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이 느린 우리 아이 행동 이해하기 – 감정을 말 대신 행동으로 표현하는 아이

글 : 이소영(특수교육학 박사, 한국영아발달조기개입협회)

아기들이 울거나 소리를 지르거나 물건을 던질 때,
그 모습을 단순히 ‘화를 낸다’거나 ‘버릇이 없다’고 해석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아직 자신의 마음을 말이나 행동으로 조절하며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는 과정에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발달이 느린 영아의 경우, 언어로 표현하기보다 몸의 움직임과 행동으로 감정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감정은 행동으로 드러납니다

배고픔, 피곤함, 서운함, 질투 같은 부정적인 감정이 쌓이면 울음, 소리 지르기, 던지기 같은 행동으로 드러납니다. 예를 들어, “동생만 안아주니까 갑자기 장난감을 던졌어요.” 이 행동의 속뜻을 생각해보면, “엄마, 나도 안아줘.” “나도 보고 있어 줘.”라는 감정의 신호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긍정적인 감정도 마찬가지로 행동으로 표현되는 경우가 많지요.
아기들은 좋거나 신이 났을 때도 이를 말이 아닌 움직임으로 드러내곤 합니다.
예를 들어, 반가운 마음에 갑자기 큰소리를 내거나, 재미있다는 표현으로 물건을 던지거나 몸을 흔드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요.
이처럼 아기들의 행동에는 기분이 좋을 때나 힘들 때나, 모든 감정이 담겨 있습니다.
따라서 어떤 행동이든 “이건 어떤 마음의 표현일까?” 하고 바라보면, 아기의 마음을 더 정확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감정 신호를 읽는 것에서 멈추지 않기

아이의 감정을 읽어주는 아이의 행동을 이해하기 위한 첫걸음입니다.
하지만 그다음에는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지 알려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기 스스로도 인식하지 못한 채 나타난 행동이 결국 아기 자신을 더 힘들게 하고, 다른 사람과의 상호작용이나 하루 일과의 흐름을 어렵게 만들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어려움을 줄이기 위해, 감정을 보다 적절한 언어와 행동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갖고 싶은 물건이 있어서 던지거나 울었다면 “던지지 말고 ‘주세요’라고 말해볼까?”라고 알려주세요. 아직 말을 하지 못한다면 베이비사인으로 ‘주세요’ 동작을 함께 하며 요구하도록 도와주세요.

감정이 폭발했을 때는 진정부터

하지만 이미 감정이 폭발한 순간에는 이런 요구나 표현을 바로 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럴 때는 아이가 감정을 가라앉힐 시간을 주는 것이 먼저입니다. 함께 크게 숨을 들이쉬고 천천히 내쉬며 “우리 숨 한번 쉬어보자~”라고 해보세요. 숨을 고르며 몸이 진정되면 그제야 아이는 자신의 마음을 인식하고 ‘주세요’ 같은 표현을 시도할 수 있습니다.

기다리는 연습도 필요해요

감정을 조절하려면 잠시 기다리는 경험이 꼭 필요합니다.
평소 놀이 속에서 자연스럽게 연습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계단 마지막 칸에서 “하나, 둘, 셋~!” 하면 뛰어내리기,
“하나, 둘, 셋~” 하며 공 던지기 놀이처럼요.
이런 놀이를 반복하면 아이는 “기다리면 좋은 일이 생긴다”는 경험을 하게 되고,
기다림 자체가 즐거운 놀이가 됩니다.

감정 조절은 이후 사회 적응의 기초

영아기에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고 표현하는 힘이 자라면,
이후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학교에서도 다른 사람과 관계 맺고 갈등을 조절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반대로 이 시기에 감정을 적절히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우지 못하면 아이는 쉽게 불안하거나 공격적인 반응을 보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아이의 ‘염려되는 행동’을 고치려 하기보다 그 속에 담긴 감정의 신호를 읽고, 표현할 방법을 함께 알려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감정을 이해받고 표현하는 경험이 쌓일수록, 아이는 스스로 자기조절을 할 수 있는 힘을 키워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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