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배워가는 시기, 적절한 관계의 선을 가르쳐 주세요

글 : 이소영 (서초아이발달센터장, 특수교육학 박사)

두 돌쯤 되는 아이를 양육하시는 부모님들께 아이의 행동 중 염려되는 부분이 있는지 여쭤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중 한 분이 아이가 아직 말로 자신의 생각을 충분히 표현하지 못하다 보니, 원하는 것이나 감정을 잘 전달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밖에 나가 또래를 만나면 다가가 껴안으며 “예쁘다”라고 말하고, 자신이 가지고 있던 간식이나 먹을 것을 건네며 반가운 마음을 표현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상대 아이가 이러한 행동에 당황하거나, 함께 놀기를 원하지 않고 외면하면 아이가 갑자기 크게 화를 내거나, 때리거나, 손에 잡힌 물건을 잡아 뜯는 행동을 보인다고 하셨습니다.

사실 이러한 고민은 이 한 분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이전에도 비슷한 내용을 상담하며 나눈 적이 있고, 두 명 이상이 함께 있는 집단 상황에서도 종종 관찰되는 모습입니다. 아이들의 연령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두 돌 전후의 시기였습니다. 아이는 아직 어리고, 말은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 또래 관계에서 예상하지 못한 행동이 나타나면 부모님들께서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혼란스러워지기 마련입니다.

두 돌 무렵, 아이가 타인과의 관계를 이해하는 방식

이 시기의 아이들은 아직 관계의 중심을 ‘자기 자신’으로 인식합니다. 내가 반갑고 좋으면 상대도 당연히 그럴 것이라고 기대하는 시기입니다. 아이에 따라서는 상대의 상태나 기분을 살피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이러한 사고 방식이 이제 막 발달해 가는 단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자신의 생각을 충분히 말로 표현할 만큼 언어가 발달하지 않은 시기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거절을 경험하거나 상황이 뜻대로 되지 않을 때, 말 대신 행동으로 감정이 크게 터져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반응 자체는 발달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아이의 행동을 이해하되, 허용해도 되는 행동인지는 한 번 더 생각해 보세요

다만, 발달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해서 모든 행동을 그대로 허용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처음 만난 아이나 낯선 사람에게 신체 접촉으로 애정을 표현하는 행동은 사회적으로 적절하지 않습니다. 아이에게는 반가움의 표현일 수 있지만, 상대에게는 부담스럽고 불편한 경험이 될 수 있습니다. 매우 친숙한 관계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접촉과, 상대의 의사를 확인하지 않은 접촉은 분명히 구분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경계는 아이가 어리더라도 분명하게 알려주시는 것이 필요합니다.

상황이 발생했을 때 부모님의 대응

이미 그런 상황이 발생했을 때는 즉각적이고 분명한 개입이 필요합니다. 이때의 훈육은 아이를 크게 혼내거나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부드럽게 설명하면 알아듣겠지’라고 기대하기에는 이 시기의 아이에게 아직 어려운 부분이 많습니다. 안 되는 행동은 그 자리에서 분명하게 멈추게 하고, 짧고 단순한 말로 기준을 알려주셔야 합니다. 이때 아이가 위축될까봐 염려하시는 부모님이 계시는데, 이제 세상을 알아가는 중에 있는 아이가 사회적 규칙을 배우면서 적절한 기준을 세울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시면 어떨까요.

평소에 미리 알려주셔야 하는 부분

이러한 기준은 문제 상황이 생겼을 때만 알려주어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또래 관계 안에서 갈등 상황은 언제, 어떤 방식으로 발생할지 예측하기 어렵고, 이미 발생한 갈등에 대처하는 것은 아이에게 더욱 어렵습니다. 그래서 평소 일상 속에서 친구를 만나면 어떻게 인사하는지, 어떻게 다가가야 하는지, 상대가 싫다고 표현했을 때 어떻게 멈춰야 하는지를 반복해서 경험할 수 있도록 도와주셔야 합니다. 그렇다고 긴 설명을 하거나, 매사에 아이의 행동을 통제하려고 한다면 아이는 부모의 이야기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때 활용하기 좋은 방법이 바로 책을 보는 것입니다. 책을 통해서 세상에서 일어날 수 있는 많은 상황을 간접으로 체험할 수 있고 학습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일상에서 예측되는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간단한 단서를 줘보세요. 부모님의 표정도 어떤 행동을 해도 되는지 하면 안 되는지에 대한 단서가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아이의 연령에 따라 이해할 수 있는 정도의 짧고 명료한 언어로 이야기해 주세요.

부모님의 역할은 적당한 기준을 알려주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발달해 가는 과정에서 또래 관계 안에서 다양한 시도를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다만 아이의 행동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그리고 어디까지 허용하고 어디서부터 개입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어른이 더 고민하고 책임 있게 판단해야 할 부분입니다. 이 시기의 아이는 점차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방법으로 자신의 행동을 조절해 가는 방법을 배우고, 사회적 관계 안에서 지켜야 할 적절한 선을 경험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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