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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CI2023-02-27T17:43:29+09:00

글 : 윤승아

저는 곧 13세가 되는 뇌병변 장애, 지적장애, 피질시각장애(CVI), 뇌전증을 가지고 있는 밝고 귀여운 여자아이의 엄마입니다. 지금은 여느 아이를 키우는 엄마처럼 아이때문에 울고 웃고 하며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예전의 저는, 꿈에서도 생각못했던 일이 나의 아이에게 생겼을 때, 그 암담함과 막막함, 두려움, 원망. . . 예측할 수 없는 아이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미칠 것 같았고 오늘의 이런 시간들은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어린 아기를 안고 막막하고 두려웠던 그 때

퇴원 후 일분일초가 아까웠던 저는 바로 재활 치료를 시작했고 무조건 빨리, 무조건 많이, 경험이 많은 전문가가 해주면 좋아질거라 생각했어요. 다행히도 저는 전적으로 지원해주실 친정부모님이 계셨고 재정적으로도 여유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조금씩 정보를 듣게 되면서 더 많은 치료를 더 멀리 다녔어요.
대부분의 치료는 대기가 있고 며칠이 아닌 몇달 혹은 몇년을 기다려야 하기에 대기를 먼저 걸었고 원하는 치료를 원하는 때에 받지 못하는 구조 때문에, 치료실에서 불러주면 무리가 되어도 시간을 내서 시작했습니다. 누가 조금이라도 좋아졌다는 소리를 들으면 아이에게 맞을 지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무조건 해봐야 했습니다. 시도해본 치료만해도 대충 꼽아봐도 30여가지가 넘습니다. 시간과 거리와 비용을 따지지 않고 그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고 원하는 치료를 받게되면 나는 아이에게 최선을 다해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었던것 같아요. 아이를 위해 아이를 치료하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아이가 어떤지 살필 여력도 없이 아이에게 부모로서의 도리를 한듯 위안 받으며 다녔던것 같아요.

아이가 좋아지기는 했지만

아이는 조금씩 좋아졌습니다. 물론 기적을 바랬던 제 기대치와는 달랐지만요. 치료들이 도움이 되었지만 그렇게 많이 그렇게 멀리 무리하게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경험이 많고 유명한 분의 치료가 늘 아이에게 도움이 되지도 않았습니다. 치료를 중단하면 큰일이 날것 같았지만 메르스사태와 코로나시기에 치료를 받기 어려운 상태가 되어 강제로 치료를 많이 줄여야 했지만 우려하던 큰일은 생기지 않았습니다. 아이는 편안한 환경에서 가족과 지내는 시간과 혼자 노는 시간이 생기면서 스스로 시도해볼 시간과 치료실과는 또 다른 경험들도 하게 되면서 커 갔습니다. 저 역시 아이를 지켜볼 시간이 많아져서 아이에게 필요한 것 부족한것을 파악 할 수 있었어요. 주변의 다른 아이들 중 어쩔 수 없이 아이와 집에서 보내면서 아이에게 스스로 해낼 기회들이 생기니까 더 좋아지는 경우도 봤습니다. 아이의 능력을 발현시키고 좋게 하는 것은 치료실에서만이 아니란걸 지금은 알게 되었습니다.

얼마나 치료해야 할까?

저역시 아직도 고민되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이부분은 각자의 가정 안에서 결정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가족들이 희생한다고 비싼 치료를 많이 한다고 우리아이들이 다치지 않은 상태로 돌이킬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그러면 그럴수록 가족은 와해되고 재정적 자원과 심리적 에너지는 점점 고갈됩니다. 저도 이러한 위기가 있었습니다. 결국 우리 아이는 낫지도 못하고 가족과 자원 모두를 잃게 되고 우리아이들은 불행해 질겁니다.

다시 그 때로 돌아간다면

아이를 낫게 할 방법이 아닌 아이와 함께 살아갈 삶을 고민 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그리고 아이의 치료와 교육 만이 아니라 먼저 나 스스로를 살피며 돌보는 시간을 갖고 배우자를 위한 시간과 배려도 하면서 비장애 형제가 있다면 그 아이들을 위한 시간과 자원도 함께 고려해야 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멀리 보고 그 안에서 우리 아이의 일상을 생각해보고 얼마나 어떻게 할 지를 고민하면 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적어도 치료를 위한 일상을 사는 것은 막을 수 있지 않을까요?

                                 2021년 여름. 지민이가 태어난지 10년이 넘어서야 첫 여름 바다를 보러 간 여행

아이와 나의 일상을 찾고 싶다

저는 아이의 영유아 시기에 아이에게 일상을 주지 못했습니다. 많이 아프기도 했지만 아이의 치료가 목표가 되었고 치료를 무리하게 짜서 시간이 없었고 지쳐버린 저는 아이와 일상을 보내지 못했습니다. 아이와의 삶을 위해 치료를 하려고 했던것인데 말이죠. 지금에 와서 그것이 가장 후회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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