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공간에서의 적응과 변화

글 : 솔잎이 엄마

솔잎이가 처음 유전자 질환 진단을 받기까지 1년이 넘게 걸렸어요. 병이 바뀌기도 하고 검사를 반복하면서 마음이 참 복잡했죠. 돌 무렵부터 이상하다고 느꼈고, 복지관 수업을 알아봤지만 대기 시간이 너무 길고 수업이 없어지기도 하니까 답답했어요. 그러던 중에 지인의 추천으로 가정방문 프로그램을 신청하게 됐는데, 솔직히 저는 오히려 너무 좋다고 생각했어요.

센터는 엄마가 수업을 직접 보기가 어렵잖아요. 그런데 집에서는 선생님이 솔잎이 장난감이나 환경을 직접 보면서 알려주시니까 바로바로 적용이 되고, 저는 선생님이 어떻게 하시는지도 눈으로 보고 배울 수 있어서 정말 좋았어요.

아이와 진정한 소통으로 연결되는 시간

선생님이 오실 때마다 솔잎이는 정말 좋아했어요. 말은 못하지만 “음~” 하면서 계속 얘기하듯 소리를 내고, 선생님만 보면 밝아지는 모습이 신기했죠. 시각장애 때문에 처음엔 아이가 보는 건지조차 몰랐는데, 선생님이 CVI라는 걸 알려주시면서 그에 맞는 놀이를 해주신 게 정말 도움이 됐어요. 집에서도 그 방식대로 반복하다 보니 솔잎이의 반응도 조금씩 달라졌고, 유대감도 깊어졌어요.
특히 ‘선택하게 하기’ 같은 활동은 예전엔 오래 걸렸는데, 지금은 확실히 손으로 ‘이거!’ 하고 잡아요. 자기가 뭘 원하는지를 알고, 표현도 할 수 있게 된 거죠. 이게 가장 큰 변화라고 생각해요.

가족 모두에게 열린 수업

저도 직장을 다니다 보니 수업에 참여 못 하는 경우도 있었어요. 그럴 땐 아빠나 할머니, 시터 이모가 함께했고, 저는 들은 내용을 다시 가족에게 전달했죠. 그러면서 가족 모두가 솔잎이 발달에 대해 더 알게 되고, 같이 고민하게 됐어요.

예전엔 어떤 장난감을 줘도 반응이 없으니까 그냥 방치되던 순간도 있었을 텐데, 지금은 ‘아, 이렇게 놀면 되겠구나’ 하고 접근하니까 모두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더라고요. 선생님 오신다고 하면 온 가족이 기다리고, 수업이 끝나면 “이번엔 뭘 배웠어?” 하고 서로 이야기하는 시간이 생겼어요.

정확한 정보의 유무가 좌우하는 것

솔잎이 병은 너무 희귀해서 환우회도 없고, 의사 선생님들도 잘 모르시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저는 미국 환우회에 연결해서 정보를 얻기도 했고, 하상복지관 단톡방에서 정부지원 프로그램이나 유용한 정보를 많이 얻었어요.

그런데 이 모든 건 제가 발품 팔고 귀동냥해서 얻은 거예요. 조기개입 프로그램도 복지관에서 추천 안 해줬다면 몰랐을 거고요. 그래서 이 프로그램이 더 널리 알려졌으면 좋겠어요. 특히 엄마들이 아이를 돌보며 무엇을 해야 할지 플랜을 짤 수 있도록, 체계적이고 단계적인 정보가 제공되면 정말 큰 도움이 될 거예요. 무엇보다 조기개입 선생님이 우리 집에 오신 건, 저희에겐 정말 큰 행운이에요. 엄마가 외롭지 않고 의논할 사람이 있다는 게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지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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