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클래식을 계속 틀어두면 아기에게 더 좋을까요?

글 : 이소영 (서초아이발달센터장, 특수교육학 박사)

가정방문을 하다 보면 집 안에 음악이 늘 켜져 있는 경우를 자주 만나게 됩니다. 대부분 클래식 음악이고, 음악을 틀어놓은 이유를 여쭤보면 아기에게 좋은 자극을 주고 싶어서라고 말씀하십니다. 아마도 조용하고 부드러운 음악이 아이의 정서나 두뇌 발달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아기의 발달 양상을 확인하기 위해 소리에 대한 반응을 살펴보면, 집 안에 항상 흐르는 음악이 반드시 긍정적인 영향만을 주는 것은 아님을 확인하게 됩니다. 오히려 아이의 반응을 알아차리기 어렵게 만들고, 아기가 어떤 소리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혼란스러워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소리에 대한 반응이 아직 분명하지 않은 영아나 발달이 느린 아이의 경우에는 이러한 모습이 더욱 두드러집니다.

청각 환경이 영아의 의사소통에 미치는 영향

실제로 영아의 가정 내 청각 환경을 장기간 분석한 연구에서도 이러한 경향이 확인됩니다.

Christakis 등(2009)의 연구에서는 TV가 켜져 있을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부모의 말수와 아이의 발성이 감소하고 차례 주고 받기를 통한 상호작용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Suarez-Rivera 등(2024)의 연구에서도 생후 6~18개월 영아 가정의 실제 소리 환경을 하루 단위로 녹음•분석한 결과, 음악이나 TV와 같은 배경음이 지속적으로 존재하는 시간 동안 부모의 말소리 양과 아이의 발성 빈도가 모두 유의미하게 감소하는 경향을 보고했습니다.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미국소아과학회와 CDC는 영아기에는 TV나 상시 배경음 노출을 최소화하고, 사람과의 상호작용 중심의 소리 환경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소리를 많이 듣는 것보다 중요한 것

영아에게 중요한 것은 소리를 많이 듣는 것이 아니라, 소리를 듣고 반응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되는 것입니다. 아이가 어떤 소리를 들었을 때 고개를 돌리는지, 눈으로 찾는지, 몸을 멈추거나 움직이는지와 같은 반응은 조용한 환경에서 더 잘 드러납니다. 집 안에 음악이 계속 깔려 있으면 부모의 목소리, 장난감 소리, 문을 여닫는 소리와 같은 일상의 소리들이 모두 섞여 버립니다. 그러면 아이의 입장에서는 반응해야 할 소리를 구분하기 어렵고, 양육자의 입장에서는 아이가 보내는 작은 신호를 알아차리기 어려워집니다.
그래서 “우리 아이는 소리에 반응이 없는 것 같아요.”라는 걱정을 하시는 경우도 많습니다. 물론 드물게 청력의 문제가 발견되는 경우도 있지만, 많은 경우에는 청력의 문제가 아니라 아기가 반응을 보일 수 있는 환경이 충분히 만들어지지 않은 경우입니다. 늘 소리가 들리는 환경에서는 아기가 특정 소리를 구분해서 반응해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기도 합니다.

그럼 어떤 소리를 들려줄까요

아기에게 가장 중요한 소리는 가족의 목소리와 가정에서 들리는 자연스러운 환경음입니다. 이름을 불러주는 소리, 아이가 하는 행동을 말로 설명해 주는 소리, 아이의 소리를 따라 해주는 말, 그리고 물건마다 서로 다르게 나는 소리들은 청각 발달과 의사소통 발달의 바탕이 됩니다. 여기에 더해, 일상에서 물건마다 다르게 나는 소리들은 아기가 소리를 자신의 경험과 연결하고 의미를 이해해 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Zero to Three에서는 “일상적인 환경음과 양육자의 말소리가 영아의 언어 이해와 주의 조절 발달의 핵심 자극이 된다” 고 설명합니다. 젖병에 물을 따르는 소리, 물을 틀었을 때 나는 소리, 비닐을 만질 때 나는 소리, 문을 열고 닫는 소리처럼 아이가 매일 접하는 소리들은 특별한 교구 없이도 충분히 좋은 청각 자극이 됩니다.

아기에게 소리 자극을 어떻게 주면 좋을까요

소리 자극을 줄 때에는 적당한 크기의 소리를 적당한 간격으로 들려주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장난감을 계속 흔들거나 소리를 반복해서 내는 것보다는 짧게 소리를 들려준 뒤 멈추고 아이의 반응을 기다리는 방식이 도움이 됩니다. 딸랑이를 잠깐 흔들고 멈춘 뒤 아이가 소리가 난 쪽을 찾는지 지켜보는 것입니다. 아기들은 저마다 반응의 속도와 방식이 조금씩 다릅니다. 따라서 아기가 바로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곧바로 다음 소리를 이어 주기보다는 잠시 기다려 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일상에서 들리는 다양한 소리들 역시 아기에게 좋은 자극이 될 수 있습니다. 젖병에 물을 따르는 소리, 젖병을 흔드는 소리, 물을 틀었을 때 나는 소리, 비닐을 만질 때 나는 소리, 문을 열고 닫는 소리처럼 아이가 매일 접하는 소리들은 아기의 경험과 연결되면서 소리의 의미를 이해해 가는 학습의 기회가 됩니다.

어릴수록 한 번에 하나씩의 소리를 들려주세요

아기가 아주 어리거나 소리에 대한 반응이 어떤지 살펴보고 싶다면 한 번에 여러 소리를 동시에 들려주지 말고 하나씩의 소리를 들려주세요. 음악이 나오고, TV가 켜져 있으며, 여기에 소리 나는 장난감까지 함께 사용되면 아이는 무엇에 반응해야 할지 혼란스러울 수 있습니다.
물론 일상생활에서 항상 한 번에 하나의 소리만을 유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고, 반드시 바람직한 것도 아닙니다. 가족의 대화 소리나 생활 소음이 함께 존재하는 환경 자체가 문제는 아닙니다. 다만 아이의 반응을 관찰하거나 상호작용을 시도하는 순간에는, 불필요한 배경음을 잠시 줄여 아이가 한 가지 소리에 집중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음악을 완전히 금지해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음악이 늘 켜져 있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아이의 반응이 궁금하다면 음악을 잠시 끄고 아이와 마주 앉아 목소리로 이야기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때 아이가 보내는 작은 신호들이 훨씬 또렷하게 보일 수 있습니다.
조용한 환경을 자극이 부족한 상태로 여기기보다는,
일상의 상황에 맞는 적절한 소리 자극을 제공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Positive Parenting Tips: Infants (0–1 years). https://www.cdc.gov/child-development/positive-parenting-tips/infants.html
Christakis, D. A., Gilkerson, J., Richards, J. A., et al. (2009). Audible television and decreased adult words, infant vocalizations, and conversational turns. Pediatrics, 123(2), 554–559.
Suarez-Rivera, C., Smith, L. B., & Yu, C. (2024). Infants’ home auditory environment: Background sounds shape language interactions. Developmental Psychology, 60(12), 2274-2289
Zero to Three. (2024). How do infants translate sounds to language? 영아는 소리를 어떻게 언어로 학습하는가. https://www.zerotothree.org/resource/how-do-infants-translate-sounds-to-language/2274–2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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