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가 어떻게 발달에 영향을 미칠까요?

글 : 이소영(특수교육학 박사, 한국영아발달조기개입협회)

영아기의 놀이가 발달에 영향을 미치는 매커니즘은 크게 두 가지로 설명될 수 있습니다. 하나는 직접 몸을 움직여 구체물을 가지고 놀이하는 경험과 양육자와의 주고 받기입니다. 이를 통해 뇌의 신경망 연결이 촉진되고 강화됩니다. 영아기는 추상적 학습보다 만지고, 두드리고, 굴리고, 맛보고, 냄새 맡는 경험이 먼저입니다. 이런 경험은 어느 한 영역의 발달이 아닌, 언어·인지·운동·사회정서 등 전반적 영역의 발달을 이끕니다.

영아기는 아직 추상적으로 배우기보다 구체물을 다루며 배웁니다. 사물의 모양, 색, 크기, 질감, 소리를 직접 경험하면, 감각–운동 정보가 반복 통합되고(주의·작업기억 작동), 통합된 정보를 기억에 붙잡아 둡니다. 그런 다음 아기는 실행 계획을 세워 시도하고, 시행착오를 겪으며 결과를 비교해 놀이 방법을 수정합니다). 부모가 “굴렸네”, “쏙 들어갔다”, “소리가 크네”처럼 짧게 말을 해주면 그 상황의 의미를 파악하게 되면서 언어 발달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컵 끼우기 놀이를 떠올려 보세요. 처음에는 컵을 두드리고 굴리며 소리와 움직임을 익힙니다. 조금 지나면 큰 컵에 작은 컵을 넣어 보며 크기 비교와 손가락 조절을 배웁니다. 처음부터 여러 개를 순서대로 끼우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빼고, 다시 끼우고, 실패하고, 또 해 봅니다. 이 시행착오가 문제해결과 자기조절, 끈기를 키웁니다. 끝내 맞췄을 때의 만족감은 자존감을 키울 뿐만 아니라, 다음에 좀 더 어려운 것을 시도해 보고자 하는 의지를 키워줍니다. 이 한 가지 놀이 안에 소근육, 인지, 대근육, 사회정서가 함께 들어 있습니다.

연령에 따라 아기들이 자주 하는 놀이를 통해 몇 가지 더 설명을 해보겠습니다.

6개월 정도에는 딸랑이를 흔들며 손과 눈이 같이 움직이고, 소리의 원인과 결과를 배웁니다.
12개월 무렵에는 카트나 유모차를 밀며 균형을 잡고 목표 지점까지 가는 계획을 수정합니다.
18개월에는 공을 굴리고 차며 속도와 방향을 예측하고, “왔다–간다”의 차례를 익힙니다.
24개월 정도가 되면 블록을 쌓다 무너지면 다시 시도하면서 시공간 감각이 발달하고, 놀이의 틀이 더 확대됩니다. 약 30개월에는 끄적이기에서 그리기로 넘어가며 선의 길이와 방향을 조절합니다. 이때 부모님이 말해주는 "동글동글”, “길게”, “위로”와 같은 말들이 도움이 됩니다.

발달이 느린 아기일수록 이 원리가 더 중요합니다. 아직 못하는 기술만 반복시키면 스스로 탐색할 시간이 줄어듭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첫번째 목표는 아이의 자발적 참여와 즐거움입니다. 작은 성공과 실패를 오가며 자신감과 끈기가 생기고, 이것은 다시 다음 발달 단계로 나가는 토대가 됩니다. 최근 인지나 소근육 발달을 위해 스마트기기를 사용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0-2세의 아기들에게도 과연 효과가 있을까요? 꼭 기억해야 합니다. 0–2세는 실물 탐색과 양육자와의 주고받기가 먼저입니다. 스마트기기는 이 둘을 대신할 수 없습니다. 3세 이후에도 필요할 때만 짧은 시간 활용하되, 꼭 양육자와 함께 보며 이야기 나누며 수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세요. 오늘 우리 아이는 어떻게 놀았나요? 혹시 장난감이 없어서 놀지 못했다고 생각하시나요? 집에 있는 컵, 통, 뚜껑, 숟가락 등을 줘보세요. 손이 닿는 높이에 재료를 두고 혼자 놀게도 해보시고, 지켜보며 아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묘사하기도 하고, 아이와 마주앉아 주고 받으며 놀아보기도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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