을 마련하는 시기라 할 수 있다. 이때 바탕이 튼튼하게 마련되면 학령기의 학습, 건강 등에 문제가 없지만 이때 열악한 환경에서 뇌의 발달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경우에는 학교생활에서도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취학 전 프로그램에 더 많은 투자와 함께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 학습과학 ‘<원리 26> 아동 발달은 민감기(sensitive periods) 동안의 경험의 폭과 질에 달렸다.’가 밝히고 있듯이 영유아 시기에는 깊이(depth) 있는 경험보다는 폭(breadth)이 넓고 질이 높은 경험의 제공이 중요하다.
아래 <도표 2>는 사람의 주요 기능 발달에 있어서 뇌의 민감도가 연령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를 보여준다.
위 도표를 보면 어떤 기능에 관한 것이든 아동 발달의 민감도는 취학 전 4세가 되기 이전에 정점을 찍은 후 각 기능에 따라 서로 다른 속도로 민감도가 감소하기 시작한다. 아동에게 출생 후 최초 1,000일은 기회의 창이 활짝 열려 있는 시기며, 이 시기는 집짓기로 말하면 집터를 다지는 기초 공사를 하는 시기다. 감정조절, 청각, 시각 등은 3세를 기점으로 민감도가 급격히 감소하는 것에 비해 수(numbers)에 관한 감각, 사회적 기술(peer social skills), 언어(language) 등과 같은 높은 수준의 인지기능(higher cognitive functions)에 속하는 기능들은 취학 후에도 민감도가 일정 수준 유지되면서 완만히 감소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기회의 창이 특별히 빨리 닫히는 즉 민감기가 빨리 끝나는 감정조절, 청각, 시각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살펴보기로 한다.

감정조절(emotional regulation)

감정조절은 자신의 감정을 모니터하고 조절하는 능력을 말한다. 이는 아동 발달에서 매우 중요하다. 이것이 사회적 관계의 형성, 학업 성취도, 정신 건강과 장기적 웰빙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루마니아의 한 고아원 아동들에 대한 연구(McLaughlin, Sheridan, Tibu, Fox, Zeanah, & Nelson, 2015)에 따르면 2세 전에 입양이 되어 수양가족과 정상적인 돌봄을 받으며 자란 아동의 경우는 감정과 정서의 조절 능력이 고아원 시설 생활을 하지 않은 아동들과 비슷했다. 그러나 고아원에서 부모의 돌봄도 받지 못하고 건강한 사회적 관계도 제대로 맺지 못한 아동의 경우는 나중에 자라서 사회생활을 할 때 정서조절에 어려움을 보였다. 이를 통해 감정조절의 민감기는 출생부터 2세까지로 추정된다. 이 기간에 감정조절 스킬을 배우지 못하면 그 이후 감정 조절이 쉽지 않다는 것은 가히 충격적이다. 감정조절의 중요성을 고려하면 아동청소년기의 사회적·정의적 학습(social and emotional learning: SEL)을 통해 정서지능(emotional intelligence)을 높일 필요성은 그 어떤 교육보다도 크다고 하겠다.(

절대음감(absolute pitch)

절대음감(absolute pitch in music listening)은 어떤 음을 들었을 때 음의 높낮이를 구분하여 인지하고 소리 낼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관련 연구(Gervain et. al., 2013)에 따르면 4-6세 사이에 음악 훈련을 시작한 아동은 절대음감을 갖출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그런 훈련이 9세 이후에 이루어진 경우에는 절대음감에 도달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또 청각의 처리에 관한 한 연구(Kral & Sharma, 2012)에 따르면 태어날 때부터 청각장애인 아동의 경우 그대로 두면 외부로부터 청각 자극의 입력이 없어서 나중에 말할 수 있는 능력에 심각한 영향을 받게 된다. 하지만 3.5세 전에 인공와우이식 수술(cochlear implantation)을 통해 청각 정보를 지각할 수 있고 풍부한 청각 정보에 노출된 경우에는 나중에 커서 말을 할 수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시각 시스템(vision system)

시각 시스템에는 대상의 세부를 명료하게 볼 수 있는 시력(visual acuity), 또 입체시(stereopsis)10나 약시(amblyopia)11와 같은 시기능 장애는 각 장애별로 결정적 시기가 다르다. 시력은 출생부터 5세 사이에 발달하여 3-5세 사이에 가장 많이 발달한다. 한편 입체시는 결정적 시기가 2세에 끝난다. 즉 개선될 수 있는 가능성인 기회의 창이 2세에 닫힌다. 한편 약시는 생후 몇 개월부터 7-8세 사이가 민감기이며 그 이후에는 완치가 어렵다. 만 4세에 발견한 약시의 완치율은 95%에 이르지만 만 8세에 발견하여 치료할 경우 완치율이 23%로 급감한다고 한다. 이렇게 시력의 발달은 10세 이전에 완성되며, 그 이후에는 치료를 해도 시력 발달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또 다른 예로, 관련 연구(Hensch, 2005)에 따르면 출생 직후 영아의 한쪽 눈을 일정 기간만 가려도 시력을 완전히 상실하게 된다고 한다. 결정적 시기 동안 외부 자극의 부재로 인해 시신경 회로가 제대로 형성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참고문헌

Gervain, J., Vines, B. W. Chen, L.M., Seo, R. J., Hensch, T. K., Werker, J. F., & Young, A. H. (2013). Valproate reopens critical-period learning of absolute pitch. Frontiers in Systems Neuroscience. 7(102). 1-11.
Hensch, T. K. (2005). Critical period plasticity in local cortical circuits. Neruroscience. 6. 877-888.
Kral, A. & Sharma, A.(2012). Developmental neuroplasticity after cochlear implantation. Trends in Neurosciences. 35(2). 111--122.
McLaughlin, K. A., Sheridan, M. A., Tibu, F., Fox, N. A., Zeanah, C. H., & Nelson, C. A. (2015). Causal effects of the early caregiving environment of development of stress response systems in children. Phychological and Cognitive Sciences. 112(8). 5637-5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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