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촉진

아이들이 치료실이 아닌 일상 속에서 자라기를 바라며

글 : 이소영 (서초아이발달센터장, 특수교육학 박사)

조기개입 분야에서 '일과중심개입(Routine-Based Intervention)'이라는 개념은 이미 오래전부터 강조되어 왔습니다. 아이의 발달을 지원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아이가 실제로 살아가는 일상 속에서 자연스러운 개입을 하는 것임은 많은 연구를 통해서도 입증되었고요.

일상이 중요하다는 말은 우리 모두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자신의 삶을 의미 있게 살고 싶어 하고, 그 의미 있는 삶의 귀결점은 결국 나와 가족, 이웃으로 이어져요. 내 삶이 나아지려면 나 혼자 무언가를 이루어내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가족과 이웃과의 관계에서 오는 평안함과 만족감이 바탕이 되어야 해요. 삶의 모든 선택과 노력, 관계와 목표는 결국 하루하루의 일상으로 수렴됩니다. 발달에 어려움이 있는 아이와 그 가족도 다르지 않아요. 아이가 가족과 함께 웃고, 먹고, 놀고, 쉬는 그 일상이 곧 삶의 중심이고, 발달의 토대입니다.

전문가 먼저 일과의 가치를 충분히 이해해야 합니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요. 발달에 어려움이 있는 아이일수록, 일상은 오히려 점점 뒤로 밀려납니다. 치료 일정이 하루를 채우고, 병원과 센터가 생활의 기준이 돼요. 먹기, 놀기, 이동하기, 쉬기 같은 기본적인 활동들은 '개입의 대상'이 되거나, 때로는 효율을 위해 그냥 생략되기도 하죠. 그런데 이런 현실 앞에서 부모님을 탓하기는 어려워요. 일상보다 치료를 우선하게 되는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치료는 목표가 분명해 보이고, 전문가가 있고, 회기마다 무언가 이루어지는 것 같은 느낌을 줘요. 반면 일상은 너무 당연해서 가치 있게 느껴지지 않고, 변화도 느리게 나타나니 효과가 없는 것처럼 오해되기 쉽습니다. 그렇다면 일상의 중요성을 먼저 인식하고, 그것을 양육자에게 전달해야 할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요. 바로 전문가예요. 전문가가 먼저 일과의 가치를 충분히 이해하고, 그 의미를 양육자와 함께 나눌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부모님은 계속해서 치료실에서 답을 찾으려 할 수밖에 없어요.

전문가로서 스스로에게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전문가로서 스스로에게 물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나는 지금 이 아이에게 왜 이 치료를, 이 수업을, 이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는가? 이것이 이 아이와 가족의 일상을 더 풍요롭게 만드는가, 아니면 오히려 방해하고 있는가? 그 물음의 답은 발달이 어떻게 일어나는지를 이해하는 데서 출발합니다. 발달은 특별한 시간에만 일어나지 않아요. 아이는 하루 대부분을 일상 속에서 보냅니다. 깨어 있는 시간 동안 반복되는 경험들, 익숙한 사람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뇌는 조직되고, 몸은 조절을 배우며, 의미 있는 행동이 하나씩 쌓여요. 일상이란 발달이 일어나는 장소이면서 시간이기도 해요. 그렇기에 일상이 빠진 발달 지원은 지속되기 어렵습니다. 가정에서 반복되지 않는 기술은 유지되지 않고, 아이의 삶과 연결되지 않은 목표는 결국 의미를 잃어요. 반면 일상 속에서 일어나는 변화는 작더라도 오래갑니다. 특별하지 않아 보이지만, 그런 변화들이 쌓여 아이의 삶 전체를 바꿉니다.

가족과 함께 하는 일상을 지원해야 합니다.

이제는 아이를 치료실 밖으로 내보낼 때입니다. 가족과 함께 하는 일상을 소중히 여기고, 그 일상이 즐겁고 평안하게 이어질 수 있도록 어떻게 지원할 수 있을지 더 깊이 고민해야 합니다. 아이의 발달을 진정으로 지원한다는 것은, 얼마나 많은 시간을 치료했느냐가 아니라 아침에 눈을 떠서 잠들기까지의 하루 전체가 발달의 기회가 되도록 하는 겁니다. 일상을 이야기하는 것은 '덜 하자'는 말이 아니에요. 가장 많은 시간을 쓰는 바로 그곳에서 충분한 발달의 기회를 갖게 하자는 것입니다. 아이에게 아이다운 일상을 되돌려 주는 것, 그것이 가장 강력한 개입의 시작입니다.
아이의 발달은 ‘특별한 치료 시간’이 아니라 가족과 함께 보내는 매일의 일상에서
반복되는 경험과 상호작용을 통해 만들어집니다. 그래서 조기개입은
치료실 밖, 가정과 지역사회 속 일상을 지키고 풍요롭게 하는 방향으로 설계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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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아발달 평가와 IFSP가 그리는 조기개입의 로드맵

글 : 조성연 (청각장애인생애지원센터 대표, 언어재활사)

조기개입의 중요성을 절감하며 서초구립 한우리정보문화센터에서
가족중심 조기개입의 기본을 다졌던 2017년으로부터 9년이 흘렀습니다.
현장에서 수많은 난청 영유아 가정을 만나며 쌓아온 고민을 안고
다시 마주한 사단법인 한국영아발달조기개입협회의
영아발달 평가 및 IFSP 작성 심화 과정은
전문가의 관점을 치료에서 삶의 설계로 확장시키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아이의 오늘을 데이터로 읽다

심화 과정에서 가장 집중했던 부분은 아동의 현행 수준을 다각도에서 분석하는 역량이었습니다. 단순히 발달이 늦다는 추상적인 판단을 넘어 대근육, 소근육, 의사소통(수용·표현), 인지, 사회성, 자조기술을 영역별로 평가하는 과정입니다. 가정방문을 통해 아이가 가장 편안한 일상 환경에서 수행되는 이 평가는 아이의 생활연령, 교정연령, 듣기연령과 대비되는 영역별 발달연령을 명확히 도출해냅니다. 특히 의사소통 영역에서 수용언어와 표현언어를 세분화하여 분석하는 것은 난청 영아가 현재 어느 정도의 언어 자극을 소화하고 있는지 파악하는 핵심 지표가 됩니다. 이는 전문가의 주관적 견해가 아닌 객관적 데이터에 기반해 가족과 함께 다음 단계의 목표를 설정하는 근거가 됩니다.

재활 팀의 리더인 부모를 위한 전략적 로드맵

이번 과정의 핵심인 개별화가족서비스계획(IFSP)은 단순한 계획이 아닌 한 가족의 자원과 욕구를 결합한 성장 지도입니다. 저는 리더십을 조기 개입에 접목하여 주양육자를 서비스의 수혜자가 아닌 재활팀의 리더로 정의합니다. IFSP 작성의 고도화는 전문가가 세운 목표를 가족에게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리더인 부모가 아이의 현행 수준을 정확히 확인하고 팀원(가족 및 전문가)들과 공유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있습니다. 부모가 리더로서 팀을 진두지휘하며 일상의 모든 순간, 수유하거나 아이를 돌보는 짧은 시간을 전략적인 언어 자극의 기회로 전환할 때 진정한 의미의 가족 중심 조기 개입이 완성됩니다.

고위험군 사례를 위한 정교한 서비스 코디네이션

심화 과정을 통해 더욱 정교해진 IFSP 수립 역량은 저체중아 및 이른둥이의 경우 홈벤트와 콧줄을 사용하는 의학적 취약 아동들에게 더욱 빛을 발합니다. 이러한 고위험군 사례일수록 유전자 진단 데이터와 ‘1-2-3 골든타임’(1개월 내 진단-2개월 내 보청기 착용-3개월 내 조기개입) 원칙이 IFSP 내에 유기적으로 녹아들어야 합니다. 유전적 정보를 지도로 삼아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진행성 난청이나 인공와우 수술 적기를 예측하고 이를 바탕으로 초개인화된 목표를 설정하는 과정은 재활의 불확실성을 확신으로 바꿉니다.

주체적인 선택이 만드는 미래

영아발달 평가와 IFSP 작성은 결국 난청 영유아 가정이 전문가에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삶을 결정하고 이끌어갈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과정입니다.
영아발달 평가와 IFSP 작성은 단순히 난청 영유아 가정이 전문가에게 의존하도록 하는 과정이 아닙니다.
오히려 부모가 스스로 삶의 방향을 결정하고 아이의 성장을 이끌어 갈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과정입니다. 이번 심화 과정을 통해 익힌 평가 도구 활용과 전략적인 IFSP 수립 역량을 현장에 적극적으로 적용하고자 합니다. 책임감을 바탕으로 전문적인 해결책을 제안하며, 모든 난청 영유아가 자신의 가능성을 충분히 펼치고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가장 든든하고 전문적인 조력자가 되겠습니다.
부모가 아이의 삶을 설계하는 리더로 설 수 있도록, 우리는 오늘도 그 가정의 문을 두드립니다.

2026년 2월에 이루진 전문가 교육 심화과정의 참여 후 경험을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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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은 장난감 창고

글 : 이소영 (서초아이발달센터장, 특수교육학 박사)

아기가 성장해가면서 엄마아빠 마음이 참 바빠지죠? “옆집 아기는 전집을 들였다더라”, “이 교구가 발달에 좋다더라” 하는 소리가 들리면 우리 아이만 뒤처지는 것 같아 얼른 나도 구매해야 할 것 같고, 결제 버튼에 손이 가기도 해요. 그런데 사실, 아기들 눈에는 비싼 장난감보다 엄마 아빠가 매일 쓰는 물건들이 훨씬 흥미로운 ‘신상’이라는 거 알고 계셨나요?

옛날에도 ‘장난감’이라는 개념이 있었을까요? 예전에는 아기들은 뭘 하고 놀았을까요? 그냥 주변에 널린 나뭇잎, 돌멩이를 만지고, 나무 막대기로 흙을 파기도 하고, 집에 있는 바구니나 그릇을 가지고 놀지 않았을까요? 아주 아기 때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저의 어린 시절을 돌이켜 보면 집에 있는 더 이상 안쓰는 사기그릇이나 스테인리스 그릇, 공사장에서 주워온 벽돌을 부수고 풀잎을 뜯어서 소꼽놀이를 했던 기억이 나네요.

아기들은 모두 ‘탐험가’예요

사실 아기들에겐 놀이의 본능이 있어서, 굳이 의도적으로 만든 놀잇감이 없어도 어떻게든 놀 거리를 찾아내곤 하죠. 엄마랑 마주 보고 눈 맞추며 장난치거나, 옷자락의 보들보들한 감촉을 만지작거리는 것조차 아기들에겐 훌륭한 놀이랍니다. 그런데, 예전의 저처럼 아이가 집안을 뒤져서 이것저것 다 꺼내서 가지고 논다면 어떤 느낌이 들까요? 어쩌면 집안이 엉망이 되고 있는 것을 보며 한숨부터 나올 수도 있고요. 멀쩡한 티슈를 줄줄이 뽑아놓거나, 화장품 뚜껑을 열어서 비싼 크림을 이불에 다 발라놓고, 엄마 지갑 속 카드를 다 꺼내서 놀다가 어디다 끼워 놓았는지 찾을 수가 없게 만들고, 밥 먹다 말고 숟가락을 탁자에 탕탕 두드리는 것과 같은 행동들 말이에요. 그런데 이 골치 아픈 행동들이 사실은 발달 검사지에 나오는 ‘중요 문항’들이랑 딱 연결돼요.

“엄마, 나 지금 공부 중이에요!”

티슈 곽이라는 좁은 입구에 손을 넣어 물건을 끄집어내는 건 고도의 집중력과 소근육 조절 능력이 필요해요. 발달 검사에서는 상자 안에 든 물건을 스스로 꺼내거나, 의도적으로 목표 지점에 물건을 놓을 수 있는지를 확인한답니다. 화장품 뚜껑을 돌려서 여는 동작은 손가락 근육이 섬세하게 발달했다는 증거예요. 또 끈적한 크림을 이불이나 몸에 바르는 건 촉각을 통해 사물의 성질을 배우는 ‘감각 탐색’ 과정이죠. 검사지에서는 손가락을 정교하게 움직이는지, 다양한 질감에 반응하는지를 중요하게 봐요. 얇은 카드를 손끝으로 집어내는 건 엄지와 검지 손 끝으로 미세하게 잡기 능력이 완성되어야 가능해요. 게다가 카드를 틈새에 끼워 넣는 행동은 “이 얇은 게 여기에 들어갈까?”라는 호기심을 해결하려는 시도로, 인지 발달 단계 중 하나인 ‘문제 해결 능력’과 연결될 수 있어요. 밥 먹다 말고 숟가락으로 식탁을 탕탕 두드리는 건 단순히 휘두르는 게 아니라 숟가락이라는 도구를 이용해 소리를 내는 것은, “내가 두드리면(원인) 소리가 난다(결과)”라는 인과관계를 완벽히 이해했다는 뜻이에요. 그러니 아기가 ‘사고’를 치고 있을 때 경우에 따라서는 얼른 말려야 하겠지만, 그러면서도 ‘아, 우리 아기가 지금 발달 검사 항목 하나를 스스로 통과하고 있구나’라고 생각해보시면 어떨까요?

아기를 위한 ‘우리 집’을 장난감 창고로 활용하기 팁

비싼 장난감 대신, 지금 바로 눈앞에 보이는 물건으로 이렇게 한번 놀아보세요.
1. 스카프 박스 ● 방법: 다 쓴 티슈 곽에 가제 수건이나 알록달록한 손수건이나 스카프들을 줄줄이 묶어 넣어주세요. ● 효과: 아기가 이걸 끝없이 뽑아내면서 손과 팔의 협응력을 기를 수 있어요. 진짜 티슈를 뽑는 쾌감은 그대로 주면서 정리는 훨씬 편해질 거예요.
2. 주방의 오케스트라, 냄비와 숟가락 ● 방법: 아기 앞에 크기가 다른 냄비나 플라스틱 밀폐 용기를 뒤집어 놓아주세요. 그리고 나무 숟가락 하나를 쥐여줘 보세요. ● 효과: 탕탕 두드리며 재질마다 다른 소리를 탐색하는 건 아기의 청각 발달과 인지 발달에 정말 좋아요.
3. 기저귀 까꿍 놀이 ● 방법: 기저귀를 갈 때, 새 기저귀로 엄마 얼굴을 슬쩍 가렸다가 “까꿍!” 하며 나타나 보세요. 아기 얼굴에 기저귀를 살짝 올렸다가 아기가 스스로 치우게 기다려주는 것도 좋고요. ● 효과: ‘대상 영속성(눈앞에 안 보여도 물건이 사라진 게 아님을 아는 능력)’을 키우는 데 이만한 놀이가 없답니다.
4. 식사 시간의 ‘바사삭’ 탐색 ● 방법: 간식으로 주는 뻥튀기나 아기 과자를 그냥 주지 말고, 아기 앞에서 톡! 부러뜨려 소리를 들려줘 보세요. 아기가 직접 부러뜨려 보게 유도해도 좋고요. ● 효과: 손가락 끝 근육을 발달시키고, 바삭거리는 질감을 느끼며 다양한 사물의 특성을 파악해 가는 시간이 돼요.
엄마를 당황하게 했던 그 '사건'들이 사실은 우리 아기가 스스로 발달 목표를 하나씩 통과하고 있는 대견한 순간들이었다는 걸 생각하면, 거실에 흩어진 티슈나 카드들이 조금은 다르게 보이실 거예요. 사실 놀이는 특별한 장소에 가거나 비싼 장난감이 있어야 하는 거창한 게 아니거든요. 아기가 스스로 선택하고, 몰입하고, 또 하고 싶어서 자꾸만 손을 뻗는다면 그게 바로 세상에서 좋은 ‘최고의 놀이’이자 ‘최고의 공부’가 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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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배워가는 시기, 적절한 관계의 선을 가르쳐 주세요

글 : 이소영 (서초아이발달센터장, 특수교육학 박사)

두 돌쯤 되는 아이를 양육하시는 부모님들께 아이의 행동 중 염려되는 부분이 있는지 여쭤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중 한 분이 아이가 아직 말로 자신의 생각을 충분히 표현하지 못하다 보니, 원하는 것이나 감정을 잘 전달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밖에 나가 또래를 만나면 다가가 껴안으며 “예쁘다”라고 말하고, 자신이 가지고 있던 간식이나 먹을 것을 건네며 반가운 마음을 표현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상대 아이가 이러한 행동에 당황하거나, 함께 놀기를 원하지 않고 외면하면 아이가 갑자기 크게 화를 내거나, 때리거나, 손에 잡힌 물건을 잡아 뜯는 행동을 보인다고 하셨습니다.

사실 이러한 고민은 이 한 분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이전에도 비슷한 내용을 상담하며 나눈 적이 있고, 두 명 이상이 함께 있는 집단 상황에서도 종종 관찰되는 모습입니다. 아이들의 연령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두 돌 전후의 시기였습니다. 아이는 아직 어리고, 말은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 또래 관계에서 예상하지 못한 행동이 나타나면 부모님들께서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혼란스러워지기 마련입니다.

두 돌 무렵, 아이가 타인과의 관계를 이해하는 방식

이 시기의 아이들은 아직 관계의 중심을 ‘자기 자신’으로 인식합니다. 내가 반갑고 좋으면 상대도 당연히 그럴 것이라고 기대하는 시기입니다. 아이에 따라서는 상대의 상태나 기분을 살피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이러한 사고 방식이 이제 막 발달해 가는 단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자신의 생각을 충분히 말로 표현할 만큼 언어가 발달하지 않은 시기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거절을 경험하거나 상황이 뜻대로 되지 않을 때, 말 대신 행동으로 감정이 크게 터져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반응 자체는 발달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아이의 행동을 이해하되, 허용해도 되는 행동인지는 한 번 더 생각해 보세요

다만, 발달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해서 모든 행동을 그대로 허용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처음 만난 아이나 낯선 사람에게 신체 접촉으로 애정을 표현하는 행동은 사회적으로 적절하지 않습니다. 아이에게는 반가움의 표현일 수 있지만, 상대에게는 부담스럽고 불편한 경험이 될 수 있습니다. 매우 친숙한 관계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접촉과, 상대의 의사를 확인하지 않은 접촉은 분명히 구분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경계는 아이가 어리더라도 분명하게 알려주시는 것이 필요합니다.

상황이 발생했을 때 부모님의 대응

이미 그런 상황이 발생했을 때는 즉각적이고 분명한 개입이 필요합니다. 이때의 훈육은 아이를 크게 혼내거나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부드럽게 설명하면 알아듣겠지’라고 기대하기에는 이 시기의 아이에게 아직 어려운 부분이 많습니다. 안 되는 행동은 그 자리에서 분명하게 멈추게 하고, 짧고 단순한 말로 기준을 알려주셔야 합니다. 이때 아이가 위축될까봐 염려하시는 부모님이 계시는데, 이제 세상을 알아가는 중에 있는 아이가 사회적 규칙을 배우면서 적절한 기준을 세울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시면 어떨까요.

평소에 미리 알려주셔야 하는 부분

이러한 기준은 문제 상황이 생겼을 때만 알려주어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또래 관계 안에서 갈등 상황은 언제, 어떤 방식으로 발생할지 예측하기 어렵고, 이미 발생한 갈등에 대처하는 것은 아이에게 더욱 어렵습니다. 그래서 평소 일상 속에서 친구를 만나면 어떻게 인사하는지, 어떻게 다가가야 하는지, 상대가 싫다고 표현했을 때 어떻게 멈춰야 하는지를 반복해서 경험할 수 있도록 도와주셔야 합니다. 그렇다고 긴 설명을 하거나, 매사에 아이의 행동을 통제하려고 한다면 아이는 부모의 이야기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때 활용하기 좋은 방법이 바로 책을 보는 것입니다. 책을 통해서 세상에서 일어날 수 있는 많은 상황을 간접으로 체험할 수 있고 학습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일상에서 예측되는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간단한 단서를 줘보세요. 부모님의 표정도 어떤 행동을 해도 되는지 하면 안 되는지에 대한 단서가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아이의 연령에 따라 이해할 수 있는 정도의 짧고 명료한 언어로 이야기해 주세요.

부모님의 역할은 적당한 기준을 알려주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발달해 가는 과정에서 또래 관계 안에서 다양한 시도를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다만 아이의 행동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그리고 어디까지 허용하고 어디서부터 개입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어른이 더 고민하고 책임 있게 판단해야 할 부분입니다. 이 시기의 아이는 점차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방법으로 자신의 행동을 조절해 가는 방법을 배우고, 사회적 관계 안에서 지켜야 할 적절한 선을 경험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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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클래식을 계속 틀어두면 아기에게 더 좋을까요?

글 : 이소영 (서초아이발달센터장, 특수교육학 박사)

가정방문을 하다 보면 집 안에 음악이 늘 켜져 있는 경우를 자주 만나게 됩니다. 대부분 클래식 음악이고, 음악을 틀어놓은 이유를 여쭤보면 아기에게 좋은 자극을 주고 싶어서라고 말씀하십니다. 아마도 조용하고 부드러운 음악이 아이의 정서나 두뇌 발달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아기의 발달 양상을 확인하기 위해 소리에 대한 반응을 살펴보면, 집 안에 항상 흐르는 음악이 반드시 긍정적인 영향만을 주는 것은 아님을 확인하게 됩니다. 오히려 아이의 반응을 알아차리기 어렵게 만들고, 아기가 어떤 소리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혼란스러워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소리에 대한 반응이 아직 분명하지 않은 영아나 발달이 느린 아이의 경우에는 이러한 모습이 더욱 두드러집니다.

청각 환경이 영아의 의사소통에 미치는 영향

실제로 영아의 가정 내 청각 환경을 장기간 분석한 연구에서도 이러한 경향이 확인됩니다.

Christakis 등(2009)의 연구에서는 TV가 켜져 있을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부모의 말수와 아이의 발성이 감소하고 차례 주고 받기를 통한 상호작용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Suarez-Rivera 등(2024)의 연구에서도 생후 6~18개월 영아 가정의 실제 소리 환경을 하루 단위로 녹음•분석한 결과, 음악이나 TV와 같은 배경음이 지속적으로 존재하는 시간 동안 부모의 말소리 양과 아이의 발성 빈도가 모두 유의미하게 감소하는 경향을 보고했습니다.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미국소아과학회와 CDC는 영아기에는 TV나 상시 배경음 노출을 최소화하고, 사람과의 상호작용 중심의 소리 환경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소리를 많이 듣는 것보다 중요한 것

영아에게 중요한 것은 소리를 많이 듣는 것이 아니라, 소리를 듣고 반응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되는 것입니다. 아이가 어떤 소리를 들었을 때 고개를 돌리는지, 눈으로 찾는지, 몸을 멈추거나 움직이는지와 같은 반응은 조용한 환경에서 더 잘 드러납니다. 집 안에 음악이 계속 깔려 있으면 부모의 목소리, 장난감 소리, 문을 여닫는 소리와 같은 일상의 소리들이 모두 섞여 버립니다. 그러면 아이의 입장에서는 반응해야 할 소리를 구분하기 어렵고, 양육자의 입장에서는 아이가 보내는 작은 신호를 알아차리기 어려워집니다.
그래서 “우리 아이는 소리에 반응이 없는 것 같아요.”라는 걱정을 하시는 경우도 많습니다. 물론 드물게 청력의 문제가 발견되는 경우도 있지만, 많은 경우에는 청력의 문제가 아니라 아기가 반응을 보일 수 있는 환경이 충분히 만들어지지 않은 경우입니다. 늘 소리가 들리는 환경에서는 아기가 특정 소리를 구분해서 반응해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기도 합니다.

그럼 어떤 소리를 들려줄까요

아기에게 가장 중요한 소리는 가족의 목소리와 가정에서 들리는 자연스러운 환경음입니다. 이름을 불러주는 소리, 아이가 하는 행동을 말로 설명해 주는 소리, 아이의 소리를 따라 해주는 말, 그리고 물건마다 서로 다르게 나는 소리들은 청각 발달과 의사소통 발달의 바탕이 됩니다. 여기에 더해, 일상에서 물건마다 다르게 나는 소리들은 아기가 소리를 자신의 경험과 연결하고 의미를 이해해 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Zero to Three에서는 “일상적인 환경음과 양육자의 말소리가 영아의 언어 이해와 주의 조절 발달의 핵심 자극이 된다” 고 설명합니다. 젖병에 물을 따르는 소리, 물을 틀었을 때 나는 소리, 비닐을 만질 때 나는 소리, 문을 열고 닫는 소리처럼 아이가 매일 접하는 소리들은 특별한 교구 없이도 충분히 좋은 청각 자극이 됩니다.

아기에게 소리 자극을 어떻게 주면 좋을까요

소리 자극을 줄 때에는 적당한 크기의 소리를 적당한 간격으로 들려주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장난감을 계속 흔들거나 소리를 반복해서 내는 것보다는 짧게 소리를 들려준 뒤 멈추고 아이의 반응을 기다리는 방식이 도움이 됩니다. 딸랑이를 잠깐 흔들고 멈춘 뒤 아이가 소리가 난 쪽을 찾는지 지켜보는 것입니다. 아기들은 저마다 반응의 속도와 방식이 조금씩 다릅니다. 따라서 아기가 바로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곧바로 다음 소리를 이어 주기보다는 잠시 기다려 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일상에서 들리는 다양한 소리들 역시 아기에게 좋은 자극이 될 수 있습니다. 젖병에 물을 따르는 소리, 젖병을 흔드는 소리, 물을 틀었을 때 나는 소리, 비닐을 만질 때 나는 소리, 문을 열고 닫는 소리처럼 아이가 매일 접하는 소리들은 아기의 경험과 연결되면서 소리의 의미를 이해해 가는 학습의 기회가 됩니다.

어릴수록 한 번에 하나씩의 소리를 들려주세요

아기가 아주 어리거나 소리에 대한 반응이 어떤지 살펴보고 싶다면 한 번에 여러 소리를 동시에 들려주지 말고 하나씩의 소리를 들려주세요. 음악이 나오고, TV가 켜져 있으며, 여기에 소리 나는 장난감까지 함께 사용되면 아이는 무엇에 반응해야 할지 혼란스러울 수 있습니다.
물론 일상생활에서 항상 한 번에 하나의 소리만을 유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고, 반드시 바람직한 것도 아닙니다. 가족의 대화 소리나 생활 소음이 함께 존재하는 환경 자체가 문제는 아닙니다. 다만 아이의 반응을 관찰하거나 상호작용을 시도하는 순간에는, 불필요한 배경음을 잠시 줄여 아이가 한 가지 소리에 집중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음악을 완전히 금지해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음악이 늘 켜져 있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아이의 반응이 궁금하다면 음악을 잠시 끄고 아이와 마주 앉아 목소리로 이야기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때 아이가 보내는 작은 신호들이 훨씬 또렷하게 보일 수 있습니다.
조용한 환경을 자극이 부족한 상태로 여기기보다는,
일상의 상황에 맞는 적절한 소리 자극을 제공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Positive Parenting Tips: Infants (0–1 years). https://www.cdc.gov/child-development/positive-parenting-tips/infants.html
Christakis, D. A., Gilkerson, J., Richards, J. A., et al. (2009). Audible television and decreased adult words, infant vocalizations, and conversational turns. Pediatrics, 123(2), 554–559.
Suarez-Rivera, C., Smith, L. B., & Yu, C. (2024). Infants’ home auditory environment: Background sounds shape language interactions. Developmental Psychology, 60(12), 2274-2289
Zero to Three. (2024). How do infants translate sounds to language? 영아는 소리를 어떻게 언어로 학습하는가. https://www.zerotothree.org/resource/how-do-infants-translate-sounds-to-language/2274–2289.

집에서 클래식을 계속 틀어두면 아기에게 더 좋을까요? 더 읽기"

이른둥이, 더 일찍 태어난 만큼 더 이른 관심이 필요합니다

글 : 최진희 (특수교육학 박사, 한국영아발달조기개입협회장)

2024년 우리나라에서 37주 미만 조산아 비중은 10.2%로, 10년 전 대비 1.5배 증가했습니 다. 2.5kg 미만 저체중아 비중은 7.8%로, 10년 전 대비 1.4배 증가했습니다.

<인구동향조사(통계청, 2025). 2024년 출생 통계>

왜 “생의 초기 경험”이 중요할까요?

이른둥이에게 출생 후 첫 2~3년은 ‘발달의 방향키’가 되는 시기입니다. 그 이유는 단순합니다.

“덜 자란 뇌로 세상에 먼저 나온다”
임신 후기(37주 이후)는 뇌의 용량·연결·수초화(배선의 절연)가 폭발적으로 진행되는 때입니다. 그래서 이른둥이는 아직 세상에 나올 준비가 덜 된 뇌가 ‘자궁 밖 환경’으로 일찍 나오면서, 발달 궤도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Ream & Lehwald, 2018).

“NICU 환경: 치료가 필요하지만, 스트레스도 크다”
이른둥이는 생존을 위해 신생아집중치료실(NICU)에서 검사·시술·소음·빛·수면 방해를 반복 경 험할 수 있습니다. 이런 초기 통증·스트레스 노출은 뇌 성숙과 이후 발달(인지·운동·행동)에 영 향을 줄 수 있다는 근거가 축적되어 왔습니다(Vinall et al., 2014).

“사회·정서·주의집중을 떠받치는 ‘뇌 연결망’이 취약해질 수 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조산은 뇌의 구조적·기능적 연결(네트워크)과 관련이 있으며, 이것이 주의집중, 자기조절, 사회·정서 기능과 연결될 수 있다는 연구들이 강조됩니다(Rogers et al., 2018).

이른둥이의 예후과 장기적인 발달은 어떨까요?

핵심은 “모든 이른둥이가 문제를 겪는 건 아니지만, 발달장애의 위험군이다” 입니다.
매우 이른 조산(예: 32주 미만)·극소저체중(VLBW/ELBW)에서는 뇌 손상(뇌실내출혈, 백질손상 등)과 연관된 운동·인지·학습·행동 위험이 커질 수 있습니다. 중등도·후기 조산(32–35주, 34–36주 등)도 “겉으로는 괜찮아 보이지만” 학령기에서 주의집중· 학습·집행기능 차이가 나타날 수 있다고 보고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도와야 할까요?

1) 퇴원 후 “병원 추적”만으로 끝내지 않기
발달은 병원 밖(가정·어린이집·놀이터)에서 더 많이 일어납니다. 그래서 의학적 추적 + 발달·양 육 코칭 + 일상기반 지원이 함께 갈수록 효과적입니다.

2) 부모가 치료사가 되는 게 아니라, 부모가 "아기의 신호를 읽는 전문가"가 되게
부모-아기 상호작용을 포함한 조기개입은 전반적으로 영유아 발달에 긍정적 효과가 보고됩니 다(최진희, 지은선, 2020; Spittle et al., 2015).

3) “가정 기반 개입”은 왜 중요한가?
가정 기반 개입는 가족의 실제 생활루틴(수유, 목욕, 놀이, 외출, 잠자리) 안에서 목표를 세우 고 반복할 수 있어 지속성과 일반화에 유리합니다. 이른둥이 대상 가정 기반 예방적 케어의 장기적 효과성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Spencer-Smith, et al., 2012).
Ream, M. A., & Lehwald, L. (2018). Neurologic Consequences of Preterm Birth. Current neurology and neuroscience reports, 18(8), 48. https://doi.org/10.1007/s11910-018-0862-2
Rogers, C. E., Lean, R. E., Wheelock, M. D., & Smyser, C. D. (2018). Aberrant structural and functional connectivity and neurodevelopmental impairment in preterm children. Journal of neurodevelopmental disorders, 10(1), 38. https://doi.org/10.1186/s11689-018-9253-x
Spencer-Smith, M. M., Spittle, A. J., Doyle, L. W., Lee, K. J., Lorefice, L., Suetin, A., Pascoe, L., & Anderson, P. J. (2012). Long-term benefits of home-based preventive care for preterm infants: a randomized trial. Pediatrics, 130(6), 1094–1101. https://doi.org/10.1542/peds.2012-0426
Spittle, A., Orton, J., Anderson, P. J., Boyd, R., & Doyle, L. W. (2015). Early developmental intervention programmes provided post hospital discharge to prevent motor and cognitive impairment in preterm infants. The Cochrane database of systematic reviews, 2015(11), CD005495. https://doi.org/10.1002/14651858.CD005495.pub4
Vinall, J., Grunau, R. Impact of repeated procedural pain-related stress in infants born very preterm. Pediatr Res 75, 584–587 (2014). https://doi.org/10.1038/pr.2014.16
지은선, 최진희 and 심가가. (2023). 조기개입과 자조모임을 적용한 추후관리 프로그램이 미숙아 어머니의 양육 스트레스, 우울 및 양육효능감에 미치는 영향. 한국모자보건학회지, 27(4), 256-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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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이 느린 우리 아이 행동 이해하기 – 변화를 힘들어 하는 아이

글 : 이소영(특수교육학 박사, 한국영아발달조기개입협회)

아기들은 모두 어느 정도의 예측 가능성을 필요로 합니다.

하지만 발달이 느린 영아는 변화에 대한 적응력이 더 느릴 수 있고,
작은 변화도 불안이나 거부 행동으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변화는 아기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큰 자극이 됩니다

어린이집 처음 등원하는 날,
아기가 문에 매달려 울거나 집에서 가던 길과 다르게 이동하려 할 때 화를 내는 모습을 본 적 있을 것입니다.

이런 행동은 고집이나 떼쓰기가 아니라, “지금 상황이 낯설어서 불안해요.”라는 신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발달이 느린 영아는 새로운 장소, 새로운 사람, 갑작스러운 일정 변화에 대해 조금 더 강하게 반응할 수 있습니다.

변화를 미리 알려주세요

갑자기 바뀐 상황보다, 미리 예고된 변화가 훨씬 받아들이기 쉽습니다.

예를 들어,
“이제 잠깐 놀고, 그 다음에 기저귀 갈 거야.”
“어린이집에 가면 ○○ 선생님이 기다리고 있어.”
이동하기 전, 사진이나 간단한 그림을 보여주기

이렇게 예고해주면 아기는 “아, 이제 곧 이런 일이 생기는구나.” 하고 상황을 준비할 수 있습니다.

익숙한 것으로 연결하기

변화를 완전히 새로운 사건으로 받아들이지 않도록 아기가 좋아하는 익숙한 물건이나 활동과 연결해보세요.

예를 들어,
어린이집 첫날: 집에서 쓰던 작은 담요나 인형 가져가기
새로운 장소 방문: 집에서 보던 책 한 권 들고 가기
병원 진료: “끝나고 이것(작은 스티커)을 받을 거야.”

‘익숙한 것’은 아기에게 편안하게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왜 이렇게 해야 할까요?

아기는 아직 감정 조절 능력이 성숙하지 않습니다.
변화 앞에서 불안이 커지면 울음, 매달림, 바닥에 눕기 같은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왜 저래?”라고 보기보다 “이 변화가 아이에게 어떤 감정일까?”라고 이해하는 것이 아기의 행동을 이해하는 첫걸음입니다.

변화를 예고해주고, 익숙한 경험으로 연결해주면 아기의 불안이 줄어들고 새로운 환경에서도 조금씩 안정감을 찾아갑니다.

변화에 적응하는 힘은 평생 필요합니다

영아기에 변화를 받아들이는 경험이 쌓이면 어린이집·유치원·학교 생활에서도 일정 변화나 새로운 활동에 더 잘 적응할 수 있습니다.

변화를 힘들어하는 행동 또한 아기가 보내는 도움 요청의 신호입니다.
이 신호를 이해하고 지원해주는 경험이 쌓일수록 아기는 새로운 세계를 만나도 자신감 있게 적응하는 힘을 키워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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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이 느린 우리 아이 행동 이해하기 – ‘안돼’ 보다는 ‘이렇게 하자’

글 : 이소영(특수교육학 박사, 한국영아발달조기개입협회)

앞선 칼럼에서 살펴보았듯, 아기의 행동은 감정과 필요를 표현하는 하나의 신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행동을 단순히 멈추게 하는 것만으로는 아기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배우기 어렵습니다.

특히 발달이 느린 영아는 “하지 마”라는 말만 듣게 되면 대신 무엇을 해야 할지 떠올리기 어렵고, 결국 같은 행동을 반복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안 돼”만으로는 행동이 바뀌지 않아요

“안 돼!”, “하지 마!”, “그만!” 같은 제지는 그 순간 행동을 멈출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대신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른다면 다음에 또 비슷한 상황이 왔을 때 다시 같은 행동을 나타낼 수밖에 없습니다. 예를 들어, 아기가 벽에 크레파스를 가져다 대며 그리려고 할 때 “안 돼!”라고만 하면 아이는 왜 안 되는지,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기 어렵습니다.

“이렇게 하자”는 아이에게 길을 보여줍니다

“안 돼” 대신 다음처럼 제안해보세요.
“벽에 그리면 안 돼. 종이에 그려보자.”
“던지는 건 위험해. 이 바구니 안으로 던져볼까?”
“소리 지르고 싶을 땐 쿠션에 ‘아~~’ 해볼까?”

즉, 금지하는 말보다 아이에게 가능한 행동을 알려주는 대체 행동 제시가 더 효과적입니다.

발달이 늦은 영아일수록 “무엇을 하면 되는지”가 분명할수록 행동이 더 빨리 바뀝니다.

대체 행동은 자기조절을 배우는 시작점

아기는 하면 안되는 행동을 대체할 수 있는 행동을 반복하면서 “내가 원하는 걸 이렇게 표현할 수 있구나” 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이러한 경험은 감정 조절, 일과 참여, 사회적 상호작용까지 아기의 전반적인 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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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이 느린 우리 아이 행동 이해하기 – ‘관심 끌기’ 행동의 숨은 의미

글 : 이소영(특수교육학 박사, 한국영아발달조기개입협회)

아기들은 아직 스스로 주의를 조절하거나,
“이제 엄마가 나를 볼 차례야”라고 말로 표현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관심을 받고 싶을 때는 행동으로 신호를 보냅니다.
이 신호는 “나를 좀 봐줘요.”, “같이 놀아요.”라는 메시지일 때가 많습니다.

관심이 필요한 순간의 행동

발달이 늦은 아기일수록 의사소통 신호가 모호하거나 늦게 나타나기 때문에, 양육자가 이를 놓치면 아기는 점점 더 강한 방식으로 표현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엄마가 전화를 받는 동안 아기가 장난감을 바닥에 던지거나,
아빠가 동생에게 밥을 먹이는 동안 옆에서 울음을 터뜨리거나,
TV를 보는 부모 앞에서 몸으로 밀치며 주의를 끌려는 행동을 보이기도 하지요.

이런 행동은 ‘문제’라기보다, “지금 나에게 집중해줘.”라는 관심의 요청일 수 있습니다.

행동을 멈추게 하기보다, 메시지를 읽기

이때 “안 돼.” “그만해.”라고만 하면 아이는 ‘이렇게 해야 그래도 나를 본다’고 배우게 됩니다.
즉, 부정적인 반응이라도 관심을 받는 경험이 그 행동을 유지시키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따라서 행동을 멈추게 하기보다, 먼저 그 속의 메시지를 읽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던지며 관심을 끌 때 “던지면 위험해”라고 말한 뒤, “이제 엄마랑 같이 볼까?”라고 말하며 짧게라도 관심을 나누는 시간을 만들어 주세요.

양육자의 현실적인 어려움도 고려하기

양육자가 바쁜데 아이가 자꾸 관심을 달라고 요구할 때, 많은 부모들이 갈등과 부담감을 느낍니다.

예를 들어, 재택근무를 하면서 동시에 아기를 돌봐야 하는 상황에서는 업무에도 집중하기 어렵고, 아기의 요구도 충분히 채워주기 힘듭니다. 이럴 때는 아기를 잠시 다른 가족이나 신뢰할 수 있는 사람에게 돌봐달라고 부탁하는 것이 아기의 긍정적인 정서 발달을 위해서도 훨씬 유리합니다.

집안일을 해야 하는데 아기가 놀아달라고 하는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위생적인 환경은 아기에게 중요하지만, 모든 일을 완벽히 해내려는 부담을 줄이고 정리가 용이하고 안전한 수준으로만 집안일을 단순화해보세요.
양육자의 여유가 생기면, 그만큼 아기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과 에너지도 늘어납니다.

‘관심 채우기 시간’을 미리 주기

아이는 하루 중 일정한 시간에 부모의 눈맞춤, 스킨십, 놀이를 경험하면 그 외의 시간에는 비교적 안정된 모습을 보입니다. 즉, 양육자와의 즐거운 상호작용 시간을 가지게 되면 불안감이 줄고, 관심을 요구하는 행동도 감소합니다.

예를 들어, 아침에 일어나서 아이와 눈을 마주보며 간단한 몸놀이하기,
저녁 목욕 후 로션을 발라주며 마사지해주면서 대화하기,
외출시 손을 잡고 걸으며 함께 노래 부르기.

이런 짧고 규칙적인 상호작용은 아기에게 “나는 언제든 주목받을 수 있는 존재야.”라는 기본적 안정감을 줍니다.

관심 끌기는 발달의 지표

아기의 ‘관심끌기 행동’은 단순히 주목을 끌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함께 웃고, 바라보고, 반응을 주고받는 이 경험 속에서 사회적 관계, 의사소통, 자아감이 자라납니다.

따라서 관심을 요구하는 행동을 부정적으로 보기보다 “우리 아이가 지금 나와 연결되고 싶어 하는구나.”라고 바라봐 주세요. 그 시선 하나가, 아기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큰 보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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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이 느린 우리 아이 행동 이해하기 – 감정을 말 대신 행동으로 표현하는 아이

글 : 이소영(특수교육학 박사, 한국영아발달조기개입협회)

아기들이 울거나 소리를 지르거나 물건을 던질 때,
그 모습을 단순히 ‘화를 낸다’거나 ‘버릇이 없다’고 해석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아직 자신의 마음을 말이나 행동으로 조절하며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는 과정에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발달이 느린 영아의 경우, 언어로 표현하기보다 몸의 움직임과 행동으로 감정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감정은 행동으로 드러납니다

배고픔, 피곤함, 서운함, 질투 같은 부정적인 감정이 쌓이면 울음, 소리 지르기, 던지기 같은 행동으로 드러납니다. 예를 들어, “동생만 안아주니까 갑자기 장난감을 던졌어요.” 이 행동의 속뜻을 생각해보면, “엄마, 나도 안아줘.” “나도 보고 있어 줘.”라는 감정의 신호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긍정적인 감정도 마찬가지로 행동으로 표현되는 경우가 많지요.
아기들은 좋거나 신이 났을 때도 이를 말이 아닌 움직임으로 드러내곤 합니다.
예를 들어, 반가운 마음에 갑자기 큰소리를 내거나, 재미있다는 표현으로 물건을 던지거나 몸을 흔드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요.
이처럼 아기들의 행동에는 기분이 좋을 때나 힘들 때나, 모든 감정이 담겨 있습니다.
따라서 어떤 행동이든 “이건 어떤 마음의 표현일까?” 하고 바라보면, 아기의 마음을 더 정확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감정 신호를 읽는 것에서 멈추지 않기

아이의 감정을 읽어주는 아이의 행동을 이해하기 위한 첫걸음입니다.
하지만 그다음에는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지 알려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기 스스로도 인식하지 못한 채 나타난 행동이 결국 아기 자신을 더 힘들게 하고, 다른 사람과의 상호작용이나 하루 일과의 흐름을 어렵게 만들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어려움을 줄이기 위해, 감정을 보다 적절한 언어와 행동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갖고 싶은 물건이 있어서 던지거나 울었다면 “던지지 말고 ‘주세요’라고 말해볼까?”라고 알려주세요. 아직 말을 하지 못한다면 베이비사인으로 ‘주세요’ 동작을 함께 하며 요구하도록 도와주세요.

감정이 폭발했을 때는 진정부터

하지만 이미 감정이 폭발한 순간에는 이런 요구나 표현을 바로 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럴 때는 아이가 감정을 가라앉힐 시간을 주는 것이 먼저입니다. 함께 크게 숨을 들이쉬고 천천히 내쉬며 “우리 숨 한번 쉬어보자~”라고 해보세요. 숨을 고르며 몸이 진정되면 그제야 아이는 자신의 마음을 인식하고 ‘주세요’ 같은 표현을 시도할 수 있습니다.

기다리는 연습도 필요해요

감정을 조절하려면 잠시 기다리는 경험이 꼭 필요합니다.
평소 놀이 속에서 자연스럽게 연습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계단 마지막 칸에서 “하나, 둘, 셋~!” 하면 뛰어내리기,
“하나, 둘, 셋~” 하며 공 던지기 놀이처럼요.
이런 놀이를 반복하면 아이는 “기다리면 좋은 일이 생긴다”는 경험을 하게 되고,
기다림 자체가 즐거운 놀이가 됩니다.

감정 조절은 이후 사회 적응의 기초

영아기에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고 표현하는 힘이 자라면,
이후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학교에서도 다른 사람과 관계 맺고 갈등을 조절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반대로 이 시기에 감정을 적절히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우지 못하면 아이는 쉽게 불안하거나 공격적인 반응을 보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아이의 ‘염려되는 행동’을 고치려 하기보다 그 속에 담긴 감정의 신호를 읽고, 표현할 방법을 함께 알려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감정을 이해받고 표현하는 경험이 쌓일수록, 아이는 스스로 자기조절을 할 수 있는 힘을 키워갑니다.

발달이 느린 우리 아이 행동 이해하기 – 감정을 말 대신 행동으로 표현하는 아이 더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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